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하시는 분은 안계시겠죠? ^^ 어설픈 농담입니다. 사실 불교계의 마족들을 시작한 지 꽤 시간이 되었지만 세계관을 간추린 표 작성에 애를 먹고 있고 방대한 자료 수집도 쩔쩔매느라 빨리 빨리 올리지 못했습니다. 세계관은 잠시 뒤로 미루고 오늘은 불교에서 지극히 중요하게 여기는 마신, 혹은 마왕이라고 불리는 아수라에 대해 소개합니다. 많은 분들은 주로 중국 무협물을 통해서 혹은 일본 애니 아슈라 왕 등을 통해서 어렴풋이 아수라를 알고 계시기는 하지만 사실은 아수라는 마왕입니다. 뭐, 악랄한 사탄 같은 마왕은 아니지만 지극히 독특한 마왕이라고 하더군요.
그럼 우선 아수라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출발합니다.
아수라(阿修羅)..... 그/그녀는 신성과 마성을 겸비한 복잡한 종족이다. 이상이 높고 엄격한 그들은 환술, 소환술 외에 다양한 마법을 구사하는 고급 마족이다. 불경에 따르면 이들은 술을 마시지 않으며 남자 아수라는 지극히 흉측하게 생겼지만 여자 아수라는 단정하고 청초한 용모를 지녔다고 한다. 이들 아수라 종족의 성격은 불격 [산유타 니카야] 제1집
제11장 8절의 4구에 실려있다.
그래서 아수라의 주인인 비로차나(아수라의 우두머리)는 존자(싯타르타,
즉 부처를 가리킴)의 곁에서 이 시를 낭송했다.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사람은 노력을 해야한다. 그 목적이 달성되면 만물이 아름답게 빛나는 법이다. 이것이 비로차나의 말이다."
위와 같이 아수라의 성격은 성실하고 고지식하며 솔직하다. 그들은 정의를 절대적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적이고 사악한 존재는 무작정
공격하고 파괴하며 말살까지도 서슴치 않는다. 아수라의 한자 번역인
阿修羅 혹은 修羅(수라왕도 같은 의미)는 귀신으로써 적과 싸울 때의 격렬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아수라는 광명신(1)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더구나 그것은 영적인 빛으로서, 일반적인 빛이 사물을 비추면 뒤쪽에 그림자가 생기는 데에 반해 아수라의 형광은 모든 사물을 비추면서 어두운 부분을 전혀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1): 인간이 가진 일반개념으로서의 빛은 선이자 은혜이고 따뜻함이며, 반대로 어둠은 악이고 더러움이며 차가움으로 통한다 따라서 많은 종교에서 가장 높고 선한 신은 광명, 빛의 신을 가리킨다. 그런데 위에서 말하는 영적인 빛이란 신비주의 용어에서 말하는 오라(Aura)를 뜻하며, 종교 용어로 말하자면 후광을 가리키는 말로서 영적인 에너지 방사를 뜻한다. 영적 능력(혹은 신성함)이 높으면 높을수록 후광의 빛도 더해진다. 이는 신이나 천사나 성인으로 추앙되는 사람의 초상화에서, 머리 뒤쪽에 둥근 빛 구체나 불꽃으로 그려지는 바로 그 빛이다.(후에 희랍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이나 올림푸스 신들을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상에도 잘 나타나 있고 이는 유럽으로 건너가 기독교의 신이나 성모 마리아, 예수 및 사도 성인들을 묘사하는 데에 영향을 끼친다. 기독교나 희랍신화의 영웅 및 사도와 성인들 머리 뒤에 둥근 원의 구체나 링 같은 것도 바로 기원이 아리아인들이 생각해낸 데에 있다. 유교에서도 공자를 비롯한 많은 성인들을 그림으로 묘사하는 데에 있어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머리를 감싸는 둥근 빛 구체도 많은 연관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사물을 비추면서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 영적인 빛인 것이다.]
아수라의 역사는 아주 먼 옛날 페르시아와 인도에 동일 민족인 아리아 인들이 살고 있던 무렵부터 시작된다. 그들에게는 숭배해야할 신들이 두 종류 있었다. 즉, 데바(Deva) 신족과 아수라 신족이다 .데바는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아수라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고 쾌락주의 적이였다. 반면 아수라는 지극히 엄격하고 고행을 요구하며 금욕주의적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 이윽고 페르시아에서 유익일륜(有翼日輪)(2) 이라 표현되는 아수라왕
(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 마즈다에 해당)을 유일신으로 한 조로아스터교((후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 영향을 줌)가 생겨나 빛과 어둠, 선과 악이라는 이원론적 세계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데바(다에와 혹은 데우)는 악마로서 취급되어 갔다.
[(2) 아수라의 기본 형태는 팔이 모두 좌우로 각각 3개씩으로 두 개의
팔은 하늘을 향해 높이 받들듯이 올리고 있고 다른 두 팔은 정의를 의미하는 듯한 독특한 손짓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두 팔은 심판을 의미하는 칼이나 무기를 쥔 채로 큰 물고기의 등 위를 밟고 올라서 있다. 그 형태는 사실 고대 아시리아(앗시리아) 제국의 어원이 되는 수호신 아슈르의 것이었다.(Asshur) 본래 이 아슈르 신은 날개가 있는 태양 속에 활을 가진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름도 아수라와 비슷해서 같은 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그렇다면 아수라의 기원은 B.C. 20세기 이전의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대까지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려는 듯 B.C. 14세기 중반에 미탄니 왕국과 히타이트 왕국(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왕국들..... 아시리아 제국에게 멸망당한다.) 사이에서 교환된 조약문에는 아수라 신족에 속하는 바루나(Varuna, 수천; 水天), 미트라(Mitra, 흔히 말하는 미륵)이라는 명칭이 종종 언급되면서 그 점을 증명해주고 있다.]
한편 인도에서는 향락적인 데바가 신으로 숭배를 받고, 아수라는 마왕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경위로 인해 아수라는 신성과 마성을 겸비하게 된 것이다. 이점 때문에 아수라를 마왕 혹은 마족으로 이래하기 어려운 점인 동시에 매력적인 점이기도 하다. 아수라가 인도에서 마족으로 간주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로 바라문 교의 가장 오랜 성전인[리그베다(B.C. 1200년 무렵의 교전)]에 조차도 그런 기록이 보인다. 아수라들은 사카(Sakka, 제석천{帝釋川}; 인드라 라고 하며 신들의 왕이라는 뜻)를
우두머리로 하는 데바 신족과 항상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에
대한 인도의 아수라와 데바 라는 두 신족간의 전쟁 전설를 알아보자.
순다와 우파순다 이야기
위대한 아수라 가계에 순다와 우파순다라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이 두 아수라는 항상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똑같은데 세계를 자기들의 것으로 정복하려는 야심을 품고서(아마도 온세상을 온통 정의로만 가득한 세계로 만들려던 듯....) 고행을 계속했다. 데바신들은 이를 저지하려고 색욕, 副 등으로 유혹하기도 하고 가족이 마물들에게 몰살당하고 있는 환영을 보여 흔들리게 하려고 했지만 두 아수라의 생각은 굳어서 결코 고행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데바신들이 난처해질 무렵 브라마
(Brahma, 범천梵天 데바신의 일원)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줄 터이니 두 쌍둥이 아수라에게 고행을 멈추라고 타일렀다. 순다와 우파순다는 결국 갖가지 강력한 마법과 함께 '서로에게로부터 상처를 입지 않는다면 어느 사물로부터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는 축복의 보호 마법을 받았다. 소원이 이루어지자 금세
두 쌍둥이는 아수라로서의 본성을 드러냈다. 둘을 엄청난 수의 아수라
일족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침공군을 이끌고 인드라를 쳐서 격파하고
다른 많은 종족과 승려들을 죽이고 전세계를 완전히 통일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막상 염원이 이루어지자 둘은 데바신들과 마찬가지로
나날이 향락에 빠져서 아수라로의 엄격함과 금욕주의적 생활태도를 저버렸다. 바로 이 점을 노린 데바 신족들은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결집된 절대가인(絶對佳人; 절세 미인)인 天女를 만들어내 쌍둥이 앞으로 보냈다. 두 쌍둥이는 첫눈에 그 미녀에게 반하였고 사랑에 빠져서
(이 둘이 항상 생각하는 것이 똑같다는 성질을 기억하라) 천녀를 두소 서로 빼앗으려는 형제간의 피비린내나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서로가 죽을 때까지 싸움을 그만두려 하지 않았다. 결국은 데바신이 아수라 일족을 무너뜨리고 다시금 세상은 데바 신들의 손아귀에 들어 갔다.
왕을 잃은 아수라 족은 뿔뿔이 흩어져 멀리 추방되었다.
이런 싸움은 한 두번이 아니다. 허구헌날 아수라는 세계를 정복하지만 데바의 잔꾀에 휘말려 번번히 지존의 자리에서 쫓겨나기를 밥먹듯이 한다.
(멍청한 아수라 -_-;;;;;)
초기 불경에도 데바와 아수라의 항쟁에 관한 기록이 보인다. 그렇다 해도 언제나 무력행사가 오간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고타마 붓다가 고사(故事)로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데바의 왕 인드라의 덕망에 관한 해설을 하는 식인데 그 중에는 아수라의 왕(비로차나 Virocana 대일여래[大日如來])과 사카가 직접 붓다에게 찾아가 붓다 앞에서 진리에 대한 시구를 서로 앞다투어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양자를 둘러싼 이야기는 대개 인도 신화를 답습해서 데바 쪽이 승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불법을 잘 따르는 자의 승리한다는 구성으로 되풀이 되어 있다. 대승불교가 일어난 3세기에 아수라는 이미 천계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그것은 아수라는 인드라의 책략에 걸려 술에 만취한 채로 수미산(3) 주위에 있는 큰 바다로 던져졌기 때문이다. 초기 대승불교의중요한 경전인 [법화경]의 '법사공덕품(法師功德品)'에는 "아수라들, 큰 바다에에 사는 이들이......"라는 대목이 있는 데, 앞의 일화를 토대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이 바다에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힌두교의 신화에서도 볼 수 있다. 다만 이 신화에서는 그것이 일시적인 이로 그치고, 아수라들은 다시 아래 계층인 지하세계로 추방된다. 불교 전승에서 아수라가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나중에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의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아수라의 왕 비로차나는 [화염경]에서 바이로샤나(Vairocana, 비로사나;比盧舍那)는 부처의 직속 수하가 되었다.
[(3)수미산(須彌山); 불교의 세계관에 나오는 중심적인 존재다. 이 산 주위는 세계를 둘러싼 큰 바다가 에워싸고 있고 산꼭대기는 데바(천부)들이 있는 천계다. 그 상공에 더욱 높은 천계가 있다. 인간이 사는 세계는 수미산 남쪽 바다에 떠 있는 섬인 섬부주(贍部州)라고 한다.]
비로사나 불상에는 대개 금박이 붙여져 있었다. 바이로샤나란 다시 말해 '빛나는 자'라는 의미로서 광명신을 상징하므로 그러한 성격을 상징하기 위해 금박이 씌웠을 것이다. 빛의 신으로서의 아수라왕 바이로샤나에게는 나중에 마하(Maha, 위대한 이라는 뜻으로 마하트마 간디의 마하트마 라는 말 자체는 위대한 자라른 뜻이라고 한다.) 라는 존칭이 덧붙여져서 마하 바이로샤나, 즉, 대일여래(大日如來)로서 밀교에서는 최고 지위의 붓다로 숭배받게 된다.
상편은 여기까지이고 하편을 통해서 아수라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하겠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