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Q9X_MryyVIo?si=d--NHSL630TTDCP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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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적조하던 차에 문병하는 편지 잘 받았습니다.
도체(道體) 인연따라 자적하신다니 무어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요. 제(第)는 별탈없이 편안히 지냅니다.
오후(悟後)의 생애에 대하여 고인(古人)들의 숱하게 많은 언구(言句)가 있으니 혹 이르기를 한 조각 굳은 돌같이 하라 혹은 죽은 사람의 눈같이 하라 혹은 고독(蠱毒)이 있는 물을 지나가는 것과 같아서 한방울의 물도 묻혀서는 안된다 하시고 또 우리나라 보조 국사의 <진심직설(眞心直說)>의 열 가지 망령됨을 쉬는 것에 첫째 깨달아 살핌이요 둘째 쉬고 쉬는 것이요 내지 열째는 체(體)와 용(用)에서 벗어나는 것까지 요긴하고 간절하지 않은 법어(法語)가 없으나 다만 자기자신이 스스로 묘(妙)를 터득해야 하는 것이오니 이 몇 가지 법문 중에 하나를 택해서 사용하여 오래 가면 자연히 묘한 곳이 있어서 내가 수용하는 것이니 천마디 만마디가 모두 나의 일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고인(古人)이 이르기를 문으로 좇아 들어온 것은 집안의 보배가 아니라 하시니 그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수행을 하려 하면 말은 말대로 나는 나대로라 저 물 위에 기름 같아서 졸지에 절단하고 터지는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만약 실답고 쇄쇄낙낙한 경지에 이르려면 늘 한 생각 일어나기 전에 나아가 보아.
오고 보아감에 홀연히 잊어버리면 가슴속의 오색실이 자연히 끊어지리니 이와 같이 실답게 깨닫고 실답게 증득하여야 천하 사람의 혀끝을 끊는 것이라 지극히 빌 뿐입니다.
그러나 위에 말한 것도 저 눈 밝은 사람 분상(分上)에는 참으로 섣달의 부채격이라. 하하 허물이 적지 않습니다.
편지하신 대로 계획하신 것을 중지하신다면 내원암(內院庵)의 일은 참으로 아깝습니다.
운봉(雲峰)이 좋은 사람인데 다시 이러한 사람은 구하기 어렵습니다.
제(第)의 문하에는 이러한 사람이 없으니 가탄이외다.
제(第)는 내년 3~4월 사이에나 옮겨 갈른지 금년 겨울에는 이곳에서 겨울을 지낼 준비가 다 되었나이다.
아무쪼록 좋은 선원(禪院)이 되게 주선하십시오. 이만 줄입니다.
경오년 9월 13일
한암 삼가 답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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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적조하여 그립던 차에 편지를 받으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법체 평안하시며 사중(寺中)이 모두 평안하신지요. 문제(門弟)는 별탈없고 대중도 그저 평안하니 다행인가 합니다.
도홍(道洪)수좌가 신심을 내서 멀리 찾아온 것은 실로 희한한 일이나 제(弟)에게 무슨 뛰어난 방편으로 교도할 힘이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스님의 제자가 되었다면 반드시 맑은 눈을 열었으리니 내가 더 무엇을 지도하리까. 다만 믿는 힘이 견고해서 근본 원력에서 물러나지 않기를 빌 뿐입니다. 더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갑술 5월 5일
제 방 한암(漢岩) 답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