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책가방
9월이 되면 큰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마침 휴가를 맞아 일 주일 정도 집을 떠나게 되니 아무래도 손자에게 책가방이라도 사주어야지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유치원에서 쓰던 가방이 아직도 쓸 만 해요.
고학년 올라가서 사도 될 것 같아요.
서운하긴 하여도 며느리 말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닌 듯 하여 그래, 그러렴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무언가 가슴 한 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날 오후 우편물을 가지러 우체통에 갔더니 분명히 우리집 주소는 맞는데 이상한 이름이 적힌 소포가 와있었다.
겉뚜껑에는 커다란 글씨로 INDIGO.CA라고 적혀 있었다.
인디고라면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상가에 있다.
안내 점원에게 상황 설명을 하니 고맙다고 하면서 아마도 앞자리 숫자가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하면서 잘 전해 주겠다고 하였다.
막 돌아서려는데 BACK TO SCHOOL 사인이 보이면서 아이들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서너 종류가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검정 바탕에 작은 번개 무늬의 화사한 가방이었다.
며느리는 그렇게 말하였지만 가방을 보자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가방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큰손자에게 고르라고 하였다.
-할머니, 제일 마지막 사진 가방이 마음에 들어요.
-할머니도 그게 제일 마음에 들던데 제율이랑 할머니랑 마음이 통했네.
-할머니, 감사합니다
-우리 제율이 학교가면 책도 많이 볼거지.
-네.
큰손자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 멀리서 한 장의 흑백 사진 한 장이 다가온다.
아버지는 내가 국민학교 입학 할 때 사돈 총각이 쓰던 갈색 가죽 가방을 얻어다 주셨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신나서 가방을 메고 다니다가 3학년 때이던가 어머니는 빨간색 꽃그림 가방을 사주셨다.
중고등학교 때 어머니는 가방이나 외투를 사주시면서 정겨운 눈길로 나를 바라다보던 모습이
추억의 사진으로 다가온다.
큰손자와 가방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 아이도 언젠가는 할머니와의 추억 사진 한 장으로 기억해주기를 작은 소망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