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이수지 작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는 짧고도 역동적인 한국 그림책 역사의 독보적인 그림책 작가입니다. 책의 구조와 물성을 바탕으로 한 이수지의 글 없는 그림책들은....독자들과 창작자들을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생산에 동참시킵니다."
펄펄 나는 이야기가 납작하게 담겨 있는 주머니가 책이 아니던가?
허구의 공간을 열어 기꺼이, 그것이 가짜인 줄 알면서도 그 세계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이,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세상에 뛰어들 때 비로소 이야기는 살아 움직이고 독자들은 그안에서 꿈을 꿉니다. 이수지 작가는 종이의 펼침면을 통해 경계를 나누고, 무대를 통해 환상과 실재의 세계를 가릅니다. 이렇게 종횡무진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뛰노는 작가의 상상력이 이번 전시를 통해 한껏 발휘되고 있습니다.
전시장 1층은 "옛날옛적에"
이수지 작가가 관심을 갖고 작품의 원천으로 삼는 우리 옛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책들은 여러 그림책 작가들이 함께하고 있는 '바캉스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되었고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흰토끼프레스'에서 출간된 것들입니다.
<반대말 백자> <심청> <어찌 칭찬하지 않으리> <고개 넘어 고개> <그늘을 산 총각> 등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져있습니다.
2층에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여름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네 개의 책상"은 이수지 작가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네 개의 주제로 꾸민 전시입니다.
'작업실' '책,이수지의 이상한 나라' '이수지의 어린이' '엄마들은 어떻게 작업하는가' 라는 주제를 통해 작가로서의 삶과 치열한 작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수지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그림책인 "여름이 온다"가 전시장을 가득 채웁니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테마로 만든 그림책인데요.
역시 루시드 폴의 노래로 만들어진 그림책 "물이 되는 꿈"과 어울려 시원한 파랑이 전시장을 메우고 비발디 음악이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내내 흘러 나옵니다.
그리고 무대....
회화와 북아트를 공부한 이수지 작가는 종이책의 물성에 집중하고,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무대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독자들은 그림자극을 통해 작가와 이야기를 함께 만들고, 무대 위와 무대 밖이 나뉘지 않으며, 작가와 독자가 따로가 아니라 하나인 이수지 그림책 세상에서 맘껏 뛰놀 수 있습니다.
이수지 작가의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특별하고 뜻깊습니다.
한 번 꼭 다녀오시길요.
먼저 다녀온 제가 영상으로 살짝 스케치해보았습니다.
https://youtu.be/6p1E19bboUQ?si=-BT75YQdGjn3skH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