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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다리초등학교 제22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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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맛집 탐방 스크랩 대갱이, 운구지, 개소겡이란 물고기 아세요?
지기(쌍학) 추천 0 조회 63 12.03.20 06:0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순천의 전래음식 대갱이무침

 

생소하다. 일단 이름부터 이게 물고기인지 잘 분간되지 않는다. 대갱이, 운구지, 개소겡이라니. 하지만 분명 물고기 이름이고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한 물고기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학명은 개소겡이지만 전라도 지역 방언으로 대갱이 혹은 운구지로 불리운다. 망둑엇과의 바닷물고기지만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의 뻘에 산다. 이 희귀한 물고기의 맛과 영양은 일본에서 먼저 알아봤다. 때문에 한때는 일본으로 수출까지 되었던 난놈이었다.

 

 

 

△ 말린 대갱이묶음, 원명은 개소겡이지만 순천 벌교 등 산지에서는 대갱이 또는 운구지라고 부른다

 

개소겡이 나는 지역은 순천, 고흥, 벌교 등으로 매우 한정적이다. 그래서인지 현재는 존재조차 가물가물 해 질정도로 잊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순천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 힘든 대갱이(개소겡)무침을 발굴하고, 순천만의 전래음식으로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지난 달 벌교 재래장에서 대갱이를 처음 보았다. 마치 에일리언을 연상시키는 주둥이는 흉측스러웠고 눈이 없는 대가리는 희한했다. 눈이 없는 이유는 퇴화되어 피하 속으로 들어가 버린 탓이다.

 

가판대에서 대갱이를 파는 할머니의 전언에 따르면 옛날에는 대갱이를 일본으로 수출해 부잣집이나 먹었다고 한다. 또,  대갱이가 기운이 엄청나 양기에 좋다고 한다. 근거 있는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광주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대갱이가 보이면 무조건 사간다고 귀뜸한다. 조리법을 물었더니 상세하게 설명까지 해준다.

 

"자근자근 두둘겨 가지고 구워서 쫙쫙 찢어 양념에 무쳤어요."

“양념에는 뭐가 들어가요?”

"외간장, 참기름, 물엿, 참깨, 그러고 풋고추 썰어 넣고 고추장, 파, 마늘, 설탕 다 들어갔어요. 수가지가 다 들어가요“

“맛이 좋은가요?”

"그거이 양기에 참말로 좋다요. 기운이 엄청나게 쎄부러."

 

그래서인지 대갱이 잡는 일은 수월치가 않다고 한다.

 

“갯벌에서 12구멍을 쑤셔야 돼. 꼭 짱뚱어 잡는 거 하고 똑 같애. 쩌 아래 깊은데 있어. 엄청나게 기운이 시어"

 

이쯤되면 맛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일. 묶음으로 판매하는 대갱이는 일만원이지만 3천원어치만 조리 가능한지 물었다. 물론 염치없이 그것만 먹고 나올 심산은 아니었다. 그것을 안주삼아 막걸리까지 마실 요랑이었다. 처음엔 손사레를 치던 주모는 그게  맘에 걸렸는지  조리를 해 주겠다고 한다. 아직 시골의 인심은 그리 야박하지 않아서 좋다. 그동안 동행인과 나는 시장을 한바퀴 돌았다.

 

 

 

평일 낮의 시골 재래장은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시장에 발길이 뜸하니 장사가 재미있을 리가 없는 상인들은 눈이 마주 칠 때마다 팔아달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구입한 생강은 맛과 향에서 대한민국 최고였다. 토종에 가까운지 크기는 작았다. 그렇지만 농산물의 가치를 크기에 두지 않는 나의 안목에는 물건중에 물건이었다.

 

 

 

강판에 갈아보니 밥칡을 떠 올릴 정도로 알찼으며 찰진 탓에 생강물은 끈적거렸다. 지역의 재래장에는 잘 찾아보면 이런 명품 농산물들이 있는 곳이다. 그것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안목이 재래장의 쇠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막으로 돌아왔더니 어느새 대갱이무침 한접시가 놓여 져 있었다. 막걸리도 한 병 청했다. 보성에서 빚어진 녹차막걸리였다. 대갱이무침을 맛봤다. 사그락한 식감에 달짝매콤스러웠다.

 

 

 

 

씹으면 씹을수록 대갱이가 꼬시롬했다. 겉모습은 못생겼지만 맛만 좋았다. 인정 있는 주모는 밥도 한 공기 챙겨준다. 대갱이무침은 예로부터 밥반찬, 술안주로 사랑받아 왔으니 밥과도 먹어보라는 배려다.

 

 

 

역시나 밥과의 조화도 탁월하다. 벌교에 왔으니 겨울의 별미인 참꼬막을 맛보지 않을 수는 없다. 5년여전 참꼬막 취재차 벌교에 들른 적이 있는데 참꼬막을 내는 식당이 한곳밖에 없다는 것이 의아했다. 하지만 현재는 참꼬막을 내는 식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상태이다. 참꼬막만 삶아주는 곳도 몇집 운영되고 있다. 대갱이때문에 우연찮게 들른 동막식당도 그 중에 한 집이다. 주모에게 참꼬막을 사달라 부탁드렸다. 주모는 단골집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가장 물 좋은 참꼬막을 가져 올 수 있다고 한다.

 

 

 

5천원어치 가져왔는데 둘이서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갱이무침과 참꼬막을 곁들여 녹차막걸리를 마시는 낭만은 벌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누추한 재래장의 주막에서 흔치 않는 대갱이무침을 대한 건 행운이다. 이는 식재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온 것에 대한 보상인지 모른다. 비싼 돈 주고 즐기는 미식도 하나의 행복이겠지만, 별미나 지방의 향토음식을 찾아내서 즐기는 재미 또한 쏠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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