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아리랑 -어라연-
2011년 12월 24일
제순, 향순, 정영, 나
밤사이 하얀 눈이 아주 적게 내렸다. 민박집 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앞산의 모습도
산비탈에도 동가가에도 모형탑에도 예쁘게 내렸다. 가정마을이 가고 싶은 저 산
을 3개나 넘어야 한다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젯 밤 각자 가
고 싶은 곳 한가지씩 하고 싶은 것 하고 가자고 했다. 텔레비젼에 소개된 가정마을
과 어라연이 보고싶은 잣봉과 동강을 끼고 걷고 싶은 것과 하룻밤을 더 자고 가자는
등 그곳에 촛점을 맞추기로 했었다.
눈 온 날에는 강가가 걷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난 혼자서 강 가까이 어제 걸었던 운중암가는 길따라 걸었다.
아무 발자욱도 찍히지 않은 그 길에 내가 걸어 보았다.
앗, 나 혼자가 아니기에 널따란 강가를 맴돌다 문득 잊혀
졌던 어린 시절 그 때가 생각났다.
아주 예쁘게 하얀 눈에 찍어 놓은 발자욱이 꽃이 되었다.
이 추운 겨울 찬바람을 견디고 눈보라 이기며 모진 생명을
부지하고자 벌거벗은 모습으로 내려 앉은 겨울 꽃!
어떤 꽃이라 부를까,
오직 우리만 탄 버스는 잣봉 오르는 안내소앞에 내렸다.
안내소안에 베낭을 맡기고 오르기로 했다.
길건너 거운분교가 있다. 아주 작은 마을, 산골마을의 전형적인 풍경에 작은 학교에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하면서 임도를 따라 걸었다.
마차마을 입구 오른쪽 소로를 따라 오르니 나무계단과 소나무가 가득차 있는 숲속을 올
랐다.
마차마을 입구 오른쪽 소로를 따라 오르니 나무계단과 소나무가 가득차 있는 숲속을 올
랐다.
동강!!
잠시 난 동강에 대한 물줄기가 궁금하던 차 찾아 보았다.
태백산에서 시작하여 임계쪽을 두루 휘돌아 흐르는 골지천과 평창 발왕산 쪽에서
시작되는 송천이 정선 북면 아우라지에서 만나 조양강(朝陽江)이라는 이름으로 흐
른다.
조양강은 흐르면서 오대천과 동대천을 달고 흘러 오대천과 동대천을 달고 흘러 정선
읍 가수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동남천 물줄기와 만나 동강이 된다고 한다.
가수리에서 굽이 돌아 51킬로미터를 흘러 영월읍에서 다시 평창쪽에서 흘러오는 서강
(西江)과 만나 남한강이라는 이름으로 단양, 충주, 여주를 거쳐 서울에 이르로 멀리 황
해 바다로 달음질 친다고 한다.
이렇듯 지금은 정선읍 가수리에서 영월까지를 동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라연은 태백 발원지에서 160리를 거슬러 내려 이곳에 흘렀고 40리를 더 내려가 영월
읍에서 서강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삼선암
강 한가운데에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집채 만한 바위 세개가 나란히 버티고 있는
곳. "삼선암"
옛날 어린 나이에 죽은 단종의 혼이 어라연을 보고 신선처럼 살고 싶어하자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줄지어 진언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결국 단종의 혼도 여기
서 머물며 살지는 못하고 떠났다고 한다.
떼꾼들도 동강 물길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나고 "고기 반 물 반"이라는 어라연(魚羅淵)
조차도 그저 한 숨 돌리며 지나가는 곳일 뿐이었다고 했다는 기록으로 보아도 알 수 있
을 것 같다.
잣봉우리리에 서 보았다.
잣봉은 동강에서 가장 신비로운 경치를 자랑하는 어라연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산이다.
절벽에 자라는 소나무의 굽이치는 동강과 어울려 천혜의 비경을 보여주는 산으로
눈이 내려서 금상첨화다.
우리나라 유명한 사찰과 진경산수를 화폭에 담아낸 유명한 화가가 있다.
동강을 몇년째 답사하며 진경산수를 그려온 이호신화백의 귀한 "東江12景
중 어라연을 사진으로 찍어 옮겨 보았다.
칼능선에 본 어라연을 쳐다 보면서 3곳의 소(沼)가 형성되어 있고 그 소의
한가운데에 옥순봉을 중심으로 세 개의 봉우리가 물속에서 솟아 있는 형태
라고 .
1530년 (중종 25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세종 13년 어라연에
큰 뱀이 나타나 연못에서 놀기도 하고 물가를 꿈틀대며 기어 다녔다는 기록
이 있다고 했으니 이 동강의 기암 괴석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감상하
는 것 같다라고 한다.
영월읍 거운리 어라연을 돌아 내려가는 물길!!
(칼바위 능선에서 )
굽이치는 구절양장의 푸른물결을 이루는 동강, 전망장소에 오니 어라연의 아름다운
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짙푸른 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된꼬까리 우에 어라연이 있지요. 거 물밑에 황쏘가리가 있었는데 영월의 정(丁)씨
들은 쏘가리를 먹지 않지요. 그러니까 꽤 오래 됐나봐요. 수백년 지났겠지요.
물 속에 바우가 솟아 있는데 그때 정씨 한 사람이 거기 올라가서 낚시질을 하고 있
었나 봐요. 갑자기 물기둥이 이렇게 팍 솟구치면서 이만한 뱀이 나타나가주구는
정씨 몸뚱이를 칭칭 감았지요.
정씨는 숨이 꽉 막혀 곧 죽을 판이었지요. 그런데 그때 누런 쏘가리 한마리가 훠 뛰
어올라가주구는 톱같은 등날로 그 뱀을 착 쳤다니 그만 피를 흘리며 뱀이 물 속으로 도
망을 가더래요. 쏘가리가 그 사람을 살린 거지요. 참 살을래니. 그래가주구여 정
씨는 쏘가리를 안먹는대요
향순이가 맑은 물에 젖어 보자 어라연의 황쏘가리 이야기를 적어 보았다.
(된꼬까리위 거운리)
(된꼬까리)
정선에서 부터 영월로 가던 골안 뗏목길 가운데 위험한 곳으로 제일
넘어가기 버거운 물길이 된꼬까리였다고 하는 것도 이 물소리에서 그
옛날 떼꾼들이 말하던 것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난히 된꼬깔의 물소리가 세차가 들려왔다.
된꼬까리위 집 한 채가 있다. 난 먼저 그 농가에 들어가 보았다. 한 영감이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었다. 이 외진 곳에 딱 한 채의 집도 주소가 있는 가 싶어 물었더니 영
월읍 거운리 어라연 391번지라고 했다.
먹을 라면이 있으면 팔라고 했더니 밥이 있으니 들어오라는 말에 난 친구들을 불러 방
에 둘러 앉았다. 깊은 산골 산중의 시골집, 누구하나 같이 할 수 없는 외딴 집, 사람
소리가 기다림에 우리를 반기듯 영감은 산 긴 세월의 무게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밥과 화롯불에 데워낸 흑염소국과 찬을 기꺼이 내어주는 영감님의 인정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오미자액기스, 강냉이, 고구마 있는 거 아낌없이 주는 할아버지였다.
그런데, 서슴없이 우리에게 하는 말들이 술술 잘도 나왔다. 이 오지에 살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를 풀어 내 놓는 것을 보면서 그건 아마 외로움 때문일꺼야 했다.
이 영감님은 6천여평의 밭을 일구며 흑염소 키우고 동강가 나루배를 저으며 사는 영화
속에 주인공처럼 보였다.
위 지붕아래 걸린 옥수수는 직접 농사지어 흑염소 먹이가 된다고 했다.
한시간 정도 머물던 이 곳 영감님 집 대문밖에서 영감님이 흑염소를 불렀다.
영감님이 군인였다는 소리답게 "하나 둘, 하나 둘, 좌로 정열, 우로 정열" 구령하니
정말 흑염소들이 숨어있다가 떼지어 나온다. 신기하다. 어쩌면 이 영감님은 이
흑염소가 친구가 되고 소득이 되는가 보다.
된꼬까리를 지난 떼꾼들을 기다리는 것은 여울 바로 아래 만지에 있는 너댓곳의 술집
이라고 했다. 그 가운데 전산옥이 운영하던 주막은 가장 인기가 좋았다고 했으니
얼마나 좋았으면 정선아리랑 가락에도 실물인물을 넣어 노래 불렀을까.
황새여울 된꼬까리 떼 무사히 지났으니
만지산 전산옥이야 술판차려 놓게
전산옥이 꾸리던 집터는 만지나루 산자락 아래에 공터로 변해 있는 그 앞은 언제나 댐이
들어서지 않아도 물이 가득한 호수 같은 지역이라는 만지(滿池), 오래 전 이곳에 영월댐
예정지였던 곳이다. 생각해 보시라,
하마터면 우리는 삼선암을 보지 못했겠지.
강가를 걸으며 거운리 어라연의 한 영감님이 이야기해준 말들에 동감이 되지 않는 말들이
있다.
의심할 여지도 없겠지만 . ....안내소에 앉자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택시로 영월로 왔다.
(동글바위)
동강은 말없이 흐르고 있다. 200리길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며 떼꾼들과 객주의 애환이 서려있는
물길에 정선아리랑을 불렀다.
친구들아 다음엔 동강 12경을 채우러 또 오자.
제1경 가수리 느티나무와 마을 풍경
제2경 운치리 수동섶다리
제3경 나리소와 바리소
제4경 백운산과 칠족령
제5경 고성리산성과 주변 조망
제6경 바세 앞 뼝창과 마을
제7경 연포마을과 황토담배건조막
제8경 백룡동굴
제9경 황새여울과 바위들
제10경 두꺼비바위와 어우러진 자갈, 모래톱과 뼝대
제11경 어라연
제12경 된꼬까리와 만지
첫댓글 "아는 만큼 보인다" 자료조사하고 떠난 여행이라서 더욱 알차고 함께 한 친구가 있어서 더 좋았던 여행이였네
동강, 서강, 어라연, 삼선암 내가 영월에 간다면 "삼선암"을 갈거 같다 산행기 쓰려고 많은 자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