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정미 시집 - 아힘, 잠깨고 나온 씨앗들
채정미 시집 - 아함,잠깨고 나온 씨앗들
작품 세계를 읽어 보아요!
즐거운 시와 노래의 메아리
남진원(시인, 문학평론가)
얘들아, 이번에 채정미 시인이 아름답고 재미있는 동시 동요집을 내었단다. 그 중에서도 동요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시인데 이번에 낸 시들은 정말 우리 친구들이 모래로 부르기에 좋은 작품들이라고 생각해.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동요를 지어 널리 불렀는데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동요 중에는 서동요와 구지가 등이 있지.
이 중 서동요는 백제의 무왕이 신라의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지어진 동요란다. 백제의 무왕은 동요 한 편으로 아름다운 신라 공주를 아내로 맞이한 걸 보면 동요의 힘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지.
또 구지가는 옛날 가락국의 사람들이 구지봉에 모여 왕을 맞이하기 위해 흙을 파며 함게 불렀다는 노래라고 해. 이처럼 재미있는 동요는 오늘날까지 계속 계속 이어져왔지! 지금도 많은 시인들이 어린이를 위해 동요를 쓰고 그 동요가 노래로 불려지고 있단다.
동요는 외형율이 있어서 음악상이 있다고 하지. 그래서 동요를 노래로 부르지 않고 소리내어 읽기만 해도 절로 흥이 나는 거 있지. 그것은 동요의 글자수가 리듬을 갖기 때문이야. 그리고 동요는 내용도 재미있고 어린이들에게 아름답고 풍부한 정서를 안겨주지.
어린이들이 작품 감상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게 하기위해서 채정미 시인의 동요 몇 편을 같이 읽으면서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단다.
댕글댕글 감 형제들
댕글댕글 감 형제들
처마 밑에 달랑달랑
비뚤 빼뚤 깎은 머리
친구들이 볼까 봐
햇살에 수줍은 척
딴청만 합니다
말랑말랑
참 맛 좋은
곶감이 될 테야
처마 밑 감형제들
사이좋게 줄을 서요
포근포근 햇살 이불
머리까지 올려 덮고
채정미 시인은 지금 강릉에 살고 계신단다. 강릉은 날씨가 따뜻하여 감이 많이 열리는 고장이지.감을 깎아 그늘에서 햇뱥을 쬐게 하면 맛있는 곶감이 된단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제일 무서웠지? 그런데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놈잉 있었거든. 그게 바로 곶감이야.
어느 날 호랑이가 배가 고파 어슬렁어슬렁 마을로 내려왔는데 아기가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어. 그래서 그 집 앞에 가서 엿들었는데 엄마가 “얘, 자 밖에 호랑이가 왔다. 뚝 그쳐라!” 하더래. 그 말을 듣고 호랑이는 ‘이집에 사는 엄마는 내가 온 줄을 알고 무척 놀라워하는군!’ 하고 생각했대. 그런데 아기가 계속 우는 거였어. 호랑이는 또 생각했지. ‘호랑이인 나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가 보군. 거 참 이상한 일이다. 모두들 나를 두려어하는데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할 적에 엄마가 이번에는 “자, 곶감이다!” 하더래. 그러자 글쎄, 아기가 울음을 뚝 그치는 거였어. 호랑이는 속으로 겁이 났어. ‘이크, 나보다 더 무서운 놈이 곶감이구나. 빨리 도망치자’. 호랑이는 그 길로 배고픈 것도 잊고 도망을 쳤다지 뭐야. 이 모습을 보고 쓴 동요기 ‘댕글댕글 감 형제들’이야.
감을 깎으면 모양이 울퉁불퉁하지. 감들은 그런 모습을 친구들이 볼까 봐 딴청을 한다고 했어. 나도 어릴 때에 잘못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딴청을 부렸거든. 이 동요를 읽으면 과거에 여러분도 잘못하고 딴청을 부린 일이 떠오를 거야. 그래서 더 친구처럼 정이가는 작품이야.
2 연에서는 햇살 이불을 덮고 사이좋게 줄ㅇㄹ 서 있다고 하였지. 감이 햇빛을 받으며 처마 밑에서 오롱조롱 매달린 모습이 눈에 들어오네.
옛날에는 형제들이 참 많았어. 어머니가 자식들을 여럿 낳아 길렀어.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추운 겨울에는 얇은 이불을 여럿이 덮고 잠을 자기도 했지. 햇살 이불을 덮고 있는 감 형제들을 그려보면, 그런 생각도 나게 해 주는 걸.
이처럼 한 편의 동요에는 읽는 사람의 아름다운 과거까지 떵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여러분은 이 동요를 읽으면서 무엇이 떠오르는지 한 번 생각해 봐. 시를 읽을 때엔 그냥 읽지 말고 생각을 하고 읽으면 한결 더 재미가 있어. 이 작품은 지난 2007년 울산 MBC 서덕출 창작 동요제에서 고운 노랫말상을 수상했거든. 자구 읽으면 재미가 더욱 솔솔 나오는 작품이지.
하늘과 바다 별 달 해 등은 사람이 억지로 만들지 않아서 ‘자연’이라고 하지. 우리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거야. 채정미 시인의 작품 <눈부시다>를 읽으면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어.
눈부시다
비 그친 다음 날은
온 세상이 환하다
차들이 만들고 간 물 웅덩이
그곳에도
비가 씻고 간 초록 잎새
그곳에도
해님이
가만히
제 얼굴을 들여다보느라
눈부시다
눈부시다
차암
눈부시게 빛난다
비 오는 날은 나도 좀 싫었어. 그러나 비가 그친 다음 날 해가 만약 났을 때 나무와 산은 너무나 맑고 깨끗한 걸 보고 기뻐했어. 이 동요는 그런 즐거움을 노래로 나타낸 거야.
차들이 만들어놓은 고요한 물웅덩이를 그려 봐. 그리고 비가 나뭇잎을 깨끗이 씻어서 나뭇잎에 묻어있는 물방울에 해님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상상해 봐. 너무 눈부시지.
차들이 물웅덩이를 만들 때엔 흙탕물이어서 기분이 나쁘고 비가 내릴 때 나뭇잎은 귀찮았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비가 그친 다음엔 해님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모두가 아름답고 눈부셔졌어. 신기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
단 풍
어,
박수를 너무 세게 쳤나 봐
손바닥이 빨개졌네!!!
가을이면 온 산이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 단풍이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단풍 구경을 가는 것을 볼 수 있어. 그때 단풍을 모고 나무 아름다워서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카메라에 사진을 자꾸 찍어 예쁜 목습을 저장하기도 하지.
위의 작품 <단풍>은 짧은 글이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어. 나뭇잎이 빨간 것을 보고 박수를 많이 쳐서 손바닥이 빨개졌다고 했어. 나도 전에 예쁜 단풍잎을 보고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아 단풍을 시로 쓰려고 했지만 ‘아기 손바닥’ 밖에는 떠오르지 않아 쓰지 못 했거든. 그런데 박수를 너무 많이 쳐서 손바닥이 뺄개졌다는 걸 읽으며 감탄했어. 얼마나 잘 표현한 말이야.
이처럼 남이 생각하지 못한 표현을 하여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주어서 자꾸 읽고 싶고 외우고 싶은 글이 되었어.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보다는 돈과 값비싼 집의 가구와 명품 옷을 좋아해. 그게 나쁜 것도 아니지. 그렇지만 자연을 돈처럼, 아니 돈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어. 그러면 환경오염도 훨씬 줄어들고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지.
채정미 시인은 자연을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있어. 그의 작품 <좋겠다>를 한 번 읽어보자.
좋겠다
좋겠다!
하루종일
바다만 바라봐도
좋겠다!
하루종일
ㅏ늘만 쳐다봐도
좋겠다
좋겠다
정말 좋겠다
바다는 지구의 7/10을 차지하고 있어 이 글을 쓰는 선생님도, 사는 곳이 채정미 시인과 같은 강릉에 살고 있어. 그래서 바다를 자주 가 보게 된단다. 바다는 잔잔할 때엔 너무도 고요하여 자장가를 누군가가 불러주는 듯하고 파도가 세게 칠 때면 마치 흰 말들이 달려오는 듯 힘이 있어. 바다는 멋진 갈매기들의 놀이터도 되고 식량창고도 되지. 그래서 바다에는 안제나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멋진 모습도 볼 수 있어.
또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어.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바다를 상상하여 아주 유명한 작품 ‘인어공주’라는 작품을 탄생시킨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지.상상과 꿈이 출렁이는 바다, 희망의 바다를 바라만 보는 것도 행복일 거야. 그래서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겠다고 한 것 같아.
그리고 하늘도 마찬가지지. 봄 하늘은 아지랑이 아물아물거려서 좋고, 여름 하늘은 짙은 노을이 물들면 황홀할 정도로 기분이 좋지. 가을 하늘은 맑고 높아서 마음조차 깨끗해지고 파란 겨울 하늘빛은 차가운 게 매력적이지.
이런 하늘을 우리는 바빠서 자주 쳐다보지 못하고 있어. 그러니 하늘만 바라볼 수 있는 것도 행복이야. 여러분도 가끔 바다와 하늘을 바라 봐. 그러면 바다의 하늘은 넓고 높은 꿈을 선물해 줄 거야.
이번에는 자연의 소중한 소리, ‘빗소리’를 쓴 동요를 읽어볼까. 도로에서 마구 달리는 자동차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어? 귀가 막 터질 것 같아. 그리고 짜증이 울렁거리도록 나지. 이런 소리는 소음공해라고 해. 사람들에게 해를 주는 것들이지. 그러나 빗방울 소리를 들어 봐. 빗방울 소리는 재미있고 기분이 좋은 걸.
빗방울 행진곡
또닥또닥
빗소리
양철지붕 밟고 와요
투명한 유리 구두
발걸음도 가볍게
또닥또닥
춤을 추며
또닥또닥 또오똑
또옥똑
빗소리
장독대에 내려요
살금살금 호기심
항아리 속 궁금해
또옥 똑
두 귀 쫑긋
동그란 귀 쫑그르
빗방울이 양철지붕을 밟으며 내려온다고 하고 그 모습을 ‘유리구두 발걸음’이라고 하였어. 또 동그란 귀를 쫑긋거리며 항아리 속을 엿듣는다고 했거든. 마치 귀여운 동물처럼 말이야. 동요를 너무 재미있게 써서 자꾸 읽어보고 싶어. 이 시를 읽으면 마치 빗소리를 듣고 있는 듯하지? 어때,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와 매연보다 훨씬 좋지.
풀잎 그네
자리자리 잠자리
벙글벙글 돌다가
자리자리 잠자리
풀잎 끝에 앉았네
출렁출렁 풀잎 그네
바람 출렁 햇살 출렁
풀잎 끝에 잠자리가 앉았을 때 바람이 살짝 불면 마치 잠자리가 풀잎 그네를 타는 것 같겠지. 그래서 풀잎 그네가 출렁이기도 하고 햇살도 출렁인다고 노래했어.
바람과 잠자리와 햇빛 등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없으면 이렇게 주옥같은 작품을 그림처럼 그려내기가 힘들어. 읽으면 읽을수록 새 맛이 나고 재미가 있는 작품이지.
아야야
달콤한 막대 사탕
입에 물고 잤더니
입속 가득 벌레들
잔치 잔치 벌였네
아야야 - 아야야 -
뭐야
내 이가 사탕인 줄 안 거야
이럴 줄 알았음
양치질하란 엄미 말씀
잘 들을 걸
아야야 - 아야야 -
뭐야
엄마 말씀 안 듣는
이 놈
혼 좀 나 봐
호통치는 건가 봐
겨울이면 제일 바쁜 곳이 치과병원이야. 아이들이 모두 이가 상하여 찾아오는 곳이지. 달콤한 사탕은 맛있지만 우리의 이를 상하게 하지. 사탕을 입에 물고 잤더니 벌레들이 잔치를 허고 있다고 하였어. 교훈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작품이잖아.
이 동요를 읽으면 이가 상한 어린이들은 이해가 갈 거야. 엄마 말씀 잘 듣고 이를 닦았으면 아무 일도 없는데 이를 닦지 않았으면 병원에 가야 하지 뭐. 이 시를 읽으면 엄마 마음을 알 수 있지.
이번에는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이 담긴 글을 볼까.
오늘만은
토닥토닥
친구하고
싸우고 돌아온 날
뻥!
대문을 발로 찼죠
화가 나서 그런 건데
속상해서 그런 건데
내 마음은 몰라주고 화만 내는 울 엄마
성적표를
받아든 날
정 〜 말
집에 오기 싫었죠
가도 가도 우리 집 나오지 않았으면
미안함에 그런 건데
부끄러워 그런 건데
왜 이렇게 늦었냐
야단치는 울 엄마
엄마, 재발 오늘만은 내 마음을 봐주세요
엄마, 제발 오늘만은 내 편이 돼 주세요
친구하고 싸우고 돌아오면 기분이 나쁘지. 그래서 대문을 뻥 차 본 것인데 엄마는 그 마음을 몰라주고 혼만 내는 거 있지. 어린이 마음을 헤아려주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재미있는 동요로 표현한 것 같아. 우리들 마음하고 똑 같기도 하네.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하여 성적이 떨어졌을 때도 집에 들어가는 게 겁나거나 속상할 때가 있었을 거야. 작품 속에 어린이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어 어린이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해.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되어 겨울이 되어도 그렇게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지내는 계절이 되었어. 그러나 선생님이 어렸을 때는 엄청 추웠거든. 엄마가 빨래를 하여도 말릴 곳이 적당하지 않아서 마당에 널어 말렸어.
그러니 너무 추우면 빨래가 마르지 않고 꽁꽁 얼어버렸지. 겨울 바람의 심술이 대단하지? 정말 빨래들이 미이라처럼 보였어. 또 빨래에 얼음이 붙은 모습이 기억난단다. 동요 <얼음 땡>은 그런 이야기를 나타낸 시란다.
미이라가 된 빨래들
겨울바람 꼬옹꽁
심술을 부렸나 봐
빨랫줄에 빨래들
미이라가 돼 버렸네
새하얀 붕대 대신
얼음 붕대 감고서
빨랫줄에 꼬옹꽁
얼음-땡 얼음-땡
동요는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재미가 있지. 글자 자체가 음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채정미 시인의 시집에는 나무를 사랑하고 별과 이야기하고 풀벌레를 아끼는 글들이 많이 실려 있어. 조용히 귀를 열고 있으면 자연이 보내주는 마음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흥겨움과 재미가 막 흘러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그건 왜일까? 채정미 시인이 쓰는 언어는 초록색 풀잎 같은 것이기 때문일 거야. 여기, 동화 속 같은 언어의 숲속 나라에는 개구리의 생각도 들어 있고 강아지의 마음도 헤아려 볼 수 있어. 또 봄바람의 소곤거림과 햇살의 반짝임, 도라지꽃의 은은함, 별들의 눈짓이 있어.
이 동요시집을 읽으면 즐거운 시와 노래의 메아리들이 자꾸 들려와 나를 기쁘게 만들어준단다. 너희들에게도 마음을 비추는 새로운 별이나 바람들이 친구하자고 손을 내밀지도 몰라. 너희도 꼭 읽어 보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