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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0일 [현대사상세미나] [토론 정리]입니다.
토론 중에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 보완이 필요하거나
발제문에 관해 미처 전하지 못한 의견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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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기 현대사상세미나 08
신재길: 현대 국제독점자본주의의 특징과 붕괴
토론자: ‘의제 자본주의’라는 이 용어가 국내에서 논의되거나 개념을 둘러싸고 논의됐던 게 있습니까?
발제자: 저는 잘 모르겠고요. 제가 몇 년 전에 의제 자본주의 관련 글을 쓴 적은 있어요. 다른 데서 논의된 건 한국에서는 잘 못 봤고요. 외국에서는 좀 있더라고요. 영국이나 미국이나 진보 세력들에서 보면 글을 쓴 게 있고요. 중국 같은 경우는 이 논의가 좀 활발한 것 같아요. 저도 이 내용의 상당 부분은 중국 자료를 참고했거든요 중국 쪽에서 보면 국제금융독점 자본주의 상의 의제 자본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는 것을 제가 확인할 수 있어요. 미국이나 이런 데서는 의제 자본에 대한 개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걸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많이 없고 현대 자본주의 구조적인 구성은 중국에서 좀 많이 논의됩니다.
토론자: 통화 제국주의라는 표현도 있죠.
발제자: 네. 통화 제국주의라는 표현도 있고 현대 제국주의론에 대해서는 기술제국주의라든지 문화제국주의라든지 통화 제국주의론 여러 가지 표현을 많이 쓰는데 통화 제국주의도 의제 자본의 핵심으로 그냥 그대로 통화 제국주의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많고요.
토론자: 아까 결론에서 말했던 것처럼 지금 이제 거의 붕괴됐다고 봐요. 그 시스템이. 미국은 그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강화하려 하고, 밸류체인을 아메리카 대륙에 구축해서 그 체계를 유지하고 싶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미 붕괴되고 있으며 화폐를 마구 찍어 어거지로 유지하는 거라고 여겨집니다. 버블이 꺼지는 순간 이 체계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게 분명히 드러날 것 같아요. 이 버블이라는 게 미국 국채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국채가 지금까지처럼 팔릴 수 있는지가 의제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더 갈 수 있느냐 하는 지표로 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발제자: 제가 시간을 명시하는 것은 위험하지요. 전에 글을 쓸 때 2024년 공황 일어날거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안 일어나서 욕을 많이 먹은 적 있습니다. 그래도 예상을 해야 준비를 할 수 있어서 예상하자면, 한 10년 정도 안에는 뭔가 일어나지 않을까, 10년 정도는 더 갈 수 있지만 그 이상 가기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구체적인 근거는 없어요.
토론자: 전에 윤소영 교수도 주로 금융 세계화 가지고 설명을 하다가 2012년 되면 이제 평균 이윤율이 이제 거의 제로 상태가 되면서 망할 것이다. 이거 예언했다가 후폭풍이 엄청 셌잖아요. 근데 그 동안에 신자유주의나 금융 세계화, 카지노 자본주의, 투기 자본주의 등의 용어들을 써왔는데, 의제 자본주의는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그 의미는 어쨌든 같다고 느껴집니다. 신자유주의가 가능했던 게 동아시아 특히 중국의 산업 시스템과 미국의 협조 체계가 가능했기 때문 아니냐 이런 식의 논의는 있었는데, 의제 자본주의라고 설명하는 것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요.
발제자: 사실은 자본론 3권에 다 나오는 얘기인데, 그렇기 때문에 카지노 자본이라든지 그런 것보다는 개념적으로 쓸 때는 의제 자본이라는 개념을 쓰는 게 저는 좀 더 합리적인 것 같아요.
토론자: 자본주의의 여러 주요 특징들이 있는데, 그것으로 현대 자본주의 전체를 표현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있을 것 같아요.
토론자: 브래턴우즈 체제가 무너진 배경은 유럽 달러 시장 성장 때문에 무너졌다고 하셨는데, 실제로는 달러의 금태환이 베트남 전쟁비용 등으로 불가능해지면서, 신용이 떨어지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금이 유출되면서, 태환제를 도저히 유지하지 못하겠다 해서 75년인가요? 닉슨이 손 들었던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사실은 경제 위기에 대한 구제 내지 전쟁 비용 등 때문에 무너진 것이지, 그런 식으로만 설명하면 오해의 염려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의 개념 문제도 사실 골치 아픕니다. 그러니까 계급 지배 억압 도구로서의 국가라는 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국가인데 거기에 여러 가지 행정적인 것이나 복지 문제나 이런 것까지 국가 개념에 집어넣는 문제 엄청난 혼란을 줄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걸 또 확장해서 국제 독점 자본과 공공성을 담보하는 국가 간의 대립 모순까지 강조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제국주의 문제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혼란을 엄청나게 줄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국제 독점 자본이 초국가적으로 형성되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그것과 개별 국가 사이에 대립 모순이 발생한다 얘기했고, 유럽에서 여러 국가를 뛰어넘는 금융자본과 미국 금융자본의 관계, 그것이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이런 얘기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지금의 미국 금융자본과 그 국제독점 자본의 관계가 혼란스럽습니다.
발제자: 금태환에 대한 말씀은 맞습니다. 그렇게 되는 내부에 국제 독점 자본의 운동의 씨앗은 이미 있었다라는 생각을 설명한 겁니다. 씨앗이 있었다 이렇게 하면 틀린 말이 아니에요. 무너진 배경이 그거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독점자본 운동의 씨앗이 유로 달러에 이미 있었고, 이러한 운동의 씨앗이 발전했다는 겁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산업자본의 과잉 생산에 의해서 이윤율이 저하되고 이 산업자본의 투자처가 자꾸 없어진 거죠. 그 유효 수요를 전쟁을 통해서 계속 창출한 거잖아요.
한국전쟁 베트남 문제. 그러다가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서 금태환을 불가능하게 한 게 실질적인 원인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걸 받아낼 수 있는 주체들이 유로 달러 속에서 형성이 됐고 그래서 그 대안으로 그다음 체계로 넘어갔다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국가론 문제인데 이것은 좀 쟁점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국가가 부르주아지의 집행위원회라고 하는 거는 한 측면만 보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만약 국가가 부르주아의 계급 지배 집행위원회의 측면만 가진다면 국가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부르주아는 한 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고 하는데,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것은 반대파도 설득해서 끌고 가는 힘이거든요. 국가가 그 힘을 해주는 것이고, 그것을 보조해 주는 게 공공성입니다. 공공성을 이렇게 담보한다. 일자리도 만들고 그다음에 경제도 성장시켜주고, 교육도 시키고, 이런 힘이니까 나를 따라라, 이런 의미의 공공성이지요. 군대도 만들어서 지켜주고, 이런 공공성이 없이는 부르주아가 노동자를 지배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단순히 착취만 한다면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없게 되고 계급 투쟁이 만연화되는 거죠. 이렇게 돼서는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사적 자본은 그 기능을 담당할 수 없고 총자본으로서의 국가가 나서서 공공성을 담보해 줌으로써, 자본의 이익을 담보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공공성은 계급지배의 국가로서 필연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순적 통일로서 이 기능이 국가에 있는데 이게 제대로 안 될 때, 국가가 총자본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사적 자본처럼 수행할 때 국가에 대한 거부가 일어나고 국가 권력에 대한 투쟁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토론자: 이때 본질이 뭐냐가 문제입니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계급지배가 공공성을 잡아먹는 거죠. 그 공공성의 계급적 성격 문제도 얘기를 해야 합니다. 교육 문제를 포함해서. 헤게모니가 관철되면서 공공성이 독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는 헤겔적인 의미에서 사회적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상위 단위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공공성의 무늬를 입는 것입니다.
토론자: 병렬적으로 그렇게 나열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본질은 계급 지배의 도구다 하는 것은 명확히 해야 하는데, 이게 단순하게 폭력만 행사하는 것은 아니고, 이데올로기적인 기능을 비롯해 여러 방식으로 지배체제를 구축해 간다는 것이지요.
토론자: 근데 발제자께서 지배도구로서의 국가라는 것과 공공성을 중요한 기능 두 가지로 병렬적으로 놓고, 활동가들이 이걸 무시한다 이렇게 얘기하기 때문에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봐요. 그 공공성의 성격 문제가 있습니다. 군대 문제, 교육 문제 등 모두 지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교육의 성격을 한번 보세요. 자본주의에 꼭 필요한 인간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잖아요. 훈련시키고, 거기에 따라서 인센티브도 주고. 적절한 지배 수단이지요. 공공성의 성격 문제도 계급성을 따지지 않으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합니다. 병렬적으로 놓아서는 절대 안 됩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잖아요.
발제자: 제가 느끼는 문제는 환원주의입니다. 그러니까 토대가 있고 현상으로 나타난다, 혹은 본질이 있고 그다음에 구체적인 걸로 나타난다는 설명은, 단순하다는 겁니다.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토론자: 그러니까 종합적으로 봐야 된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교육도 다 계급 지배 적이고 그렇다면 치안도 다 계급 지배의 치안이죠.
발제자: 근데 계급 지배의 치안이 아닌 것도 있잖아요.
토론자: 그런 것도 당연히 있죠. 그것은 국가 개념을 벗어난다는 거죠.
발제자: 현재 국가가 시행하는 정책이나 치안이나 교육이나 이런 것들에 계급으로 환원되지 않는 요소가 있지요.
토론자: 그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국가 개념을 그렇게 설정하는 순간 환원주의만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계급이 사라진 사회에도 존재해야 할 게 많이 있습니다. 관리도 해야 되고. 그런 기능이 자본주의에도 없는 게 아니고 같이 있어요. 그러나 그걸 국가라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국가는 사회과학적인 개념이잖아요.
발제자: 맑스 예를 든 거는 제 말이 아니라 맑스가 그 말을 했다는 겁니다. 맑스가 분명히 세 가지를 말했잖아요. 계급 지배 국내적으로 계급 지배 외부로 외국 침략 그다음에 공공성이라고 세 가지를 제가 얘기한 게 아니라 맑스가 얘기했다니까. 맑스는 그런 개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내가 창조한 것처럼 얘기를 하시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창조하는 게 아니라, 맑스가 쓴 개념으로 얘기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맑스의 그 세 가지 개념은 뭐가 잘못됐고 맑스가 그런 개념을 쓴 거는 잘못됐다면 얘기를 해야지 제가 설득이 돼요.
토론자: 공장법을 총자본 입장에서 만들었잖아요. 자본가 입장에서도 안 되겠다는 정도까지 갔던 거죠.
토론자: 결정적으로 2차 대전 이후에 국가 독점자본제가 되면서 복지를 국가 중심으로 하잖아요. 그것도 다 계급 지배의 일환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요. 이때 공공성의 성격은 계급 지배를 수행하는 방식이 억압과 탄압만이 아니라 헤게모니적이라는 겁니다. 공공성이라는 걸 통해서 계급 지배를 한다는 거잖아요.
토론자: 그렇죠. 그동안에 맑스주의를 밀어내는 과정에서 다원론적인 설명들이 지배적이었고, 맑스 얘기하면 환원론이라고 비하해온 역사가 있어서요. 본질을 짚으면 과장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한 측면만 부각될 수 있습니다. 맑스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들, 일종의 속임수들을 꿰뚫고 핵심을 짚었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발제자: 그 점은 놓치지 말자, 여기에는 저도 100%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글을 쓸 때 되게 조심스럽게 씁니다. 모순은 갈등이 조장되거나 위기 상황이나 이럴 때 이게 폭발한다, 이렇게 씁니다. 공공성이라는 게 계급 지배의 중요한 도구, 중요한 도구뿐만 아니라 폭력성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도구가 돼 왔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데,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봉착할 때는 피지배 계급이 국가의 공공성을 요구하게 되고, 개별 자본이 그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걸 제가 강조하다 보니까 자꾸 이렇게 되는데 그 본질에 대해서는 지금 말한 것처럼 저도 100% 동의해요.
미국의 월가하고 국제독점 자본의 관계, 이것도 좀 조심스러워요. 왜냐면 지금까지 맑스주의 제국주의를 공격한 것 중에 하나인 초제국주의론이 이 개념하고 맞닿아 있습니다. 이게 일국 차원을 넘어서는 개념이잖아요. 상당히 조심스러운 개념인 건 맞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자체에 그런 요소가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것을 개념에 꿰어맞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것을 어떻게 개념으로 파악할 것이냐 하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월가에 있는 미국 자본이 대부분 통제 불가능합니다. 애플 본사는 미국에 없어요. 그럼 이것은 아일랜드 자본이냐 미국 자본이냐. 아일랜드와 미국이 이중과세 금지협정을 맺어요. 세금이 아일랜드는 10%밖에 안 돼요. 미국은 한 30% 지금 28% 이렇게 돼요.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세금 내면 미국 자본이라고 봐야 되느냐 하는 겁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의 이재용 지분은 5%가 안 됩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것은 한 30% 정도 되고, 기관이 한 30%, 외국인도 한 30% 이상 가지고 있지요. 국민은행의 80%가 외국 자본이에요. 주식의 80%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한국 은행이 아니에요. 외환은행하고 우리은행만 한 40% 정도 됩니다. 외환은행은 국책 은행이니까 좀 덜 하고, 나머지 신한은행 등 중요한 4대 시중은행은 다 외국인 거예요. 그러면 이 자본은 한국 은행은 맞는데 한국 자본이야?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거냐. 하여튼 애플뿐만 아니라 다 국가를 뛰어넘는 자본이다 이렇게 봐야 됩니다.
그래서 초국적 자본이라는 말을 많이씁니다. 독점 자본이나 다국적 자본이라는 말도 있지요. 그것을 저는 국제독점자본이라고 개념화한 겁니다. 국제독점, 그것을 지배하는 핵심은 금융이다. 독점의 핵심은 금융이라는 것은 이미 레닌이 발견했기 때문에 뭐 더 설명 안해도 되죠.
글로벌주의라는 것은 국제 독점 자본의 이익에 맞는다는 것입니다. 미국 그 자체, 한 나라의 이익보다는 국제 독점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지요. 그걸 치고 들어가는 게 트럼프고. 국제독점 자체는 자기 손발이 없어요. 손발은 무력과 이데올로기죠. 그러니까 국제 독점 자본은 경제력은 있지만 이것을 운용할 수 있는 두 축 가운데 특히 무력이 있어야 하는데 거기에는 없는 거죠.
토론자: 약간 철지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최고 기술력 항목들이 있는데, 그중에 미국이 한 20가지가 최고고 중국이 한 반 정도 한국이 한두 개 이런 식으로 나오더구요. 최고 기술을 여전히 미국이 압도적으로 가지고 있더라고요. 자기들이 만들지는 않아도 설계하는 고급능력을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생산력이라는 측면이 취약하면 무력도 유지하기가 어려울 테고 이데올로기도 통하지 않을 겁니다. 레닌이 얘기했던 불균등발전은 여전히 핵심사안입니다. 중국 기술이 미국 기술을 압도해버리면 미국 답답해지지요. 더 크기 전에 밟아야 된다는 게 핵심이죠. 화폐 패권만 아니라 생산력의 불균등 발전과 관련해서도 패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발제자: 그것도 중요한 말씀인데, 유럽이 미국에 대적할 수 없는 결정적인 요인도 어디에 있느냐, 바로 금융 독점에 있습니다. 유럽은 정치적으로 통합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그 자금을 그쪽으로 집중하지 못하고 개별 기업이 해야 되니까 오늘의 기술 수준에서는 감당이 안 되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는 국제 독점 자본이 펀드를 조성을 해서 그것도 국가적 기재를 이용하고 그 기재를 이용해서 국제 독점 자원들이 펀드라든지 이런 자금을 활용하고, 미국이라는 국가 기재를 통해서 투하합니다.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개별 자본은 당장에 이익이 안 나기 때문에 그런 투자를 할 수 없어요. 국제 독점 자본의 본거지는 미국이라는 숙주죠.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공산당이라는 지배 권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계획해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거죠.
미국이 세계 헌병 역할을 해서 세계 질서를 잡아가려고 할 때, 국제독점 자본의 이익에 맞추어진 역할을 더 주되게 할 것이냐, 아니면 트럼프처럼 국내 산업을 살려낼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실업문제 해소와 내부 산업 기반을 재건하는 것은 단순히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 내의 두 측면을 반영한 것 아니냐, 이 두 가지가 다 현실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래도 미국의 현실적인 정책을 결정해 나가는 데 지금까지는 계속 국제독점자본의 이익에 조금 더 복무하기 위한 정책이 더 우세했다고 여겨집니다.
토론자: 의제 자본의 역할은 결국 착취로 이루어지는 이윤을 또 다시 수탈해 가는 측면이 강력한데, 여기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면서, 실질적으로 산업을 굴리자는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또 딜레마가 있습니다. 자본 입장에서 볼 때는 기본적으로 노동과의 관계가 풀기 어려운 겁니다. 고용을 늘일 때, 엄청난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미국 국가권력의 입장에서 뭘 하려고 해도 이 근본 문제는 풀 수 없을 듯합니다.
발제자: 경제적 이익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이고 안보의 문제로 이제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자본이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토론자: 밸류체인이라는 것이 설계하는 능력을 자기들이 가지고, 그에 맞는 생산은 대만에 한국에 이렇게 주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돈은 의제자본이나 이런 걸 가지고 끌어오는 구조로 갔단 말입니다.
토론자: 70년대 이후에 신자유주의 축적 전략이라는 것이 의제 자본 문제를 야기했는데, 그것이 미국 지배계급 내부의 노선 투쟁으로 나타나고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디에 강조점 두든 다 대립 구도는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해충돌이 지배계급 내부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 나타나든 아니면 딥스테이트 내부에서 있든.
발제자: 그렇죠 여러 가지 형태로 내부 대립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하고 메인 스트리트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대립구도로 산업자본이 주로 국내 산업을 얘기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것도 있고, 그다음에 실리콘 밸리하고 군수산업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어요. 실리콘밸리 같은 경우는 전 세계를 안정화시켜야지 돈을 버는 시스템이고 군수산업은 세상이 불안해야 돈을 버는 시스템인데, 이게 주기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이렇게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타협을 하죠. 시스템적으로 위기로 가면 내부에서도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현상이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갈등 구조가 심화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전에는 이렇게 심하지 않았지만, 미국 내부에서도 갈등 구조가 비타협적인 형태로까지 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이 들어요. 내전이나 특정 주들의 연방탈퇴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리적 충돌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분위기는 이미 심각하다고 여겨집니다.
독점자본들끼리의 충돌은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제국주의 국가와 제국주의 국가의 충돌로 나타났는데, 지금은 한 국가 내에서도 다른 자본가집단 사이에도 나타나고, 그다음에 국제독점자본과 국가 간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위기 상황에는 타협할 수 없는 지점들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다양하게 나타나고 그래서 새로운 모순을 얘기하고 싶었던 겁니다. 아까 초국적 독점자본과 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국가나 민족 간의 대립 형태가 표면화되고 있는데, 이를 푸틴 같은 경우에는 주권주의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국제 독점자본이 아니라 각각의 국가가 현안 정책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러우전쟁은 달러가 이겨야 끝난다 했을 때, 유럽을 공격하지만 러시아도 약화시킨다는 이중의 목표를 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성공했습니다. 유럽을 약화시키고 유럽을 누르는 것은 성공했습니다.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직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부작용으로 브릭스나 다극화가 급격히 더 진행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로화를 죽이고 달러 패권을 안정화시킨다는 데에서는 일정 정도 역할을 하는데, 그게 러시아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때 차후에 달러 패권 전체가 위험하지요. 달러 패권이라는 것은 군사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군사력이라는 건 전쟁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되는 건데, 이번 러우 전쟁에서는 미국 군사력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거죠.
그러니까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는 극우적인 현상이 훨씬 더 강화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제조업이 공동화되면서 실제로 조직된 노동자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극우화를 저지할 수 있는 실질적 힘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희망적으로 보면 아직까지 조직된 노동자들이 있고 문제가 많지만 있고 87년 이후 투쟁의 경험이 아직 있습니다. 유럽은 그 전통이 전무하거든요.
그러니까 사회주의 운동의 전통이라는 게 거의 전무하고, 거의 책상머리에서만 하는 사회주의 운동만 남아 있는데, 한국의 경우 아직 현장에 그때 경험한 사람들이 노화했지만 아직 존재한다는 거예요.
토론자: 러우전쟁도 그렇고 중동전쟁도 포함되겠지만 화폐 전쟁이 본질이며 러시아나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설명하셨는데 우리가 거꾸로 생각을 했단 말이에요. 이제는 중국도 견제를 본격적으로 해야 되겠고, 러시아 쪽으로 중국이 힘을 실어주고 있으니까, 어쨌든 러시아를 치는 것이 더 본질이고 거기에 부수적인 효과는 미국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려고 하는 독일과 프랑스 등을 이번 기회에 길들이는 것이 부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거꾸로 화폐 전쟁이 오히려 더 본질적이다, 유로 통화를 길들이는 게 더 본질적이다고 보시는군요.
발제자: 전쟁의 결과를 보면 됩니다. 이걸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1차 세계전은 제국주의 전쟁이 맞아요. 왜냐하면 제국주의 전쟁은 재분할 전쟁이고 그래서 1차 대전이 끝나면 재분할 쫙 하잖아요. 2차 대전은 제국주의 전쟁이 맞는데 재분할 전쟁이냐 저는 아니라고 봐요. 사회주의 민중 전쟁 민족 해방 전쟁이고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 전쟁이죠. 왜냐하면 2차 대전이 끝나자 사회주의권이 형성되고 민족 해방 운동이 활발하게 되면서 민족 식민지가 다 해방이 되었지, 재분할이 안 된 겁니다. 그러면 이번 전쟁은 어떠냐? 이번 전쟁의 결과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미 대충 결과가 나오거든요. 유럽이 폭망한 겁니다. 대표적으로 독일이 그렇습니다. 전쟁 나기 전과 전쟁 이후를 보면 미국과 유럽의 차이가 확 커지거든요. 이렇게 지표로 봤을 때 이번 전쟁은 분명히 유럽에 대한 타격이지, 러시아는 별 타격이 없습니다. 이건 결과론적인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설명은 안 될 수 있지만 경험상으로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토론자: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요. 결과론적으로는. 독일이 완전히 망했으니까요. 중국하고 거래도 많았는데 그게 끊어지고, 러시아산 원유도 가져왔는데 그거 끊어지고, 파이프라인도 폭파되고. 아무튼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독일이 완전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내부적으로는 그런 판단을 했을 수도 있는데 중동전쟁의 경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라크전쟁은 충분히 그랬어요. 실제로 유로화를 쓰려고 하는 산유국들이 계속 그런 노력을 했잖아요. 전체적으로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는 데에는 공감해요.
토론자: 미국 관점에서 그건 이해하겠는데, 우리나라와 관련해 동아시아에서 이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하셨고, 일본 엔화는 서브의 개념으로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지금 일본의 여러 가지 모습들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장악하려고 하는 시도들이라고 봅니다. 또 전쟁이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말씀도 하셔서 일본이 달러 기축 통화로서 달러를 위협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고 오히려 동아시아에서의 그런 패권을 자기가 가지고 달러의 서브 화폐로서의 위치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해서 한국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혁명의 가능성이 대두되는 시기라고 하셨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의제 자본이라는 것이 공공성을 훼손하면서 여러 가지 사태가 벌어지고 있잖아요. 의제 자본과 관련된 현정권의 부정한 행위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폭발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거든요. 무엇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발제자: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위상이라는 것은 미국이 힘이 약해질수록 부상하게 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이 아주 셀 때는 거의 속국처럼 이렇게 아무것도 없다가 중국이 부상하니까 일본을 키워서 중국에 대항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충분히 강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 그게 미국과 일본의 암묵적 합의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두 번째 문제는 어려운 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사실상 주체의 문제이거든요. 저는 객관적인 것은 이미 다 거의 돼왔다. 어떻게 될 것이냐는 구체적으로 예단할 수 없지만, 이미 터질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은 다 돼 있는 거죠. 이게 어떤 과정에서든 터질 때 그것을 받아낼 수 있는 주체가 있느냐가 가장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구체적인 것 말고 좀 추상적 이야기하면, 일단 거대 담론을 다시 부활해야 됩니다. 거대 담론이 있어야 주체의 사상적 중심이 형성될 수 있지요. 또 노동계급 중심의 계급투쟁의 영역이 아니라 지금처럼 대체로 소수자 권익을 위한 정세적 투쟁, 문화 투쟁에 머물러서는 안 되지요. 그것이 주류가 돼 있는 상태에서, 이것을 다시 계급투쟁의 방식으로 재정립해야 되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구체적인 경제투쟁과 정치투쟁도 해야 되지만, 사상투쟁을 다시 중심에 세워야 될 때가 된 것 같아요. 80년대에도 사실상 사상투쟁을 먼저 시작했거든요.
토론자: 비합리적 허무주의의 반동성 말씀하셨는데 이게 벨라미 포스트 이야기인가요. 어떤 얘기인지요.
발제자: 비합리주의에 대한 비판을 좀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신유물론이죠. 모든 사상적 뿌리가 허무주의다. 구체적 가치에 대한 부정으로 나가면서 좋은 말로는 다양화로 나타나는데, 사실상 가치가 없는 거거든요.
토론자: 한마디로 자본 절대주의가 제일 문제죠. 그리고 그 테두리 벗어날 생각을 안 해요.
발제자: 그러니까 자본주의 비판 엄청 시니컬하게 해요. 그런데 결론은 나보고 어쩌라고, 혁명의 가능성도 없는데. 이렇게 돼요. 결과적으로 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어떻게 개량을 좀 잘 해보자, 아니면 완전히 허무주의로 가는 체념 이 두 가지밖에 없는 거예요.
토론자: 저는 요즘 양질 전환 개념에 꽂혀 있는데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뭘 하는 경우에도 일정한 양이 돼야 뭔가 일을 만든다, 그게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그럴 때 핵심은 또 헤게모니입니다. 양적 팽창은 변질을 초래할 수 있는데, 변질이 없으려면 끊임없이 그 안에서 교육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거쳐서 헤게모니가 유지될 수 있어야 하지요. 지금은 공황기가 아니고, 따라서 혁명이 안 되니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질적 전환을 이룰 만한 양적 팽창을 이루어야 할 것 같아요.
독일어로 아르바이텐데 마세, 근로 대중이라고 번역해 왔지만, 노동자 민중 이라고 번역해도 될 것 같아요. 노동자라고 압축해도 될 것 같고요. 우리나라의 농민은 영국의 농업 자본가가 아니잖아요. 그냥 자기 몸을 갈아넣어야 되는 근로 대중에 다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통일전선 개념도 별로 필요가 없는 정도로 노동자 단결만으로도 압도적인 다수가 하나로 뭉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어서 단결을 저해하는 현실적 어려움과 타개책에 대해 좀 더 세부적으로 논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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