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한 남자의 아날로그 삶에 관한 단상” - 잡지편집장·작가 이충걸
- 방송일시 : 2009년 8월 18일 (화) 밤 11시 30분(KBS 1TV)
- 출연자 : 이충걸 (잡지편집장,작가) · 장석주 (시인)
글을 쓰는 사람들의 입소문 속에 살아있는 특별한 문체의 소유자
“관능적인 글쓰기”의 주인공 이충걸... 그의 첫 TV 출연
한 달의 유효기간. ‘순간’의 의미를 가진 문화들이,
엑셀 페달을 끝까지 밟은 속도로 재빠르게 담기는 곳, 잡지.
그 트렌드의 첨병에 서 있는 잡지편집장..
하지만 그 트렌드의 속도에 무심한 아날로그적 인간 이충걸..
그 두 모순이 만들어내는 그 만의 아름다운 아우라.
그가 말하는 종이와 연필과 더불어 사는 아날로그 삶에 대한 단상.
긴 여운을 남기는 강렬한 인터뷰로, 마침표와 마침표 사이에서 예민하게 정제된 단어의 촉감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글쓰기로 이 시대의 작가들에게는 뜨거운 질투를, 그리고 독자들에게는 편애에 가까운 사랑을 받아온 잡지편집장이자 작가인 이 충걸이 낭독 무대에 올라 책을 펼쳐든다.
# 여전히 사회화를 겪고 있는 소년, 그가 말하는 “나이듦”에 관하여...
그를 가장 잘 묘사했다며 후배가 가르쳐 주었다는 詩, 마리아 라이너 릴케 <나는 어리고>를 읽으며 첫 낭독무대를 연 이충걸. 나이에 맞는 풍채, 그리고 몸과 부조화를 이루는 앳된 소년의 얼굴을 가진 그는 스스로를 미성숙한 사람, 어른이 되고 싶지만 어른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 말한다. 절친한 동료였던 소설가 은희경은 그에게 “여전히 사회화를 겪고 있는 소년”이라고 말한바 있는데..바둑 국수처럼 한 수 한 수 예민하게 고르는 단어들로 ‘나이듦’에 대해 말하는 그. 그는 자신의 잡지 인터뷰에서 백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지금, 당신의 가장 큰 관심사’를 묻자 ‘내일 할 작업!’이라고 열정에 찬 대답했던 세계적인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며, 늙고 나이든 인생이 과연 ‘여생(餘生)’일까? 라고 다시 관객에게 되묻는다.
# 시인과 소년, 그 첫 만남...
이충걸의 개성 넘치는 문체가 이어준 소중한 인연, 시인 장석주...
이어지는 낭독은 이충걸 편집장의 마음 한켠, 오랜 시간 자리를 내준 이와 함께 한다.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방송진행자... 자신의 이름 앞에 화려하게 붙은 타이틀 중, 자신은 ‘시인’으로 시작해서 ‘시인’으로 끝날 것이라 말하는 이. 시인 장석주가 자신의 詩 <명자나무>를 들려준다.
“이충걸씨가 쓴 인터뷰 기사를 읽고 문장이 관능적이라 생각했어요.”
장석주 시인은 두 사람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원고 청탁을 하는 기자와 작가로 92년, 만난 두 남자. 당대 최고의 유명인들을 담아내는 이충걸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이런 문체를 쓰는 사람은 누굴까 궁금증이 한껏 부풀어 있었던 때였다고. 때마침 울린 전화선 건너엔 원고 청탁을 하는 이충걸이 있었다. 직접 모습을 보여주면, 원고를 써주겠다는 다소 엉뚱한 제안을 한 장석주 시인, 그리고 한달음에 달려간 이충걸. “관능적인 문체를 닮은 기이한 인물을 기대했는데, 배낭을 메고 들어온 숫기없는 소년의 얼굴이라니..”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 짓는 장석주 시인. 두 사람은 이어지는 낭독 무대에서 나란히 같은 책을 들고 세 번째 낭독을 들려준다.
“헌책방이라니! 그게 얼마나 근사한 곳인지는 다녀본 사람만이 안다.
책은 느림을 요한다. 시간을 요한다. (…) 늘어난 시간을 즐기기에 서점만큼 안성맞춤인 장소가 또 어디 있겠는가...”
- 루이스 버즈비 글『노란 불빛의 서점』中
# 나의 인생을 바꾼 것은 책! 두 남자... 책 사이를 산책하다.
도서관에서 아무도 빌려가지 않아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쓴, 낡고 누런 종이가 부서지며 재채기를 일으키는 책들과 함께하던 건축공학도 이충걸. 고등학교를 그만두자 마음먹고 다음날부터 도서관에서 책 속에 파묻히며 세상을 배워갔던 장석주. 기억 한켠에 소중하게 접어둔 연애이야기를 들려주듯, 책에 대한 두 남자의 애틋하고 달콤한 고백이 이어진다. 낭독 후 헌책방 예찬론을 펼치는 두 사람! 헌책방의 서가 속을 거니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이라는 이충걸 편집장의 말에, 장석주 시인은 글을 쓰다 몰려온 절망감에, 소중하게 모은 책 7~800권을 헌책방에 판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본다. 글과 상관없는 삶을 살겠다, 이를 악물고 돌아오던 길에 쏟아지던 찬란한 햇빛... 결국 시인은 몇 달 못가 다시 서점으로 향했다고.
“헌책방이요? 들어갈 때의 그 쿰쿰한 냄새, 좋아요...
오래되어 변색된 종이에서
스며나오는 그리운 그 무엇, 그리고 무뚝뚝한 주인.”
# 내 인생의 전설, 어머니
내 삶의 아름다운 미래, 나의 딸...
대한민국의 마흔을 넘긴 아들이, 어머니와 일상을 나누며 쓴 아름다운 글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충걸이 엄마를 위해 쓴『어느 날, 엄마에 관해서 쓰기 시작했다』가 네 번째 낭독으로 울려 퍼진다. 먹고 싶은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침에 일어나면 차려져 있는 어머니의 밥상. 그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언젠가 멈추어 되돌아갈 만한 추억이 필요할 때면 어머니가 나에게 해주신 이 모든 음식들을 기억해야지”라는 구절로 담아내곤, 어머니의 언어가 오롯이 녹아있는 <애수의 소야곡>을 불러준다.
때때로 대중가요를 부를 때마다 “통속이 문학을 뛰어넘는다”는 생각을 한다는 그..
그런 그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애수의 소야곡>은 그 어떤 시보다도 더 순정한 삶의 진실을 담고 있다.
이충걸 편집장의 낭독과 노래에 대한 답가로, 장석주 시인의 <딸에게 쓰는 편지>가 다음 낭독무대를 잇는다. 소중한 딸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침을 담은 편지... 조용히 편지낭독을 듣던 이충걸이 말한다. “장 선생님이 우리 아버지였으면 좋겠어요.”
너무 달라서, 그래서 너무도 잘 맞는 톱니바퀴 같은 두 사람. 세상이 가르친 행복이 아닌, 자신에게 꼭 맞는 행복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두 사람은 ‘꿈을 꼭 잡아요’라는 구절이 담긴 랭스턴 휴즈의 詩 <꿈>을 끝으로 낭독무대를 마무리한다.
트렌디한 남자의 아날로그 삶에 대한 단상! <낭독의 발견> 잡지편집장 이충걸, 시인 장석주 편은 8월 18일 (화) 밤 11시 30분 KBS1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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