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서원 자주학당 시즌4가 시작됐습니다.
시즌3후 이번엔 방학이 좀 길었어요.
날이 너무 덥기도 했고(더우면 공부도 아마 잘 안.된.다.지.요. 아.. 마.. 도... 요... 그냥 제 핑곕니다 ㅋ ㅋ ㅋ )
중간에 추석연휴가 길기도 했거든요.
몇 주 쉬는 사이에 날씨가 좀 선선해지기도 했어요.
더위가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가을이 오는가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논어>공부의 시작은 한자교실입니다.
논어 문장에 나오는 글자들을 미리 공부해보는 건데요.
이 한자가 어떻게, 왜 생기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다보면 한자가 참 재밌게 느껴집니다.
오늘 기억나는 글자는 말이을 이而 자 인데요. 말 그대로 한문문장에서 말과 말을 이어주는 글자인데
이게 원래는 수염이 길게 늘어진 모양에서 만들어졌다네요.
지금은 '수염'이라는 본래 뜻을 잃고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등 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글자인데
이런 걸 가차假借라고 한답니다.
근데 이 글자가 수염에서 나왔다고 하니까 재밌는 생각이 나더라구요.
얼굴을 그릴때 수염이 있는 사람을 그릴때면 수염까지 그리잖아요? 원래 얼굴 형태에서 얼굴이 더 이어지게 하는게 수염아닌가?
이런 엉뚱한 생각이. 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한자공부를 하고 논어공부로 들어가면 한자시간에 나왔던 한자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습니다.
자~~~ 이게 본격적으로 논어공부에 들어가볼까요?
논어5장 공야장에서 시작해서 6장 옹야편 앞부분만 조금 읽다가 시즌3가 끝났는데요.
시즌4는 7장 술이편부터 시작합니다. 왜일까~~~요???
시즌3가 끝나고 저희는 첨으로 온라인 논어워크샵을 했었거든요.
사실 시즌1, 2때는 오프라인으로 워크샵을 했었는데. 보통 워크샵에서 하는 건 진도를 쑥쑥 나간답니다.
지난 워크샵에서 옹야편 나머지 부분을 다 끝내서 시즌4에는 7장 술이편부터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
허리를 펴고 술이述而편을 술술~~(^^) 읽고 싶습니다만.... 첫날이라 그런지 술술 안읽힙니다.ㅠㅠ
살짝살짝 한글로 달린 토를 컨닝하며 읽었더랬죠^^.
7편의 첫문장은 술이부작으로 시작합니다.
굉장히 유명한 말이라고 하는데 사실 저는 논어를 읽기전에 이 말을 몰랐습니다.
새기고 익혀야 할 말들이 너무 많지만 저는 이번에 이 술이부작이라는 말이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있는그대로 할 뿐 지어내지 않는다는 말인데요.
누군가는 어디에 있는 걸 그대로 가져다 썼을 뿐이다.. 라며 표절시비에 대응하는 말로 쓰기도 한다던데. ㅠ
이게 보통 의미가 아니더라구요.
여기서 술述은 '따른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니까 공자님의 공부법은 따르는 것이었대요.
그럼 따른다는 건 뭐냐? '옛 것을 보고 자기식대로 하지 않고 따라해보려고 했다'라는 겁니다.
즉 내식대로를 버리고 믿고 따라서 해보는게 述이었어요.
그러면서 튜터이신 시성샘은 동양의 공부, 수련, 수행이 바로 이 방식이라고 하셨어요.
자기가 해왔던 방식을 버리고 비우는 것, 나에게 익숙해진 것을 내려놓고 하라는대로 따라보려는 것이 바로 공부랍니다.
아... 시성샘이 설명하는 내내 고개를 못들겠더라구요.
책에서 좋은 말을 읽고, 누군가의 좋은 말을 듣고 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대로 따라본적이 있는가 싶어졌거든요.
이건 이래서 어렵고, 이건 현실에 안맞고, 이건 당장은 아니지만 나중에 하면되고.. 이런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나는 들어봤고, 읽어봤으니 알고는 있다고 자만했던 것 같아 많이 뜨끔했습니다.
안돼, 어려워, 나한텐 안맞아 하는 핑계도 사실 익숙해진 습관에서 나오는 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변명하고 핑계대며 그대로 따라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말을 읽고, 알고 싶어한다는게 참... 욕심만 많지 공부할 마음이 없는거구나 싶었어요.
가진 것을 내려놔야 다른 것도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이 공부는 내 마음을 누르던 어떤 습관을 내려놓게 하는가
뭘 내려놓으려고 배우려고 하는가
내가 이 공부를 통해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듣고 나는 뭘 버리기 싫어서, 뭘 버리지 못해 이렇게 변명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술이편은 공자님이 자신을 낮춰 겸손히 하고 제자들과 사람들을 가르친 내용이 있다고 하니 이 질문을 계속 가지고 읽어봐야 될 것 같아요. 공부에 대한 공자님생각, 공부를 통해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 등이 들어있다고 하니까요.
논어시간엔 참 반성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수업 마지막15분 소감나누기 시간에는 다들 약간 반성모드와 자각모드가 됩니다.^^;;;
어떤 말들을 남기셨는지 공유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
최** 9:49 AM
묵이지지 마음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마음에 콕 박히네요 ㅎㅎ
박** 9:49 AM
억지로 기억하지 않아도 기억나는 말은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덕이다. 修德은 상대방이 잘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유** 9:49 AM
제 머리가 나뻐서 읽어도 매번 까먹나 하고 자책했는데 차라리 마음으로 안 와닿아서 기억이 안된다고 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권** 9:50 AM
술이부작 가득 차 있으니 우선 비우는 것 부터 시작. 하라는 대로 해보기. 이제 공부를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알았네요.
박** 9:50 AM
공부의 목적을 모르고 살았다. 인생이 편안해지는것이구나. 그냥 공부는 막연히 해야하는것인줄 알았는데. 고맙습니다. 큰 가르침입니다.
명** 9:51 AM
남을 평가하지 않기로
사** 9:51 AM
말씀하시자마자 바로 생각나는건.
배우면 마음이 편안해지겠지라고 했지 마음이 활짝펴지고 온화해지는데 마음을 두었나...
김** 9:52 AM
묵이지지, 목목하게, 성인의 말씀을 믿고 자기를 내려놓은 후에 자기와 깊이 있게 만나는 시간을 가지면 공부에 염증이 일지 않는다는 말이 남는다. 내 꼬라지를 알면 평생 공부하며 살게 되겠네요
이** 9:53 AM
마음을 어떻게 쓰는지 보는게 공부하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했던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 남이 나보다 잘되는 것이 싫었던 것이 떠오르네요..ㅠㅠ
남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덕이라고 했는데 완전 반대로 마음을 쓰고 살았네요. 에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