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코스 : 만인산 자연휴양림-정기봉-지봉산-마달봉-명지봉-국사봉-망덕봉-식장산-세천고개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26km (실제거리 24.6km, 접속 1.4km)
- 산행일시 : 2024년 8월 17일(토) 07:30~17:00(9시간 30분)
★ 흔적들
B1 BRT 첫차를 타고 대전역에서 501번 시내버스를 환승하여 만인산 자연휴양림에서 하차했다. 7시 30분 산행준비를 마치자마자 만인산으로 향했다. 중부대학교 교정에서 올라가는 것보다는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는 게 등산로도 그렇고 볼거리도 많아 더 좋을 것 같았다. 대전천 발원지인 봉수레미골도 덤으로 확인했다. 대전천은 답사 예정인 안평지맥이 유등천을 만나며 유명을 달리한다. 1km쯤 올라서자 마루금에 이르렀다. 배낭 부려놓고 삼거리까지는 다녀오기로 한다. 400m 계주처럼 확실한 바통터치가 중요하기에.... 삼거리에서 식장산까지는 이정표에 의하면 20km가 된다.
이성계 태실이 있는 곳은 유격훈련장을 방불케 하는 밧줄다리가 있지만 건너지 못하게 막고 있다. 그래도 그냥 가기는 아쉬워 어린이마냥 밧줄다리를 건너 태조대왕 태실로 내려섰다. 태조대왕 태실 덕에 이 지역은 진산군으로 승격되었고 만인산은 태봉산(또는 태실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금산 추부에서 대전 하소동으로 넘어가는 태봉재에 위치하고 있고, 그 아래는 금산과 대전을 잇는 추부터널이 뚫려 있다.
363봉을 넘어서자 마루금은 꽤 가파르게 이어진다. 직진으로 돌파하기엔 벅차서인지 왼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게 했다. 예전의 봉화대가 지금은 무인산불감시탑으로 대체한 정기봉(580m)에 이른다. 밋밋한 만인산보다 40여m 더 높고 산세도 뛰어나지만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국립지리원 지도에는 무명봉으로 되어있다. 정기봉 봉화터는 한성에서 보내온 봉신(신호)을 받아 영남으로 보내는 역할을 했다(만인산에서는 호남으로 재전송).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는 정기봉을 성봉으로 기록하고 있고, 봉우리가 기이하고 빼어나게 우뚝 솟아 모양이 마치 연꽃같이 생겼다고 한다. 성봉이 정기봉으로 바뀐 이유는 만인산 일대를 개발할 때, 근처 마을의 한 노인에게 얻어들어서 개념도에 확인하지도 않은 채 올려놨다고 한다. 정체불명의 산이름이 이렇게 해서 탄생한 셈이다.
급사면의 밧줄을 잡고 내려섰다. 9시 14분 선답자의 시그널이 열렬하게 환영하는 지봉산(502.1m)에 도착했다. 지봉산은 산의 생김새가 마치 자색의 봉황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지만 이름값을 할 정도로 높지도 않고, 산세도 별 볼 일 없는 그저 평범한 산봉우리에 불과하다.
10시 8분, 선답자의 시그널이 무더기로 달려있는 508.2봉에 이어 10시 22분에는 산불감시무인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541.4봉에 도착한다. 541.4봉을 삼형제봉이라고 표기한 시그널도 보이지만, 산 이름을 신뢰할 수는 없다. 석축이 있는 496봉을 내려서자 머들령(마달령)에 이른다. 대전광역시 동구 심괴동과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를 잇는 고개로 고개 아래로 대전통영고속도로 마달터널이 뚫려있다. 백제가 마달령(馬達嶺)에서 신라군을 막지 못해 멸망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6.25 동란 때에는 중요한 방어선 역할을 했다. 오른쪽으로는 협곡처럼 좁은 길이 나있고, 정훈 시인의 머들령 시비가 세워져 있다.
373m봉에서 내려선 안부에서 능선으로 올라서면 388.1봉이 나를 맞이한다(11:03). 406봉에 이어 드디어 명지봉(404.2m)에 도착한다. 명지봉은 높이가 낮지만 충청남도(금산군)와 충청북도(옥천군), 대전광역시 3개 시도가 만나는 삼도봉 역할을 한다. 정상은 옛 헬기장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짐작은 하나 잡목으로 가득 차 있어 확인이 불가능하다. 오른쪽 방향으로는 도덕봉(447.3m) 줄기가 있고 지맥은 왼쪽 길이다. 이곳에서 옥천군과의 경계는 식장산 인근까지 이어진다.
11시 55분, 국사봉(國師峰, 506.2m)에 도착한다. 이정표에는 준희선생님 산패가 달려 있지만 누군가 매직으로 국사봉이라 써 놓았다. 네이버 지도를 보면 북쪽 아래에 391.3m봉을 국사봉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맞는지 의문스럽다. 앉은 김에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12시 54분, 정자가 있는 닭재에 도착한다. 닭재는 대전 삼괴동 덕산말마을에서 옥천군 사양리 논골마을로 넘어가는 옛 고갯길이다. 산세가 닭모양 같은 닭산(닭이봉)에 있는 고개라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지나자 계현산성(鷄峴山城) 터가 위치해 있다. 계현과 닭재는 같은 말이다. 기와 파편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332봉과 355봉을 넘어서자 13시 42분 망덕봉(439m)에 이른다. 보만식계 종주 망덕봉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내려서는 길에는 곤룡재 안내판이 보인다. 곤룡재는 대전 낭월동에서 옥천군 군서면 사양마을로 넘어 다니던 고개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1951년 초까지 3차에 걸쳐 대전형무소 수감자와 지역주민 등 최소 1천 8백 명에서 최대 7천 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당한 현장이기도 하다. 대량학살로 뼈가 산처럼 쌓였으니 "골령"(곤룡을 소리 나는 대로 하면)이 결국 예언적 지명이 된 셈이다.
사양리 산성지인 443.1봉을 지나자, 14시 54분 낭월동으로 이어지는 넓은 임도가 왼쪽으로 이어지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계속 올라가는 마루금은 15시 37분 식장산 정상 1.4km를 남기고 구절사 삼거리에서 옥천군을 벗어나며 대전시 동구로 들어간다. 15시 43분 갑자기 오른편으로 식장산 정상카페 현수막이 등장한다. 안으로 들어가자 식장상 만경대(574m)다. 예전에는 통제구역이었겠지만 민간에 이양된 이후에는 통신 시설물은 커피숍으로 변하여 손님들을 유치하고 있다. 마실 물과 먹거리가 남아있어서 외관만 보고 다시 나온다. 16시 정각 식장상 정상에 이르기 전 중간 봉우리라 할 수 있는 580.6봉에 도착한다. 1등 삼각점이 있다.
식장산 정상은 미군 부대 안이지만 통제구역이라 들어갈 수 없고 대신 해돋이 전망대에 가상의 표지석을 세워두었다(16:20). 대전시 최고봉으로 충남의 서대산(904m), 옥천의 대성산(705m) 등 인접지역의 최고봉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지맥은 해돋이 전망대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서서 식장산 군부대 울타리를 따라 빙 돌아 나오면 미군부대 입구와 식장루가 보인다.
식장루는 공사 중이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마루금을 제대로 밟으려면 숱하게 도로에 내려섰다 올라서기를 반복해야 해서 그냥 세천공원 입구까지 도로따라 가기로 한다. 내려서는 지맥 길에는 302.1봉과 구정봉(228.6m)이 있지만 건너뛴 셈이다. 17시 세천공원 입구에 이르자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버스정류장에서 스틱을 접고 있을 때 611번 버스가 들어오는 바람에 그냥 탈 수밖에 없었는데, 지독한 땀냄새 때문에 다른 승객들에게 본의아닌 민폐를 끼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