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림동 공유공간에서
고학년 팀을 만났습니다.
다음번 만남 때는
그럴싸한 팀명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물론 이 또한 아이들에게
묻고 의논해서 결정해야겠지요.
오늘 활동은 이번주 목요일(13일)
저학년 2팀 동생들과 어떤 놀이 할지 고민했습니다.
어디서 할지, 어떻게 할지,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 속에는
'동생들에 대한 배려'가 1순위 였습니다.
오늘 하루 고학년 친구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
"동생들이..."일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동생들 입장에서 생각했습니다.
활동일지는 서로 작성하겠다고 손들어
모두가 작성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어디서 할까
"우리 어디서 놀까요?"
"새들놀이터는 너무 좁으니까 보라매공원으로 가요."
"선생님들은 보라매공원을 잘 모르는데..."
"저희가 잘 알아요! 거기 놀이터도 있고 소방안전체험장도 있어요."
전문가들이 기획하는 겨울놀이였습니다.
공원이라 자동차는 없을 것이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소방안전체험장 근처로 결정했습니다.
자전거가 다녀서 위험하지는 않을까
동생들이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이곳 저곳 고심하다 내린 결정입니다.
- 무엇을 할까
보라매공원에서 뭐 하며 놀지 물었습니다.
"경찰과 도둑이요! 아 얼음땡도 있다."
"저는 달팽이게임이요. 아니면 비석치기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음 수건돌리기는 어때요? 경도 하다가 힘들면 앉아서 쉴수 있게요."
아이들의 아이디어는 끊이질 않았습니다.
10개가 넘는 후보 놀이들 중
동생들이 할수 있을만한 놀이와 아닌 놀이를 구분했습니다.
아이들의 선택의 기준은
본인들의 재미보다는 동생들에게 있었습니다.
신림동 최고의 기획단이라 자부합니다!
"저희 몇 개나 하고 놀아요?"
"음 1시간 30분이니까.."
"그럼 한 3개 정도 해요!"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희서가 결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너는 무슨 놀이 제일 하고싶어?"
서연이가 희서와 하늘이에게 물었습니다.
동생들이 할 수 있는 놀이들 중
본인들이 가장 하고싶은 놀이 하나씩 넣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3가지 놀이가 정해졌습니다.
1. 이어달리기
2. 수건 돌리기
3. 경찰과 도둑 또는 얼음땡
경찰과 도둑과 얼음땡은 비슷한 놀이이기 때문에
동생들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이유 있는 미확정, 정말 멋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
모두가 다같이 노는건 힘들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맞아요. 지금 오미크론 엄청 심하대요."
"그럼 2팀으로 나눠서 노는건 어때요?"
"그럼 팀을 어떻게 나누지?"
그저 상황만 전했을 뿐인데
아이들이 또 다 하였습니다.
오늘 회의, 저희가 할 일은 없었습니다.
"고학년 저학년으로 나눠서 팀 할까?"
"그럼 너무 동생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동생들 잘 배려해서 팀 짜야하는데..."
팀 구분에서마저 배려심이 빛났습니다.
아이들의 지속되는 고민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고학년 2명이 게임마다 각각 팀장이 되는 건 어때요?"
아이들이 좋은 생각이라며
곧바로 팀장 선발전에 들어갔습니다.
- 준비물 배분
"그럼 뭘 가져와야하지?"
희서가 물었습니다.
그렇게 준비물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 이어달리기용 나무막대기
2. 수건돌리기용 수건
3. 물
4. 펜과 테이프
준비물을 누가 어떻게 가져올지도
본인들이 나서서 정했습니다.
수건은 희서가
물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여 각자 챙겨오지만
혹시 못 가져온 사람들을 위해
하늘이가 여분의 물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나무막대기는
서연이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것을 넘어
코로나 상황까지 고려하는 사려 깊은 모습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대단한 친구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동생들에게 준비물을 어떻게 알려줄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저희가 해야하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늘이가 해주었습니다.
"제가 엄마 통해서 채희랑 오윤이한테 말할게요."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면 안 되는게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현서는 오늘 감기로 못 나왔습니다.
희서가 대신 챙겨주기로 했습니다.
(현서는 희서 동생입니다.)
준비물은 물과 더불어 '생강차 열심히 마시기'.
현서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준비물이었습니다.
동생 챙기는 마음이 정말 고맙습니다.
- 규칙 정하기
준비물까지 다 정하고 나서
우리들만의 규칙을 정했습니다.
1. 게임은 게임일뿐 점수나 승패에 연연하지 말기.
2. 다치지 않게 조심히 놀기.
3. 졌다고 울거나 속상해하지 말기.
수술한 범준이를 배려해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을 넣었고
게임에서 진 팀 기분까지 고려해 '게임은 게임일뿐'이라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이보다 멋진 규칙이 어디에 있을까요.
멋진 규칙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승패에 상관없이 재밌게 놀다오고 싶습니다.
- 남은 시간 게임
회의가 끝나고 빠진건 없는지
한 번 더 체크를 했음에도
20분이 남았습니다.
"이제 뭐해요?"
"그러게요. 이제 뭐 할까요?"
"369 해요!"
"아니다 탕수육 게임해요."
영락없이 노는게 제일 좋은 아이들이었습니다.
회의할 때의 진지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장난끼 가득한 초등학생의 모습만 남았습니다.
'시장에 가면' 게임도 했습니다.
하늘이와의 접전 끝에
눈치없이 제가 이겼습니다.
눈치 좀 챙기고 다녀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밸런스게임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월 100만원
Vs 싫어하는 일 하면서 월 1000만원
아이들은 모두 전자를 고르는 모습을 보며
순수한 마음에선 좋아하는 것이 우선이구나
반성했습니다.
오늘도 이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첫댓글 동네 지리와 놀이에 있어서는 아이들이 정말 전문가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멋진 모습 생생하게 담아주시는 창균 선생님 감사합니다.
창균 선생님의 겨울놀이 활동의 매 순간을 응원합니다!
"동생들이"
가장 많이 했던말.
언니, 누나들의 동생들 생각하는 마음
고맙습니다.
많이 추워졌습니다.
아이들 감기 안 걸리게
선생님들도 아프지 않게
단단히 준비하고 놀아야겠습니다.
이번 겨울 아이들이 정말 신나게 놀겠습니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