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얼리면 독성 25배 ‘쑥’...남북극 생태계까지 위협
극지연구소, 아세트아미노펜 동결 과정서 독성물질 발견
“아세트아미노펜, 하천·바다서 쉽게 발견…생태계 영향 미칠수도”
해열진통제로 많이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영하의 환경에서 독성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국내 하천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만큼 하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기태 극지연구소 저온신소재연구단 책임연구원과 김정원 한림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물에 아세트아미노펜과 아질산염을 넣고 얼렸을 때 독성화합물인 벤조퀴논이민류가 생성되는 과정을 입증했다고 2일 밝혔다. 벤조퀴논이민류는 아세트아미노펜보다 25배 높은 독성을 가진 물질이다.
흔히 해열제로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은 자연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국내 대다수 하천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이 검출되고 최근엔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북극 바닷물에서도 확인됐다. 실험에 쓰인 아질산염도 강과 호수, 바다, 토양, 대기 등 주변에서 흔하게 존재하는 질산염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아세트아미노펜과 극미량의 아질산염을 얼렸다. 그 결과 화학반응이 급격한 속도로 나타났는데, 이는 반응 과정에서 아질산이 용존 산소와 결합해 일종의 촉매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아세트아미노펜의 독성물질 생성 현상이 초고순도의 물이 아닌 북극에서 채취한 물로 실험했을 때도 동일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아질산염이 포함됐으면서 계절적 요인으로 물이 얼 수 있는 환경이라면 어디서나 독성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극지연구소는 동결농축효과를 활용해 극지방의 얼음에서 일어나는 오염 물질 축적·정화 기능을 연구 중이다. 동결농축효과는 물이 얼음으로 바뀔 때, 특정 성분들이 얼음 결정 사이로 모여 특정 성분의 농도가 수천만 배 수준으로 증가하는 현상이다. 이번 연구 결과도 동결농축효과 과정을 연구하던 중 나왔다.
김 책임연구원은 “최근 의약품 성분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남극이나 북극까지 오고 있다”며 “동결 화학반응을 거쳐 독성이 강한 물질로 변할 수 있는 만큼 후속 연구로 극지 생물에게 미칠 악영향을 진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8월호에 게재됐다.
참고자료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16/j.jhazmat.2023.131652
조선비즈 (chosun.com) 송복규 기자 입력 2023.08.02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