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0일 (화)
오늘은 D-day 전날이고, 구 선생님이 없습니다. 매일 오전 전화 드리고 만남을 기다리며 마중 나갔는데, 오늘은 전화로 안부를 전하기로 하고 301호로 내려갑니다. 구 선생님께서 좋다고 말씀해주신 알록달록 무지개색으로 꾸며진 “구 삼촌과 종이접고 놀자” 종이를 한 글자씩 프린트하고 벽을 꾸미기 위해 종이를 접습니다. 하트를 접고 대왕 종이학을 접고 선물할 가방도 접습니다. 창현 선생님과 둘이 나눠서 서로에게 맞는 일을 합니다. 키가 큰 창현 선생님은 벽 높은 곳에 글씨 종이를 붙이고 책상을 옮기고, 종이접기가 익숙한 저는 벽에 붙일 것들과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접습니다. 속도는 빠르지만, 구 선생님과의 대화와 웃음은 없습니다. 허전합니다. 창현 선생님과 이야기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이런 말들이 나옵니다.
“구 선생님이 이렇게 하라고 하셨죠?”
“네”
...
“갑자기 생각난 건데 옆에 구 선생님 계셨으면 “내가 언제요?”라고 하시면서 웃으셨을 것 같지 않아요? (웃음)”
“그러니까요. (웃음)”
두어 번 더 이런 대화가 오고 갑니다. 역시 구 선생님 없는 종이접기 교실은 팥 없는 붕어빵이 맞습니다. 구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표창도 작게 만들어 아이들의 선물로 준비합니다. 벽도 다 꾸미고 선물과 준비물을 모두 준비한 후 구 선생님께 전화를 드립니다.
“선생님 몸은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다 나으면 갈게요 약 다 먹으면 갈게요”
“선생님 꼭 오셔야 해요!”
“싫은데요? (웃음)”
아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지만 장난도 잊지 않으시는 꾸러기 구 선생님이십니다.
최유민 팀장님과 필요한 준비물을 사고, 혹시 모르니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코로나 검사를 한 번 더 합니다. 음성이 또 나왔으니 코로나 걱정이 사라져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구 선생님 없이 준비하려니 조금은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내일의 첫 번째 디데이를 잘 마무리하고, 얼른 다음 주가 되어 구 선생님을 맞이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지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