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모 문예지 편집장 때, 서정주 선생님과 친구이면서 사돈관계이기도 한 김윤성 선생님 시집을 만든 적이 있다. 김윤성 선생님을 뵙고 직접 원고를 받아 출간하였는데, 그 시집 제목이 ‘아무 일 없는 하루’였다. 요 며칠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작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는다.
아무 일 없는 하루
1
뾰족한 고드름 끝에 맺힌 물방울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다가
끝내 떨어지고야 만다
쪼록!
떨어진 자리에 다시 물방울이 달린다
그 물방울이 또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다
쪼록! 하고 떨어진다
여기저기서
쪼록! 쪼록!
물방울 떨어진다
아프게 찢기면서 빛으로 흩어진다
2
잠든 손녀 곁에서
할아버지는 심심하다
방바닥에 구르는 장난감 나팔을 집어 분다
뚜우-
뜻밖의 큰 소리에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얼른 아기의 얼굴을 살핀다
아기는 쌔근쌔근 자고 있다
뭔가를 훔치려다가 들킨 양
할아버지는 나팔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가만가만 밖으로 나온다
아무 일 없는 하루
3
무더운 여름 한낮
인적 없는 골목길에
어디선가 검은 고양이 한 마리 나타나
바쁜 걸음으로
건넛집 담장 밑으로 사라져간다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무더운 한낮에
고양이는 무슨 볼일이 있었을까, 담장 너머로
숨소리 발소리도 없이
환상처럼 사라져간 고양이
나에겐 오늘도 아무 일 없었다.
*참조: 시하늘
http://cafe.daum.net/sihanull/DRy/23142?docid=Awi|DRy|23142|20070515071157&q=%BE%C6%B9%AB%20%C0%CF%20%BE%F8%B4%C2%20%C7%CF%B7%E7
주님, ‘아무 일 없는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분명 아무일 없는 날은 평안일텐데요
이 시에서의 하루는 무언가 기대에 찬 하루가 그냥 지나가서
아쉬운 나의 어느날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