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거친 파도를 넘을 ‘검증된 선장’이 절실하다
― 사람의 향기와 혁신의 항해술을 겸비한 진짜배기 리더를 논하며
이삭빛 시인 (본명 이미영 문학박사)
국립NwSSU대학교 연구교수
전 전라북도 강사협회 회장
17세기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e)은 '인간은 그 누구도 섬이 아니다'라고 노래했다.
세상 모든 존재는 대륙의 한 조각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깊은 통찰이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교육 현실은 거친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위태로운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섬과 같다. 학교 담장 안의 배움이 세상 밖의 치열한 생존과 이어지지 못하고, 아이들의 꿈이 지역의 미래와 만나지 못한 채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낭만을 이야기하기엔 파도가 너무나 높다. 최근 발표된 지표들은 섬뜩한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해일과 지방 소멸이라는 태풍이 몰아치는, 흡사 전시(戰時)와 같은 상황이다. OECD PISA 지표는 아이들의 낮은 행복도를 가리키고, 고용정보원의 소멸위험지수는 지역 공동체의 붕괴를 예고한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우리 교육을 살릴 골든타임(Golden Time)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지금 당장 닻을 올리고 이 고립된 섬을 벗어나 대륙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거센 물결에 잠겨 영영 기회를 잃고 말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으레 ‘현장을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이 들려온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현장 경험의 가치를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한자리에 오래 머물렀다는 물리적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바꾸고 어떤 성과를 일궈냈는가 하는 성공의 밀도이다.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시스템을 혁신해 본 치열한 실행력이야말로, 위기의 파도를 넘을 수 있는 진짜 실력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북 교육에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숲 전체를 경영해 본 큰 리더십이 필요하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을 넘어, 중앙 정부와 당당히 협상해 예산을 확보하고 지역 사회의 복잡한 난제를 해결해 본 검증된 역량 말이다. 이러한 성공의 DNA를 가진 노련한 선장만이 거친 파도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안전한 항로로 이끌 수 있다.
항해에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문명사적 전환점 앞에 서 있다. 훌륭한 교사가 교실을 지킨다면, 리더는 미래의 지도를 쥐고 있어야 한다.
AI 시대가 도래할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람 냄새 나는 교육이다. 지식의 전달은 AI가 대체할 수 있지만, 공감하고 소통하며 가치를 창조하는 따뜻한 인성은 오직 사람만이 가르칠 수 있다. 차가운 디지털 기술을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녹여내는 지혜, 이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낡은 관행을 과감히 깨뜨리는 혁신 정신이 필수적이다. 교육과 지역 산업을 연결하고, 디지털 문해력과 인문학적 소양을 결합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교육 수장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변화를 주도하는 경험이 풍부한 혁신가(Innovator)여야만 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준엄한 교훈을 던진다. 1300년 전, 돌궐의 명장 톤유쿠크(Tonyukuk)는 비석에 이렇게 새겼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고, 길을 닦는 자는 흥할 것이다!’
지금 전북 교육에는 두 가지 리더십이 충돌하고 있다. 하나는 교육을 울타리 안에 가두고 순수성이라는 미명 하에 소통의 문을 닫는 고립된 리더십이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높은 성을 쌓지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닫힌 성 안의 아이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기회를 박탈당한다.
반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리더십은 길을 닦는 개척자 정신이다. 그는 학교의 담장을 허물어 지역 사회와 연결하고, 전북의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대륙을 향한 고속도로를 놓는 사람이다.
이제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우리는 소통의 문을 걸어 잠근 채, 잔잔한 호수에서 배를 띄워 봤을 뿐 정작 거친 파도 앞에서는 우왕좌왕하며 말로만 호령하는 ‘무늬만 섬지기’, 그 위태로운 초보 선장에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교육은 이 지역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뜨거운 심장이다. 심장이 멈추면 지역의 미래도 멈춘다. 그렇기에 내년 선거를 앞둔 우리의 안목은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하고 신중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교육은 단순히 정해진 답을 잘 찾는 모범생을 넘어, 거친 파도와 맞서 싸우며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모험적인 도전자를 키워내는 산실이 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인물, 말뿐인 구호가 아니라 살아온 삶으로 혁신을 증명한 그런 인물은 분명히 우리 곁에 있다.
닫힌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가, 교육이 고립된 섬이 되지 않도록, 교실의 배움이 세상의 쓰임으로 힘차게 뻗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성을 허물고 길을 내는 전북 교육호의 준비된 항해사와 함께 힘찬 출항을 시작해야 할 때다. 지금이 바로, 희망의 닻을 올릴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