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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낯선 번호라서 '누굴까' 궁금해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아주 예의바른 남자가 내 이름을 대기에 맞는다고 하였더니 고맙다고 말을 한다.
얼마 전 아버지를 모시고 영종도로 바람 쐬러 나가던 날 엄마와 아버지는 벌써 공항에 도착을 하셨기에 잠시 공항 안으로 들어가셔서 쉼터에서 쉬고 계시라고 하고 부지런히 공항으로 달려갔다.
공항에 도착을 해서 아버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몇 번 출구로 나오시라고 하였더니 바로 두 분이 공항 내에서 나오신다. 두 분을 차에 모셨는데 아버지가 내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신다.
"이게 뭐예요?"
물었더니 화장실에서 주우셨다고 한다. 주인 찾아주라고 일부러 들고 나오셨다. 엄마는 그냥 분실함에 넣으면 될 걸, 아버지가 굳이 갖고 나오셨다고 말씀을 하신다. 아마도 아버지는 그 핸드폰을 꼭 찾아 드리고 싶으신 마음에서 들고 나오셨을 것이다.
단축키 1번을 눌러서 핸드폰 취득했다고 말을 전해주려고 핸드폰을 여니 비밀번호를 입력을 해야 한다. 전화가 와야 핸드폰주인한데 연락이 가능한데 그날은 전화가 오지를 않는다. 아니, 한 번 공항에서 전화가 왔었는데 아버지가 받지를 않으셨다고 한다. 그 전화가 본인이 했을지도 모르는데 아버지는 그 생각까지는 못하셨고 남의 전화 받기가 뭐해서 안 받으셨던 것 같다.
혹시나 배터리가 다되어 전화가 끊길까봐 충전을 해놓았다. 핸드폰은 남편이 차에 놓고 다녔는데 다행히도 그 다음날 전화를 받았더니 친구라고 하여 분실된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을 하고 핸드폰을 보내줄 주소를 받아 적었다.
그 후에도 다른 전화가 몇 번 정도 왔는데 남편은 그때마다 설명이 길다.
"네, 이 전화는 분실한 핸드폰인데 제가 습득하여 보관중입니다. 월요일에 00회사로 택배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이 핸드폰의 주인은 지금 외국출장중이십니다."
이런 비서도 없다.
우스갯소리로
"혹시 여자한데 전화 오면 대신 데이트도 해줄 거야?"
그러자 남편은
"그러지 뭐, 이왕 해주는 거. 다 해줘야지!"
어제 핸드폰을 포장을 단단히 해서 택배로 보내주었다. 오늘 오전에 택배가 도착을 했다고 고맙다고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가 회사 마케팅부에 있는데 그 회사 제품이 주로 과자인데 아이들 먹으라고 보내주고 싶다고 한다.
무심코 여러 가지 말들에 대해 대답을 네. 네 하다가 "어머~! 아닌데 아니, 괜찮습니다"하였더니 택배비도 부담을 하셨는데 고마워서 자기가 보내고 싶다고 한다.
핸드폰 취득하게 된 경위를 말해주었더니 본인이 화장실에 놓고 나왔는데 출국장까지 갔다가 다시 급히 화장실에 갔더니 다행히도(?) 핸드폰이 그 자리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버지께 감사하니 직접 전화 드리고 싶다고 하며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한다. 과자도 아버지께 전해드렸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아버지가 말씀이 부정확하시니 대신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아버지와 전화통화하면서 핸드폰 주인 찾아주었다고 하였더니 아버지가 아주 반갑게 말씀을 하신다.
"거 잘됐다. 나는 죄 지은 것처럼 마음이 많이 불편했는데. 그냥 놔두고 나왔으면 다시 와서 찾아갔을 텐데. 괜하게 들고 나왔나 해서 마음이 불편했다."
오늘 핸드폰이 주인을 찾아가면서 한사람은 다시 핸드폰을 찾아서 기뻤을 것이고, 아버지는 걱정하던 마음에서 벗어났으니 편해지셨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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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4 오후 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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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 핸드폰 잃어버린 적이 두 번... 문제는 핸드폰은 비싼것도 아니고 별게 아닐 수 있는데... 거기에 들어있는 지인들의 전화번호... 이거 없어지면 골치 아프지요... 한 번은 학생이 한 번은 택시 기사가 찾아 주었어요...
세상이 요즘 험악하다느니 어쩌니 해도 아직은 좋은사람들이 더 많은거 같아요.. 이럴땐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