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선두를 뺏기지 않고 지키려면 남모르는 방법을 개발해야 수석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나는 초등 1학년은 선두를 했으나 2학년을 건너뛰어 월반했으므로 3학년은 11등에 그쳤다. 박태문 선생님 담임이었으나 외려 이병돈 교장 선생님이 운동장 전교생 조회에서 나를 크게 칭찬해 주셨다. 월반하고도 이런 성적 올려서 반갑다는 갑자기 교장선생님 칭찬으로 일약 유명세를 탔다.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하여 옷차림도 무명이나 삼베로 만든 옷을 입고 초라하게 보낸 어린 시절이었다.
조금 남보다 우월하다고 하는 생각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똑똑했다는 이야기로 저놈은 아버지를 닮아서 훌륭한 인물이 될 거야 하는 소리가 귀에 솔깃했다.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되니 말의 씨가 된다는 격언도 내 것인 듯 착각하기도 했다. 아버지 일찍 돌아가셔서 나는 얼굴도 모르고 자랐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서당에 다니며 한문 배울 때 신동 났다는 별명도 그랬다. 선배 학동들이 천자문을 글자 가려가며 묻고 거꾸로 물어도 한결같은 대답에 놀라는 놀림 대상이었다.
초라한 차림으로 학교에 다니니 어떤 키가 큰 아이는 저런 어설픈 차림새에 재주는 어디서 나오나 하고 비꼬아도 못 들은 척하고 참았다. 지금 생각해도 볼품없게 가난에 찌든 처절한 모습이었다. 초등학교 다니면서도 방과 후 지게 지고 산에 땔나무 장만해야 하는 처지였다. 환경이 어려울수록 나는 공부의 결과만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결심을 굳히는 노력이 점차 발동했다. 세상에 믿을 것은 노력과 실천이라고 다짐하며 생각을 굳게 지키기로 했다.
수석을 지키는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공부는 복습이 아니라 예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일 배울 문항을 주위에 물어가면서 알고 있으면 선생님 마음에 꼭 들어맞는 질문도 하게 되고 관심도 사게 된다. 더 나아가 배울 내용 의문점 파악으로 미리 대답을 자기 대답으로 바꾸어 보기도 한다. 이런 공부로 4학년 담임 김규중 선생님 전체 대강 표출 내용이 내 글과 똑같은 일도 경험했다. 선생님 전체 대강 뽑는 영향을 내가 고스란히 전수하는 나의 노력 결과로 느꼈다.
복습하는 공부보다 예습하는 공부가 월등히 앞서는 공부라는 사실을 일찍 터득한 일이다. 예습하면 복습은 선생님 설명으로 충분한 공부가 되기 마련이다. 선생님도 가정에서 예습 공부를 하고 온 학생의 질문을 좋아한다. 선생님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감탄하게 되는 느낌 때문이다. 선생님도 그런 학생을 좋아하게 되고 스승과 제자 사이 교감이 두터워진다. 제자의 질문에서 이외의 기발한 내용을 발견하면 가르침의 보람을 즉석에서 느끼기 마련이다. 역시 나의 제자다운 질문이구나! 감탄사가 절로 터트려질 일이기에 말이다.
선생님은 예습 공부 열심히 하는 제자를 좋아하기 마련이다. 선생님이 몰랐던 구석 먼지도 화약 재료가 되는 일과도 통하는 제자와 만남이고 기발한 생각 유발로 청출어람 발현이기도 하다. 선생님은 지식을 주기만 하지 않고 받기도 하는 하늘 같은 화폭의 마음이 먼저 기다려 주었기에 말이다. 하늘의 화폭에 배운 마음대로 그려야 할 내용은 역시 선생님이 베풀어 준 대로 그려질 일이다. 선생님 생각은 하늘 같은 마음이기에 오늘도 파랗게 끝 모르게 펼쳤다. 7개 초등학교 학생이 참여한 중학교 입시에 수석을 차지한 것도 이런 연유였다는 생각이다. (글 : 박용 202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