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수산’의 토중석에 대하여 글을 쓴다고 하였으나
우리 방에 ‘호피석’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남원 땅 호피석’을 이야기 해야겠다
금강 계열의 호피석은 ‘청호피’ 또는 ‘검은색 계열의 호피’를 말함이고 남원 땅 호피는 말 그대로 ‘노란색’을 띄우는 ‘황호피’다
황호피를 잘 다듬어 동백기름을 칠해두면 반들반들 윤기(潤氣)가 나면서
정말 색감 소위 질감(質感) 좋고 매끄럽기 짝이 없는 수석이다
‘남원 고을 김 사장’이라는 분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우리와 함께 상당히 오랫동안 수석탐석을 다니신 분인데
그 분의 안내를 받고 처음으로 남원 호피를 맛본 곳이
그 유명한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이 된 ’사매‘라는 곳이다
예전 완행열차가 다닐 때에는 전라선 열차가 가끔 쉬어 주는 곳, 서도역 바로 앞 뜰 같은 곳이 ‘사매’다
그곳에서 마을 뒷산과 뒷산으로부터 흘러내리는 개울을 따라
산비탈이고 밭둑이고 논둑이고를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돌아다닌 수석계의 선배들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마을 쪽으로 접근을 해야 했다
여기서 잠간 다른 길을 찾아 떠나보자
사실 내가 ‘최 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을 접하게 된 것은 그 소설의 배경이 상당히 익숙한 지명이었고
그것도 호피석의 주산지인 ‘사매’라는 곳이었다는 이유와 책을 한 번 들면 푹 빠지는 습관도 습관이지만
너무 우리 옛 조상님들의 삶, 생활의 모습, 풍경을 잘 묘사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두 번이나 읽었다
그 소설에서 작가는 우리 근대사의 ‘세시풍속뿐만 아니라 관혼상제며 복식사’ 등을 두루 접할 수 있게 하였고
또한 전래풍속을 너무나도 세밀하게 그렸기에 민속학이나 역사학까지도 두루 섭렵한 작가의 치밀함이 보이는 그런 작품이다
아마 호암예술상과 함께 몇 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사매‘라는 지역이 작가의 ’혼‘을 기리는 훌륭한 기념 문학관이 건축되었고
해마다 그를 기리는 문학제도 있다고 들었다( 젊은 나이에 무슨 암으로 가신 것으로 안다)
그 소설을 접한 지가 상당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줄거리나 배경의 자리들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다
기왕에 이야기가 옆길로 빠졌으니 한 마디 더 !
그곳에서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하동의 악양면 평사 뜰은 ‘박 경리님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 첫 무대요
또한 서남쪽으로 조금 가면 ‘조 정래님의 태백산맥’의 배경인 ‘벌교, 회문산, 지리산이니’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라도 땅 이곳저곳이 우리나라의 대하소설의 배경이 된 곳이 상당하다
여하튼 ‘최 명희 님의 혼불’은 상당히 오랜 기억으로 잠들어 있기에 언제든지 깨어나면 다시 가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날도 항상 몇 사람이 팀을 이루어 다니기에 ‘봉고 승합차’로 대 여섯 명이 움직였다
추수가 다 끝난 들판이고 밭엔 겨울 김장용 무우, 배추가 자라는 때이니 늦가을이다
마을 앞을 지나 산 비탈면으로 움직이며 갈고리로 파 보기도 하고 떠들어 보기도 하지만
하도 많은 탐석꾼들이 들쑤시고 다닌 곳이라 그리 쉽게 우리눈을 반겨줄리 만무한데
세상에 개울바닥에 큰 바윗덩어리는 그렇게도 보기도 좋은 피질에 청호피!
푸른색을 띄운 호피석이다
흐르는 물에 가만히 있어도 씻기움이 있으니 얼마나 반들거리겠는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저것을 파고 갈수만 있다면..........
표준사이즈의 호피석이 아니더라도 맛이나 볼 수 있게끔 만이라도 해주오
마을의 밭둑을 모조리 눈 씻고 봐도 호피석 사촌(?)도 보이질 않으니 할 수 없이 마을 앞을 흐르는
조금은 큰 냇가 근처의 골재 채취장으로 이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골재채취장 모래 선별기 옆에는 배냥을 짊어진 ‘꾼’들이 대 여섯 명 정도 보였다
‘어휴 우리가 한 발 늦었군!’
헛기침을 하며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접근하니 아니나 다를까
작업하는 이들이 접근 불가를 외치며 나가라 한다
‘에이씨........’
할 수 없지 뭐 우리 저녁때까지 이곳에 있다 저 친구들 철수 한 다음에 파 보자‘ 해서
개울가를 어슬렁거리며 괜스레 괭이로 땅이나 파고 흔들거리며 돌아다니는데 동료가 그런 말을 한다
‘저 작업 일꾼들이 호피석을 선별기에서 추려내어 풀숲에다 숨겨두고 다음에 장사를 한다고 한다’
그러하니 조심스럽게 풀숲을 헤치며 다녀보자고 한다
뽕나무 밭이 상당히 넓게 있었으니 뽕나무 둑도 잘 보며 움직이라고 한다
이제 시야가 좁아졌으니 되든 안 되든 해보는 수 밖에 더 있겠는가!
그리하여 뽕나무 둑을 예전 흙과 좀 틀리면 파보기도 하는데
‘아니 ! 괭이가 흙속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틀리다’
과연 슬쩍 파보니 몇 개의 호피석을 감추어 두었다
누가 봐도 할 수 없다
들키면 들키는 대로 대처하기로 하고 배냥을 풀어 얼른 흙과 함께 몇 개를 집어 넣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무런 수확 기쁨의 표시도 없이 슬슬 걸어 작업장과는 좀 먼 곳으로 나와 배냥을 두고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가서 이제 너무 늦은 시간이니 집으로 가자고 했다
그때까지 동료들은 몰랐다 나의 ‘대단한 성과물’을...
그리고 우리가 정확히 이곳을 알았으니 밤 세울 준비하여 오자고 꼬드기니 몇은 웃으며 가자고 한다
세상에 나만 그렇게 큰 수확물을 차지한 줄 알고 차에 올라타서 전장(戰場)에서 습득한
노획물을 밝히려고 하니 동료가 풀숲에서 찾았다고 하며 청호피 아주 잘 생긴 놈을 내 놓으니
여기저기서 다 한 두 개 씩 노획품을 자랑삼아 내어 놓은다
결국 나만 품질도 떨어지고 생김도 그런 것만을 찾고 희희낙락하였으니 정말 ‘돌대가리’였다
아예 배냥 옆 손도 못 넣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정말 석복(石福)도 대단히 없는 놈이 나였다
그런 탐석을 하고 며칠 후에 그곳을 승용차로 4명이 작당을 하여 움직였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때는 옮겨가고 어디가 되었든지 밖에서 밤을 보내야 하니 단단히
옷장만을 하고 후렛쉬 불도 새 약으로 완전히 채우고 하여 저녁 9시가 다 되어서
그곳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작업인부들도 없고 조용했다
선별기 밑바닥에서부터 자갈 쌓아둔 곳까지를 후렛쉬 불로 이 잡듯 잡고 다녀도
그렇게 마음에 드는 호피석은 찾을 수가 없다
지난번에 갔을 때 보니 선별기 밑에서 한 사람이 쇠 갈고리 모양의 큰 철사를 가지고 잡아당기고 있었으니
그것을 바로 처리(파는 행위)를 못하면 그렇게 뽕나무 밭이나 풀숲에다 감추어 둔 것이다
자정이 지나니 슬슬 배도 고프고 한기도 느끼니 어디 가서 쉬었다
새벽에 오기로 의기투합하여 그곳에서 좀 떨어진 오수라는 면 소재지로 이동하여
‘이슬’이 하고 놀다 새벽에 움직여 다시 그곳으로 가서 이제는 풀숲을 찾기로 하고 움직여 보았댔자 잡혀야 포획을 하지요
동이 터오니 작업인부들이 하나 둘 출근을 하고 ...
우리는 몇 개의 황호피와 청호피를 배냥 아닌 포켓에 넣고 철수를 해야 했다
사실 그 뒤로도 몇 번을 그곳으로 탐석을 하였는데 별반 소득은 없었다
골재 채취현장의 애피소드는 남한강 조탁골이 참 재미 있었다
쫒으면 쫒기다 다음 산 (골재를 쌓은 더미)을 넘고 하여
또 그 자리로 돌다 잡혀서 배냥도 뺏기고.. ㅎㅎ
< 이제 어디로 간다고 하며 다니지는 않고 그냥 쓰겠습니다>
* 모두들 휴가도 떠나시고 방콕대학에 입학하신 분도 계시는데 이 몸은 병원으로 갑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고 무더운 여름 건강들하게 보내세요 *
첫댓글 아주 신바람나게 읽어 보있읍니다 즐거운 탐석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신바람이 날정도로 잼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운 여름 건강 잘 챙기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하 ~~그랬었군요 착해서가 아니라 욕심이 없어서겠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 ~~흙속에 진주도 금도 모두가 흙속에 있답니다 순창, 남원 인근의 호피석은 그렇게 탐석을 하더라구요
아이그 ... 많이좀 슬쩍해오시지유 ㅎㅎㅎ 여름에 보양탕 많이드시고 충전하세유 ㅎㅎㅎ
사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양탕이 별로라고 하여 저하고는 상당한 거리감을 두고 삽니다 알콜성 지방간이 있는 사람에겐 동양의학적으로 잘 안 맞는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사실 안먹습니다 ㅎㅎ
재밌는 순창호피 탐석기였습니다...
지금도 눈에 선 합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겨울 개울가 아침이...
추억의 탐석기 잔잔한 감동입니다.^^*
좋은 감정으로 읽으셨군요 항상 감사합니다
저도 옛날 남한강으로 탐석 다닐때 생각이 납니다... 수림석님의 탐석 여행기가 마치 제가 탐석 할때의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그래도 그때의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회원님들이 즐겁게 보지 않겠습니까? 순천, 남원에서 나오는 호피석은 땅을 파서 탐석 하는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항상 좋은글 에 감사 드립니다.....
젊은이는 꿈을 먹고 살아가지만 나이든 이는 추억을 먹고 산다나요 그러게요 잼있는 이야기인데 뭐든지 땅속에서 나오는게 아니에요? 음 ~~ 물속 탐석만 하셨구나!!!!!!!!
잼나게 읽고 갑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