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이재익
음력 윤3월이 든 해*에
꽃샘추위가 유독 심해서
봄꽃이 한 일주일, 한 열흘 늦어
거제도 대금산 진달래도
4월 초하루쯤이면 꽃이 한창일 텐데
아직 꽃봉오리만 생경生硬*해
꽃없는 축제 해프닝이 있었다.
초겨울 강화도 손돌의 추위*처럼
이른 봄 꽃샘추위는
시어머니 구박에 희생된 며느리의 넋인가.
어느해*, 봄엔 갑자기 더워져
목련-개나리-벚꽃-진달래
개화순서 없이 한꺼번에 만발하고,
벚꽃도 남해안과 서울이 동시 개화하였다.
그해 4월 중순에 세월호 큰 변고가 있었다.
꽃샘추위는 과거 때문에,
꽃더위는 현재 진행형인가?
추우면 기다리고 따뜻하면 피어나니
꽃은 정직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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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샘 추위는 2012년 봄, 꽃더위는 2014년 봄.
* 생경 : 익지 않아 딱딱함.
* 손돌 추위 ; 강화도로 피난하던 어느 임금이 거센 해협 물살을 보고 사공을
의심해 막무가내로 목을 벴는데, 손돌의 원혼에 의해
음력 10월 20일경 강화도에 있는 큰 바람과 추위를 이른다.
손돌의 무덤은 강화도 광성진 건너편 육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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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번 132 / 이재익 시집 << 마음의 길>>, 시선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