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향수선화 / 금잔옥대
제주향수선화 / 금잔옥대
백합과 봉선화의 경우처럼 한중일 3국이 동일한 이름으로 부르는데, 이는 중앙아시아와 서유럽 이베리아반도가 고향인 수선화가 비단길을 거슬러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다시 일본에 전해졌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현지의 기후에 적응한 각각의 품종들이 귀화하면서 자생식물화 되었다. 추사 김정희가 유배생활을 했던 그 시절 제주도 전역에 지천으로 널려있었던 제주수선도 그 중 하나이다.
특이하게도 수선의 꽃은 가운데가 나팔 또는 컵 모양의 구조를 띠고 있다. 이른바 “화관(花冠, 꽃부리, corona)”이라 부르는데, 꽃잎의 변형이 아니라 꽃술이 변한 것이다. 꽃술을 밀착해서 감싸고 있는 화관이 따로 있다는 것은 수정의 확률을 높힐 수 있도록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화관을 제거하고 비교실험을 해 보면 수정 성공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이는 다른 고등식물의 헛꽃과 참꽃 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구조로서 금관화와 시계초 등 몇몇 꽃들에서만 볼 수 있다.
꽃뿐만이 아니라 수선화는 줄기의 구조에도 놀라운 과학을 감추고 있다. 작년에 매스컴에 소개가 된 바 있지만, 유체공학을 연구하는 국내 대학 연구팀이 수선화 줄기의 단면이 흡사 레몬열매 모양의 타원형 구조이며, 전체적으로는 나선형을 띠고 있어 개화기간을 길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선화는 덩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꽃을 달고 있는 만큼 이른봄의 꽃샘바람을 정면으로 받게 되면 쓰러지거나 낙화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맞바람을 받으면 줄기의 구조로 인해 바람을 등지는 쪽으로 휘리릭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를 교량이나 고층건물 등 공기흐름의 저항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는 건축구조물의 설계에 반영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것이 또 하나 더 있다. 비록 집안은 전혀 다르지만 이름 항렬이 같은 #물수선화의 경우에도 정교한 과학이 숨어 있다.
물수선화 줄기의 단면은 드물게도 세모꼴이며, 대나무처럼 중간중간에 마디가 있어 좀처럼 휘거나 부러지지 않는 구조를 띠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례는 고랭이와 같은 수생식물들이 꽃이 물에 잠기지 않게 하기 위해 고안해 낸 나름의 지혜이다. 신약 개발의 해답을 식물에서 찾고 있듯이 신기술 개발의 열쇠 또한 식물이 쥐고 있는 셈이다.
수국처럼 수선화 역시 이름에 물 수(水)가 들어 있으니 물론 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건조한 곳과 반그늘의 척박한 토양에도 곧잘 적응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일부 남부품종을 제외하면 내한성도 강해 구근을 캐지 않고 노지에 그대로 두어도 여러해를 살며 자가증식을 한다.
또한 알리움 집안과 마찬가지로 뿌리에 독성이 있어 쥐나 고라니가 냠냠하지도 않아 노지에 그냥 두어도 안전하다. 비슷한 시기에 개화하는 튤립-무스카리-히아신스 등과 함께 섞어 심으면 멋진 앙상블을 연출하기도 한다.
튤립-백합-프리지아 등과 더불어 상업적 가치 때문에 수많은 품종들이 개발되어 유통되고 있다. 수선화의 품종은 화관의 크기와 꽃달림 모양에 따라 4가지로 대별한다.
- 나팔수선 (pseudonarcissus) : 화관이 길고 꽃대 하나에 한송이
- 황수선 (jonquilla, 종킬 Jonquil) : 화관이 짦고 향이 강함
- 타제타 (tazetta) : 향기가 강하고 꽃대 하나에 여러송이 (금잔옥대, 제주수선화, 떼떼아떼떼)
- 볼보코디움 (bolbocodium) : 깔때기 모양의 화관이 꽃잎보다 더 크다 (골든벨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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