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항상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오던 예진이가 오늘은 약속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지 않아 걱정되었습니다.
기관 밖에서 기다려야겠다 생각하고 나가던 중 예진이에게 전화가 옵니다.
알고보니 예진이의 신발끈이 예진이가 가지못하게 붙잡고 있었습니다.
"이렇게하면 끌리지 않아요!"
양 쪽 모두 신발끈이 풀려 끙끙거리며 묶던 예진이가 신발끈으로 묶지 않아도 끌리지 않는 참신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신이 납니다.
"오늘은 저번에 정했던 것을 하고, 다음 만남에 무엇을 할건지 정해보자!"
저번에 정한 활동은 예진이가 땅따먹기로 땅에 그림을 그려 뛰어놀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사실 예진이와 매일 만나서 그날그날 계획을 세워 활동을 하던 중이어서 오늘은 같이 궁리해 볼 시간을 가져볼까 했습니다.
"예진아 선생님이랑 이번 겨울 방학 가장 기억 남는 일을 했다고 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장 하고 싶은 것!
짝궁활동으로 같이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토스트! 우리 토스트 만들어 먹어요!"
같이 하면 정말 재미있을 놀이 중 하나 입니다. 만들 장소, 재료 같은 것을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요리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습니다.
복지관 식당에 예진이가 허락을 구하고 하면 어떨까 했는데 식당 자체가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이 였습니다.
"우리 만들지 못하면 그냥 사먹어요! 선생님이랑 같이 토스트 먹을래요"
같이 먹고 싶은데 마스크를 간간히 벗고 먹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일단 토스트는 보류하게 되었습니다.
숨바꼭질, 등산, 축구, 초상화 그리기, 놀이터 가기
이번 한 달 동안 하나씩 평범하고 소박하게 하지만 재미있는 나날일 것 같습니다.
"선생님 우리 지금 서로 그려줘요!"
즉흥적이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습니다.
"저는 선생님 캐릭터로 그려줘도 되요?"
예진이가 제일 잘 그리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준다고 해서 엄청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그림을 그렸을 때 예진이가 제 그림에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힐끔힐끔 서로 그림을 보다가
"아 잘못그렸다! 선생님 다시 그릴래요!"
"자꾸 얼굴이 잘 안그려져요" "그만할까..."
새로운 A4용지를 다시 주었습니다. 예진이가 열심히 그려주려고 해서 고마웠습니다.
이쁘고 근사하게 그려주기 위해서 여러 번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그리고를 반복했습니다.
"얼굴 그리기가 어려우면 얼굴을 맨 마지막에 그려보는 건 어떨까?"
예진이가 흔쾌히 좋다고 하며 그려줍니다. 예진이가 그려준 저는 발레리나 옷에 리본을 두른 사람이었습니다.
예진이가 그려준 그림과 내가 그린 예진이 초상화
예진이가 그려준 그림이 무척 귀여워서 미소짓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그림 잘 그리신다."
한껏 흥이 나 "선생님 미술에 소질 있는 거 같아?" 하니
"음..그건 아니고 미술학원 다니면 더 잘그릴거 같아요"
하며 예진이가 장난도 치고 받아주었습니다.
서로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황 속에서 모습을 상상하고 그리니 더욱 재미있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습니다.
[놀이터]
그림만 그리기 아쉬우니 놀이터로 달려갑니다. 이번엔 새로운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놀이터가 작아서 여기는 애들이 많이 안오는 곳이에요. 지금도 가면 애들 아무도 없을 걸요?"
이 근처 놀이터는 다 예진이가 꿰고 있습니다.
동네에 가고 싶은 곳,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면 다 알려주는 척척박사입니다.
놀이터에 가면서 다음 만남에 숨바꼭질을 할 곳도 정해봅니다.
숨바꼭질은 둘이 해도 재미있지만 예진이 친구 한 명과 박세경 선생님까지 초대해서 놀면 더 풍성해질 거 같아 제안해봅니다.
"좋아요! 그러면 제가 친구한테 물어보고 된다고 하면 카톡방 초대해도 좋아요?"
예진이가 친구에게 제안하고 의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박세경 선생님에게도 제안할 수 있도록 물었습니다.
"선생님이 세경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저는 친구한테 물어볼게요. 각자 한 명씩 해요!"
예진이가 주도하는 활동이니 예진이가 박세경 선생님과 친구 두 명 모두에게 제안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뜻대로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더 이상 권하기엔 억지스러워 그만두고 같이 그네를 타며 놀았습니다.
박세경 선생님과 의논하여 다시 한 번 예진이가 제안할 수 있도록 궁리를 해보았습니다.
"예진이가 부탁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지 물어보고, 예진이가 주도하는 활동이니 주도하는 예진이가 설명하는게 좋고,
함께 만나는 장소와 시간, 만나서 하는 놀이에 대해 더 잘 설명할 수 있으니
예진이가 제안하면 좋을 거 같다고 말하면서 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부탁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선생님이 예진이에게 어떻게 말을 하며 제안하면 좋을지 물어보면서
예진이가 부탁하는 글을 쓸 수 있게 하고 그를 심부름하는 형세로 선생님이 전달해주면 좋을거 같아요."
제가 혼자 고민할 때는 풀리지 않던 것이 박세경 선생님께 여쭙고 의논하니 술술 풀려나갑니다.
이렇게 제안할 수 있다는게 '유레카!'했습니다.
예진이와 짝궁활동을 하면서 예진이와 추억을 쌓기도 하고, 예진이에게 배우고 얻어가는 경험들이 많습니다.
예진이가 짝궁활동을 통해서 겨울 방학 동안 즐거운 나날이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 따뜻한 온기를 느낀 날
#2 눈이 왔어요!
첫댓글 지수 선생님과 예진이가 함께하는 평범하고 소박한 나날이, 평범하고 소박하기에 더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예진이의 눈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예진이의 작은 말과 행동에도 세심히 반응하고 있을 지수 선생님 모습이 선~해요. 예진이를 귀하게 만나주어 고마워요.
서로의 마음에 깊이 머무는 시간 속에, 사랑과 웃음이 빼곡하면 좋겠습니다.
"예진아 선생님이랑 이번 겨울 방학 가장 기억 남는 일을 했다고 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진이에게 이렇게 물었군요~~
한 달이 지나고 다시 물었을 때, 정말 예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덩달아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예진이가 저에게 부탁했어요^^)
이른 아침에 나눈 얘기였을 텐데... 이렇게 기억하고 기록했네요.. 선생님이 담아준 기록을 보며 성찰합니다.
제 생각과 말이 정답은 아니니, 예시로 생각하고 선생님의 말과 방법으로 풀어내면 좋겠어요~ 저도 말하기 전에 더 궁리하고 공부해야겠습니다. 저를 공부하게 하는 지수 선생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