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사막지대에 사는 유목 민족 베두인족(Bedouin) 은 일곱 살 이전에는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한다. 일곱 살부터 청년기 까지는 아버지 이외의 다른 성인 남자로부터 매우 용감하고 권위적이며 호전적인 종족의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양육된다. 이는 아버지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다. 또한 이들은 아버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을 때 엄하게 다룬다. 그렇게 해야 베두인 전사들은 거친 세상에서 생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두인족은 낙타나 말을 타고 사막을 질주하며 농경민족이나 오아시스 대상들을 상대로 무소불위로 세력을 떨칠 수 있게 되었다. 임재석은 이렇게 아버지에게 양육되었다. 한 때는 자기가 입양된 아들이라고 생각 한 적도 있었다고 하니 그의 심적 고통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장밥티스트 그뤼즈(Jean-Baptiste Greuze), 《아버지의 저주》에서 나타난 분노하는 아버지와 그에 대항하는 아들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 두 아이가 아버지가 되어, 선친 연묵 (燕默)의 삶의 궤적을 이해하게 되었고 베두인 용사처럼 거칠고 황량한 모래바람 속에서 조각가로서의 길을 쉼 없이 걷게 하는 원동력임을 깨닫게 되었다. 흔히 가족은 ‘오래된 미래’ 라고 한다. 작가들이 안착하는 안식의 세계는 결국 가족이 아니겠는가? 임재석의 작품 또한 종적 사유로부터 횡적 사유로 이동하고 있다. 사회적 대립과 갈등, 지배계급의 착취와 민중의 저항, 도도한 역사의 물결 등을 추구하며 그간의 거시적 나레이션(master narrative)에서 보여준 '묵직한 어두움'이 이제는 작가 개인의 의식의 편린들로 스며드는 미시적 나레이션(micro narrative)로 나타나면서 그 무게감을 덜어내고 있는 것이다. 임재석은 이번 전시회에서 주제를 경량화하며 재질은 오히려 단단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는 알류미늄 합금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브랑쿠시 (Constantin Brancusi)처럼 입체를 강조하면서도 표면은 매끈하게 선은 간결하게 표현하려고 ‘새’ 도 간결한 기하 추상으로 변형하였다. 다만 아버지가 애지중지 보살펴온 감나무를 형상화하면서 그라인더(grinder)와 샷볼(shotball)을 이용하여 아주 ‘오래된(old)'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가슴을 오려고 조각내서 결국은 무너트리는 그라인더와 고통과 절망이 비수처럼 꽂히는 샷볼로 그 심정을 적나라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꽃피고 햇살가루 날릴 쯤 연묵갤러리(Yeomook gallery, 오산, 가장동)가 오픈을 한다.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끼며 임재석 예술의 꽃도 만개하기를 바란다. * vice verse: I love my father, vice versa. 아빠를 사랑한다, 아빠도...(바이스저사)
고일영(문화기획자)
임재석 작가는 오산초, 중, 고를 나와 현재 사)한국미술협회 오산지회 조각분과장으로 있으면서 한남대 미술교육과, 대학원, 조교, 겸임교수로 있다. 또한 오산과 대전을 오가며 작품활동에 전념하는 등 내년 가장동에 문을 열 연묵갤러리 오픈을 앞두고 있다. 오산시문학회 공란식회장의 아들이기도하면서 오산미술협회에서 몇 안 되는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산시 승격 2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을 갖기도 했다. 임재석 조각 전시회의 전시 오픈은 오는 20일 오후 5시 30분, 공주 임립미술관 B동 2F 특별전시실에서 년 1월 17일까지 열린다. 위에 적은 글은 이번 그림 전시를 위해 만든 팜플렛 안의 작품평인 고일영 문화기획자의 글을 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