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집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11월 초부터 총 3차례에 걸쳐 주민들을 강제 관람시키는 방식으로 공연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인민의 나라’가 지난달 초부터 17일까지 외국인 관광객 대상이 아닌 기업소, 동, 가내반 등 조직별 내부 관람이 총 3차례 진행됐다”면서 “이는 지난 6월 잠시 공연이 중단됐던 만큼 그동안 벌어들이지 못한 외화를 보충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지시는 지난 10월 초 중앙당에서 내렸다. 이에 관람표가 기업소 등에 일괄적으로 배당됐고, 해당 노동자들은 반강제적으로 공연을 관람해야만 했다.
여기서 관람비용은 기업소 재정과에서 일괄적으로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소에서는 노임(월급)에서 제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돈을 떼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식통은 “평양시 출입과 관련 행정적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에서 지방 주민 동원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어떻게 보면 (당국이) 평양시민은 물론 군 관련 기관까지 자금 확보계획에 활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공연이 연장되면서 주민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고충도 가중됐다고 소식통은 지적한다.
소식통은 “원래대로라면 10월 15일에 폐막돼 배경대(카드섹션)로 참여한 학생들도 정상 수업에 들어가야 했지만, 결국 한 달 더 동원되어야 했다”고 말했다. 당국의 통치자금 확보를 위해 학생들은 ‘교육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아울러 예견됐던 ‘1호 행사(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여하는 행사)’마저 진행되지 않으면서 학생 및 학부형들의 실망감도 컸다고 한다. 특히 내년 졸업(3월)생들은 ‘1호 기념사진’을 찍을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불만이 상당하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지난 1년간의 모든 수고가 완전히 사라진 느낌일 것”이라면서 “피 터지게 고생만 하고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사로잡힌 아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반응에 대해 소식통은 “배경대를 이번에 대대적으로 바꿨는데, 그럼 애들이 얼마나 고생했겠냐” “우리는 그냥 이렇게 앉아서 보는 것만도 추워 죽겠는데 애들은 얼마나 힘들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아리랑’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집단체조 공연은 2002년 4월 김일성의 탄생 90돌 및 인민군 창건 70주년을 기념하여 시작됐다. 이후 2013년까지 매년 열리다가 2014년 돌연 중단됐다.
이후 5년 만인 지난해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으로 ‘빛나는 조국’이란 제목으로 다시 공연을 재개했고, 올해엔 ‘인민의 나라’로 재탄생했다. 즉 집단체조 공연을 시기마다 새로운 내용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