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원작
상트페테르부르크의 7월 어느 무더운 날 저녁. 가난한 대학생 라스꼴리니꼬프는 전당포에 시계를 저당 잡히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마르멜라도프라는 중년의 술주정뱅이를 알게 된다. 이 남자에게는 폐병에 걸린 아내(까쩨리나 이바노브나)와 어린 세 자녀(뽈랴, 꼴랴, 리다),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춘에 내몰린 첫 번째 부인의 딸 소냐가 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소냐를 보면서 자기의 누이동생 두냐가 자기의 학비 마련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중년 남자(뾰뜨르 뻬뜨로비치 루쥔)와 결혼할 것이라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소냐의 매춘으로 살아가는 마르멜라도프의 생활상과 자기의 생활이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라스꼴리니꼬프는 평소 남에게 백해무익한 사람의 돈을 빼앗아 훌륭한 사람을 위해 쓴다는 것은 아무런 죄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한 달 전쯤부터 전당포 노파(알료나 이바노브나)를 살해하려는 충동을 느끼고 있던 라스꼴리니꼬프는 우연히 전당포 여주인이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을 알게 되고, 자신의 범행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도끼로 그녀의 정수리를 쳐 죽이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범행 직후에 노파의 순진한 여동생(리자베따 이바노브나)이 전당포에 돌아오자 범행의 은폐를 위해 그녀마저 살해하고 만다. 그는 살인 후에 공포와 당혹감, 꿈과 환영에 시달리다 경찰서로부터 소환장을 받고 공포에 떨지만, 실은 하숙집 여주인에게 하숙비 대신 써 준 차용증의 빚 독촉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고, 경찰서에서 돌아온 직후 그는 경찰이 자신에게 혐의를 두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벽속에 감추어 두었던 훔친 물건들을 꺼내어 외딴 골목의 담벼락 돌 아래에 물건들을 묻는다.
다음날, 영양실조와 열병을 앓고 있는 그에게 어머니가 보낸 35루블이라는 하숙비도 못내는 그에게는 거대한 돈(?)이 도착한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이 돈을 가지고 외출한다. 우연히 술짐에서 알게된 마르멜라도프가 마차에 치여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집으로 옮기지만 그는 곧 죽고 만다. 라스꼴리니코프는 마르멜라도프의 아내(까쩨리나 이바노브나)를 위로하고 가진 돈을 모두 장례비로 쓰라며 주고 나온 뒤, 다시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범죄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때 어머니와 여동생 두냐가 라스꼴리니꼬프의 허름한 하숙집에 찾아오고, 이들은 라스꼴리니꼬프의 친구 라주미힌과 만나게 된다. 그러는 중에 소냐가 찾아와서 모두를 만나게 되고, 매춘부라는 소냐에 대한 그들의 편견과 의혹도 여기서 씻겨진다.
한편, 예심판사인 뽀르피리 뻬뜨로비치는 우연히 잡지에 실린 라스꼴리니꼬프의 논문을 읽고 이 사건을 사상적 동기의 범죄로 보고 그와 논쟁하며, 라스꼴리니꼬프를 의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라스꼴리니꼬프는 괴로워 하며 정신착란증인 계모(까쩨리나 이바노브나)와 자기의 동생들을 위해 몸을 팔고 있는 소냐에게서 살인범의 구원을 갈망하게 되고 끝내는 간접적인 고백을 한 뒤, 갑자기 몸을 굽혀 방바닥에 엎드려 그녀의 발에 입을 맞춘다. 라스꼴리니꼬프의 고백을 들은 소냐는 그에게 말한다. "이 세상은 넓지만 지금의 당신처럼 불행한 사람은 없어요, 지금 당장 네거리로 가서 당신이 더럽힌 대지에 입 맞추세요. 그리고 큰 소리로 세상사람 모두에게 들리도록 '나는 살인자다' 하고 외치세요. 그리하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구해 주실 거에요."
그녀의 말을 듣고 라스꼴리니꼬프는 마침내 경찰서에 자수하러 간다. 경찰서로 가는 도중 소냐의 말에 따라 그는 광장에 들러 대지에 꿇어앉아 무한한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며 흙에 입맞춤을 한다. 그러나 '나는 살인자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아직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감형되어 8년이라는 형벌을 치르기 위해 시베리아로 가면서도 자신의 소심한 성격과 어리석음에 패했을 뿐 자신은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냐도 스비드리가일로프의 금전적 도움을 받아 고아가 된 동생들의 뒷처리를 끝낸 뒤 그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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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 1821년 모스크바에서 가난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당대 러시아에서 드문 전업 작가로 일생을 가난과 역경 속에 살았다. 19세기 중엽 다른 귀족 출신 작가나 시인들과 달리 그는 평생을 가난 속에 살며 돈과 시간에 쫓기고, 사형 언도와 간질병 같은 고난에 찬 특이한 경험들을 했다.
그는 러시아 민중을 누구보다 사랑한 이른바 비판적 리얼리즘 작가로 사회적, 철학적 주제를 추구한 작가이다. 그의 사상과 미학은 때론 민족 문제와 고고한 인류학적, 신학적 문제에까지 닿아 있다. 특히 러시아와 인류의 미래, 그리고 신과 인간의 문제를 아우른다. 이러한 거장의 모습은 흔히 동시대에 세계적 명성을 떨친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세계 문학의 정상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들은 '문학의 심리학'이라 불릴 정도로 인간 심성의 깊은 곳을 파헤친다. 작품으로 <가난한 사람들>, <지하 생활자의 수기>, <죄와 벌>, <백치>, <영원한 남편>, <악령>, <작가 일기>, <카라마조프의 형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