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발가벗고 왈츠연습
2003년 5월 7일 하루 종일 비
오늘은 전국이 장대폭우로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비도 계속 오고, 기분도 그렇고해서 숙소인 골방에 들어가서 어제처럼 박스스텝이나 연습하기로 했다. 운동을 하면 몸도 개운하고 기분도 상쾌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 골방으로 들어와서 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할 태세를 갖추었다.
어제의 경험을 분석해보면...
필라에서 연습할 때는 윗 상의는 땀으로 젖었지만 팬티는 안 젖었다.
근데, 왜 어제는 팬티가 그렇게 흠뻑 젖었는가를 생각해보니까,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상의 러닝셔츠를 벗었기 때문이었다.
얼굴과 상체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상의를 입고 있었다면 러닝셔츠에서 흡수가 되어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을 텐데, 상의를 아무것도 안 입으니까 모든 땀방울이 그대로 아래로 흘러내려서 팬티가 흠뻑 젖었다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요령을 터득해서 상의 러닝까지 안 입고 할 것 같으면...
난, 양말만 신고 내 몸에서 모든 천조각을 제거해버리고 박스베이직을 시작했다.
~~~~~~~ [경고] 이 부분부터 숙녀 회원님들이 보시고 혹시라도 글쓴이가 음탕한 의도나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오해하지 마시기 바람.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묘사하려다 보니, 어떤 미친 넘이 발가벗은 나체 상태로 댄스 연습하는 장면이 나오니까...ㅋㅋ ~~~~~~~
양말도 안 신으면 맨 발바닥으로는 장판 바닥에 발이 밀착되어 스텝연습이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양말은 신어야 했다.
그리곤 팬티도 벗고, 상의도 다 벗고 그야말로 알몸상태로 난 어제했던 것처럼 골방에서 약 1평의 공간을 치워놓고 박스베이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이상할 것 같았는데, 해보니까 무지하게 편한 게 매우 좋았다. 사실 옷을 걸치고 연습하면 땀이 나서 옷이 몸에 달라붙기도 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게 당연하니까.
난 편하고 좋았지만, 만약 이 광경을 누가 우연히 보았다면....
그렇게 발가벗고 저녁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2시간 정도(실제 연습시간은 1시간 40분 정도임. 중간에 두 번 담배 피고, 발 바꾸고. 왼발 먼저 오른발 먼저.)를 하니까 온몸의 땀이 그대로 주룩주룩 흘러내려서 장판 바닥에 연신 떨어졌다. 그걸 양말로 쭉 밀어서 닦아내고. 그러다보니 양말이 물걸레처럼 젖어 버렸다.
근데, 남성분들은 이미 이 상황이 어떤 장면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사우나 가서 샤워꼭지를 틀고 위에서부터 우리 몸에 물이 떨어지면 가슴을 타고, 배꼽을 지나, 어디를 거쳐서 앞으로 쭉 오줌 누는 것처럼 나가지 않는가.
옷을 입고 할 때는 옷에서 땀이 흡수되어 몰랐는데 발가벗고 운동을 하니까, 꼭 샤워할 때처럼 상체의 땀이 흘러내려 거기(?)를 타고, 내가 스텝을 밟는 발끝보다 몇 발짝 멀리 땀방울이 튀어 나가지 뭔가.
내 전진 스텝 발끝이 닿는 곳은 방이 좁다보니 바로 벽이어서, 내 땀은 그곳(?)에 모여서 관을 타고 벽지에 계속 튀어가서 벽을 타고 흘러 내렸다. 꼭 벽에다 일부러 오줌 싸놓은 것처럼... ㅋㅋ..
그렇게 운동을 끝내고 수도꼭지를 틀어서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서 바가지로 온몸에 끼얹으니까 기분이 매우 상쾌하고 몸도 가뿐했다.
운동을 할 때는 몰랐는데, 끝내고 생각하니 내가 생각해도 좀 우스꽝스럽고 가관인 것 같았다.
누가 봐도 난 몸이 매우 빼빼 말라서 옷을 입고 있어도 마른 체격인데, 심지어 요즘도 나무젓가락 같다느니, 살이 좀 쪄야 되겠다느니, 하는 말들을 많이 듣는 입장인데.
발가벗고 형광등 밑에서 요상한(남들이 봤다면) 발광을 했으니까, 누가 우연히 봤더라면, 그 모습이 어땠을까.
내가 그 모습을 상상해 봐도 좀 그렇다.
꼭 의과대학에 전시용으로 세워둔 인체 전신골격, 즉 해골. 아니면 만화 주인공 [졸라맨].
박스베이직 한다고 앞발 뒷발 쭉쭉 뻗는 모습이 해골이나 졸라맨이 활동하는 꼴.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이 훔쳐봤다면 웬 미친 넘이 지랄발광 하는 걸로 밖에, 변명할 방법이 없었을 게다...ㅋㅋ
옷을 입고하든 발가벗고 하든 이렇게 운동을 하고 나니까, 참으로 몸도 마음도 개운했다. 잡념도 사라져서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땀을 많이 흘렸는데도 스텝운동을 한두 시간씩 하고나면 다리나 발목이 오히려 더 시원하고 가뿐해서 좋은데, 홀딩자세를 취한 팔을 안 무너지려고 의도하니까 연습할 동안 어깻죽지가 가장 힘 들었다.
그것보다 박자 카운트하는 게 더 힘이 들었다. [완, 투우..., 쓰리..., 앤...] 이걸 끊이지 않고 연습하는 내내 하니까 입안이 마르고 무지하게 힘들었다.
오늘도 운동을 끝내고, 물을 끼얹고, 준비해둔 캔맥주 1개와 레몬 1개를 까먹으니까,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내일도 여기서 묵게 되면 또 오늘처럼 같은 방법으로 연습해야지. 양말만 신고 러닝셔츠와 팬티는 홀랑 벗어버리고... ㅋㅋ
[현장에서 연습일기 끝]
~~~~~~~ [댄사모] 댓글
Hera
ㅎㅎㅎ 아고 배꼽이야~ 떼굴떼굴~ 증말 재밌는 딴스 일기네유~ 강변마을님 머지않아 고수가 되시겠네여~~~~ 03.05.10 09:28
====== ● 2007. 1. 15 다음카페 [사즐모]에 “예전글”이란 제목으로 재탕으로 올렸던 댓글. ~~~~~~~
실크로~드 07.01.15 08:21 첫댓글
청노루님이 부동산업자,ㅎㅎ 요즘 제가 관심이 제일로 많은 전원주택 전문가군요. 노후에 살 전원주택을 찾고있는데, 지금 전국을 뒤지고 있어도 어디에 장만해야 할지..... 왜? 요즘 갈채에서는 통 뵐 수가 없네요. 저도 이제 연습 장소를 옮겼습니다.
쟁 이 07.01.15 08:41
묘지를 파다가 보면은 기가 막힌 약재가 나옵니다. 잘 간수하셧다가 요긴하게 사용 하소서.
겨울나그네 07.01.15 09:49
저의 체격이 너무 말라서 다리가 새다리여요.... 왈츠 하기가 어려운 체격이지요....님의 글을 보고 용기를 내봅니다요....ㅎㅎ
에뜨랑제 07.01.15 13:09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무쪼록 왈츠에 일가견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보라매 07.01.15 13:10
역시 남다른 열정 노력이 오늘의 님을 만들었군요. 결코 쉽지 않은 용기 박수를 보냅니다!!!
두둥실 07.01.15 14:02
히야~~~~ 거스기를 통한 땀방울이 발 스텝보다 몇 앞서서 떨어진다면......그냥 있는데도...무슨 방망이가 달렸나욤?........ㅋㅋㅋㅋㅋㅋ
미류 07.01.15 21:03
청노루님 글을 읽고 저두 박스연습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인데 힘들고 잘 않되네요... 참 대단하십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슬픈날의 왈츠 07.01.17 00:16
미류님도.....왈츠 열공할 때.......더운데 시원하게스리...... 훌러덩 벗고 추삼!
초이들꽃 07.01.15 21:14
~~ㅋㅋ 왈츠란 그토록의 많은 인내와 노력으로 많은 땀을 흘려야만 한다니.. 에공...대단하신 청노루님.... 긴 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러 갑니다... 열심히 하신보람..... 웃음으로 활짝 피어내시길 기대해봅니다..^^*~
슬픈날의 왈츠 07.01.16 00:15
슬픈 왈츠가 꼬옥 청노루님이 누구신지....디따리 궁금해서 ......꼬옥 한 번 만나보고 싶사옵니다.-- 어쩌면 발가벗고 연습을 글케 하십니깡~~ 참으로 대단하시옵니다........그 열정이면 무얼 못하리오!....단 시일내에......사즐모 최고의 고수로 자리매김 하실 것으로 사료 되옵니다.... 즐땐 하시옵소서~!........우뚝 서실날에.....슬픈왈츠랑 .....슬픈 표정으로 왈츠 한곡 땡기심이 어떨지요!...........
눈동자2 (현재:다모아) 07.01.16 22:49
청노루님의 왈츠 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왈츠 댄스가즘을 느낍니다. 얼마나 왈츠 사랑하시면 @@벗고 댄스를~~~~지금의 멋진 모습 조각 같은 왈츠 정자세가 이런 인고의 세월에서 나오나 봅니다. 다음편 꼭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