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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불대 불단을 짚고 기도하는 아낙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주위의 혼잡을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삼매로 무아의 경지에 빠진듯한 표정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불심을 읽는다.
밀려드는 인파로 온 길로 되돌아 나갈 수가 없다.
사람 따라 코라 길로 가면 집합장소인 타실륀포사원 정문까지 너무 늦게 되고 빨리 가려해도
험한 바위 비탈길에 사람이 많아 앞지르기도 불가능하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느긋하게 흐르는 인파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인파에 밀리며 가다보니 산 중턱으로 난 타실륀포사원 코라 길에 접어든다.
길옆은 수많은 마니차들이 이어져 있어 산 밑서 멀리 올려다보면 마치 거대한
금빛 성벽이 둘러쳐진 것처럼 보인다.
괘불대를 지나 가파른 코라 길을 내려오는데 제법 숨이 차다.
시가체가 해발 3900m이니 이곳 높이가 4천m는 될 것 같다.
산비탈을 내려오니 코라 길은 바로 노천시장으로 연결된다.
시장 길에도 마니차가 담 벽처럼 이어져 있다.
축제까지 겹쳐 좁은 노천시장 길은 남대문시장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붐빈다.
덕분에 코라도 돌고 티벳 전통시장과 시장사람들의 사람 냄새 나는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사원을 한 바퀴 도는 코라 길은 3km로 마니차를 돌리며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산위 코라 길은 사원과 시가체 시내를 한눈에 구경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 역할도 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시장의 혼잡함에서 빠져나오니 큰 도로가 나온다.
8차선 도로는 사람들로 꽉 차 동서남북 구분이 안 된다.
만나기로 한 사원정문이 어딘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이미 만나기로한 시간은 40여분이 지났다.
마침 경찰이 있어 짧은 영어로 물어보니 친절히 가르쳐 준다.
정문까지 10여분 걸어가는 동안 마주친 수많은 티벳인 들의 전통복장과 일거수 일투족은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불심 깊은 다양한 표정들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멀리서, 가까이 다가가서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다.
번잡한 사람들 틈에서 사원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도 눈에 잡힌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인지 약속장소에 아무도 없다.
난감해 하면서도 광장과 도로변에 운집한 사람들의 표정을 잡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카메라를 들이댄다.
대부분 거부반응 없이 미소로 받아들인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차에서 내렸던 장소를 찾아 나선다.
사람들 틈을 비집으며 불안감 속에 10여분을 뛰다시피 걸어가니 저 앞에 일행이 보인다.
안도의 숨이 절로 나온다.
차를 탈 장소로 찾아가니 짚차가 없다.
티벳인 운전기사와 연락도 않 되고 정확한 거리위치를 몰라 양쪽이 서로 헤매며
한 시간 여를 길거리에서 허송세월 했다.
시내가 생각보다 넓고 큰데다 많은 인파로 차량이동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시가체와 인근지역 주민들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모두 쏟아져 나온 것 같다.
시가지가 전통복장을 한 티벳인 들로 명동거리 못지않게 붐빈다.
가족단위로 삼대가 함께 모여앉아 수유차와 우리의 막걸리와 비슷한 창을 마시거나
짬바를 먹는 정겨운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나무 그늘에 앉아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습은 우리의 가족나들이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남녀노소, 빈부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가 되어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다.
우여곡절 끝에 시가체를 뒤로하고 ebc로 서둘러 출발한다.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변두리 곳곳이 공사로 혼잡하다.
시가체는 제2의 도시답게 한창 개발 중이다.
시내 곳곳이 파헤쳐지며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2010년 티벳 5번째의 시가체공항이 서면서 하늘길이 열렸다.
이 공항은 시가체에서 43km, ebc까지는 100km정도 떨어져 있다.
또 라싸~시가체 구간의 칭짱열차 공사를 재개해 개통을 코 앞에 두고 있다.
하늘 길에 칭장열차가 시가체까지 연장되면 산업화와 관광산업 활성화 등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정부가 시가체를 판첸라마의 도시답게 정책적으로 집중개발 한다는 느낌이 든다.
시가체 출발이 예정시간보다 너무 늦어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가는데
비상이 걸렸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길이 워낙 험하고 변수요인이 많아 ebc 도착시간을 가늠할 수 없고
저녁식사도 도착이후에나 가능 하단다.
한국 같으면 속도위반을 해서라도 시간을 단축 할 수 있다.
중국은 검문소가 많고 구간체크로 속도위반을 철저히 단속해 과속운전은
원천적으로 어렵다.
거기에다 비포장의 험한 산악도로인데다 야간운전이어서 시간이 더 지체될 상황이다.
시가체를 벗어나 한참 달리다 보니 오르막 길이 나오면서 거대한 산줄기가
눈앞을 가로 막는다.
가파른 경사의 산등성이에 지그재그로 나있는 벼랑길을 힘겹게 달려
초모랑마(에베레스트산의 티벳명칭)의 관문인 가쵸라고개 정상에 오른다.
ebc와 높이가 같은 해발5220m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에 찬다.
도로를 가로질러 높게 고정 설치된 철제의 대형 초모랑마 홍보 현수막이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타루쵸에 뒤덮힌 채 오방색 깃발이 펄럭이는 대형 현수막에는
국가급 자연보호구인 초모랑마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고개정상은 에베레스트, 마칼루, 로체, 초오유 등 히말라야 산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도 한다.
안타깝게도 흐린 날씨로 히말라야의 파노라마는 못보고 잔뜩 낀 구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악기소리와 왁자한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고개 정상 공터에서 유목민들이 잔치를
벌이며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전통복장을 한 30여명의 남녀가 기타와 비슷한 전통악기인 다녠의 연주에 맞춰
둥근 원을 그리며 민속 춤을 춘다.
우리도 그들과 어울려 손을 잡고 합창을 하며 함께 즐긴다.
잠깐 동안 춤을 추는데 숨이 턱턱 막히고 어질어질하다.
유목민들은 수줍음을 많이 타면서도 여행객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린다.
이제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초모랑마 국가공원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검문소의 공안사무실에서 여권과 얼굴을 일일이 대조하고 여행허가증, 입장권을 검사하는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친 후 ebc로 출발한다.
ebc를 오갈 때 거치는 큰 마을인 쉐가르(뉴팅그리)를 경유, 초모랑마 국가공원 정문격인
성곽 문 같이 생긴 또 다른 검문소를 통과한다.
가끔 산 아래 실개천 주변으로 초록색의 전답과 서너 채의 집이 있는
그림 같은 전원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보이는 것은 황량한 자갈밭 뿐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티벳 산야와는 또 다른 낯선 풍경이다.
나무 한그루 없는 고구마 색 비슷한 짙은 자주 빛 갈색산과 바위 자갈 투성이의
거친 들판은 SF영화에 나오는 이름 없는 행성의 그로우테스크한 모습이다.
첫 번째 고개인 팡라(5150m)의 거칠고 험한 비포장 돌길을 힘겹게 넘는다.
저 멀리 구름사이로 눈 덮힌 히말라야산맥이 언뜻언뜻 보인다.
마을이나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고 비포장의 가파른 산길과 언덕길, 자갈길,
물웅덩이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제법 깊고 넓은 자갈투성이의 개천을 건널 때는 중간에 멈춰설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짚차 아니면 다닐 수 없는 Off Road다.
그나마 2008년 북경올림픽 때 에베레스트정상 성화 봉송이라는 홍보성 이벤트 덕분에
길을 새로 만들고 넓히고 재정비해 이정도이다.
저 앞 거친 들판으로 희미하게 나있는 찻길이 실핏줄처럼 얼기설기 얽혀 있다.
한길로 합쳐졌다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곤 해 자칫 길을 잘못 들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달린다.
내가 탄 차도 서너 번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되돌아가곤 했다.
어쩌다 마차를 끌고 가는 유목민 가족을 만나면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눈다.
몇 시간 사람을 못 봤다고 벌써 사람이 반갑다.
저 멀리 그들이 살고 있는 듯한 텐트 두동이 보인다.
신도 외면한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일구며 살아가는 유목민들의
불굴의 생존력에 경외감이 인다.
땅거미가 지면서 사방에 어둠이 깔린다.
해 기우는 속도가 빨라 주변경치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ebc가는 길의 이국적인 주변 풍경과 히말라야의 눈덮힌 고산준봉의 파노라마가 환상이라는데
늦은 출발과 이들을 집어삼킨 암흑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밤11시가 넘었는데도 어둠 속 길은 끝이 없다.
언제 도착할지 종잡을 수가 없어 더 진을 뺀다.
높은 고도에 따른 고소증세, 차의 덜컹거림, 배고픔으로 모두 기진맥진이다.
너댓 시간 어둠 속을 달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숙소(5200m)에 도착하니 자정이 가깝다.
짐을 풀고 12시 전후해 저녁식사를 한다.
밤12시의 저녁식사, 티벳의 오지여행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개고생을 각오는 했지만 여기저기서 진행 팀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생각보다 춥지 않다.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치고 침낭 속에서 잠을 청한다.
몸은 파김치 인데 정신은 말똥말똥,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만 뒤척인다.
5200m고도에서는 숨 쉬는 것도 중노동이다.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 같다.
첫댓글 여행....잠시 쉬어갑니다...
제가 힘든것 같았서요....
티벳 여행허가서도 받기가 어렵다고
하던데...좋은후기 기다립니다.
티베탄들의 마음은 무엇을 통해 얻은 것인지, 그들 마음의 거처는 대체 어디인지 궁금하다니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마음은 오직 이타심 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모든 현상을 전존재적으로 확장시키는 황금열쇠인 것 같습니다.
여기부터는 제게는 미지의 땅입니다..
역시나 생각했던대로 황량함의 미학이 절절 넘치는 곳이네요....
전 이런 풍이 너무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