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전체줄거리
장돌뱅이인 허 생원은 봉평 장에서 조 선달을 따라 충춧집으로 간다. 그 곳에는 동이라는 애송이 장돌뱅이가 충춧집과 수작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그의 뺨을 때려 쫓아 버리지만, 측은해 하며 바로 화해한다. 그날 밤 세 사람은 동행하고, 허 생원은 오래 전에 물방앗간에 갔다고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나 함께 밤을 지냈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동이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고 이를 듣고 난 허생원은 동이가 자신이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충격에 개울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게 된다. 허 생원은 동이의 등에 업혀 개울을 건넌 후, 동이가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남녀 간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부자간의 정이라고 하는 두 가지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여 일생을 길 위에서 살아가는 장돌뱅이의 삶과 애환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애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소설은 토속적인 어휘 구사와 서정적이고도 낭만적인 묘사로 한극 근대 단편 소설의 백미로 평가되고 있다.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달밤의 산길을 배경으로 설정하여, 부자 상봉의 모티프를 한 폭의 수채화 속에 구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중심 구조는 허 생원과 동이 사이의 갈등과 해소에 있다. 작가는 치밀하게 계산된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구조적으로 배치하고 적절한 공간적 배경과 어휘를 구사하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순수 소설, 낭만주의 소설
성격 : 서정적, 낭만적, 사실적
배경 : 1920년대 어느 여름 낮부터 밤까지, 강원도 봉평에서 대화 장터로 이르는 길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떠돌이 삶의 애환과 육친의 정
특징
① 세련된 언어와 시적인 분위기 속에서 낭만적인 정서의 세계를 이야기함.
② 암시와 여운을 주는 결말 처리를 통해 주제를 제시함.
출전 : <조광> 1936
작품 연구실 : <메밀꽃 필 무렵>의 이중적 구성
이 작품은 두 개의 사건을 축으로 하고, 그 두 축이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는 허 생원이 회상하는 과거의 추억이고, 다른 하나는 등장인물들이 봉평 장에서 대화 장으로 옮겨 가는 과정과 관련된 현재의 사건이다. 그리고 그 축을 결합시키는 것이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달밤이라는 배경이다. 작가는 전자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유랑의 삶을 보여주고 있으며, 후자를 통해 인물 간의 혈육에 대한 애정을 부각하고 있다.
작품 연구실 : 배경의 의미와 역할
이 작품은 배경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배경 자체가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과 장소를 제시하는 본래 기능뿐만 아니라 작품의 분위기 형성과 사건의 진행, 주제 형성 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특히 달이 비치는 메밀밭과 산길의 묘사를 통해 향토적 서정이라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허 생원과 동이를 결합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작품 연구실 : <메밀꽃 필 무렵>의 서술 방식과 문체적 특성
이 작품에서는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교차하고 있다. 과거의 시간은 주로 요약적 서술 방법으로 제시되어 있고, 현재의 시간은 장면적 서술 방법으로 제시되어 있다. 허 생원의 한평생이 한두 개의 문단으로간단히 처리되느가 하면, 성 서방네 처녀와의 추억은 여러 개의 문단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허 생원의 회상과 현재의 장면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결합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달빛을 매개로 하여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함에 따라 꿈과 환상의 세계를 더듬게 되는 허 생원의 내면 세계를 부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마칳 ᅟᅡᆫ편의 시를 읽는 것처럼 서정성이 짙은 문체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느데, 특히 ‘길은 지금 산 허리에 걸려 있다.~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부분에서는 여러 감각이 뒤섞여 전이되면서 성정성이 짙은 문체적 특징이 잘 드러난다.
작품 연구실 : 허 생원과 ‘나귀’의 관계
허 생원과 ‘나귀’[는과거 재력이나 외모, 행동 양상이 흡사하여 정서적으로 동일한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나귀의 눈곱 낀 눈은 나이 든 허생원의 모습을 대변하고 강릉집 피마에게서 새끼를 본 것은 성 서방네 처녀와 인연을 맺고 동이를 얻은 것과 흡사하다. 이러한 허 생원과 나귀의밀접한 연관성을 통해 둘의 동반자적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