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0일 열리는 '부산 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뛸 참가자들이 성지곡 수원지 인근 산길에서 주로 답사 겸 사전 연습을 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자신의 몸을 극한상황까지 몰아 넣은 뒤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짜릿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거친 바다도, 울퉁불퉁한 산길도, 까마득한 높이의 산도 이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능력과 의지를 타진해볼 수 있는 '도전의 장'일뿐.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곳이라면 천리 먼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멀리 땅끝마을 해남에서부터 부산 태종대, 경기도 강화,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등 이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더 사나운 바다와 더 먼 길, 더 가파른 산을 찾는 이들에게 과연 한계라는 단어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극한을 찾아 헤매는 이들의 욕망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사람들이 스스로 혹사를 통해 얻는 건 뭘까. 심장이 터질듯한 고통을 견딘 채 묵묵히 달리며 헤엄치며, 산을 오르려고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 다섯개 산을 뛰어보자
혹시 '산악마라톤'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말 그대로 산을 가로질러 뛰어 올라갔다 뛰어 내려오는 것이다. '아니, 평지를 달려도 숨이 찬 판에 뛰어서 산에 올라가다니'라며 의아해 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터. 그러나 산악마라톤도 엄연히 '익스트림 스포츠(극한 도전 스포츠)'의 한 분야. 최근들어 저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부산 경남지역에서 산악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동안 가졌던 불만은 주변에 마땅한 대회가 없었다는 것. 뛰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면 어쩔 수 없이 타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야 했다.
근데 그 고민이 해결됐다. 부산에 제대로 된 산악마라톤 대회가 생긴 까닭이다. 이름하여 '부산 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대회다. 울트라마라톤이란 통상 50㎞ 이상의 장거리를 달리는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5산 종주 대회는 산길로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이라 보면 된다. 전국에는 불암산과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달리는 서울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대회, 아홉개 산을 아우르는 대구9산 종주 울트라마라톤대회 등이 있지만 부산에서는 이같은 산악주로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는 마라톤포럼과 국제신문 공동주최로 오는 11월 10일 열린다.
조직위가 '5산'이란 이름을 넣어 대회명을 정할 때는 갑론을박도 많았다. 앞으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질 대회인만큼 다섯개 산도 명실공히 부산을 대표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어떤 산을 포함시키느냐가 문제가 됐던 것. 금정산이야 부산의 진산인만큼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기장 지역을 예로 들자면 이 일대에서는 달음산이 첫 손에 꼽히나 코스와 거리가 멀어 부득이 아홉산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 그렇지만 달리는 것이 그냥 좋은 사람들에게는 명칭이란 부차적인 일이다.
경기에 사용될 산악주로는 대회조직위가 지난 2004년부터 확보에 들어갔다. 부산 주변의 산을 일일이 오른 뒤 산악마라톤을 하기에 최적인 곳을 골랐다. 기존의 등산로나 임도가 없던 지역에서는 산과 산을 연결해주는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이번에 만들어진 5산 종주 산악주로의 특징은 달리기에 적합할뿐 아니라 일반 등산길로도 손색이 없다는 데 있다. 부산 인근의 웬만한 산을 모두 밟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간비오산(147.7m)~중봉(420m)~장산(634m)~산성산(368.9m)~아홉산(359.9m)~문래봉(512m)~철마산(605.4m)~계명봉(602m)~금정산 고당봉(801.5m)~원효봉(687m)~불태령(611m)~백양산(641.7m) 등 그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있다.
대회 개최 취지는 담백하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를 주지말고, 방해를 받지도 말고 마음껏 뛰어 보자는 것이다. 도심에서 벌어지는 마라톤대회는 교통통제 등으로 인해 예외없이 민원을 불러 일으킨다. 그건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산으로 달리는 부산 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은 그런 강박관념을 벗어날 수 있다. 지역의 청정자산을 잘 활용해보자는 생각도 이번 울트라마라톤 대회 창설에 한몫을 했다. 굳이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도시 주변 곳곳에 솟아 있는 산을 이용해 온 가족이 같이 즐겨보자는 복안이다.
◇ 나도 한번 해볼까
부산 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은 두 발로 달린다는 점에서는 일반 마라톤과 같다. 하지만 주로가 산악이며 완주까지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극한의 고통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회는 11월 10일 오후 7시 동백섬에서 시작된다. 뛰든지 걷든지 그건 참가자들의 자유 의사다. 단지 다음날인 11일 오후 3시까지만 성지곡 학생문화회관으로 들어오면 된다. 제한시간은 20시간이다. 이는 시간당 3.1㎞를 뛰는 것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완전군장을 한 군인들의 행군 속도가 시간당 4㎞가량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것이다. 탈락자는 중도에서 회수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이 대회의 필수 준비물은 배낭과 헤드랜턴, 손전등, 후방 깜박이, 생수, 간식, 휴대전화 등이다. 복장은 땀 흡수가 잘 되는 옷이면 무난하다. 그러나 될 수 있으면 긴팔 상의와 타이즈 형태의 하의를 입어야 한다. 신발은 비가 오거나 암석이 많은 지역일 때는 등산화를, 마른 날일 때는 트레킹화를 신으면 된다. 그외 무릎 및 발목 보호대, 장갑 등도 필요하다.
배낭에는 고칼로리로 구성된 행동식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장시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중도에 음식물 섭취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4시간 간격을 두더라도 최소 4번 이상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마실 물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다행히 군데군데 약수터가 있고 주최 측에서도 참가자들을 배려, 몇 군데 지점에서 급수터를 운영하고 한 차례 식사 제공도 할 계획이다.
부산 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 대회의 참가자 제한은 없다. 하지만 평소 충분한 연습이 없었던 사람은 완주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의 실력과 몸상태를 고려해 참가해야 한다. 이번 대회의 참가 마감일은 오는 24일이다.
◇ 울트라마라톤의 매력은 과연 뭘까.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거리를 거뜬히 소화해내는 이들은 그냥 습관처럼 달릴 뿐이라고 말한다.
200㎞를 달려봤다는 개인택시기사인 이수갑(54) 씨. 이번 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하는 그는 "힘든만큼 성취감도 크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씨는 연습을 위해 새벽에 밀양역까지 기차를 타고 간 뒤 부산까지 60여 ㎞를 뛴 적도 있다.
지난 8일 산악주로 답사와 연습을 겸해 학생문화회관 산길을 찾은 이미옥(47·여) 씨는 "그냥 뛰는 게 좋아서…"라고 말을 아꼈다. 이 씨는 그 전날 울산에서 열린 하프코스 산악마라톤대회에서 여자부 2위를 차지한 뒤 하루의 휴식도 없이 연습에 들어갔다. 이번 대회를 기획한 신영우(49) 씨도 그 전날 강원도에서 열린 100㎞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왔다.
울트라마라톤은 최단거리가 50㎞. 보통사람들은 엄두를 내기 힘든 거리. 하지만 고수들은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는다. 수백㎞는 예사다. 경기도 강화에서 출발, 강릉 경포대까지 달리는 동서횡단 울트라마라톤은 거리가 308㎞이며 땅끝 마을인 전남 해남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남북종단울트라마라톤은 무려 거리가 643㎞다. 또 부산 태종대에서 임진각까지의 남북종단울트라마라톤은 537㎞를 달려야 한다. 마라톤계에서는 이 세가지 주로를 '울트라그랜드슬램'이라 부른다. 전국을 보름 이상 돌며 무려 1500㎞를 달리는 대회도 있다. 지난 7일 끝난 이 대회에서는 20명이 참가했으나 단 7명 만이 완주했다.
부산 경남지역에서도 울트라마라톤은 자주 열린다. 1월에는 을숙도에서 진해 안민고개를 왕복하는 부산비치울트라대회가 있고 3월에는 동백섬을 50㎞ 이상 뛰는 스피드울트라, 4월에는 남해군을 일주하는 100마일울트라, 6월에는 낙동강 200㎞ 울트라 및 동백섬 80㎞ 울트라, 8월에는 동백섬에서 울산 진하해수욕장을 왕복하는 써머비치울트라 등이 달리기꾼들을 불러 모은다.
# 부산 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
●대회일시:2007년 11월 10일 오후 7시~11일 오후 3시
●대회장소:해운대 동백섬
●경기 주로:동백섬~운촌삼거리~간비오산~중봉~장산~안적사 입구~산성산~쌍다리재~기장테마임도~아홉산~곰내재~문래봉~철마산~대우정밀~이하봉~지경고개~계명봉~범어사 임도~금정산 고당봉 우회~북문~원효봉~의상봉~동문~산성고개~대륙봉~제2망루~만덕고개~만남의 숲~불태령~백양산~성지곡 접속임도~성지곡 생문화회관(65㎞)
●접수마감:10월 24일
●대회주최:마라톤포럼 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국제신문
●문의:마라톤포럼 (051)816-9625, 홈페이지 http://www.bbu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