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4일
만투아에 네번째 정수기를 설치하다
피나르의 서북쪽에 위치한 Mantua는 구아네를 거쳐서 가는 곳으로, 트럭을 개조한 버스로 가면 약 3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그곳은 거리가 멀고 돌아오는 차량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시 숙소로 돌아오려면 일찍 서둘러야 합니다.
세번째 방문이었을 겁니다.
돌아오는 차량이 없어서 교회에서 홀로 잠을 잔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만투아에 가기 위해 아침 7시 반부터 터미널에서 기다렸다가 8시 반에 탑승을 하였고, 중간 지점인 구아네를 통과해서 종점에 도착해보니 12시 가까이 되었습니다.
교회에 가보니 내부와 외부 모두 대공사 중이었고, 우리 일행은 다시 임시로 예배를 드리는 성도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곳 임시 예배처에 일단 정수기를 설치하고, 교회 공사가 마무리되면 다시 이전 설치를 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만투아까지 타고 갔던 트럭 버스입니다>
<교회는 내부와 외부 모두 완전히 탈바꿈을 하고 있었습니다>
네번째 설치를 하는 Yusley는 숙련된 솜씨로 정수기를 조립하기 시작했고 저도 옆에서 거들어 주고 있는데, 쥬슬레이가 신이 난 까닭인지 힘을 너무 주는 바람에 연결 부품이 부러져 버렸습니다.
구아네 교회에서 설치할 때 철물점에서 똑같은 부품을 찾은 경험이 있기에 이 곳에서도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철물점에 가보니 부품이 없어 구입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부러진 부품을 드릴로 갈아서 다른 부품을 끼워 넣는 방법을 사용하여 정수기 설치는 무사히 완료되었습니다.
<성도의 집을 임시 예배 처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설치가 끝난 후 의약품과 학용품, 헌금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 때문에 약 1시간 반 정도가 더 소요되었고, 시간이 꽤 흘러 숙소로 돌아갈 차량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때 저는 작년에 이곳에서 개인 승용차로 영업을 하던 치과의사를 기억하고 그에게 전화를 하여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차는 고장이 나서 이용을 할 수 없었고, 그가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해 주어서 다행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다소 비싼 운임을 지불한 예상 밖의 지출이었지만, 그래도 먼 곳에 가서 정수기 설치를 완료하고 작업에 참여한 4명이 모두 무사히 귀가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2025년 1월 25일
총 소리와 대포 소리에 놀라다
어제 만투아 방문을 끝으로 정수기 4대는 모두 계획대로 설치가 끝났고, 가정교회 두 군데의 방문 일정만이 공식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먼 곳의 교회 한 군데와 시내 가까운 곳의 교회 한 군데를 더 방문해 볼 계획입니다.
오늘은 일정이 없는 토요일이고, 어제 만투아를 긴장하며 다녀 온 탓에 아침 늦게까지 숙면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자꾸 어디선가 쿵쿵거리며 무거운 철제 가구를 옮기는 소리가 납니다.
지난 주부터 옆집에서 공사를 하고 있기에 ‘옆집에서 나는 소리인가’했는데, 갑자기 수백발의 총소리가 지척에서 들립니다.
너무 놀라서 문 밖으로 튀어 나가보니 이곳 숙소의 가정부, 직원, 숙박객들과 지나가던 행인까지 모두 모여 놀란 표정으로 이리저리 상황을 파악해 봅니다.
저는 ‘아~ 미국하고 전쟁이 났다 보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더니 곧 바로 전쟁이 났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들과 옥상에 올라가 총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염려와는 달리 별다른 징후는 보이지 않습니다.
가정부가 옆집에 있는 아주머니와 큰소리로 무슨 대화를 하더니 이내 표정이 밝아집니다.
지금 저 총소리와 대포 소리는 훈련이라고 합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방으로 돌아와 아내를 안심시키는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어떻게 도심 부근에서 아무 예고 없이 총과 포를 쏘며 대규모 훈련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사회주의 국가 쿠바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고, 그런 상황들이 늘 가능한다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를 허탈한 감정마저 느꼈습니다.
<오늘 저녁은 특별히 쌈장으로 만든 된장국과 닭도리탕을 먹어 봅니다>
<전쟁인 줄 알았던 공포의 아침과는 대조적으로 평안한 저녁 시간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