최근 카페, 음식점 등의 간판과 메뉴판이 마치 유럽에 온 것처럼 전부 영어로만 적혀있는 사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세련돼 보이기 위해, 예뻐 보이기 위해 제품명 등을 한글 대신 영어로만 작성하는 것이다. 당연히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읽을 수 없고, 어려운 제품명을 해석하느라 주문에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소요되기도 한다. 나도 서울 등 대도시로 여행을 갔을 때면 그러한 카페, 음식점이 꽤나 많이 보였던 기억이 있다. 동영상 채널 ‘14F 일사에프’의 ‘여기가 한국인가요? 간판, 메뉴판, 표지판이 온통 영어로..(2023년)’ 영상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영상에는 메뉴판이 전부 영어로 적혀져 있는 식당을 간 뒤 ‘무슨 음식에 뭐가 들어갔는지 정도는 한글로 써야지요’, ‘나이 드신 분들, 어린아이들 뭐 주문이나 하겠어요?’ 라고 후기를 올린 글쓴이의 사례와, 미숫가루를 MSGR, 가격을 달러로 명시한 가게에 대한 사례가 나와 있었다. 누리꾼들은 이에 공감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을 작성하였다. ‘저러고 외국인이 주문하면 못 알아듣는다’, ‘저런 카페들도 1인 1주문은 한글로 써놓더라’ 등 이중적인 면모에 비판을 보내는 댓글들도 종종 있었다.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의 가장 큰 문제는 세대 격차 심화이다. 나이가 많은 장노년층은 청년층과 다르게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자동적으로 외국어를 사용하는 청년층과 사용하지 못하는 장노년층 사이에 세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표한 논문 ‘미디어 상의 외래어와 신조어 사용의 문제점 및 개선대책’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래어 사용에서 세대 격차를 느끼는지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이 40.2%, ‘보통이다` 36.8%, 세대 격차를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23.0%로 대체로 세대 격차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40대가 많았다. 주로 중년~노년층이 세대 격차를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로 대체할 수 없어 거의 한국어처럼 사용되는 외래어도 이러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데, 외국어는 얼마나 더 심하겠는가. 언어 문제로 세대 격차가 심화된다는 것은 젊은 청년층과 중년~노년층의 소통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나타내고,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세대간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소통을 할 수 없으니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서로에 대한 편견을 계속 쌓게 되고, 단절된 상태로 본인 세대들끼리만 대화하여 본인들의 의견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외국어만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들이 주장하는 외국어(주로 영어)의 세련됨과 멋짐이 이러한 단점을 상쇄시킬 정도의 장점이 있는 것일까? 같은 자료에 의하면, 외래어를 사용할 시 인상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응답은 '그렇지 않다+전혀 그렇지 않다' 48.5%, '보통이다' 31.9%, '그렇다+매우 그렇다'는 응답이 19.8%로 5점 척도 2. 65(SD=.91)로 외래어의 사용으로 인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외래어를 사용할 시 기억에 더 남는가에 대한 응답도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37.5%, ‘보봉이다’ 39.4%, ‘그렇다+매우 그렇다‘는 응답이 22.6%, 5점 척도 2. 80(SD=.92)으로 대체로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이 기억하기 쉽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상 더 인상적이지도 않고, 기억에도 더 남지 않는데도 가게들은 외국어만을 쓴다는 어렵고 어색한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물론 모든 가게들이 한글 메뉴판, 간판, 표지판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다짜고짜 지금부터 외국어만을 메뉴판 등에 적는 것을 그만두라고 해도 지켜질 리가 없다.
첫 번째 해결책은 우리가 먼저 외국어, 외래어를 순화한 우리말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한국생활체육뉴스의 기사 ‘울릉군, 우리말 순화운동 공모전 실시(2022.11.17)’에 따르면, 울릉군청은 울릉도, 독도를 사랑하는 모두를 대상으로 2022년 11월 14일부터 11월 27일까지 우리말 순화 공모전을 실시하였다. 울릉군의 안내판, 공문서, 누리집 게시물 등이 순화 대상이었으며, 공모전 참여혜택으로 인형, 우산 등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공모전을 다양한 지역에서 열고 또 시민들이 많이 참여한다면 외국어가 세련된 언어라고 생각하는 자영업자들도 사람들이 한글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우리말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 해결책은 법이 관여하는 범위를 넓히고 강화하는 것이다. 사실 옥외광고물법에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 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한겨레의 기사 ‘메뉴판 영어로 적으면 더 맛있어?…“처벌 가능” 따져 보니(2023.05.22)’에서는 옥외광고물에 메뉴판은 포함되지 않고 간판, 디지털 광고물, 현수막 등이 포함된다고 알리고 있다. 하지만 외국어 간판도 벌칙 조항은 없다. 면적 5㎡ 이상이거나 건물 4층 이상에 표시된 간판을 별다른 이유 없이 외국어로만 표기할 경우에만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법이 제재하는 범위가 좁은 탓에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느끼는데도 메뉴판 등을 외국어로만 표기하는 문제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메뉴판, 간판 등도 포함해서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한다면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한글을 사용하고 싶어질 것이다.
뉴시스에서 진행한 ‘이건범 대표 “쉬운 우리말은 차별의 위험 줄여줍니다”(2020.09.14)’ 인터뷰에서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이런 말을 남겼다.
“쉬운 우리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국민의 알권리가 좌우됩니다. 사람이 정당한 대접을 받고 살아가는데 말이 새로운 관점을 줄 수 있어요. 쉬운 말일수록 혐오, 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대방에게 쉽게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외국어 능력이라는 것은 가려져 있는 차별이에요. 드러나지 않는 차별을 거대하게 조장하는 거죠. 공정한 것이 중요한데, 쉬운 우리말은 그 차별의 위험을 줄여줍니다.”
우리말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을 제쳐두고 먼저 외국어로 모든 것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은, 외국어를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차별일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상처입히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가 알 수 있는 쉬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게의 간판, 메뉴판도 그렇지만 우리 스스로도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세대 관계없이 남녀노소 모두가 오해없이 원활히 소통하는 사회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1) 모둠을 만들어 서로의 글을 보고 내 글과 비교해 보며 나와 다른 주제, 방식으로 글을 쓴 친구들의 글을 보니 신선했다. 사실 나는 설득하는 글을 쓸 때 정해진 틀이 있는 것처럼 항상 글이 비슷해지는 편인데, 다른 친구들의 글들을 보며 더욱 글을 다양하게 전개하는 방법도 많이 배운 것 같다. 편하게 읽기 쉬운 단어 선정을 해야 한다는 피드백, 관련없는 내용을 다른 내용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피드백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더 읽기 편한 글을 만들 수 있었고, 대체할 내용을 찾아보며 주제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2) 1. 마치 유럽에 온 것처럼~: 비유
2. 외국어는 얼마나 더 심하겠는가: 설의
첫댓글 무분별한 외래어와 신조어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여러 자료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미숫가루를 MSGR로, 가격은 달러로 표기 한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
언제나 대두되는 문제여서 식상할 수 있지만 카페같은 실생활을 예시로 드니 공감이 가고 흥미로웠다. 어린이나 노인의 입장에서 보는 새로운 관점을 들고와서 신기했다.
한글날때 영어쓰지않고 말하기! 라는 게임을 할때면 항상 어려웠기에 이 글을 읽고 실생활에서 외래어를 역시나 많이 쓰는구나 라고 느꼈다. 예시로 카페나 간판이 나왔는데 정말 많이 공감갔다.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에 대해 정확히 뭐가 문제일까? 약간은 회의적인 입장이였는데 글을 읽어보고 세대간 격차 문제나 언어의 실질적 효용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아니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은 줄여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