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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으로
지금은 전쟁이 한창인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이지만
봄에 내가 갔을 때만해도 너무도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었다
콜롬보에서 아부다비를 경유해 가는 아라비아 항공을 탔는데 완전 이방인처럼 되었다
이처럼 백명이 넘는 승객들중에 동양인은 나혼자뿐이었으니..
공항카운터에서 티켓을 내주면서도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편도라서 아웃티켓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나갈 때는 이집트로 배타고 갈 예정이라고했더니
그럼 선박표가 있느냐고 한다 선박표는 현지에 가서 끊을 거라고 하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급자한테 물어보고 상의하고 나서야 마지못한 듯 티켓을 발행해준다
아부다비에서 20시간 경유라 하룻밤을 자야만했다
공항근처에서 제일 저렴한 호텔인데도 70달러를 환전해야했으니 여긴 확실히 물가가 세다
산책겸 주변을 둘러보러 나왔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않고 모래바람만 날린다
중동의 첫인상치고는 너무 삭막한 풍경이다
다음날 요르단 암만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항버스를 타고 암만 다운타운에 있는 호스텔로 갔다
암만에서 첫날, 숙소에서 그리 멀지않은곳에 있는 시타텔에 가보기로한다
언덕위 높은곳에 자리잡은 옛 성채인데 너무 아침일찍왔더니 아직 문이 안열려있다
9시까지 한시간정도나 기다리고 있으려니 그사이 서양인 단체관광객들 관광버스로
엄청나게 몰려온다 한국에서 부터 미리 준비했던 요르단패스로 처음 입장했다
ETA라고 사전비자를 내야 하는데 70달러에 패스를 사면 입국비자비용에다
관광지 40여곳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시타텔은 사방으로 중동 특유의 회색빛 상자모양을한 건물들이 빼곡히 자리잡아 전망이 좋은 곳이다
언덕아래쪽에는 옛 로마원형경기장도 있는데 가까이 가보면 생각보다 규모가 큰것에 놀란다
오후에는 제라쉬라는 로마시대 유적지가 있다는 곳으로 가보기로한다
우버택시(1.7D)를 불러 북부터미널까지 갔는데 마침 미니버스가 기다리고있다
아마 사람이 차야 출발하는 모양인데 다행이 타자마자 출발
한시간정도를 달려 도착했는데 넓은 지역에 엄청난 건축물들이 여기저기 산재해있다
천천히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오후5시경까지 여유있게 둘러보고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도로에 서있던 택시기사가 하는말이 이미 버스가 끊겼다는 것이다
설마 이시간에 하고 그말을 믿을수가 없어 도로에 서서 무작정 기다려 본다
그러나 진짜인듯 현지인 아저씨 한분이 나를포함 현지인 3명을 더 모아서 택시를 타자고한다
그분이 요금까지 각자 나누어 내게 계산해서 덕분에 숙소까지 큰부담없이 잘 올 수 있었다
암만에서 가보고 싶던곳들을 하룻동안에 거의다 둘러보느라 분주한 하루였지만
첫날을 기분좋게 잘 마무리한 셈이다
암만 둘째날, 어딜갈까 하고 알아보던중 요르단 트레일이라는게 있다고 한다
요르단의 유적지를 기준으로 전국토 650km를 8개구간으로 나누어 우리네 둘레길처럼
구간별로 만들어 놓았다고 하니 흥미가 당긴다
마침 걷고 싶기도 하던참이라 유적지도 탐방하면 좋을듯해서 그중에서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4구간을 추천한다
암만에서 가깝고 19km라는데 한번 도전해 볼만하다
호스텔 매니저가 알려준대로 아침일찍 우버택시를 불러 타고 산길을 달렸다
암만 시내를 빠져나가 꽤 높아 보이는 산자락을 타고 한시간정도 달리더니
어느 조그만 유적지앞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가 4구간 시작인데 막상와보니 표지판도 안내판도 없다
요르단 트레일이란게 온라인으로만 존재하는 허상이었던 모양이고
아직 현장에는 아무것도 준비가 안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여기까지와서 그냥 돌아 가기는 그렇고 구글맵스에 마지막 포인트만
찍어놓고 방향을 잡아 걷기 시작했다
19km너머 끝나는 지점은 저멀리ㅡ산자락을 넘어 보이지도 않는다
처음엔 길을따라 한참 걷다가 보니 어느순간 내가 가야 할 방향으로 길이 없다
민가라고는 드문드문 보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산길이다보니
그냥 무작정 산넘고 개울건너 걸어야한다
그렇게 세시간이 넘게 걸었지만 채 10km나 지났을까 큰도로로 나왔을때
여기서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다행스러운건 그 도로가 마침 내가 다음일정으로 가고 싶던 사해로가는 길목이었다는 것
지나가는 차들마다 히치하이킹으로 손을 들고 서있기를 한시간째
겨우 한사람을 태우고 가던 택시가 섰다
사해 근처까지 가던 손님을 내려주고 조금 더 달려 말로만 듣던 사해에 도착했다
기사가 안내하는대로 사설 안내소에서 5JD주면 사해에 들어가 수영도 하고 나오면
물병으로 간이샤워도 할 수 있다
듣던대로 짠물은 짠물이라 내 몸이 둥둥뜬다
정말 궁금했던 짠맛도 입에 넣어보니 확실히 다르다
물속에서 나오면 소금기로 인해 온몸에 기름칠을 한것처럼 미끈거린다
암만시내로 다시 오는길엔 마운틴 네보에 들렀다
모세가 마지막으로 숨을 거둔장소라는데 의미가 있어 보이고 전망이 아주좋다
그렇게 사해를 들렀다 다시 암만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과연 택시비를 얼마나
달라고 할 것이냐가 문제였는데 도중에 택시비가 얼마냐고 몇번이나 물었지만 대답을 안한다
그러다 암만 다운타운에 와서야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르길래 한참 실랑이하다
30JD를 주고 내려버렸다
페트라를가다
셋째날, 암만의 제트버스 터미널에서 아침 6시반 페트라행 버스(12JD)를 탔다
고급형버스라더니 한시간마다 한번씩 휴게소에 쉬어간다
왕의대로라는 사막가운데로 난 고속도로를 남쪽으로 달려 10시반쯤 도착했다
입구 근처 가까운 호스텔에 숙소를 정하고 페트라에 입장했다
사실 요르단에 오기전까지는 페트라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다
그냥 요르단의 유명한 관광지 중에 하나일 것이라는 것 밖에는..
그런데 막상 여기와서 알고보니 페트라에 대한 존재감이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천년이나 전에 세워진 고대 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어 있고
세계7대 불가사의에도 포함되어 있는 꼭 가봐야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입구 안내소에 한국어 가이드 팜플랫이 있는것도 미처 알지 못하고 나올 때에사 우연히 봤다
요르단패스로 가볍게 통과하고 입구에서 한참 걸어 들어가면 신비한 계곡 입구가 나온다
두개의 산이 자연적으로 쪼개졌다는 좁은 협곡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이천년전으로의
딴세상이 열리고 페트라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한다 협곡을 따라 눈돌릴세 없이
한참 걷다보면 넓은 광장이 나오고 정면에 알카즈나라는 거대한 성전이 보인다
크기도 엄청나지만 바위를 깍아 만든 정교한 기둥이나 조각들에 압도된다
광장에 꽉차있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보고 여기가 페트라 끝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진 실컷 찍고 북쪽으로 빠져 나가면 원형극장이나 왕가의 무덤등등 수많은 유적들을 볼 수있다
나는 완쪽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 제단이 있는 산위로 올라갔는데 전망이 좋아
페트라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대사원이 있는 열주거리로 내려와서도 페트라가 끝난게 아니었다
저멀리 산위에 있는 수도원 아드디에르까지는 수많은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야한다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로 기막힌 풍경들을 눈에 담고 사진에 담으랴 바쁘기만한데
올라가는 계단도 끝이 없다
사진을 찍고 또 찍어도 지루하지가 않다 핸드폰의 밧데리가 다 나가는줄도 모를 정도로..
힘들게 올라오면 꼭대기에는 천막이 있고 세상끝 뷰포인트가 기다리고 있다
낭떨어지 바위를 넘어 불어오는 세찬바람을 피해
조그만 천막안으로 들어서면 기념품도 있고 차한잔도 마실수있다
여기까지 왔다 가려면 시간과 체력이 필요해서 적어도 5시간이상 걸리고 천천히 둘러 보려면
이틀정도는 걸려야 여유가 있을 듯 싶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여러곳을 다녀보아도 이렇듯 환상적으로 감동을 주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페트라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가는 기분으로..
유네스코에 등재 되어있고 2007년도엔 세계7대 불가사의에도 선정이 되었다하니
일생에 꼭 한번은 왔다가야 할 곳이다
나흘째, 와디럼 사막투어
페트라에서 사막보호구역인 와디럼을 가려면 택시를 타야한다
마침 호스텔 옆방에 같이 묵었던 두친구가 오후 2시에 출발하는데 같이가자는 것이다
독일서 왔다는 대학다니는 친구사이인 모양인데 비용도 셋이서 쉐어하니 잘된 셈이다
오전시간도 보낼겸 운동삼아 페트라 앞산을 올라갔는데 전망이 너무좋다
페트라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사진찍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오후2시 그친구들을 만나 택시를 타고 산위로 난 길을 달려 와디럼에 도착하니
그친구들이 예약했다는 사막숙소 주인장이 차를 가지고 마중나와있다
나는 사실 아무 준비없이 그냥 왔는데 얼떨결에 두친구를 따라 붙었다
마침 예약했다는 방갈로에 빈방이 있다길래 같이 찝차를 타고 사막속으로 10km정도를
달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방갈로에 도착했다
정말 그림처럼 모래사막 한가운데 몇채의 방갈로가 자리잡고 있다
방갈로안엔 침대도있고 화장실도 있어 천막만 둘렀을뿐 호텔방처럼 예쁘게 꾸며 놓았다
인터넷도 전혀 안되는 지역이라 모처럼 휴대폰도 아예 내려 놓았다
새소리조차 없는 조용한곳이라 바람소리만 들린다
한낮의 열기로 덥혀진 실내온도가 적당히 따뜻해서 밤에도 추운줄 모르겠다
무엇보다 침대 앞 커텐만 젖히면 황갈색 모래가 눈앞에 펼쳐지는게 너무 이색적이다
마침 석양에 물들어 가는 모래탑들이 환상적으로 펼쳐져있다
저녁시간이 되자 다들 메인 방갈로에 모였는데 꽤 넓은 실내 한가운데에 난로가 있고
빙 둘러 앉아 차를 마실 수 있게 보료들이 놓여있다
한쪽엔 뷔페식 간이 식탁도 있어 사막이래도 있을건 다 있다
드디어 사막에 어둠이 내리고 호스트인 주인장의 일장연설 끝에 각자 핸폰의 후렛쉬를 켠채로 밖으로 나왔다
나는 잘 알아듣질 못해서 무슨일? 하면서 따라 나왔더니 모래밭에 빙 둘러서더니
땅속에 묻어둔 항아리를 꺼내는 의식이 진행된다
주인장의 알아들을 수없는 주문속에 항아리 뚜겅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익힌 치킨과 음식들이 나온다
미리 불을 때서 모래로 덮어둔 모양이다
밤이 되니 바람마저 잦아들고 밤하늘에 쏟아질것 같은 별만 반짝인다
휴대폰도 꺼놓고 모처럼 문명과 동떨어진 날 오랜만에 잠도 푹 잔것 같다
다음날은 짚투어를 하는날이다
아침 해뜨기전에 나와 사막을 걸어보니 역시 아침엔 제법 쌀쌀하다
사막을 자세히보면 풀한포기도 자라지않을 것 같은 황무지임에도
조그만 야생화들이 곳곳에 피어있다
벌들도 없고 새조차 보이지 않는 사막한가운데서 어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근처에있던 바위산에 올라 드디어 오늘을 시작하는 해를 마중하며 명상을 해본다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속에서 지구가 멈춘 듯한 착각에 빠진다
9시경 조식을 간단히 먹고 트럭을 개조해서 오픈한 짚차로 사막을 달린다
모래사막 여기저기를 세시간정도 돌아 다니며 이곳저곳 체험하고 구경할 수있다
먹고 자고 짚투어까지 1박2일의 와디럼투어는 너무 특별한 경험이어서 해 볼만한 곳이다
요르단에서 이집트가기
12시경 사막투어가 끝나자마자 방갈로 주인장이 미리 예약해 놓은 택시가 기다리고있다
택시를 타고 한시간정도 달리면 아카바에 도착한다
요르단의 유일한 해변도시라고 하는데 무척 한산해 보인다
요르단사람들 바빠서 여유가 없는건지 해수욕을 좋아하지 않는지는 몰라도
현지인은 거의 없고 나이드신 어르신 서양인 단체 관광객들만 드문드문 보인다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 묵었는데 여기선 딱히 할일이없고 그냥 푹쉬면서
이집트가는 페리 티켓만 알아보면 됐다
페리회사 사무실을 찾아 갔더니 하필 토요일 오후라 문을 닫았다
일요일 아침 다시 사무실로 찾아갔더니 온라인 요금은 80달러인데 여기선 90달러를 달라고한다
알았다고 하고 밖으로 나와 온라인으로 예매를 할려고 보니 헐! 당일예매는 안되고있다
할수 없이 다시 들어가 90불에 살수밖에 없었다는 허무한 이야기..
밤에 출발하니 호텔로와서 쉬려고 카드를 댔더니 도어락이 걸려있다
아침에 나갈때 매니저한테 밤10시 배라서 6시까지 웨이팅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더니 그사이 요금을 차지할려고 도어락을 걸어둔 모양
시계를보니 12시55분이다 다행이 체크아웃타임 오후1시를 넘기 오분전 상황이라
작은 실랑이 끝에 룸에서 짐을 빼냈다
요르단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아카바에서의 별로였던 추억은 여기까지고
마침 라마단 금식기간인데다 일요일인 오늘은 레스토랑이 전부 문을 닫은것 같다
먹는 것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요르단에 꼭 한번은 와야만 할 이유는 페트라와 와이럼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페트라만큼은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와보고 싶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천년의 역사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흥미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잘 보존된 역사의 현장은 인디아나존스라는 영화의 한장면처럼 큰 감동을 안겨준다
세계 7대불가사의에 괜히 선정된게 아니라는걸 보여준다
페트라가 세계7대 불가사의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나서 생각해보니 나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어느사이에 7곳 모두를 다녀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록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혼자서 내 발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라서 웬지 모를 뿌듯함이 생긴다
옛날의 7대 불가사의는 지진등으로 대부분 소멸되어 2007년 7월7일 포르투칼의 리스본에서
새롭게 선포했다고한다 내가 다녀온 7대 불가사의는
1) 2012년에 중국의 "만리장성"을 시작으로
2) 2014년에 인도의 "타지마할"
3) 2015년에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4) 2017년 페루의 "마추피츄"
5) 2017년 브라질의 거대 "예수상"
6) 2018년 멕시코의 "체첸이사"
7) 2023년 요르단의 "페트라" 까지
첫댓글 페트라 협곡과 거대한 바위에 구조물을 만들어 살아간 인간의 지혜가 위대합니다
진짜 불가사의한 건축물이네요
개조한 지프차도 탄것 처럼 느껴지고 모래항아리속 치킨을 맛본것처럼 생생한 여행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실감나는 요르단 여행기 감사합니다.
몇년전 여행했던 추억이 살아나는 것같아 참 좋습니다.
건강하게 지내시고 속히 뵙기를 원합니다.
인디아나존스.
미이라 영화촬영지를
본것같아요.
비스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