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ja California 를 다녀와서

[Daniel]

바하로 가는 길은 너무나 쉬웠다. 티후아나 미국/멕시코 국경에 지그재그 형태로 만든 바리케이드 통로를 따라 천천히 운전하며 통과한 시간은 불과 30초. 국경경비대 군인과 세관원이 지키고 있었지만 아무도 차를 멈추지 않았다. 여기 경제가 미국과 캐나다의 Snowbirds와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니 코로나 사태로 많이 급했나 보다.

그러나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세계 최고로 번잡하고 까다로운 미국 티후아나/산 이시드로 국경을 통과해야 한다. 구글에 목적지를 L.A.로 입력하니 멕시코 사람들이 서는 끝도 없는 줄로 인도하여 벌떼같이 달려드는 멕시코 경찰에 돈을 빼앗기며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Nexus 카드가 있어 쉽게 국경을 통과했다.

건강할 때 배낭을 메고 세상을 둘러보고 나이가 들면 차로 인프라가 잘 된 북미를 여행하려던 애초의 계획을 바꾸어, 코로나 사태로 미래가 불확실하니, 우선 여행이 가능한 곳부터 먼저 가보자고 계획을 수정했다.

오랜 연구 끝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주말 차박 여행과 미국에서 최근 유행하는 VanLife의 중간 형태인 기동성도 갖추고 비용도 적게 드는 미니밴을 개조한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중고 도요타 Sienna를 구입하여 앞 두 자리를 남기고 의자를 모두 제거했다. 침상을 만들고 그 밑은 짐을 보관하는 저장공간, 또 트렁크는 부엌으로 만들었다. 천 와트 배터리와 솔라 패널, 또 50리터 냉장고도 마련했다. 좌식 생활이 가능한 한국인의 특성을 살려 우리의 생활방식에 맞게 목수인 지인에게 부탁하여 차를 개조하였다.

10월달 비를 계속 맞으며 십여 일 밴쿠버 섬을 여행하면서 마지막 점검을 끝내고 11월 미국 국경이 열리자 멕시코 땅 바하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났다.

우선 가는 길에 Utah에 들러 곳곳을 여행하였다. 옛날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인상 깊게 읽은 그랜드캐년 북쪽 North Rim으로 갔다. 그 기사에서 읽은 ‘진정 캐년의 역사와 진면목을 보려면 캐년의 북쪽으로 가시라’는 문구가 실감이 났다. 여러분도 다음엔 꼭 캐년 북쪽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또 자이온 캐년의 Angels Landing을 하이킹하며 웅장하고 신비한 캐년 전체의 모습을 조망했다. 아치스, 브라이스 캐년, 캐년 랜드 국립공원, 또 모뉴먼트 밸리 등 유타는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세월과 햇빛이 만든 유구한 대자연의 서사시를 제공한다.

멕시코 땅 Baja California는 남북으로 1,250 Km에 달하는 기다란 반도이다. 북부와 남부 두 주로 나뉘며 겨울철에도 따스한 기후와 빛나는 태양이 미국과 캐나다의 은퇴자와 관광객을, 또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대자연은 RV와 오프로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콜로라도강이 흘러드는 반도의 동쪽 코르테스만은 서쪽 태평양보다 훨씬 수온이 높고 겨울철에도 따스하고 파도가 잔잔하여 고래, 돌고래, 범고래, 고래상어, 참치, 거대한 만타가오리 등 세계 해양동물의 보고이다. 세계는 이곳을 해양수족관이라 부른다. 또 카약과 스포츠 낚시 또 스쿠버 다이빙 등 해양스포츠의 천국이다.

서쪽 태평양 연안은 파도가 높아 파도타기가 유명하고 또 하와이와 함께, 여름을 시원한 알래스카 연안에서 보낸 고래들이 팔천 키로 넘게 헤엄쳐와서 여기서 새끼도 낳고 기르며 따뜻한 겨울을 지낸다.

태평양 연안 San Ignacio와 Ojo de Liebre 라군과 Magdalena만은 겨울철 이런 고래를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사람에게 우호적인 고래와 새끼들을 만질 수 있다. 캐나다와 다르게 작은 선박들이 고래에 접근할 수 있고 인간과 고래의 접촉을 허용한다. 성수기가 일월에서 삼월이라 투어가 없어 아쉽게 귀여운 목각 고래를 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였다.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멕시코는 유카탄 반도 이북의 모든 스페인 식민지의 영유권을 인양받았다. 대한민국 영토의 40배 정도 되는 거대한 땅이다.

미국은 프랑스 왕 루이 14세의 이름을 딴 루이지애나(현 미국 본토의 1/4 정도의 엄청난 땅)로 불린 거대한 미시시피강 양안의 땅을 전쟁비용이 필요한 나폴레옹으로부터 헐값에 사들인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태평양 연안에 도달하고자 강력한 팽창주의를 선택한다. 국경이 애매하여 충돌이 잦았고 중앙 정치가 불안한 멕시코를 상대로 영토 야심이 많았던 제임스 포크 대통령은 1846년 4월 25일 전쟁을 선포했다.

수도 멕시코 시티가 함락되는 수모를 당하며 텍사스를 할양하고 또 헐값에 캘리포니아, 네바다, 뉴멕시코, 애리조나가 포함된, 또 와이오밍, 캔자스, 오클라호마주 이남의 거대한 땅을 이양하는 강제적이고 치욕적인 ‘과달루페 이달고’ 협정을 1848년 2월에 체결하였다. 멕시코 땅 55%를 잃었고 대부분 현재의 미국/멕시코 국경이 이때에 완성되었다. 그리고 Baja California는 계속 멕시코 땅으로 남게 되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차 번호판과 운전면허증을 가지면 멕시코 국경을 넘어 Baja California와 옆 소노라주까지는 허가 없이 운전을 할 수 있고 이 경계를 넘어 멕시코로 가려면 허기를 받아야 한다.

San Diego에서 멕시코 국경도시 Tijuana 까지는 불과 25Km이다. 주도인 멕시칼리(Mexicali)보다 미국 샌디에이고와 가까운 태평양 연안 바하의 북쪽 티후아나와 엔세나다가 날씨가 온화하고 생활비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미국과 유사한 점이 많아 은퇴한 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인구 백칠십만 이 지역 최대 도시인 Tijuana는 미국에서 금주령이 시행될 때 미국인이 술 마시고 파티를 즐기러 온 번창한 도시였다. 2,000년 마약의 온상이 되었고 그 폭력성으로 이 도시는 명성을 잃었다. 요즘은 예술과 멋진 음식과 관광으로 그 명성을 회복하려 노력하는 도시이다. 거리의 낙서와 무질서한 교통, 맛있는 노점상 음식과 최고급 레스토랑이 혼재하는 애증이 교차하는 번잡한 도시이다.

티후아나에서 엔세나다까지 해안 유료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시간도 단축하고 해안의 멋진 경관을 볼 수 있다.

여기는 해산물이 풍부하여 Fish Taco가 이곳 엔세나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반도 어디서나 맛있는 피시 타코를 먹을 수 있으며, 또 우리가 즐겨 마시는 멕시칸 칵테일 마르가리따도 여기 엔세나다가 원조라고 주장한다.

엔세나다 근교 구아달루페 계곡은 새로운 와인 산지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맛이 진한 포도주가 이 지역의 특징이다. 엘 시엘로 포도원의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며, 이 계곡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라스 뉴배스 포도원의 테라스에서 와인잔을 기울이며 이 웅대한 포도원 계곡을 감상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엔세나다 서남쪽 긴 해변가 Bufadora 길에 늘어선 캠핑장들 앞 모래사장은 썰물 때 유황냄새가 진동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곳이다. 십센티만 파도 뜨거운 온천수가 나온다. 특히 밤에 모래를 파고 따스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을 감상하며 멀리 아름다운 엔세나다의 야경을 보면 아마 여기가 지상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멕시코 1번 고속도로를 따라 반도의 사분의 일 지점에 있는 도시 Lazaro Cardenas를 지나면 반도 끝까지 그야말로 건조하고 수많은 선인장 사보텐이 우뚝 선 사막이다.

칠백 킬로를 달려도 끝없이 펼쳐지는 지루한 화산 지형의 험준한 산악과 평원을 가득 매운 선인장들, 모든 것을 녹여낼 것 같은 강렬한 햇빛과 뜨거운 바람만이 이 사막의 역사를 말해준다. 그 단조함과 지루함이 주는 오묘한 영감은 특별하다.

오기 전 갓길도 없는 열악한 좁은 도로와 교통사고에 대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여행자에겐 이 오묘한 오지를 볼 수 있게 사람도 살지않는 이곳에 도로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멕시코 사람들이 고맙다.

운전이 지루하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들어시라. 아웃오브 아프리카의 잔잔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도 좋고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도 좋다. 모두 행복하고 황홀한 새로운 신비의 세계로 여러분을 인도할 것이다.

또 이 멀고 열악한 불모의 사막에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순명에 따라 복음을 전하려 온 예수회 신부들의 수많은 숭고한 발자취를 둘러보면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

바하 중부에서 차를 코르테스만 쪽으로 돌리면 Bahia de Los Angeles에 도착한다. 와이파이도 불안전한 이 오지는 미개발의 어촌을 연상시키지만 이런 곳일수록 멕시코의 후한 인심과 코로나를 잊을 만큼 평화가 있다.

이곳은 고래상어와 함께 헤엄을 칠 수 있는 곳이다. 상어는 따뜻한 물에서 살기에 고래를 볼 수 있는 겨울시즌과 다르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해변 백사장에 있는 캠핑장에서 낮에는 야자수 잎으로 만든 시원한 그늘막(La Palapa)에 앉아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며 책을 읽고, 또 이른 아침과 저녁 해거름에 메마른 바하 사막의 험준한 산들과 대비되는 코발트 불루의 바다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행복일까.

또 한국사람이 참치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니 참치와 사촌인 Yellowtail 한 마리를 그냥 주는 후한 멕시코 어촌 인심도 맛볼 수 있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여기 아쉴론 캠프장의 Siete Filos 카페는 외부와 연결되는 인터넷이 아주 잘 터지는 곳이고 커피맛과 분위기도 고급스럽다. 이 캠핑장은 바닷가 그늘막도 좋고 최고급 휴양지 분위기에 샤워를 포함해 하루 U$8.00이다. 이 캠핑장을 가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전에 예약을 해야된다. 전화도 없고 이메일만 있다(resendizshidalgo@yahoo.com).

중부 물레헤(Mulege)와 Loreto에 위치한 콘셉시온만은 물과 초록이 있고 그림 같은 바닷가 캠핑장이 무수히 많다. Loreto시는 1697년 이곳 캘리포니아(미국 캘리포니아 포함) 지역 최초로 예수회 선교회가 터를 잡은 곳으로 성당이 있는 구시가지가 아주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있고 치안도 완벽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근처에 Danzante Bay 골프 휴양지도 들어섰고 비행장도 있어 미국인 여행객이 많다. Loreto 남쪽엔 우리의 신도시 같은 Nopolo시가 있다. 완전히 외국 은퇴자나 별장촌으로 지어져 경비가 출입을 통제하며 골프장도 있고 거의 모두 미국과 캐나다 번호판을 단 차량이다. 커피숍도 캐나다 못지않게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다. 여기서 만난 캐나다 부부는 비행편이 있어 눈 덮인 겨울 캘거리에서 서너 시간이면 올 수 있어 너무나 만족한단다.

Loreto 인근 바다는 모두 자연보호구역으로 정해져 있어 잘 보존이 되어있고 근방 코로나도 섬 투어를 하면 정말 깨끗하고 그림 같은 백사장, 또 펠리컨과 가마우지 등 수많은 새, 상주하는 물개 떼와 사철 이 근처를 헤엄쳐 노니는 돌고래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양 사방으로 무리지어 헤엄치는 돌고래를 보는 것은 일생 기억에 남을 추억이다.

바하로 여행을 가려는 사람은 이미 개발된 남부의 수도 라파스나 로스 카보스의 개발된 휴양지보다 항공편이 있어 편리한 Loreto를 권하고 싶다. 나도 여기서 닷새를 쉬며 멕시코 최고의 골프코스 중 하나인 단잔떼 골프장에서 골프도 치고 해양 투어를 즐기며 쉬었다. 섬 관광선 선장이 우리를 해변에 내려주고 취미로 잡은 베스를 팁을 주고 얻고 또 이 고장 명물 초콜릿 조개를 사서 회와 회덮밥 또 조개구이로 고향 부산의 행복한 추억을 되살렸다. 단 국경을 넘기 전 LA 나 샌디에이고 한인 마트에서 양념장과 소주를 미리 준비해야한다. 바하에는 아시안 식품이 없다

반도의 끝에는 유명한 휴양지 ‘로스 까보스’와 남부 주 수도 라파스가 위치하고 있다. 오래전 개발된 로스 까보스의 호텔들도 좋지만 좀 떨어진 새로 개발된 호텔들이 위치도 좋고 더 고급스러운 곳이 많다. 로스 까보스 시내 전역을 둘러보니 좁고 번잡한 휴양지의 전형적 모습이다.

북부의 티후아나와 엔세나다 또 남부의 이곳을 제외하고 또 반도를 관통하는 1번 국도를 제외하면 반도 전체가 거의 비포장도로 미개발 지역이지만 오프로드 차량을 가지고 가면 반도 모두가 자기만의 특별한 해양스포츠 천국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홀로 가기보다 위험을 줄이려 동호회를 만들어 같이 움직인다. 나도 한 번 차가 모래사장에 빠져 아주 애를 먹었다.

반도 전체에서 수많은 RV 여행자들을 만났다. 특히 미국 전국과 캐나다 전 지역에서, 또 멀리 유럽의 스위스, 독일, 프랑스, 벨기에에서도 온다. 이런 여행자들과 같이 여행 경험을 나누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외로운 여행자에겐 서로가 좋은 친구이다.

교통이 불편해 남부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개발되지 않아 머무는 곳 모두가 천연 RV 캠핑장인 바하는 겨울철 그들에게 최고의 목적지이다. 하루 평균 U$15.00 정도로 그늘막 Palapa, 더운물 샤워와 화장실만 있는 단순한 천연 캠핑장이 거의 모든 아름다운 해변에 있다.

끝없는 사막이 지루하다고 말하지 마시라. 차를 정차하고 선인장 밭을 가보면 수많은 선인장의 종류와 생태계를 발견하고 놀랍니다. 오전 따스한 상승기류가 생성되면 하늘로 날아오르는 수많은 수리와 독수리, 또 아침 일찍 도로에서 마주치는 여우는 사막이 살아있음을 말합니다.

물이 적은 육지는 거칠고 단조로워 일부에게 실망을 줄 수 있지만 태평양과 코르테스만의 수많은 해양스포츠와 생태계는 여러분에게 지구의 오묘하고 신비로운 세계를 보여 줄 것입니다. 특히 코르테스만의 에메랄드와 코발트 불루색 바다는 여행자 여러분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차로 바하를 가시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좌회전 신호는 좌회전 신호와 동시에 뒷차가 나를 추월해도 좋다는 신호이니 주의해야합니다. 이백오십 킬로를 달려야 나오는 주유소, 미국 재입국, 멕시코 식품 외에 거의 없는 동양 식재료 등등. 그러나 친절하고 후한 멕시코 인심과 자연이 여러분을 반길 것입니다.

특히 RV 여행자에게 바하를 꼭 추천합니다. 비행기로 가시려면 로스 까보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Loreto 지역을 추천합니다. 바하반도 여행의 필독서는 Moon 출판사의 Baja 여행 안내서이며, RV 여행자에게는 엡 iOverlander가 필수적이고 또 페이스북에 Baja를 치시면 많은 그룹이 제공하는 바하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해영 다니엘
by62va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