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타의 최고참인 한용덕(39)과 장종훈(36)이 11일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가는 세월의 기세에 눌려 전지훈련 제외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던 둘은 우여곡절끝에 합류해 무사히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두 선수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느낀 것은 신인시절의 설렘 가득했던 첫 전지훈련보다 많았다. 선수생활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만큼 남보다 한발 더 뛴건 말할 것 없고 고참으로서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찾은 시간이었다.
현역 최고령 선수인 한용덕은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를 잡았다. 선발진이 약한 팀 사정상 안정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를 갖춘 한용덕이 선발진에 합류하기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한 것. 초반에는 최일언 투수코치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묵묵히 따라갔지만 그 속내를 파악한 뒤부터 한용덕의 발걸음은 그 어느때보다 가벼웠다.
확실한 목표를 찾은 한용덕은 연습경기를 통해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 2일 현대전에서 선발투수로 3이닝 동안 1실점 한 뒤 지난 7일 기아전에서는 투구 횟수를 4이닝까지 늘렸다.
장종훈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 평소 과묵한 성격으로 자신의 야구만을 생각해왔던 장종훈은 하와이의 뙤약볕아래서 후배들을 챙기는 자상한 선배로 탈바꿈했다.
전대영 타격코치는 "나이가 들면 힘과 순발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장)종훈이도 신인들에 비해 파워가 밀리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종훈이는 최고 경지를 넘어선만큼 후배들을 지적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고 칭찬했다.
이들의 훈련을 지켜본 유승안 감독은 "시범경기에 많이 출전시킬 생각이다. 그 결과에 따라 시즌 기용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정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