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모임은 일정보다 조금 늦어진 12월 2일과 12월 3일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당신이 옳다]를 꼼꼼히 살피거나 감상을 나눌 처지가 모두 아니었으나, 우리의 대화는 내내 [당신이 옳다]는 말로 시작되었고 또 마무리가 되었지요. 서로를 짐짓 보듬기도 하였고, 서로의 어깨에 죽비를 가져다대는 시늉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모임이 끝난 시간은 12월 3일 새벽 12시 15분. 그 시각,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에게 전반 5분만에 이미 선제골을 허용한 상황이라는 허탈한 소식을 나누며, 우리는 무명선에서 나눈 말들을 주섬주섬 챙기면서 모임을 파하였습니다. 이미 '망한' 경기를 응원하러 가야하는가, 그냥 안 볼란다, 하는 싱거운 우스개 소리와 함께, 12월의 만남까지 건강히 지내자고도 하였습니다.
무명선이 헤어지고 난 뒤, 한국은 동점골과 역전골을 차례로 넣으며 승리하였고, 한국의 16강행을 결정지을 우르과이와 가나의 경기는 2:0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망한' 경기를 딛고 한국이 12년만에 16강에 진입한다는, 조금 거짓말같은, 세속의 표현을 빌리자면, '로또보다 더 어려운 가능성'이 이렇게 현실로 펼쳐졌습니다.
우리네 무명선의 삶도 어쩌면 조금 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11월이었습니다만, 그 '망함'을 딛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걷는다는 행위는, 넘어짐의 여러 양태 중 하나의 사태일 뿐임을 기억하며, 걸어갈 수 없다면, '기어서라도' 나아갑니다.
우리의 마지막을 알리는 휘슬이, 아직, 아직은, 울리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