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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자리) 시가 익는 마을 시낭송회
대지의 품, 그 영원한 고향 - 어머니
일시 : 2010년 12월 10일 (금요일) 저녁 7시
장소 : 해운대문화회관 대공연장
주최 : 시가 익는 마을
열림시 뼈저린 꿈에서만시 : 전봉건 낭송 : 박영진
극1. 엄마걱정시 : 기형도낭송 : 양윤주
2. 어머니시 : 서정주낭송 : 김미정
3. 어머니의 눈물시 : 박목월낭송 : 박현주
4. 못 된 불효시 : 유 순
낭송 : 김영미, 서수란, 최정화, 이난주, 서정화, 양윤주, 오은주
5.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 : 심순덕
낭송 : 김영미, 서수란, 최정화, 이난주, 서정화, 양윤주, 오은주
어린이 시낭송 : 7명의 어린이
전통시낭송
어머니시 : 김초혜낭송 : 서정화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시 : 최향숙낭송 : 성인순
어머니시 : 이해인낭송 : 서수란
추억에서시 : 박재삼낭송 : 이영주
겨울행시 : 이근배낭송 : 정영혜
시극 - 추억찾기시 : 용혜원
낭송: 박현주, 송민희, 송영심, 김혜영, 오은주
내림시 불혹의 연가시 : 문병란낭송 : 박진희
노래시 부모시 : 김소월다함께
뼈저린 꿈에서만
시 : 전봉건
낭송 : 박영진
그리라하면
그리겠습니다.
개울물에 어리는 풀포기 하나
개울 속에 빛나는 돌멩이 하나
그렇습니다. 고향의 것이라면
무엇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금도 똑똑하게 틀리는 일 없이
얼마든지 그리겠습니다.
말을 하라면
말하겠습니다.
우물가에 늘어선 미루나무는 여섯 그루
우물 속에 노니는 큰 붕어도 여섯 마리
그렇습니다. 고향의 일이라면
무엇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금도 생생하게 틀리는 일 없이
얼마든지 말하겠습니다.
마당 끝 큰 홰나무 아래로
삶은 강냉이 한 바가지 드시고
나를 찾으시던 어머님의 모습
가만히 옮기시던
그 발걸음 하나하나
나는 지금도 말하고 그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한 가지만은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쳐도 그것만은
내가 그리질 못하고 말도 못합니다.
강이 산으로 변하길 두 번
산이 강으로 변하길 두 번
그러고도 더 많이 흐른 세월이
가로 세로 파놓은 어머님 이마의
어둡고 아픈 주름살
어머님
꿈에 보는 어머님 주름살을
말로 하려면 목이 먼저 메이고
어머님
꿈에 보는 어머님 주름살을
그림으로 그리려면 눈앞이 먼저 흐려집니다.
아아 이십 육 년
뼈저린 꿈에서만 뫼시는 어머님이시여
엄마 걱정
시 : 기형도 낭송 : 양윤주
어린이 : 김혜영
아이가 방바닥에 엎드려 숙제를 하고 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아이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간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아이가 다시 등장한다. “엄마, 빨리 와.”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무대 밖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윤주야!”
아이 반갑게 소리친다. “엄마!”
아이 신나서 뛰어나간다.
어머니
시 : 서정주
낭송 : 김미정
할머니 : 송민희
딸 : 송영심
엄마(등장하며) 너 같은 자식 둔 적 없다.
딸(엄마를 뒤따라 나오며) 엄마.
엄마는 평상에 등을 돌리고 앉는다.
딸(슬그머니 평상에 앉는다) 나 안 보고 싶었어?
엄마돈 훔쳐 갈 땐 언제고.
딸미안해.
[애기야...... ] 해 넘어가, 길 잃은 애기를 어머니가 부르시면 머언 밤 수풀은 허리 굽혀서 앞으로 다가오며 그 가슴 속 켜지는 불로 애기의 발부리를 지키고
엄마무슨 낯으로 돌아왔니?
딸나... 엄마, 나... 사실은... 이혼했어.
어머니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애기를 껴안으시면 꽃 뒤에 꽃들 별 뒤에 별들 번개 위에 번개들 바다의 밀물 다가오듯 그 품으로 모조리 밀려들어오고
딸엄마, 죄송해요.
엄마(침묵, 한숨) 밥은?
딸은 침묵하고 엄마는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애기야 네가 까뮈의 이방인(異邦人)의 뫼르쏘오같이 어머니의 임종(臨終)을 내버려두고 벼락 속에 들어앉아 꿈을 꿀 때에도 네 꿈의 마지막 한 겹 홑이불은 영원(永遠)과 그리고 어머니뿐이다.
엄마가 밥상을 들고 들어온다.
딸은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는다.
어머니의 눈물
시 : 박목월
낭송 : 박현주할머니 : 송민희
아이가 뛰어나온다. 회초리를 든 엄마가 뒤따라 나온다.
아이엄마,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엄마너, 거기 안 서? 엄마가 공부하라고 했지? 숙제도 안 하고 어디서 그렇게 놀다 온 거야?
아이엄마!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아이는 도망가고 엄마는 아이를 잡으러간다.
할머니가 등장한다. 아이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부리나케 뛰어간다.
아이할머니!
할머니그만해라.
엄마엄마는 가만히 좀 있어요. 애 버릇 나빠지게.
할머니너도 그랬다. 하루 종일 놀다가 해지고 저녁 먹을 때나 돼서야 집에 들어왔었어.
아이메롱.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퇴장한다.
회초리를 들긴 하셨지만 차마 종아리를 때리시진 못하고 노려보시는 당신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 와락 울며 어머니께 용서를 빌면 꼭 껴안으시던 가슴이 으스러지도록 너무나 힘찬 당신의 포옹 바른 길 곧게 걸어가리라 울며 뉘우치며 다짐했지만 또다시 당신을 울리게 하는 어머니 눈에 채찍보다 두려운 눈물 두 줄기 볼에 아롱지는 흔들리는 불빛
못된 불효
시 : 유 순
낭송 : 김영미, 서수란, 최정화, 이난주, 서정화, 양윤주, 오은주
지팡이를 든 할머니가 열심히 걷고 있다.
나도 같이 가자. - 노인네는 집에서 애들이나 보세요. 나도 용돈 좀 다우. - 노인네가 어디 쓸데가 있어요. 나도 이런 옷 입고 싶다. - 노인네가 아무거나 입으세요. 힘들어 못 가겠으니 오너라. - 노인네가 택시 타고 오세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 노인네가 가만히 방에나 들어가 계세요.
할머니 걸어가다 배가 아픈 듯 웅크린다. 사이렌소리. 비틀비틀 걸어 퇴장한다.
1엄마가 왜 저러지?
2어디 아픈 거 아냐?
3에이, 용돈 달라는 수작이겠지, 뭐.
4맞아. 저번에도 허리가 쑤신다고 난리난리 쳐서 보일러 놔 드렸잖아.
5병원에 한 번 모셔다드려야 하는 거 아냐?
4병원비는? 니가 낼래?
5내가 왜!
의사가 등장한다.
의사○○○ 할머니 보호자분이 누구십니까?
3저희들인데요.
의사암입니다.
1아! (쓰러진다)
2언니!
의사할머니께서는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자식들 모두 바쁜 데 공연히 걱정시킨다고. 그래도 알고 계셔야 할 거 같아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4의사 선생님, 수술하면 가망이 있나요? 항암치료는요?
의사이미 늦었습니다. 위암 말깁니다. 모두 마음의 각오를 해두세요. 아마 한 달을 넘기기 힘드실 겁니다.
의사는 퇴장한다.
3아무도 몰랐던 거야?
4난 전혀 몰랐어.
5나도.
2이제 어떻게 하지?
1효도해야지.
2그러니까 어떻게?
3동남아 관광시켜드리자. 저번에 우리 가족 보라카이에 갔는데 물 정말 죽이더라.
4이 돌대가리야. 편찮으신데 무슨 관광이야?
5예쁜 옷 사드려야겠다.
4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3용돈도 두둑하게 드리고.
2인사도 자주 드리고.
1이 시낭송 시작.
할머니 등장해서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 : 심순덕
낭송 : 김영미, 서수란, 최정화, 이난주, 서정화, 양윤주, 오은주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하루종일 밭에서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덩어리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수 없이 닳고 문들어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그래도 엄마는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걸음을 멈춘다.
할머니난 괜찮다. 너희들한테 괜히 걱정만 시켜서 정말 미안하구나.
자식들 모두 엄마에게 몰려간다.
<어린이 시낭송>
+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 목소린지 아닌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 발소린지 아닌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어디가 아픈지 안 아픈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정말 자는지 안 자는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엄마하고
엄마하고 길을 가면
나는
키가 더 커진다.
엄마하고 얘길 하면
나는
말이 술술 나온다.
그리고 엄마하고 자면
나는
자면서도 엄마를 꿈에 보게 된다.
참말이야, 엄마는
내가
자면서도 방그레
웃는다고 하셨어.
(박목월·시인, 1916-1978)
+ 엄마 냄새
울 엄마한테서는
울 엄마 냄새가 난다.
고소-하고 달콤-한
울 엄마 냄새.
꽃집 앞을 지나갈 땐
꽃향기가 솔솔,
향긋하고 향깃-한.
과일 가게 앞을 지나갈 땐
과일 향기가 솔솔,
달콤하고 새콤-한
가로수 밑에서는
나뭇잎 냄새가 물씬,
싱싱하고 풋풋한.
집에 가면 엄마 냄새,
울 엄마 냄새.
따뜻하고 부드러운
울 엄마 냄새.
(어효선·아동문학가, 1925-2004)
+ 엄마가 아플 때
조용하다
빈 집 같다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빨래도 개켜 놓아두고
내가 할 일이 뭐가 있나
엄마가 아플 때
나는 철드는 아이가 된다
철든 만큼 기운 없는
아이가 된다.
(정두리·아동문학가, 1947-)
+ 어머니의 등
어머니 등은
잠밭입니다.
졸음 겨운 아기가
등에 업히면
어머니 온 마음은
잠이 되어
아기의 눈 속에서
일어섭니다.
어머니 등은
꿈밭입니다.
어느새
아기가
꿈밭길에 노닐면
어머니 온 마음은
꿈이 되어
아기의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아기 마음도
어머니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고 맛있는 걸
도토리
보록하게
볼때기에 넣어
집으로 달려가는
엄마 다람쥐
고 맛있는 걸
안 먹고.
간식으로 받은
빵 한 개를
가방에 넣어
집으로 달려오는
우리 엄마
고 맛있는 걸
안 먹고.
(안영선·아동문학가)
어머니
시 : 김초혜
낭송 : 서정화
한 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 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시 : 최향숙
낭송 : 성인순
있고 없고야
내 눈 안에 비침의 까닭이었겠지만
영! 멀어져 이젠 아주 보이지 않는 나의 것
없어진 그것이 어찌 네 것이었냐고 묻는다면
진정 대답 할 명분이 없다
기실은 애초에 나의 것이 아니었기에
나무 밑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만난다
조금 후에 그 바람이 한길로 달아난다
쫓아가 붙잡고 싶어도 가는 길을 막을 수가 없다
생기고 움직이고 인연에 얽히며 오고 가다
때가되면 떠나가고 스러지니
헤어지는 슬픔은 있기 마련이다
잊을 건 잊으라지만
아직도 엎드려 내 통곡하고 싶은 건
어머니! 당신을 보낸 이 쓸쓸함입니다.
어머니
시 : 이해인
낭송 : 서수란
당신의 이름에선 새색시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 걸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골무 속에 소복이 담겨 있는 유년(幼年)의 추억 당신의 가리마같이 한 갈래로 난 길을 똑바로 걸어가면 나의 연두 갑사 저고리에 끝동을 다는 다사로운 손길 까만 씨알 품은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추억(追憶)에서
시 : 박재삼
낭송 : 이영주
진주(晉州) 장터 생어물(魚物)전에는 바닷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어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南江)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별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겨울행
시 : 이근배
낭송 : 정영혜
대낮의 풍설은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정처 없다.
산이거나 들이거나 나는 비틀걸음으로 떠다닌다.
쏟아지는 눈발이 앞을 가린다.
눈발 속에서 초가집 한 채가 떠오른다.
아궁이 앞에서 생솔을
때시는 어머니
어머니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고향엘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름날 당신의 적삼에 배이던 땀과
등잔불을 끈 어둠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타고 내리던
그 눈물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술 취한 듯 눈길을 갑니다.
설해목 쓰러진 자리 생솔 가지를 꺽던 눈밭의
당신의 언발이 짚어가던 발자국이 남은
그 땅을 찾아서 갑니다.
헌 누더기 옷으로도 추위를 못 가리시던 어머니
연기 속에 눈 못 뜨고 때시던 생솔의, 타는 불꽃의, 저녁나절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지는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자꾸 취해서 비틀거립니다.
시극 - 추억찾기
시: 용혜원
낭송: 박현주, 송민희, 송영심, 김혜영, 오은주
곶감
아이 한 명 살금살금 등장.
명절 날이 다가오면
수정과를 담으려고 사온
단내 나는 먹음직한 곶감이
다락 속에 있었습니다
곶감을 훔친다.
다른 아이들 등장. “야, 뭐해?”
“응? 곶감 먹을래?”
하나씩 나눠준다. 모두 낄낄대며 먹는다.
먹는 동안 낭송.
장난끼가 많던 나는
곶감이 먹고 싶어
입에 군침이 돌기 시작할 때면
참지를 못해
두형과 누나 그리고 누이 동생에게
선심쓰듯 곶감을 하나씩 나누어 주고는
나머지는 혼자 다 먹어 버렸습니다
“이리 줘.”
“이건 내 건데?”
“콱!”
손에 있던 곶감을 건네준다. 곶감 받은 아이는 뛰어나간다. 다른 아이들 모두 쫓아간다.
“나도 한 입만”
“나도”
“나도”
모두 나가는 걸 본 아이는 소쿠리에 담겨있는 곶감을 모두 꺼내들고 씨익 웃으며 여유롭게 반대쪽으로 퇴장한다.
배경화면 전환
엄마가 등장해서 곶감을 찾는다.
“○○야, 여기 있던 곶감 못 봤니?”
“모르겠는데요.”
“이상하다. 여기 놔 뒀는데”
“딴 데 놔둔 거 아니에요?”
“그런가?”
엄마는 들락날락 거린다. 그동안 아이들은 모여 대책회의를 한다. 서로 탓한다.
수정과 담는 날
다락에서 곶감을 찾으시다가
다 없어진 것을 아신 어머니는
형제들을 불러 모아 놓고는
야단을 치셨습니다
엄마가 몽둥이를 들고 등장. 결국 아이 하나가 주모자로 내몰린다.
"누가 곶감을 다 먹었느냐!"
나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형들 하고 누나하고 다 같이 먹었어요!"
모든 것을 다 아신 어머니는
나보다 큰 형만 야단 치셨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입 안이 달콤해집니다
강냉이 튀겨 오던 날
엄마가 군것질거리 마련하시느라
강냉이 한 소쿠리
튀겨 오시던 날입니다
오 남매는 마당에서 놀다가
엄마 등장.
"얘들아 빨리 와서
강냉이들 받아라!"
부르시는 엄마 목소리에
쪼르르 달려 왔습니다.
삼형제 등장.
“내가 더 많이 받을 거야”
“무슨 소리. 내가 더 많이 받을 거야”
“나와, 내 손이 제일 크지롱”
남자 삼 형제는 일제히
엄마 앞에 손바닥을 크게 펴고서는
낄낄대며 웃었습니다.
뒤이어 오는 누이들의 손은 작아
분명히 적게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재미가 났던 것입니다
누이 등장.
삼형제 낄낄대며 웃는다
그러나 웬 일입니까
엄마 앞에 온 누이들은
치마를 넓게 펴들고
우리를 바라보며 활짝 웃으며
서 있었습니다.
“짜잔!”
“어! 이건 반칙이야.”
“엄마, 거기 부으면 안돼.”
“엄마, 타임, 타임!”
“부러우면 너희들도 치마 입어”
“으앙, 싫어!”
누이들이 형제들에게 다가간다.
“다같이 먹자”
“와!”
“자, 막둥이도 울음 그치고. 뚝!”
“뚝!”
함께 웃는다.
비가 쏟아지던 날
방과 후 아이들이 놀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아침에는 말짱하던 하늘이
하교 시간쯤부터
비가 쏟아지던 날
맑은 하늘. 구름 하나 다가온다. 번쩍과 동시에 천둥소리.
아이들은 하늘을 일제히 쳐다본다.
“어!”
구름이 쪼개져서 빗방울이 후두둑 쏟아진다.
비를 피하려고 분주하다.
“비 너무 많이 온다.”
“우산 안 가져 왔는데.”
“다 젖겠다. 어떡하지?”
“신문지 좀 찾아 봐.”
“하나도 없어.”
“아침에 엄마가 우산 가져가라고 했는데.”
엄마 등장.
“○○야.”
“엄마.”
차례로 다른 엄마들 나와 아이들을 하나씩 우산을 씌워 데려간다.
마지막 아이.
“나 먼저 간다. 안녕.”
친구 엄마들은 우산을 들고
교문 앞에 나왔는데
아무리 둘러 보아도 엄마는 없어
홀로 비를 온 몸에 다 맞고 오던 날
“다 갔네. 비가 좀 그치면 갈까?”
왠지 내리는 비보다
마음 더 서글퍼서
눈물을 훌쩍거리며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집에 있는 걸 알고는
투정을 부렸습니다
엄마는 꼭 안아주며
"미안하다! 미안하다!
다음에는 꼭 마중가마!" 했지만
늘 바쁘시던 엄마는
다시 비가 내릴 때도 교문 앞에 없었습니다.
나는 다시 내리는 비 맞고
눈물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괜찮아. 우리 엄마는 바쁘니까.”
엄마 등장.
“엄마!”
엄마들과 아이들 등장. 우산 군무.
불혹의 연가
시 : 문병란
낭송 : 박진희
어머니
이제 어디만큼 흐르고 있습니까
목마른 당신의 가슴을 보듬고
어느 세월의 언덕에서
몸부림치며 흘러온 역정
눈 감으면 두 팔 안으로
오늘도 핏빛 노을은 무너집니다.
삼남매 칠남매
마디마디 열리는 조롱박이
오늘은 모두 다 함박이 되었을까
모르게 감추어 놓은 눈물이
이다지도 융융히 흐르는 강
이만치 앉아서 바라보며
나직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보셔요. 어머니
나주벌 만큼이나 내려가서
삼백리 역정 다시 뒤돌아보며
풍성한 언어로 가꾸던 어젯날
넉넉한 햇살 속에서
이마 묻고 울고 싶은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흐른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새끼 네명을 키우며
중년에 접어든 불혹의 가을
오늘은 당신 곁에 와서
귀에 익은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아직도 다하지 못한
남은 사연이 있어
출렁이며 출렁이며 흐르는 강
누군가 소리쳐 부르고 싶은
이 간절한 마음은 무엇입니까.
목마른 정오의 언덕에 서서
내 가슴 가득히 채우고 싶은
무슨 커다란 슬픔이 있어
풀냄새 언덕에 서면
아직도 목매어 흐르는 강
나는 아득한 곳에서 회귀하는
내 청춘의 조각배를 봅니다.
이렇게 항상 흐르게 하고
이렇게 간절히 손을 흔들게 하는
어느 정오의 긴 언덕에 서서
어머니, 오늘은
꼭 한번 울고 싶은 슬픔이 있습니다.
꼭 한번 쏟고 싶은 진한 눈물이 있습니다.
부모
시 : 김소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