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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다섯가지 일들
나는 당신의 손에 쥐어진 활입니다.
주님, 내가 썩지 않도록 나를 당기소서.
나를 너무 세게 당기지는 마옵소서.
나는 부러질까 두렵습니다.
나를 힘껏 당기소서, 주님.
내가 부러진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니코스 카잔차키스
묘비명
마음을 열고 욕망이 흐르게 하라
붉은 꽃빛 바윗가에
암소고삐 놓아두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리이다.
-『삼국유사』 권2, 水路夫人 條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에 이미 늙어버린 경우는 없다. 너무 늙어 마음이 굳어버린다는 것도 있
어서는 안 된다. 삶에는 언제나 약간의 흥분이 필요하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 시작할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일도, 너무 늙은 일도 없다. 마음에 드는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임을 믿어야 한다.
젊다는 것은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저 일과에 쫓기는 사람은 자신을 위
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만큼 사람은 자유롭다. 할 종일 아무
도 장신을 찾아오지 않는 곳으로 가라. 당신이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시간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시간을 내어라. 그리고 종이와 펜을 꺼내 들어라. 당신이 그 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적어보아
라. 기다란 목록을 만들어라. 그저 생각이 흐르는 대로 적어 나가라. 어렸을 때의 꿈이어도 좋고,
지금의 바람이어도 좋다. 그것을 적으면서 어떤 기쁨이 스켜가는 것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모두
적어라.
이유를 묻지도 말고, 경중을 따지지도 말아라. 할 수 있는 것이든, 할 수 없는 허망한 것이든,
그 역시 묻지 말아라.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가능한 많이 ‘하고 싶은 것들’의 기다란 목록
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리고 석양을 한고, 집으로 돌아오라.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일주일을
보내라, 기다란 목록에 어떠한 것도 건드리지 마라. 혹시 생각나는 것이 더 있다면, 다른 종이에
추가적으로 적어두어라.
일주일이 지난 다음, 다시 아무도 당신을 방해하지 않는 곳으로 가라. 그리고 일주일 전의 기다
란 목록을 꺼내라. 그 다음, 두장의 새 종이를 꺼내라. 종이 한장에는 ‘나의 묘비명’이라고 크
게 적어라. 그리고 또 다른 종이에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크게 적어라. 준비가 되
었는가? 이제 한 가지의 기준에 따라 당신의 목록에 나와 있는 일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두자
의 새로운 종이에 나누어 롬겨 적어라. 그 유일한 기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당장 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쓴 종이
에 옮겨 적되, 그 옆에 그 일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 이름과, 하고 싶은 날짜를 함께 적어라.
예를 들어 당신의 목록 속에, ‘정동진역으로 가는 밤차를 타고 싶다’같은 것이 있으면 그 옆
에 ‘아내와 함께, 아내의 생일날’이라고 적어라. 만일 ‘남원집 추어탕을 먹고 싶다’라는 목록
이 있으면, ‘종욱형과 함께 9월 초, 토요일’이라고 적으라는 말이다. 만일 ‘그때 그 일은 내가
먼저 사과했어야 했어’같은 것들이 있다면 ‘이번 토요일, 민속 박물관 앞 북 카페에서, 편지 쓸
것, 가능하면 부칠 것’등으로 써놓으면 된다.
이것들은 당신을 기쁘게 하는 것들이다. 적절한 때에, 생각나는 사람과 엮어가는 이 일상의 기
쁨이 바로 당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이것들은 당신의 행복의 목록들이다. 이런 작은 일들로 하여
당신의 일상은 지리한 반복의 퀘도를 벗어날 수 있는, 여러 일탈의 순간을 가지게 된다. 일상 속
으로 축복처럼 새로운 일들이 밀려오고, 새로운 감정이 솟아난다. 살아가면서 이런 목록을 많이
만들어 실천에 옮겨라.
당신의 목록 속에는 아직 풀리지 않는 거대한 욕망들이 뒤섞여 남아 있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 마음대로 쓰고 싶다’같은 것도 있을 수 있고, 음악에 재능이 있다면, ‘피아노를 열심히
배워, 아주 잘 칠 수 있었으면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또는 ‘바다가 보이는 따뜻하고, 햇빛
밝은 곳에 예쁜 집을 짓고 살고 싶다’같은 소망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좀더 친절한 사람이
되었으면’하는 바람도 있을 수 있다. 혹은 ‘아름다운 여인과 기이한 인연으로 만나, 신비한 사
랑에 빠져보았으면’하고 바랄 수도 있다.
이런 바람들은 모두 ‘나의 묘비명’이라고 적힌 종이에 옮겨 적어라. 그리고 각각에 대하여
자신의 묘비명을 만들어 보아라. 예를 들어 ‘홍길동, 1934년생, 장사를 하여 돈을 많이 벌었다.
쓰고 싶은 대로 그 돈을 모두 쓰고 잠들다’라고 쓴 묘비명이 참으로 만족스럽다면, 당신은 앞으
로 모든 것을 바켜 장사를 하여 돈을 벌도록 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어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람이 누워 있다’라는 묘비명을 감수해야 한다. 혹은 시인 천
상병처럼, 시같은 묘비명을 쓸 수도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빠삐용」이라는 영화에서 푸른 바다 위의 뗏목에 몸을 누이고, 기어이 죽음과 억압의 수용소
를 탈출하는 주인공은 ‘삶을 낭비한 죄’를 범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당신의 욕망을 발견하
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체로 욕망이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그 동안 왜곡된
교육과, 인습과, 어둠 속의 관행이 우리의 감성을 억눌러왔기 때문이다. 욕망 대신 다른 사람과
사회가 기대하고 있는 것들이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나와, 모든 것을 걸러낸다. 그리하여 욕망에
솔직해질 수 없게 만든다.
아직도 노회한 사려 깊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 화가 장욱진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나는 남의 눈치를 보며, 내 뜻과 같지 않게 사는 것은 질색이다. 나를 잃어버리고, 남을 살아주
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점잖다는 말을 싫어한다. 겸손이라는 것도 싫다. 그 뒤에는
무언가 감추어진 계산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러므로 솔직한 오만이 훨씬 좋다. 먼저 자기 마음
대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참된 자기 것을 가질 수 있기에.
‘묘비명’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를 채울 수 있었는가? 만일 채울 수 없었다면, 당신은 아직
당신의 욕망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다. 욕망이 정체를 드러낼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라. 몽둥이
를 들고 쥐구명 앞에 서서, 그 구멍으로 쥐가 머리를 내미는 순간을 기다릴 때처럼 조용히, 숨을
죽이고, 모든 정신을 집중하라.그리고 욕망이 당신의 어둠 속 깊은 곳으로부터 머리를 들고 디어
나올 때까지 그렇게 기다려라. 학교나 사회 생활을 통해 얻어들은 모든 위선의 옷을 벗어버려라.
그리고 ‘남’이 되기 위해 바라왔던 모든 부질없는 공상 또한 벗겨내 버려라. 그리고 물어보라.
당신은 왜 여기 있는가?
유감스럽지만 어쩌면 당신의 ‘묘비명’목록은 미완성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실
망해서는 안 된다. 충분히 만족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여러 개의 묘비명 목록에서 꼭 한 가지만
을 골라내라. 그리고 다른 것들은 모두 지워버려라. 당신은 이미 삶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제 당신은 충분히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욕망’이라는 기준에 의해 한 가지를
선택한 것이다. 이 작업은 진지하게 이루어질수록 더 좋다. 그러나 아직 너무 경직되어서는 안 된
다. 당신에게는 아직 고쳐 쓸 기회가 남아 있다.
이제 당신은 미완성일지는 모르지만, 당신의 ‘묘비명’에 쓰여질 욕망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대를 행복하게 할 즐거움의 목록도 가지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당신은 어제보다 나아진 사람
이 된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제 이것들을 소중히 보관하라.
지능목록
그대또한 잘하는 것이 있다.
어떤 이에게는 지혜를, 어떤 이에게는 지식을,
다른 이에게는 믿음을, 또 다른 이에게는 병을 고치는 능력을, 또 어떤 이에게는 실천력을, 그
리고 또 어떤 이에거는 앞날을 내다봄을, ㅇ그리고 또 어떤 이에게는 이를 통역할 수 있는 능력
을 주시나니.....
-『성경』.고린도 전서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 중에서 남 보다 뛰어난 것들에 대하여 적어보
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난감하게 느끼는 것 같다. 평범하기 짝이
업슨 내가 무슨 잘하는 것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잘 생각해보라. 당신은 그 동안 당신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참으로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힘에 대하여 조용히 생각해보라. 당신에게 특별하게 주어진
지능이 어떤 것인지 찾아내어, 자신의 ‘지능 목록’(Intelligence Profile)을 만들어보는 것이 중요
하다. 그리고 모자라고 부족한 지능의 개발을 위해 힘쓰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이 탁월한 ‘지능
’들의 개발에 힘을 써야 한다. 당신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이러한 지능이 필요
한 일들을 이룰 수 있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이 일들을 해낼 수 있다.
‘지능 목록’을 만들어갈 때, 먼저 앞 장에서 나열한 지능의 종류들을 참고하여, 자신에게 강
한 지능의 목록을 써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 그러나 항상 구체적으로 목록을 정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당신은 다른 사람의 기분의 변화에 대하여 민감한가? 그 사람이 가지고 있
는 표정이나, 말투, 눈빛, 손의 움직임, 자세 등의 변화로 그 삶의 마음의 움직임들을 정확하게 유
추해낼 수 있는가? 이것은 보통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인지 모르지만, 이런 일에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카운셀링이나, 협상가, 영업전문가, 분쟁의 해결사,
사회 사업 등 사람을 만나고 다루는 데 능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혹은 당신은 한 번 본것을 잘 기억하는가?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목에 있는 가게의 문 색깔
과 창문의 개수, 혹은 나뭇잎의 모양, 전봇대가 서 있는 큰 집 대문 앞의 계단이 몇 개인지 기억
해 낼 수 있는가? 한번 본 얼굴을 잘 기억할 수 있는가? 이것은 당신이 시각을 통해 사물을 인지
하는 능력, 즉 시각 관철력에 관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공간 지능의 일종이다. 그러나 같은
공간 지능에 속하지만, 청각에 의한 감지 지능이나, 촉각에 의한 감기 지능은 시각에 의한 감지
지능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당신의 ‘지능 목록’에 ‘공간 지능’이라고 쓰지 말고, ‘시
각을 통한 관찰력이 좋아 한 범 보고도 이것을 재생할 수 있다’등으로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중
요하다.
종이를 꺼내 자신의 그 동안의 형태를 떠올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남이 잘한다고 알아준
것, 그래서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기억을 떠올려라. 그리고 그 일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탁
월한 지능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써서, 목록을 만들어보라. 다음은, 어던 사람이 자신의 ‘
지능 목록’을 만들어 놓ㅇ은 것이다. 나는 이것이 완벽한 형태로 정리되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보완되고 개발되어, 자신이 가지고 나온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나는 읽는 것을 좋아하며, 그 내용을 나름대로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상
황을 묘사하는 가장 적절한 어휘를 찾아내는 데 비교적 익숙하다. 사람들이 나의 말하는 모습이
나 태도에서 진지함을 느끼게 할 수 있으며, 비교적 잘 내 말을 신뢰 하도록 만들 수 있다. 글을
쓰는 일도 쉽고 재미있다. 논리적인 글도 좋고, 감동적인 글도 좋다. 그리고 글쓰기가 가치있는
일이라는 지적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또 한 번 일을 시작하면, 그 일을 끝낼 때까지 계속하는 편이다. 고생스럽고 남이 알아주
지 않아도, 한 번 마음먹은 일이니 내쳐 한다. 특히 자신과 약속한 것은 꼭 지키려고 한다. 그
일을 못 하면 불안하고 초조하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를 격려하여, 언제나 조금씩 나아지려고
애쓴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대하여 민감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에 우선
적 가치를 둔다.
나는 또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잘 들어주는 편이다. 또한 대화 도중 그 사람의 감정의 흐름
을 비교적 잘 느낄 수 있다.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익숙한 주제에 대하여 강의하는 것이 쉽고 재
미있다. 또 청중들의 반응도 매우 좋아, 훌륭한 강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알고 있는 것과 전달
하는 것 사이의 괴리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다.
이 사람의 경우, 일견 언어 지능과 감성 지능이 매우 뛰어나며, 제한적이지만 대인 관계 지능도
좋은 것으로 판단된다. 재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사람은 교육가, 문필가, 카운셀러, 인성 개
발 전문가, 컨설턴트 등의 영역에서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그는 오랫
동안 이런 분야에서 근무해왔다.
진기한 조합
욕망과 지능을 연결하라
하고싶지만 잘 못하는 일은 그대와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이다.
옷소매조차 스치지 못한 인연이니 잊어라.
하지 싫지만 잘하는 일 역시 그대를 불행하게 만든다.
평생 매여 있게 하고, 한숨 쉬게 한다.
죽어서야 풀려나는 일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하고 싶고 잘하는 것을 연결시킬 때 비로소 그대,
빛나는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다.
창조하는 마음이란, ‘진기한 조합’(Novel Combination), 혹은 ‘연결되지 않는 것을 연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한다.
당신의 재능에 대한 ‘지능 목록’이 만들어지면, 이제 깊숙한 곳에 보관해놓은 ‘묘비명’목
록을 꺼내 놓아라.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연결시켜라. 이러한 연결은 결국 ‘마음 깊은 곳에서 그
리움처럼 떨쳐버리지 못하고 원했던 것으로, 내게 주어진 그것을 잘할 수 있는 재능’을 찾아내
는 과정이다.
황병기 선생은 경기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 법대를 다녔다. 그러나 그는 중학교 때부터 배워 온
가야금을 잊지 못하고, 그 길로 갔다. 그리고 이 분야에 커다란 획을 그어놓았다.
장욱진 화백은 잠시 서울 미대에서 교편을 잡은 적이 있지만, 대체로 그림만 그리며 살아온 사
람이다. 그는 삶은 소모하는 것이라고 믿어온 사람이다. 그저 깨어서 정신이 있는 동안은 줄곧 그
림을 그려왔다. 그가 오로지, 확실하게 알고 믿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가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은 사람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리는 것을 원했
고, 그 일을 아주 잘했다.
이제 당신이 원해온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재능이 자신에게 있는지 물어보아라. 만일 그것이
만족스러운 조합을 이루고 있다면, 당신의 꿈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만일 이 조합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꿈을 다시 꾸든지, 아니면 별로 타고나지 못한
열등한 지능을 개발하는 데 시간을 몰아 써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할 때, 삶을 하나의 과정으로 볼 때 이것 또한 그리 나쁜 것은 아닐지 모르나, 힘들고
성과를 보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본다.
감성 지능이 높아 자제와 인내력을 가지고 스스로를 위로해가며, 재능은 떨어지지만 자신의 꿈
을 이루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성공한 예도 드물지 않다. 우리는 보통
그들을 노력파라고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노력파의 경우에는 그들이 대체로 감성 지능이 매우
높다는 사시이다.
감성 지능 지수가 높으면서 다른 특정 지수가 높은 사람은, 특정 지능이 꼭 필요한 일에 종사
하게 되면 그 분야에서 대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달리기에 대한 운동 지능이 높고 감성 지능도
높은 사람은, 육상 분야에서 성공하기 쉽다.
그는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하는, 소질있는 선수인 것이다. 어떻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감성 지능은 거의 모든 분야의 성공에 기여하는 초기능적 지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람이 달리기와 무관한 일에 종사하고 있다면, 자신의 지능 중 매우 특별한 능력이
사용되지 않고, 그저 감성 지능만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때 삶은 언제나 지루한 것으로 참아야
하며,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할 수밖에 없는, 인내력이 강한 성실한 사람의
삶에 불과하게 된다.
우리는 소질은 없지만 성실한 사람들에 대해, 연민을 금치 못한다. 그들을 미워할 수는 없지만,
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대체로 그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잘못 찾은 데서 비롯된 일이다.
이것은 학교 교육의 실패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일이 바로잡히기 전까지는
그 해결을 개인적 선택과 개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헝그리 정신」에서 찰스 핸디는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의 지능적 강점을 찾아내어 이를 개발
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약한 지능을 보완하는 노력은 어느 정도 부분적으로 필요한 작업일 수는 있지만, 인간을 낮은
단계로 평준화시켜, 사회적 틀 속에 구겨 넣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거
의 모든 시간을 이것저것을 엉성하게 습득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하는가?
이 대목에서 우리는 실용 지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학교 교육의 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
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개인으로서, 혹은 부모로서 한 사람에게 주어진 강한 지능들을 개
발하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당신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었기를 기대한다. 만일 지금까지 이것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다시 앞의 두 과정을 되밟아 가라. 즉 당신의 욕망을 직시하고, 당신의 지능
목록을 다시 보라. 그래도 잘 모르겠거든 이 문제를 품은 채,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라.
일상의 자유
하루에 두 시간은 자신만을 위해 써라
삶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시간은 오직 일상 속에만 구체적으로 존재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슈퍼에서 물건 몇 개를 사기 위해서,
몸에 걸치는 옷 몇 벌을 사기 위해서,
잡동사니 몇 개를 더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시간을 모두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마라.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것은 꿈에 쏟은 시간의 양이다.
당신은 이제 욕망과 지능을 결함시킴으로써, 당신의 삶을 어떻게 쓰고자 하는 커다란 그림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이 그림을 당신의 삶의 비전이라고 부르겠다.
이제 이 새로운 그림을, 지금 당신이 종사하고 있는 직업과 겹쳐 보도록 하라. 잘 겹쳐지는가?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아무 할 말이 없다. 그저 그 행
복을 부러워하고 축복하고 싶을 뿐이다.
만일, 지금 하고 있는 일고 새로운 그림이 겹쳐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괴리가 바
로 당신을 고민하게 하고, 성과면에서 그저 그렇고 그런 삶으로 만들어놓은 주범이다.
열정도 재능도 없는 일에 종사해왔다면 그 일을 잘할 수 있었겠는가? 어찌어찌 하다가 몰려들
어와 살게 된 삶이니, 그저 그러려니 하며 견디고 있다. 그 안에서 위로 올라가는 좁은 사다리에
매달려 전전긍긍하고 있다.
때가 되어도 진급을 못 하면 소주를 들이키고 울분을 토하다가, 또 그러려니 하며 산다. 불황이
되어 어려워지면 월급을 깎고, 보너스는 반납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경영주에게
발목이 잡혀 엉거주춤거리고 있다.
모두 털고 나오고 싶어도, 거리는 춥고 험하다. 그래서 한숨을 쉬며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고,
또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일에 모든 시간을 써버리고 만다. 만일 당신이 그저 체념하고 그대로
살겠다면, 이 책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그러나 당신이 마음으로 원하는 것을 하며 그 일을 잘할 수 있다면, 삶의 밝은 쪽으로 걸어 나
오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좀더 좋아 하게 되고, 일상이 또한 즐거워질 것이다. 날이 지날수록
좀더 나아진다면, 언젠가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세상을 다르
게 해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성장이다. 그리고 성장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은 기여에 대한 보답
이다. 성공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돈이나 명예가 아닐 수도 있다. 자기 존중과 마음의 평화, 이웃
의 믿음과 존경, 그리고 삶에 대한 이해 같은 것으로 다가온다.
만일 당신이 겹쳐지지 않는 그림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하루에 적어도 두
시간 정도는 그 교정에 사용하여야 한다. 다행스럽게 그 교정 과정은 괴로운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쏟는 것이고, 재능이 있는 일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므로, 교정 자체가 바로 즐
거움이며, 삶의 활력이 된다.
당신에게는 시간이 없다. 만일 이미 마흔이 넘어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를
위해 술을 마실 시간은 있지만, 술을 마시고 비정한 상사를 욕할 시간은 없다. 세상을 탓하고 주
위를 둘러보며 욕을 할 시간도 없다. 정부의 무능을 비난하고, 경영자의 탐욕을 탓할 시간도 없
다.
무능한 정부는 정권을 잃고, 탐욕이 경영의 목적이었던 경영자는 도산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화
되지 못한 개인은 직업을 잃을 것이다. 이것이 IMF 시대의 메시지이다. 그러므로 IMF는 고통스
럽지만, 매우 필요한 시점에 우리에게 찾아온 자성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IMF를 통해 초고속 스피드로 ‘시장에서의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세계적 표준 질서
속으로 빨려들어온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장 경제라는 개념은 매우 유용하고 강력한 메커니즘이다. 단순하면서도 욕망에 충실하다. 바
로 그 때문에 그것은 모든 경제.경영 개념의 핵심으로 장수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의 원리로 채워지지 않는 사회의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경쟁은 결국 탈락한
집단을 낳게 되며, 그들 역시 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이들에 대한 문제는 정부의 책임이었다. 사회 보장 제도, 실업 수당, 재취업 프로그램
등 적극적 부분은 물론, 경찰력과 사법 제도를 통해 시위와 폭동을 관리하는 것이 모두 정부의
기능 중의 하나였다.
앞으로 정부의 기능은 축소되어 갈 것이다. 국가의 물리적 한계는 정보 통신이라는 비물리적
자산의 교류를 통해 그 영향력이 급속히 감소해갈 것이다. 민족 기업이라는 개념도 바뀌어간다.
GNP라는 개념은 이미 GDP가 주는 개념의 중요성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운영되는 외국 기업은 외국에서 운영되는 한국 기업보다 더 중요해진 것이다. 다국적
기업은 주주에 대한 책임 외에도, 기업 시민 정신을 바탕으로 그 동안 정부가 수행해왔던 정치.사
회적 기능을 부분적으로 대신해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개인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보다는 자신의 열정과 재능에 따라 스스로를 개발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 가지 않으면, 곧 하부 집단의 일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명약관화한 일을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거시적으로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
지만, 결국 미시적으로 자신의 가족을 구원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에게는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새로운 계획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직 직
장을 가지고 있다면, 좋은 일이다.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깊은 관
심을 가지고 지켜보라. 관심을 가지면 그 일이 달라 보인다.
직장에서 주어진 일에 매이지 마라. 하는 일의 영향력의 범위를 넓혀 가라. 직장 내에 존재하는
고객을 찾아, 그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정리하라. 항상 기업과 1년 정도 유효한 계약을 맺은 경
영인처럼 행동하라. 당신은 ‘사이버 1인 기업’의 경영인임을 잊지 마라.
1년이 지나면 다시 그 동안의 내부 고객에 대한 기여의 정도를 가지고 재계약이 체결되는, 그
런 긴박감과 고객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일을 다루라. 그리하여 당신이 그 일을 그만두면, 많은
사람이 당신보다 더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없게 행동하라.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항상 기억하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 말이다.
만을 이미 실직을 했다면, 당장 경제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먹고 살 것
이 없을 만큼 아무 준비도 없이 직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면, 당장 막일을 하는 잡역이나 붕어
빵 장사라도 하라. 가족을 굶기는 아버지보다 무책임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평생 붕어빵 장사를 하기 싫으면, 두 시간은 떼어내어 앞날을 준비하라. 만일 당신에게
약간을 버틸 경제적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마음에 드는 일을 찾아 시작하라.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이 흐르는 대로 따르라. 절대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허망한 물욕을 내지
마라. 퇴직금을 날리고, 자신에 대한 존경을 잃고, 패가망신한다.
사기꾼은 언제나 당신이 조만간 가지게 될 행운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나 아직도 그리움으로
살아 있는 깊은 욕망은, 그것 없이는 당신의 삶이 참으로 허망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신이 스스
로 믿지 못하는 일은 시작하지 마라.
어느 경우이든, 빨리 겹쳐지지 않는 그림을 포개는 작업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루 두 신간 이상
을 매일 쉬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투자하라. 욕망과 재능에 이제 시간을 더하라. 시간은 곧 삶이
다. 삶을 욕망과 재능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것만큼 확실한 투자는 없다.
다른 사람의 욕망과 재능에 돈과 시간을 걸지 마라. 운이 좋으면 돈을 딸 수도 있지만, 모든 것
을 잃을 수도 있다. 더욱 비참한 것은 스스로의 욕망을 희생하고, 하늘이 준 재능을 버림으로써
삶을 낭비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인생을 팔았기 때문이다.
숙련과 기록
선택한 욕망에 인생을 걸어라
며칠하다가 그만두지 마라.
바쁜 일이 있어 며칠 있다가 다시 계속하겠다고 다짐하지 마라.
욕망의 불길이 계속 타오르게 하라.
평범한 사람들은 일상에 매여 산다. 일상이란 여려 가지 것들이 얽혀 있는 곳이다. 아버지이기
도 하고, 남편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자식이기도 하다. 또 직장 내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어
가진 한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친구들과의 모임도 있고, 할아버지의 칠순에 참석하여야 하고, 이종사촌의 아들이 결혼하는 결
혼식장에도 가보아야 한다. 하루는 이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쓰여진다. 그래서 바쁘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를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작심은 하였건만, 오랫동안 계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쩌다 난 자투리 시간은 쉽
게 써버린다. 잠을 푸지게 자버리거나,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 바꾸어 누워가며, 텔레비전의 채
널을 돌려댄다. 서산에 걸려 또 하루가 진다.
선택이 진지한 형태로 남으려면, 자신을 위해 쓰는 두 시간을 무엇보다 중요한 제일의 우선 순
위로 올려 놓아야 한다. 먼저 두 시간을 쓰고, 그 다음에 22시간을 남겨 두었다가 쓰도록 해야 한
다.
가장 쉽게 이것을 쓰는 요령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시간대에서 두 시간을 빼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새벽이다. 새벽에 일어나려면, 저녁을 조금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제일이다. 먼저
일주일 정도 훈련을 하면, 밤 10시쯤에도 잠이 온다. 다시 일주일 정도 내용이 가볍고 즐거운 책
을 한 권 들고 잠자리에 누우면, 곧 잠에 빠질 수 있다.
하루에 6시간에서 7시간 정도 잘 자고 나면, 잠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없다. 새벽 4시나 5시 정
도부터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하고 싶은 것을 하라.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라. 하루가 길고 싱
싱해진다. 일찍 시작했으니 일찍 자리에 들 수 있다.
이 모델은 바로 농경 사회의 모델이다. 해가 떠오를 때를 온몸으로 느끼며 일어나서, 해자 지면
이른 저녁을 먹고, 먹은 것이 소화될 때쯤 자리에 눕는다. 동물의 야생적 생체 시계에 맞추어, 하
루의 일상을 재편하는 것이다.
공연히 바쁘게 보내지 마라. 인생은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쓸데없이 바쁜 사람은 본말을
전도하게 마련이고, 인생의 시간을 잡동사니들에 다 써버리게 되낟. 멍청하게 써버린 바쁜 시간이
모든 것을 망쳐놓는다.
돌이켜보라. 당신이 아직도 기쁨으로 기억하고 있는 순간이 무엇이며, 어떻게 보낸 순간인지 머
릿속에 그려보라. 인생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지 마라. 대신, 하
고 싶은 일도 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믿어라.
하고 싶은 일은 어느 날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 조금씩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평생을 하다보면, 그 일을 아주 잘하게 된다.
세상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에 존재한다. 중국 선종의 종사 중의 하나인 마조도
일은 ‘타고난 마음이 곧 부처’라고 했다. 개혁과 자기 혁명도 거창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
다. 그것은 마음에 드는 대로 생활과 일상을 바꾸는 것이다.
믿음이 없이 자기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믿음은 이상하게도 증거를 댈 수 없는 곳에
서부터 생겨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기에 적합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자신은
알고 느낀다.
자기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욕망을 믿어라. 여러 가지 마음을 유혹하는 욕망 중에서 오직 하
나의 욕망만을 키워라. 그리고 그 일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기고, 매일 마음을 다해 그 일에 빠
져들어라. 시간을 씀에 있어 절제를 배워라. 각고와 단련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숙련이 주는 ‘멋
’에 이르게 된다.
또 한 가지, 한 번 시작한 일을 계속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기록하는 것이다. 기록함으로써 우
리는 돌아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은 각기 자신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의 역사가라는 칼 베커의 말을 기억하
라. 혹은 ‘지리한 일상을 다큐멘터리 하고 싶었던’앤디 워홀(Andy Warhol)을 기억하라.
나는 내 생명의 저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몇세기 뒤의 세계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 그것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가득한 햇살 아래 알프스가 살아 있듯이
나도 또한 살아 있다.
......산상의 한 줄기 햇빛 속에는 철학이 말하는 모든 진실보다 더 값진 것이 있다.......(그러나)정
상에서의 광경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또 그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
들 마음속에는 그곳을 떠나, 어딘가 또 다른 곳으로 향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고, 주변에 눈을 돌리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산행은)출발할 때와 똑같이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올 뿐이다.
-에밀 자벨
에밀 자벨은 훌륭한 산악인이었다. 그는 요절했지만, 그가 산에서 찾은 것은 정상의 정복이 아
니었다. 그는 산행의 순간순간을 즐겼다. 그 순간순간이 모여 하나의 산행이 되었고, 그것이 그의
인생이 되었다.
그에게 산행은 출발할 때와 똑같이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오는 것이었고, 그의 인생도 그랬
는지 모른다. 인생은 순간순간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인생은 무엇인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는 것이다.
순간순간, 하루하루를 기록할 수 있으면 좋다. 일기여도 좋고, 밑 줄 친 책의 한 구절이어도 좋
다. 짧은 단상이어도 좋고, 편지여도 좋다. 순간을 기록하면 하나의 개인적 역사가 된다.
기록을 통해 우리는 항상 깨어 있게 된다. 기록은 순간을 복원하여 우리에게 되돌려준다. 그리
고 그것이 우리의 삶인 것이다.
이제 이 책과 헤어질 때가 다 되었다. 한 번 더 반복해보자. 당신은 지금, 이 세상에서 당신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한 ‘묘비명’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자신의 ‘지능 목록’도 만들어 놓았다.
이 둘 - 욕망과 재능 - 을 결합시켜,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마음에 드는 길을 찾아보는
정신적 노력을 해보았다. 그리고 덤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의 목록도 가지게 되었고,
더불어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과 시간을 이미 짜놓았다.
자, 이제 당신의 아이들에게 ‘당신이 선택한 마음에 드는 길’에 대하여 편지를 써라. 아직 아
이가 없다면, 앞으로 생겨날 아이에게 써라. 당신이 누구였는지, 무엇을 바라며, 왜 살았는지를 써
라.
‘묘비명’이 하나의 객관화된 삶의 요약이라면, 아이들에게 쓰는 이 편지는 개인적이고, 주관
적인 진실이다.
아이들은 당신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미래에 속한 세계이다. 그들에게 당신의
삶과 미래에 대한 꿈을 적어 보내라. 그러나 쑥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편지는 그 아이들에
게 배달되는 대신, 당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세상이 아직 이 정도의 타락으로 그친 것은 자기 아이들을 생각할 때, 언제나 마음이 아프고
또한 즐겁기 때문이다. 싱싱한 기쁨과 고통이 함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넘어서는 위대한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다. 그것은 아마 이성부의 시와 같
을 것이다.
......
어머니가 혼자만 아시던 슬픔,
그 무게며 빛깔이며 마음까지
이제 비로소
선연히 가슴에 차오르는 것을
넘쳐서 흐르는 것을
가장 좋은 기쁨도
자기를 위해서는 쓰지 않으려는
따신 봄볕 한 오라기,
자기 몸에는 걸치지 않으려는
어머니 그 옛적 마음을
저도 이미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저도 또한 속 깊이
그 어머니를 감추고 있나니.
- 이성부,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해마다 편지의 내용을 새롭게 바꾸어 써야 한다. 매년 새해 첫날에 써도 좋고, 당신의 생일날이
어도 좋다. 아니면 당신 생애에 커다란 변화가 생겨난 날이어도 좋다. 가장 의미 있는 날을 골라
아이들에게 보내는 이 편지는 해마다 고쳐 써라. 그리고 당신만이 아는 가장 은밀한 곳에 놓아두
고, 일상의 거울로 삼아라.
나는 지난 여름, 지리산에서 한 달 간 포도 단식을 하고 돌아온 후 거의 6개월이 지난 1998년,
음력 설 전날 이 편지를 고쳐 썼다. 나는 내가 죽는 순간까지 이 편지를 고쳐 써갈 것이다.
아직 나조차도 이 편지의 마지막 내용이 어떻게 쓰여질지 알지 못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내
삶이 내 손에 의해 다시 쓰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해린, 해언에게
아빠가 너희에게 이 편지를 쓰는 것은, 너희들이 바로 아빠가 이 세상에 남겨 놓은 젊음이며,
사랑이며, 또한 새로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너희에게 배달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편지는 오
히려 아빠의 마음으로 다시 배달될 것이다.
나는 이 편지를 해마다 고쳐 쓸 것이다. 그러므로 이 편지의 마지막 내용은 아직 나도 모르는
꿈과 희망으로 남아 있다.
나는 세상을 혼자 살지 않았다. 함께 살아온 벗들이 있다. 한 사람은 너무 진지하고 지극해서,
나 또한 그를 대할 때 정성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또 한 사람은 사물의 뒤에 숨어 있는 것들을 읽어내는 재치가 있었는데, 나는 그를 통하여 새
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보는 법을 많이 배웠다.
또 한 사람은 자신의 믿음과 가치를 잃지 않고 세상을 살려고 애썼다. 그를 만나면 언제나 마
음이 편안하였다. 나를 깊이 이해해주었기 때문이다.
또 한 사람은 자신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생각해주었다. 그리하여 내가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선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주었다. 이 사람들이 없
었다면, 내 삶은 참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일에 대하여 말하겠다. 아빠는 대학에서 혁명사를 전공하고 싶었다. 비록 대학에서 그 일을 계
속할 수는 없었지만, 이러한 관심은 회사에 다니면서 조직과 개인의 변화와 개혁이라는 전문 분
야를 다룰 수 있게 했다.
이 일에 종사해온 지 12년이 지난 다음에야 모든 변화의 시작은 ‘나로부터’출발한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다. 아빠가 지리산에서 한 달을 보낸 것은, 바로 미래를 현재의 연장 선상에
서 끊어내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곳에서 아빠는 세 가지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내 삶의
후반기를 시작하는 기조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 첫 번째는 하루에 적어도 두 신간은 나를 위해 쓰겠다는 결심이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일관되게 그 두 시간을 쓰고 싶었
다. 매일 연습하면 매일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끼는 연주자처럼.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새벽은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줄을 쳐가며
읽고, 생각하고, 정리했다. 그리고 가끔 썼다. 시간은 무척 즐거웠다.
두 번째는, 네 엄마와 더 많은 교감을 가지는 것이었다. 사람은 모두 결점을 가지고 있다. 가족
사이에도 역시 충돌과 오해와 생각 없이 뱉는 잔인한 말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마치, 너희들
은 나이가 들면서 자유로워지고 싶어하고, 엄마와 아빠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고 말할 때 생겨나는 갈등 같은 것들이다.
엄마와 술을 한 잔씩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제일 좋은 것은 주일마다 함께 성당에
나가서 미사를 보며, 서로 쳐다보고 진심으로 ‘평화를 빕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빠는 당분
간 교리를 하거나, 영세를 받을 생각은 없다. 아직 하느님께 대한 서약을 지킬 자신이 없어서이
다.
그러나 언젠가, 스스로에 대한 애착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쓸 준비가 되면, 그때 나는
카톨릭 신자가 될 것이다. 아직은 하느님께서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나를
위해 쓰기를 바라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절실한 욕망’이라는 신의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꿈, 희망, 열망, 소망이라는 말보다 욕망이라는, 다소 육체적이고 불순해 보이는 말을 더 좋아한
다. 왜냐하면 그 속에서 나는 정제되지 않은 어떤 야생적인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지금 저지르도록 하는 실천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충동이 아니다. 너무나 절실하여, 평생을 따라다니는 그리움 같은 것이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결국 그 일로 되돌아오게 하는, 바로 그런 그리움.
세 번째는, 새로움을 일상 속으로 언제나 끌어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놓는 것이다. 인생은
결국 시간과의 밀월 같은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보다 회의적이고 보수적이 되기 쉽
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것은 함께 걸어오던 세상이 잡았던 손을 놓고, 저 혼자 빨리 걸어가버
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생에는 많은 소도구들이 있다. 여행, 붉은 포도주, 마담이 괜찮은 카페, 가끔 적어보는 일기,
아내의 생일, 노란색 작은 국화, 영화, 인사동 골목 속의 맛있는 음식점, 미술관 창문 속으로 지는
햇빛, 가을 물빛, 파도가 만드는 소리, 우연히 나눈 친근한 눈빛, 땀과 바람...... 모두 두고 떠나기
싫은 것들이다. 여기 세상에 남아 있음이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바람이 감미로운 늦은 봄날, 북한산 노적봉에 올라보
라. 꽃 속에, 햇빛 속에, 하늘 속에, 옷 모두 벗어두고 서 있어보라. 단지 그곳에 있음으로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일한 다음의 달콤한 휴식 같은 것이다. 마음의 빗장을 모두 풀어놓는 휴식은
그 자체로 행복이지만, 이것 없이는 일 또한 할 수 없다. 마음이 닫혀 있을 때, 일상은 고통스럽
고 지루해지는 것이다.
너희는 아빠의 자랑이다. 너희 둘만큼 세상은 좋아질 것이다. 너희 둘 때문에 이 세상이 좀더
숨쉬기 좋은 곳이 되었다고 믿는, 또 좋은 사람들을 가질 때 너희는 성공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아라. 자기 자신이 되려고 힘써라. 깊은 곳, 그리움으로 있는 욕
망에 따라 오직 자기 자신보다 좀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라. 힘껏 배워서 늘
고운 사람이 되도록 하여라.
1998년 1월 27일, 음력 설 전날
사랑하는 아빠가
나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며, 스스로에게 바라는 것과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을 함게 정리할
수 있었다. 편지는 감정을 담을 수 있다. 마음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이 살아 움직인다.
마음을 토해내기 때문에 속에 깊이 숨어 있는 그림자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겉과 안의 화해를 위해, 그리하여 자신이 허용한 욕망이 매일 조금씩 자라나고 이루어지는 것
을 도와주기 위해, 스스로에게 남기는 기록들이 필요하다.
이제 당신은 모비명과, 지능 목록과,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목록과, 아이들에게 쓴 계속 고쳐
써야 할 편지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 매일 22시간씩 주어지는 일상을 살아라. 아버지로서, 아내로서, 혹은 딸이나 아들로서, 그
리고 직장인으로서, 누군가의 친구로서, 그렇게 살아라.
그리고 매일 두 시간은 오직 자기만을 위하여,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하여 사용하라. 이 두 시간
은 어느 무엇을 위해서도 양보하지 마라. 그것을 파는 날, 그대는 노예가 된다.
지나간 순간들이 자신이 쓴 묘비명에 적합한 사람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비교해보아라. 지금 하
고 있는 일이 ‘내가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인지 물어보아라. 그리고 아직도 그 일을 하고 있지
못하다면, 하루에 두 시간씩 준비하고 있는 시간들이 잘 쓰여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행복한 일들의 목록에 들어 있는 계획들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 작은 여유와 사려 깊은
순간들이 당신의 삶을 부추겨주었는가? 가끔 아이들에게 쓴 편지를 열어 읽어보라. 때때로 내가
아이들의 삶에 너무 많이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상대적으로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
었던 ‘자기 자신’이 되는 일에 게으른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보라.
나는 이 책을 쓰는 시간들을 즐겼다. 나 자신과 나눈 시간들이 - 하루에 두세 시간들의 모임 -
이 책을 만들어내었다.
나는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다.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을 때, 때때로 지나치게 감정이 많이 묻어
나오고, 어느 때는 이에 대한 반성으로 인해 너무 건조해진 것 같아, 전체적으로 일관된 톤을 유
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감정의 기복이 있는 것이 산다는 것이고 보면, 책 역시 쓰는 시간들의 감정적 기복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저 내가 즐긴 시간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았을 뿐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항상 약간의 흥분을 가지고 마음에 드는 길을 가고 싶다.
행복한 사람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낸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희랍인 조르바』의 작가이며, 1953년에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70세의 나이로 발표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기도를 소개하며, 후기를 대신한다.
나는 당신의 손에 쥐어진 활입니다.
주님, 내가 썩지 않도록 나를 당기소서.
나를 너무 세게 당기지는 마옵소서.
나는 부러질까 두렵습니다.
나를 힘껏 당기소서, 주님.
내가 부러진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