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산
먼 일정과 태백에서의 이른 귀경편을 생각해 새벽부터 석포택시에 몸을 실으니 하늘에는 보름달이 휘엉차게 떠있다.
시작부터 가파르게 올려쳐 헬기장이 있는 1009.3봉에 오르면 삼각점(429/78.8건설부)이 보이고 고개를 힘들게 올라오는 차량의 소음이 들려온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죽숲을 따라가면 새들의 지저귐이 즐겁게 들려오고 나뭇가지사이로 면산의 육중한 모습이 보여 걱정이 된다.
거미줄을 얼굴로 걷어가며 노송들이 서있는 암릉위로 올라서면 바로 일출이 시작되며 응봉산너머로 붉은 기운이 올라와 온 산야를 물들인다.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고, 봉우리들을 연신 넘어 산죽지대를 지나 면산(1245.9m) 정상에 오르니 이정석이 서있고 우거진 잡초 가운데에는 삼각점이 찬 이슬에 젖어있다.
▲ 낙동정맥의 아침
▲ 암봉에서 바라본 면산
▲ 면산 정상석
▲ 면산 정상
- 구랄산
벌목된 나무들을 넘어 멧돼지들이 마구 파헤친 산길을 지나 왼쪽 능선으로 뚝 떨어져 내려가면 잡목들이 울창하고 나뭇가지가 거치장스럽다.
넓은 초지를 한동안 지나 왼쪽 매상골 방향으로 길이 뚜렸한 사거리안부를 넘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산죽지대를 올라가려니 어제 산행의 여파인지 다리가 무겁고 금방 지쳐온다.
전위봉을 힘겹게 넘고 안부로 떨어졌다 나리꽃이 화려하게 피어있는 된비알을 천천히 오르면 어디선가 기적소리가 구슬프게 울려온다.
급경사로 이루어진 능선을 힘겹게 지나 구랄산(1071.6m) 정상에 오르니 삼각점은 안 보이고 돌덩어리 몇개뿐이며 지나온 면산만 가깝게 보인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바람 시원하게 불어오는 그늘에서 아침 도시락을 펴지만 입이 껄끄럽고 물만 먹혀 몇 숟가락 뜨다가 집어넣는다.
▲ 구랄산 정상
- 백병산
완만하게 이어지는 평탄한 등로를 날듯이 내려가면 산죽지대가 시작되고 철암동과 풍곡리를 잇는 토산령 안부로 내려서니 좌우로 등로가 뚜렸하며 표지기들도 많이 붙어있다.
키 큰 산죽지대를 숨가뿌게 오르니 나뭇가지사이로 백병산과 병풍바위가 보이지만 빙 둘러 이어지는 산줄기가 너무 멀어보여 기운이 빠진다.
오랬만에 암봉을 지나고 급하게 솟아있는 더 큰 암봉을 넘어 능선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꺽어지면 멀리서부터 보았던 것처럼 말잔등처럼 평평한 숲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다가오는 봉을 왼쪽 오른쪽으로 힘겹게 우회하고 땡볕을 받으며 송전탑공사로를 올라가니 멀리 종착점인 매봉산이 보여 반갑지만은 진땀이 흐르고 탈진의 초기증세인지 졸음이 몰려오고 나른해진다.
찬 얼음물을 쉴새없이 마시며 지겹게 나타나는 산죽지대들을 뚫고 올라가면 봉우리 넘어 또 봉우리가 나타나고 백병산은 쉽게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늘진 공터에 이정석이 서있는 갈림길에서 완만한 숲길 따라 낙동정맥의 최고봉인 백병산(1259.3m) 정상에 오르니 삼각점(장성310/2004복구)과 정상석이 있으며 푸른 하늘 아래 첩첩한 강원의 산봉들만 흐릿하게 보인다.
서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 갈수기에는 흰빛으로 보인다는 병풍바우를 숲사이로 구경만 하고 서둘러 백병산을 내려간다.
▲ 토산령
▲ 멀리 보이는 백병산
▲ 백병산 정상석
▲ 백병산 정상
- 통리재
밧줄이 매어져있는 뚜렸한 나무계단길을 한동안 내려가 넓은 헬기장이 있는 고비덕재를 지나고 벌목되어있는 봉우리를 힘겹게 넘는다.
옛 무너진 성터가 남아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기차의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들으며 미끄러운 돌밭길을 한동안 내려가도 낮은 봉우리들이 연신 나타난다.
봉우리들을 힘겹게 넘고 급한 마사토길을 내려가면 송전탑이 나오고, 잣나무숲을 내려가 배추밭을 지나서 곧 태현사로 떨어진다.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시멘트도로를 내려가니 38번 국도상의 통리재가 나오고, 선로를 이리저리 횡단해서 통리로 나와 가게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얼음과자 하나를 입에 물으면 비로서 살맛이 난다.
하루종일 먹은 게 없어 근처 중국집에서 자장면으로 점심을 먹고 얼린 물 두통을 보충한 후 역앞의 절개지를 올라 넓은 밭을 통과한다.
▲ 통리재
- 우보산
그늘도 없는 뚜렸한 산길을 진땀을 흘리며 한동안 올라가니 능선에 웬 작은 불상이 놓여있고 조금 떨어진 바위전망대에서는 종착점인 매봉산이 우뚝하게 보이고 굽이치며 올라가는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설레어진다.
급하게 떨어지는 바윗길을 내려가 유령산영당이 서있는 느릅령을 지나고 다시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면 발이 안 떨어지고 어질어질하며 숨만 가빠진다.
사탕을 연신 까 먹으며 힘겹게 우보산(932.4m) 정상에 오르니 삼각점과 쓰러진 깃대가 있고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매봉산이 앞에 뚜렸하게 보인다.
뜨겁게 올라오는 지열을 느끼며 햇빛 피할 길 없는 암릉지대를 통과하고 군인들의 돌참호를 지나 뚝 떨어지는 마루금을 따라간다.
잔돌들이 높게 쌓인 공사장이 있는 서미촌재로 내려가 모자라는 식수라도 구할까 컨테이너집으로 들어가면 마치 구세주인 양 주인남자가 나오며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아낌없이 부어준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운데의 매봉산
▲ 유령산영당
▲ 우보산 정상
- 낙동정맥 분기점
찬물을 연신 마시고 사탕을 입에 물며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을 강제로 옮겨 한걸음 한걸음 가파르게 산길을 올라가니 비포장도로가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
곧 넓은 임도를 만나고 뜨거운 태양빛을 고스란히 맞으며 임도를 따라가면 삼각점(태백425/2004복구)이 있는 대박등(930.8m)이 나오는데 전면으로 시야가 훤히 트여서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다.
급하게 떨어지는 산길따라 임도로 내려서고 채소밭이 있는 마른 임도를 계속 내려가니 피재와 연결되는 35번 국도상의 작은피재가 나오고 돌덩이들로 막혀있다.
도로를 건너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면 곧 목장의 철조망이 시작되고, 잡목들을 헤쳐가며 능선을 가늠하고 오르다 선답자들의 표지기들을 간간이 만난다.
임도를 만나고 철조망을 넘어 소나무들이 서있는 능선을 오르니 잠시 길이 헷갈리지만 대간길을 만나 역으로 잠시 올라가면 낙동정맥 분기점이 나오고 건건산악회에서 세운 이정표가 숲속에서 반겨준다.
▲ 930.8봉 정상
▲ 930.8봉에서 바라본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 작은피재
▲ 낙동정맥 분기점
- 매봉산
담담한 마음으로 표지기 하나 여린 나뭇가지에 달고 숱한 사람들이 꿈과 희망으로 밟았던 백두대간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고 달구어진 시멘트도로를 올라가려니 햇빛은 뜨겁고 지친 몸은 말을 듣지않지만 앞에서 손짓하듯 빙빙 돌아가는 풍차를 바라보며 한걸음씩 발길을 옮긴다.
능선으로 붙어 그늘진 숲으로 들어가 천천히 매봉산 천의봉(1303.1m)에 오르면 산불초소와 통신탑이 서있고 삼각점(307재설/77.6건설부)이 있으며 시원한 바람이 산객을 맞아준다.
조망이 확 트이는 정상에 서서 함백산에서 금대봉으로 흐르는 장쾌한 백두대간의 물결을 바라보고, 힘들게 올라왔던 백병산을 지나 부산땅 몰운대로 향하는 낙동정맥의 산줄기를 굽어보고있으려니 그만 가슴이 벅차온다.
언제나 통일이 되어 그리운 금강산을 밟고 또 백두산 천지에 발을 담굴 수 있을텐가...
사방 휘휘 둘러보며 한동안 감상에 젖었다가 문득 서울 막차를 떠 올리고는 지친 발걸음으로 이름도 아름다운 천의봉을 내려간다.
첫댓글 마지막도 무서운(?) 정신력으로 마치셨군요... 감축드리고 그간의 발걸음 같이 앞으로도 가시는 발걸음에도 안전과 건강이 함께 하시길 부탁 드립니다.
"담담한 마음으로 표지기 하나"를 걸며 마치신 1대간 9정맥길 완주길, 축하드립니다. 저는 하루 산줄기만 타도 감동이 있던데요.^^ 앞으로 어떤 도전들을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항상 몸건강하십시오.
캐이님, 노고지리님! 그간 격려에 감사하고있습니다. 앞으로는 여유를 갖고 기맥과 마음에 드는 주요 지맥산행을 할 생각입니다. 무더운 여름철이니 두분도 안전산행, 건강산행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축하 합니다..그동안 고생 많이 했습니다..저도 앞으로 2구간 (석개-통리-매봉산)남아 있습니다..9월 말에 완주하고 다음에는 낙남정맥을 완주 할려고 합니다///늘 건강하세요...백두대간-낙동정맥-낙남정맥순으로..많은 도움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금정산님! 그간 잘 지내셨지요? 이제 낙동이 끝나면 낙남길로 가시겠군요... 요 며칠은 부산에 내려가 금정산을 바라만보고 왔습니다. 항상 안전산행 하십시요!
1대간 9정맥을 천의봉에서 마치셨군요.앞으로 가야할 길을 둘러보다가,알게 되었습니다.아주 오래 전의 일이지만 축하드립니다.그리고 재미있는 산행기의 마지막 멘트들이 마음에 듭니다.시인처럼 보이십니다.**^^**
얼마 안남은 낙동정맥 완주를 미리 축하드립니다. 내내 편안한 산행 이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