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와 원로목사.. 그 관계가 묘하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일 수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일 수도 있는 그런 사이. 한국교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 초 교회가 둘로 나뉘어 법적 공방까지 오고간 시온교회의 경우부터 최근 광성교회 내분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담임목사와 원로목사가 있었다.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헌신하며 섬겨온 교회에서 은퇴를 하고 추대된 원로목사, 현직에서 물러났다는 허망함에 적잖은 충격에 어느 교단이나 연금재단이 문제인만큼 교단총회에 현실적인 노후대책을 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원로목사의 목회철학에 길들여져 쉽사리 후임목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인이나 교회풍토로 후임목사가 그 자리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그리고 원로에 대한 예우부터 배려에 이르기까지 신경 써야 할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는 담임목사와 원로목사. 두 사람의 모습이 고부간의 갈등이 아니라 애틋한 부모자식간의 사랑으로 비춰질 순 없을까? < 편집자주>
예장통합총회의 헌법에는 원로목사의 경우 한 교회 20년 이상을 시무한 목사에게 그 명예를 보존하기 위하여 원로목사로 추대하는데 원로목사는 공동의회에서 투표하여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거치고 원로목사에 대한 예우는 지 교회 형편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 원로목사로 추대되면 퇴직금은 물론 사택을 비롯하여 담임목사 사례의 약 70% 이상의 대우가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명예로운 자리이긴 하지만 원로목사란 자리가 ‘상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후임 목회자를 마치 꼭두각시 같은 존재로 전락시키는 폐단을 빗댄 말이다. 실제 몇몇 교회들의 경우 평화롭던 교회가 이·취임식 이후에 분란에 휩싸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교회는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성도들과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성도들로 나뉘고 서로에 대한 명예훼손과 직무정지등의 고소장이 노회, 총회에까지 상정되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들은 담임목사의 잘못일 수도, 원로목사의 잘못일 수도, 둘다의 잘못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것이 교회를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담임목사와 원로목사간의 갈등은 원로목사폐지론이 대두되기에 이른다. 조기은퇴를 한 후 원로목사로 남지 않겠다고 선언한 김동호 목사(높은뜻 숭의교회)는 “교회는 리더십의 갈등 같은 것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후임 목사를 모셔 놓고 원로 목사님도 있는 경우, 교회의 지도자가 둘이기 때문에 리더십도 둘이 되고 그것은 교회의 분란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존중과 예절로 갈등 아닌 사랑을 내분으로 몇몇 교회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사실 담임목사와 원로목사간의 좋은 관계로 모범이 되는 교회들도 많다. 안동교회의 경우 37년을 섬기고 은퇴한 김광현 목사와 24년을 섬기고 지난해 은퇴한 김기수 목사, 현 담임목사인 김승학 목사까지 3대가 끈끈한 정을 자랑하며 함께 하고 있다. 김승학 담임목사는 이를 ?할아버지와 아버지, 손자가 한지붕 아래 오순도순 사는 모습 그대로, 3대가 함께 교회를 섬기고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니 너무 좋다”며 “우리 교회에 내려오는 좋은 전통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수 원로목사는 안동교회의 경우처럼 전임과 후임이 갈등없이 화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담임목사는 원로목사를 부모처럼 대하면 된다. 그리고 원로목사는 담임목사를 자식처럼 대해보라. 존경과 사랑, 부모와 자식간의 예절이 바로 그 일을 가능케 한 것이다. 예절은 신앙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방법이다. 우리 한국교회가 사회 윤리와 예절을 앞서서 교회의 아름다운 윤리와 예절로 사회를 감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강남중앙침례교회의 경우, 이·취임식 후 담임목사와 원로목사는 각각 강남중앙침례교회와 양수리수양관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충기 원로목사는 은퇴 후 양수리수양관 원로원장직을 맡아 주로 양수리에서 생활 하면서 양수리수양관의 목요 철야집회를 인도하는 한편 이곳저곳의 소규모 개척교회들을 찾아다니며 집회를 인도해오고 있다. 피영민 담임목사는 원로목사의 지지와 교인들의 인정을 받으며 자신의 목회철학을 교회 속에 서서히 흡수시키고 있으며 김충기 원로목사의 호를 딴 ‘영암 설교연구원’을 양수리수양관 내에 짓고 있다. 그리고 그곳을 김충기 목사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 목사들의 설교를 연구, 정리해 목회자들이 설교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고 한다. 강남중앙침례교회의 원로·담임목사는 자주 자리를 함께 하기는 하지만 원로목사는 담임목사의 목회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돕고 있으며 담임목사는 원로목사의 행로를 나름의 방식으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러나는 이, 이끌어갈 이는 어떻게 해야?? 이처럼 담임목사와 원로목사의 교회가 갈등으로 쪼개지는 것이 아닌 공존으로 더더욱 은혜로워지는 교회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원로목사의 입장에서 황대식 목사(상도교회 원로)는 “원로목사는 목회에서 은퇴했으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매서울 정도로 싹 끊어야 한다. 만약 조금씩 설교나 축도로 봉사하다보면 담임목사가 제대로 서지 못한다. 본인들이 키운 교회이지만 새로온 담임목사님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하고 대신 새로운 봉사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담임목사의 입장에서 이정익 목사(신촌교회 담임)는 “사실 후임목회자 입장에서 조그마한 간섭에도 홀로서기가 힘들다. 하지만 원로목사님이 20~30년 키워온 교회에 대한 애착을 떼기란 쉽지 않다. 후임자도 은퇴하신 분들의 흔적이나 모든 자취를 한 두해 동안 쓸어버리려 하려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 이·취임 관계는 전임의 결단도 필요하지만 후임이 도리를 지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이같은 경험을 한 원로목사들은 교회에 관여하지 않고 어렵지만 정을 떼서 후임 담임 목사를 신도들이 빨리 따르게 한다면 문제들이 자연히 해결되지 않겠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원로목사들이 공허함 대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시스템과 지금과는 다른, 신뢰할 수 있는 총회의 연금제도가 정착되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담임목사도 원로목사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교회의 특성이나 교회의 분위기를 자기의 것으로 하루아침에 바꾸려 드는 것보다 육상계주에서 바톤을 주고 받는 것처럼 시간을 가지며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끝으로 덧붙여 성도들의 행동도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물러나는 원로목사를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이후의 길을 축복하는 것. 이끌어갈 후임 담임목사는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설사 원로목사와의 목회스타일이 다르더라도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믿고 맡겨보는 것. 이것이 시련과 갈등 속에서 헤매는 교회가 아닌 곱절의 축복을 받는 교회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해주지 않을까? 김정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