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지나다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먹고 싶은 음식과 맛집을 찾아 그냥 여기저기 기웃거리기가 테마라면 테마였다.
루트는 해운대와 인근의 기장, 거가대교로 진해만 건너 거제를 경유해 통영을 여행하는 것이었다.
부산 가는 길. 자동차로 달려본 지 하도 오래돼 중부와 경부 두 고속도로를 잇는 길 외에는 별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은 달랐다. 생각지 못한 루트를 제시했다.
'일산-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대구부산고속도로-해운대'였다.
주중 오전이라 그랬을까, 속도위반도 없이 쉬엄쉬엄 달렸는데도 막힘없이 5시간 만에 도착했다.
숙소는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특별한 아침풍광 때문이다.
방바닥과 수평선이 맞닿아 일치하면서 내가 마치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해운대에서 12km 동쪽, 기장시장(기장면) 한복판의 '못난이식당'으로 갔다.
이곳은 7년 전 지면에 소개한 향토 맛집으로 갈치구이와 갈치찌개 단 두 가지만 낸다.
그때나 다름없이 한상 가득 내오는 다시마 물미역 등 쌈밥용 해조류.
쌈장 대신 내는 칼칼하면서 감칠맛 도는 멸치젓과 전어젓갈도 변함없었다.
저녁식사후 이곳 명물인 노천탕에서 야밤의 온천욕을 즐겼다.
노천탕은 해변으로 돌출한 호텔건물 4층 옥상의 테라스. 거기에는 수온 41-45도의 온천 탕(5개)과 수영장이 있다.
물론 수영복 차림으로 남녀가 함께 즐긴다. 한겨울 노천욕의 매력.
온천탕에서 덥힌 몸의 열기를 영하의 외기에 노출시켜 식힐 때 느껴지는 짜릿한 시원함에 있다.
파도소리 들으며 밤하늘에 둥실 뜬 푸짐한 달과 해변 끄트머리 달맞이고개를 수놓은 카페의 영롱한 불빛을 감상하는 것 또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노천온천욕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 바다 위의 고속도로, 거가대교를 건너서?
부산과 통영을 두루 찾자는 휴가계획은 거가대교 덕분에 가능해진 새로운 여행루트다.
평소 같으면 부산에서 국도로 마산 고성을 거쳐 세 시간은 달려야 할 터. 하지만 지금은 절반쯤으로 줄었다.
부산시내에서 거가대교를 건너자면 남해고속도로(제2지선)의 가락 나들목(강서구)으로 나서야 한다.
게서 대교까지 거리는 12km. 내가 당도한 그날은 통행료(편도 1만 원)가 면제된 연말이었다.
그래서 몰려든 차량으로 다리 통행이 거의 마비에 이르렀다. 3.7km 해저터널을 통과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을 정도.
하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서행한 덕분에 가덕도(부산)와 거제(장목면) 사이 진해만의 주변 풍광을 여유 있게 둘러본 것이다.
다리 구간은 가덕도와 거제도에 각각 설치한 요금소 사이 8.2km. 해저터널(3.7km)과 육상터널(1km), 2개의 사장교(3.5km)로 구성됐다.
? 한려수도의 지중해풍 휴양지,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에서 휴식
통영에 들어서니 오후 5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서둘러 미륵도(산양읍)의 산양일주도로로 접어들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바다와 섬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목적지는 클럽이에스의 통영리조트.
통영 제일의 낙조 감상 포인트인 달아공원 근방으로 산등성에 자리 잡은 기막힌 전망의 가족호텔 겸 콘도다.
위치는 미륵도 최남단 산자락에서도 아주 높다. 그래서 점점이 40여개 섬으로 수놓인 한려수도 바다가 한 폭 그림처럼 펼쳐진다.
더더욱 특별한 것은 해넘이는 물론이고 해돋이까지도 여기서 두루 조망된다는 사실. 반도에서 흔치 않은 일출일몰 명소다.
산양일주도로(지방도 1021호-23km)로 접어들자 온종일 운전으로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싹 가셨다.
굽이굽이마다 달리 펼쳐지는 바다와 포구, 마을과 산악의 소소한 풍광 때문이다.
이 길은 우리나라 경관도로 중에서도 내가 늘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곳.
해질녘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보며 달리다보니 더욱 아름다웠다.
통영에 가면 입이 즐겁다. 그런 만큼 마음도 편하고 몸도 가볍다. 사철 바다진미가 넘쳐나는 곳이어서다.
그런 통영에서도 겨울은 특별하다. 그 계절진미를 찾아 새벽부터 북적이는 서호시장을 찾았다.
어물전은 물메기로 넘쳐났고 시장통의 식당은 사람으로 넘쳐났다.
그런 아침에 찾는 식당은 두 곳. 대장간골목의 '원조 시락국'집(장어 넣고 끓여내는 시래기된장국 백반)과
바로 옆 복국식당 '만성복집'이다. 이곳은 서호시장을 찾는 나그네의 참새방앗간 같은 토속 맛집이다.
? 여행 정보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위치: 해운대 모래해변을 마당처럼 안고 바다를 향해 들어선 최고급호텔.
발코니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넘이와 해돋이를 두루 감상하는 오션뷰 객실 강추.
?겨울사랑 패키지: 바다 조망 발코니 객실 1박에 다양한 특전을 포함해 22만5000원(주중:봉사료 세금 별도).
전통차, 노천온천과 야외수영장 무료 제공. 예약 051-742-2121
홈페이지: www.paradisehotel.co.kr
못난이식당: 갈치전문점으로 구이(2만 원)와 찌개(1만8000원)를 내며 갈치회는 유동적.
연중무휴 오전 11시-오후 7시 반. 기장시장 대게골목 근방. 051-722-2527.
대게골목에서는 살아 있는 대게 킹크랩을 즉석에서 쪄주는 식당과 상점 7곳이 성업 중.
?통영
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 2층짜리 빌라 6개동이 산책로 따라 꾸며진 정원을 중심으로 산등성에 자리 잡았다.
흰색 외벽에 주황색 기와를 얹은 지중해풍 빌라가 이국적 풍광을 자아낸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루나피에나'에서는 장작 가마로 이탈리아 본토 맛을 살린 피자를 구워내고
1층 한식당에서는 겨울별미 물메기탕을 시원하게 끓여낸다.
경남 통영시 산양읍 미남리 697-2, 예약 02-508-2323
?맛집
원조 시락국: 장어를 고아 낸 육수로 끓여낸 시래깃국. 오전 3시 반-오후 6시, 55년 역사. 서호시장 안 대장간골목. 055-646-5973
만성복집: 서호시장 어물전 안 골목. 복국전문식당으로 졸복 1만 원, 참복 1만5000원. 연중무휴 오전 5시-오후 6시. 055-645-2140
?통영 굴 전문점
대양수산: 경매장에서 막 가져와 깔끔하게 손질한 싱싱한 굴(찐 굴, 석화)과
전복 해삼 멍게 등 해산물을 저렴하게 먹고 사고 택배주문을 할 수 있는 식당 겸 유통점. 통영유람선터미널 1층에 있다.
3kg 이상은 무료배송. 해물 모둠(굴 멍게 해삼 개불을 담아 한접시에 1만-3만 원), 굴라면(4000원), 굴떡국(5000원)도 있다.
택배주문 055-644-4980, 010-4633-2017, www.doy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