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99구간 (쌍문역 – 서울역 - 검암역 – 검단사거리역 – 가현산입구 – 학운산 – 수안산성 – 승마산 – 대명포구, 14km, 2024년 4월 1일) 걷기
쌍문역, 서울역, 검암역, 검단사거리역을 거쳐 향동·해병2사단 버스정류장에 내려 걸음이 시작되었다.
걷기 시작하는 중에 아버지 생각이 감각을 두드렸다. 울컥했다. 알 수 없는 아릿함이 말초 신경의 구석구석까지 지렸다. 푸른 하늘과 새싹이 돋는 풍경 속에 아버지가 비췄다. 아버지는 잘 계시겠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셔서 위로와 평안,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마음이 무척이나 여렸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셨다면 아버지의 모습은 어땠을까? 아마 아버지는 무척 힘들어하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조금만 비어도 힘들어하고 싫어하셨다. 물론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나이도 조금 많다.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며 눈을 감으셨을까.
낮은 산에는 초록의 새싹이 물들고 있었다. 띄엄띄엄 붉은 진달래는 나그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 사이를 걷는 걸음에는 가벼움과 흥겨움이 따랐다. 눈에 드는 풍경은 화창한 날씨만큼 마음을 흔들었다.
서해랑길 99 구간은 김포지역이다. 걷는 구간에 공장이 참 많았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나를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누구는 죽어라 일하는데 어떤 놈은 한가하게 걷고 있네.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공장에서 잔업하고 철야 하던 때 창가로 보이는 풍경에 그때 들었던 생각이 겹쳤다.
컨테이너, 패널로 지은 집이다. 크지 않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아마,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묶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 난방, 여름 에어컨 작동은 잘 되는지 궁금해졌다. 농사도 그렇고, 작은 공장들은 이제 외국인들이 없으면 손을 놓아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노동법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세심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노동, 노동자, 노동조합에 우호적이거나 협조적인 정권은 보이지 않았다.
평일이고 월요일이어서일까? 사람이 많지 않은 시골길 느낌이어서일까? 99구간에서 걷는 중에 만난 사람은 한 명이었다. 시골길은 쓰레기가 많다. 도로변에 일회용 컵 등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뒹굴고 있었다. 걷는 길에 쓰레기가 함께 하고 있었다. 쓰레기에 경각심도 크지 않고 행정 차원에서 치우는 일에 적극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다른 쓰레기보다 플라스틱, 비닐류 쓰레기는 적극 치웠으면 좋겠다.
리본, 화살표 등 열심히 살피며 걷는데도 꼭 몇 번은 코스를 이탈했다는 경고음에 다시금 코스를 찾게 된다. 조금만 주의력이 떨어지면 엉뚱한 길로 가게 된다. 어김없이 울리는 경고음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대명포구는 횟집 간판이 크고 화려하다. 메뉴가 다양한 색깔로 빼곡하게 쓰여있다. 대명항은 평화누리길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김포함상공원을 눈에 담고, 2층 정자에 올라 바다를 담았다. 갈매기 소리가 크다. 강화도 구간이 시작되는 100, 101, 102, 103구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일치기가 쉽지 않다. 1박 2일로 두 번에 끝내는 방안을 세워야겠다. 숙박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