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0년 김산 양사당기(養士堂記) 전주인 이성순(李性淳,1724~)
◾이성순(李性淳,1724~) [진1765] 字의보(懿甫). *김산군수(1788.12.~1793.4.)
<김산군읍지>1899년 간행, <국역김천역사지리지> p316 참고 김진곤 재번역
김산 양사당기(養士堂記)
김산군수 이성순(李性淳,1724~)
郡有養士堂 久廢而不修. 余莅郡初 謁郡學堂距學宮步武 而近荒毁甚且爲墟. 余愍其始立之勤 而來者不能嗣其意, 於是捐廪以相工 牮之究之 疏剗塗塓即舊架而新之. 又付民籍雇書之直 三之一取息而贍士供. 選郡子弟數十 分畨遆居 課試擧業, 盖復前規而圖永久也.
군에 양사당이 있었으나 오래되어 부수어졌으나 수리하지 못하였다. 내가 군에 부임한 초에 군의 학당과 떨어진 학궁을 배알할 때 걸어서 갔는데, 근래에 황폐해 진 것이 매우 심하여 빈터가 되어 있었다. 나는 처음 세울 때 부지런히 하였다가 후대에 그 뜻을 이어가지 못함을 민망히 여겨, 이에 창고를 덜어 장인을 돕고, 기둥을 받치고 강구하여 잡목을 베어내고 흙벽을 바르니 옛 도리가 새로워졌다. 또 민적 필사에 두었던 삼분의 일의 이자로 선비에게 제공하는 것을 도왔다. 군의 자제 수십 인을 선발하여 순번을 정해 교대로 거처하게 하고 학문의 정도를 시험하였으며, 지난 규칙을 모두 복구하여 오래도록 되기를 도의모하였다.
事粗辨 諸生請余爲記. 夫堂之剏設移建 具有前人之記 余不必贅焉, 試鮮扁堂之義 以諗夫諸生. 夫棟宇而庇風雨 養其身也, 餼廪而給饔飡 養其口也, 程督而考文藝 養其才也. 莫非養也 所以養之意奚如是足乎. 四肢之欲安佚 口之欲味 技藝之欲其精 人之情也. 梓匠輪輿 均是情也, 何厚扵士而獨之養哉
일이 대략 마련되자 제생들이 나에게 기문을 청하였다. 대저 당의 창설과 이건에 대해서는 앞 사람의 기문이 있기에 나는 덧붙일 것이 없지만, 편액을 건 뜻을 분명히 하고자 제생들에게 고한다.
대개 집을 지어 풍우를 가리는 것은 그 몸을 기르는 것이고, 창고에 쌓아두고 밥과 찬을 공급하는 것은 그 입을 기르는 것이며, 과목을 정해 문예를 궁구하는 것은 재주를 기르는 것이다. 모든 것에서 기르지 않는 것이 없으니, 소위 ‘기르는 뜻’을 어찌 여기에서 만족하리오. 사지는 편안해지고 싶고, 입은 맛난 것을 먹고 싶고, 기예는 더 정밀해지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의 정이다. 목수나 수레를 만드는 장인이나 이러한 정은 비슷할 것인데, 어찌 선비에게만 후하게 하여 기르는 것을 독차지 하겠는가.
孟子曰, 人於身也 兼所愛 兼所愛則兼所養也. 養其小者爲小人 養其大者爲大人. 諸生亦嘗讀是書矣. 有見乎此君子之所養 可知爾. 居今之世 固難以古君子所養遽期扵人 而苟使爲士者 誠知吾之見養扵人. 由吾所以自養者存 則必不肯苟事身口 甘自爲狼疾人. 人人自好而重爲非 則風俗漸可移矣. 顧豈止扵記誦詞章之治 其末而己哉. 夫然後郡不爲徒養人 士不爲虛受人之養 而庶幾無負扵剏修斯堂之意也. 諸生其勉旃. 庚戌六月 上院 郡守李性淳記.
맹자에 이르기를, “사람은 몸에 대해 사랑을 겸하고 있으니, 사랑이 있으면 기르는 것을 겸하는 것이다. 작은 것을 기르는 사람은 소인이 되고, 큰 것을 기르는 사람은 대인이 된다.”하였다. 제생들 역시 항상 이 글을 읽고 군자가 기르는 바를 보았으니 너희들도 알 것이다.
지금 세상에 살면서 옛 군자가 기르던 바를 사람들에게 갑자기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진실로 선비들에게 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사람들에게서 길러진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내 스스로 기르고 있으면, 진실로 몸과 입에 전념하는 것을 반드시 하지 않고, 달게 스스로 외골수의 사람이 된다. 사람마다 스스로 좋아하고 잘못되는 것을 중히 여기면, 풍속은 점차 옮겨질 것이다.
돌아보건대 어찌 사장으로 다스리는 것을 기억하고 외는 것에 그쳐, 그 끝자락과 몸이 되겠는가. 대저 그런 까닭에 군에서는 헛되이 기르지 않고, 선비는 헛되이 사람들이 봉양하는 것을 받지 않을 것며, 대체로 이 당을 창건하고 수리하는 뜻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재생들은 힘쓸지어다.
경술(1790년) 6월 원에 올라 군수 이성순이 기문을 짓다.
*人之於身也 兼所愛 : 《맹자》 〈고자 상(告子上)〉의 “사람이 자기의 몸에 대해서는 아끼는 것이 똑같으니, 아끼는 것이 똑같으면 기르는 것도 똑같아야 할 것이다.……[人之於身也 兼所愛 兼所愛則兼所養也……]”라는 말을 주제로 하여 논한 글이다.
*養其小者爲小人 養其大者爲大人 :《맹자》 〈고자 상〉에 “작은 것 때문에 큰 것을 해치지 말며, 천한 것 때문에 귀한 것을 해치지 말아야 하니, 작은 것을 기르는 자는 소인이고, 큰 것을 기르는 자는 대인이다.[無以小害大 無以賤害貴 養其小者爲小人 養其大者爲大人]”라고 하였고 “먼저 큰 것을 확립하면 작은 것이 빼앗지 못하니, 이렇게 하는 사람이 대인이다.[先立乎其大者 則其小者不能奪也 此爲大人而已矣]”라고 하였다. *낭질(狼疾) : 성미가 워낙 고약해서 쉽게 뉘우치지 못함을 이르는 말. *기말이기(其末而己) : 전국 시대 평원군(平原君)의 식객(食客)이었던 모수(毛遂)가 “진작에 나를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게 하였다면, 송곳 끝이 삐져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송곳 자루 전체가 튀어나왔을 것이다.[使遂早得處囊中 乃穎脫而出 非特其末見而已]”라고 하면서 자신의 재주를 과시했던 고사가 있다. 《史記 卷76 平原君列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