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이란 무엇이며 출가란 무엇인가
【本文】
離心中愛를 是名沙門이요 不戀世俗을 是名出家니라
이심중애 시명사문 불련세속 시명출가
行者羅網은 狗被象皮요 道人戀懷는 蝟入鼠宮이니라
행자라망 구피상피 도인연회 위입서궁
【飜譯】
마음 속에 애착 떠남 사문이라 이름하고
세속을 연연 안함 출가라 이름한다.
행자가 사치함은 코끼리가죽 개가 쓴 격
도인이 연회함은 쥐구멍 든 고슴도치.
원효대사께서 무엇을 일러 사문(沙門)이라 하며 무엇을 일러 출가(出家)라 하는가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출가한 사문으로서의 자세를 일러 주시고 있습니다.
이심중애(離心中愛)를 시명사문(是名沙門)이요
불연세속(不戀世俗)을 시명출가(是名出家)니라
마음 속에 애착 떠남 사문이라 이름하고
세속을 연연 안함 출가라 이름한다.
이심중애(離心中愛)란 마음 속에 애착을 떠난다는 뜻입니다. 애(愛)는 애착을 말합니다.
물건을 탐하여 집착하는 것을 말합니다. 탐하여 집착하는 것이 마치 목마른 자가 물을 구함과 같다 하여 갈애(渴愛)라고도 합니다. 또, 애(愛)는 욕애(欲愛)라 하여 유애(有愛)라 하여 생존욕(生存欲)을 뜻하기도 합니다. 또한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애착인 비유애(非有愛)도 있습니다. 이심중애(離心中愛)란 마음 속의 이러한 애착을 떠난다는 뜻입니다.
시명출가(是名沙門)은 이것을 사문이라 이름한다는 뜻입니다. 흔히 출가한 스님을 사문이라 하는데, 사문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한 문장이라 할 것입니다. 시(是)는 대명사로 '이것은' 이라는 뜻도 되지만 '~이다'의 뜻도 있습니다. 영어의 'This is'와 같은 뜻입니다. 명(名)은 '이름한다., 일컫는다.'는 뜻입니다.
사문(沙門)이란 범어로 스라마나(śramana)라 하는데 사라마나(舍囉磨拏)ㆍ실라말나(室羅末拏)ㆍ사가만낭(沙迦懣囊)ㆍ사가마낭(沙迦摩囊)ㆍ사문나(沙門那)ㆍ사문나(沙聞那)ㆍ사문(娑門)ㆍ상문(桑門)ㆍ상문(喪門) 등으로 음사합니다.
한역으로는 수행에 힘써 노력하는 사람이란 뜻에서 근로(勤勞)ㆍ공로(功勞)ㆍ구로(劬勞)ㆍ근간(勤懇) 등으로 번역하기도 하고, 고요하고 맑은 뜻을 지닌 사람이란 뜻에서 정지(靜志)ㆍ정지(淨志) 등으로 번역하기도 합니다. 그 밖에 번뇌망상이나 악을 그치는데 노력하는 사람이란 뜻에서 식지(息止)ㆍ식심(息心)ㆍ식악(息惡)ㆍ근식(勤息)으로 번역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이런 사람들을 수도(修道)ㆍ핍도(乏道)ㆍ빈도(貧道)라고도 하였습니다.
흔히 사문(沙門)이란 출가한 스님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문은 비단 불교수행자만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부처님 당시 외도(外道)들도 사용한 말입니다. 그 배경에 대해서 약술해 볼까 합니다.
오늘날 인도문화를 창조한 민족은 인도 아리안족입니다. 이들은 본래 코카서스의 북방에 살고 있었는데 그 일부가 인도에 들어와 토착민을 정복하고 정착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토착민들은 노예계급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사성계급(四姓階級)을 형성합니다.
대략 기원전 13세기 경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도 최고의 문헌인 베다(Veda)가 형성되어 B.C 1000년까지 '베다기'를 이룹니다.
그러다가 '리그베다. 사마베다, 야주르베다와 같은 베다의 본집이 형성된 후 B.C 1000년~8백년이 되면 아리안 사회는 동방으로 옮겨지면서 유목생활에서 농경사회로 변화하여 안정된 사회를 이룹니다. 이렇게 되자 사성계급이 확립되어 제사가 세상의 모든 일을 결정하는 큰 힘을 지닌다고 믿어 신(神)에게 제사지내는 '브라만' 계급의 지위가 높아지고,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무사(武士)들이 정치를 관장하게 되는데 이들을 '크샤트리아'라 합니다. 무사ㆍ왕족계급이지요. 평민을 바이샤, 노예계급을 수드라라 합니다. 이때 베다의 본집을 설명하는 『브라흐마나』라는 문헌이 형성되어 이 시기를 '브라흐마나기'라 합니다.
B.C 8세기에서 5세기 경이 되면 은퇴한 브라만들이 숲 속에 들어가 베다의 내용을 명상하면서 인간과 우주에 대한 학문적인 탐구가 이루어지는데, 범아일여사상(梵我一如思想), 윤회사상(輪廻思想), 업설(業說), 해탈론(解脫論) 등을 담고 있는 『우파니샤드』라는 문헌이 형성됩니다. 이 시기를 '우파니샤드기'라 합니다.
B.C 5-6세기 경이 되면 문화의 중심지가 갠지스강 중류지역이 됩니다. 갠지스강 유역의 풍부한 농산물을 토대로 하여 상공업이 발달하게 되고 소도시를 중심으로 군소국가가 생기고, 군소국가는 세력이 큰 국가로 병합되면서 대국가가 형성됩니다. 부처님 당시의 대국가로는 코살라, 마가다, 아반티, 밤사 등이 4대강국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브라만 계급이 점차 권위를 잃어가고 크샤트리아 바이샤 계급이 권력과 부를 장악하게 됩니다. 전통적인 질서가 무너지고 사회가 혼란해지자 사회를 떠나 출가하는 수행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들에 의해 브라만교리에 반대하는 다양한 사상가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들을 사문(沙門)이라 불렀습니다. 이들을 다른 말로 '자유사상가'라 합니다. 부처님도 이런 시기에 출현하시게 됩니다.
이러한 사문들은 정통 브라만교의 교리가 신뢰할 수 없는 독단론이라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우파니샤드의 사상에 의하면 , 이 세계는 최초의 유일한 존재인 브라만신이 세상의 많은 것이 되려는 욕망을 일으켜, 불과 물과 영양분을 차례로 방출한 다음 그 속에 아트만의 형태로 들어가 세상의 모든 존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브라만 전변설(轉變說)'이라 합니다. 전변설에 의하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브라만이 변해서 된 것이기에 그 본질인 아트만은 브라만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이것을 범아일여(梵我一如)사상이라 합니다.
사문이라 불리는 자유사상가들은 브라만신의 존재를 부정했습니다. 브라만신이 세상으로변한 것을 어떻게 입증하느냐는 것입니다. 본 사람도 없는 브라만신의 존재를 믿을 것이 아니라 보이는 물질을 믿자는 유물론적 사고방식이 등장한 것입니다. 우후죽순으로 자유사상가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육사외도(六師外道)입니다. 육사외도에 대해서는 <상식방>을 열어 보세요. 부처님은 이러한 외도들의 사상을 비판하셨고 새로운 중도 연기법을 제창하셨던 것입니다.
사문을 설명하다 보니 많이 길어졌네요. 사문이란 말은 기존의 전통적인 사고 방식을 개혁코자 나타난 자유사상가들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점차로 이것은 불교를 수행하는 말로 자리잡아 비구와 같은 의미가 되었습니다.
사문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것을 사문의 뜻이라 하는가? 탐욕이 영원히 사라지고, 진에와 우치도 영원히 사라졌으며, 모든 번뇌가 영원히 사라진 이 경지를 가리켜 사문의 뜻이라 한다."
또 《담마파다(法句經)》에서는 "모든 악함이 고요해졌기 때문에 사문이라 한다." 하였으며 《유마경약소수유기(維摩經略疏垂裕記)》에서는 "사문은 근식(勤息)이라 한역한다. 부지런히 온갖 선을 행하고[勤修善法] 갖가지 악을 그치기[息諸惡法] 때문이다." 하였으니 사문의 뜻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원효스님은 사문이란 마음 속에 애착을 떠난 사람이라 이르셨습니다. 그러니 애착을 버리지 못한 사람은 진정한 사문이 아니라 무늬만 사문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수염과 머리털을 자른 외형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을 잘 조절하고 모든 번뇌의 뿌리를 끊은 경지에 이른 수행자라야 최상의 사문이라 한다."
하셨던 것입니다.
《법구경(法句經)》『주법품(住法品)』에 보면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습니다.
所謂沙門 소위사문 이른바 사문이라 부르는 것은
非必除髮 비필제발 머리를 깎았다고 해서 아니다.
妄語貪取 망어탐취 거짓말과 탐욕심이 가득하다면
有欲如凡 유욕여범 욕심 많은 범부와 다름 없으리.
머리를 깎았다고 해서 승복을 입었다고 해서 다 사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겉은 그럴싸한데 속으로는 번뇌망상과 탐욕으로 가득하여 거짓말로 남을 속이고, 이익을
위하여 이간질하고 헐뜯고 비방한다면 이 사람을 사문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교만하고 잘난 체 한다면 어리석은 범부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명심할 일입니다.
그러면 출가란 무엇인가 다음 구절을 보겠습니다.
불련세속(不戀世俗)을 시명출가(是名出家)니라. 출가라는 것은 세속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불련세속(不戀世俗)이란 "세속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연연하는 것은 그냥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애착심을 가지고 그리워하는 것을 말합니다. 불련(不戀)이라 했으니 그 애착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지요. 출가사문이 되어 세속을 간절히 그리워 한다면 수행이 제대로 되겠습니다까? 원효스님은 세속을 연연하지 않는 것을 출가라 정의 하셨습니다.
출가(出家)에 대해서는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서 다룬 바 있지만 여기에 출가라는 말이 나왔으니 다시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출가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출세속가(出世俗家)라 해서 세속을 떠나 입산출가(入山出家)하는 것을 말합니다.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어 형식적인 출가의 모습을 갖추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는 출번뇌가(出煩惱家)라 해서 번뇌(煩惱)의 집에서 나오는 것이니 마음이 출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록 출가의 형태를 갖추어 세속을 떠났다 해도 세속을 그리워하면 진정한 출가라 할 수 없는데 출세속가(出世俗家)하여 출번뇌가(出煩惱家)까지 하면 몸과 마음이 다함께 출가함을 말함이니 완벽한 출가라 할 것입니다.
셋째는 출삼계가(出三界家)라 해서 삼계의 집을 벗어나는 것이니 가장 참된 출세간(出世間)의 출중한 출가라 할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세 종류의 출가를 삼종출가(三種出家)라 합니다. 그런데 이 삼종출가 외에도 사종출가(四種出家)가 또 있습니다.
첫째는 신출가심불출가(身出家心不出家)라 해서 몸은 출가 하였는데 마음은 출가하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형식적으로 출가는 하였는데 마음은 세속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는 심출가신불출가(心出家身不出家)라 해서 마음은 출가하였는데 몸은 출가하지 못한 것을 말합니다. 이는 도를 구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몸이 출가하지는 못했으나 늘 불도를 구하는 이를 말합니다. 이는 바로 신심 깊은 재가불자(在家佛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재가 불자는 비록 가정과 사회생활을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도에 있는 불자입니다.
셋째는 신심구출가(身心俱出家)라 해서 몸과 마음이 다 출가한 것을 말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출가입니다.
넷째는 신심구불출가(身心俱不出家)라 해서 몸도 마음도 다 출가하지 못한 것을 말합니다.
이들은 전혀 도에 별관심이 없는 무늬만 불자인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불자라 하면서 복만을 구할 뿐 도에는 별관심이 없는데 절대다수가 이 네 번째가 아닐까 합니다. ^^
출가(出家)라는 큰 뜻을 내어 머리를 깎았으면 출번뇌출가(出煩惱出家)하고, 신심구출가(身心俱出家)해서 부지런히 선정(禪定)과 반야(般若)를 닦아 모든 번뇌를 쉬는 진정한 사문 (沙門이)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