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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스캔들] 06 - 이 여자가 죽으면, 너도 죽어.
S#1. 낡은 폐가 안 (5부 엔딩)
맑은 새소리. 밝은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폐가 안.
햇빛에 눈이 부신지 부스스 눈을 뜨던 완, 어떤 느낌에 흠칫해서 시선을 내려 보면,
완의 가슴팍에 머리를 갖다 대고 아기처럼 잠들어있는 여경의 모습.
여경 : (E) 그런데 이제 아무리 무서워도 나 혼자 견뎌야 하는 구나.... 외롭고 힘든 일이 있어도,
나를 품에 안아줄 사람이 이제 없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까 왠지 외롭고 서글퍼져서....바보같이 울었습니다.
여경을 가만히....바라보는 완.
어느 순간 가만히 여경의 머리를 감싸 안아 자신의 품에 안기게 하는 모습에서....
S#2. 해화당 서점 앞 (이른 아침)
아직 인적이 뜸한 이른 아침.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길 입구 쪽을 기웃거리며 딸을 기다리고 있는 최학희.
멀찍이 떨어진 벽 뒤에서 스윽 나타나는, 세기와 왕골의 탁구의 얼굴. 밤새 술 마시며 떠들어서 초췌한 얼굴들.
왕골 : 봤지, 까만 밤을 하얗게 지 샌 듯한 저 까칠한 최마자씨의 얼굴. 어젯밤 조마자씨는 외박을 한 게 분명해.
세기 : 선우완, 이 짐승 같은 새끼....
탁구 : 이제 홀로 남겨진 마자씨는, 완이가 떠난 빈 공간에서 눈을 뜨겠지. 자신이 완이에게 버림받은 지도 모르고 말이야....
왕골 : 아, 불쌍한 조마자씨.....더불어 최마자씨도....
S#3. 낡은 폐가 안 (아침)
잠들어 있는 여경. 어느 순간 가만히 눈을 뜬다.
어떤 느낌에 눈만 굴려 주변을 살펴보는 여경. 아무도 없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얼른 일어나 앉는 여경. 머리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S#4. 낡은 폐가 앞 (아침)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안에서 나오는 여경, 주변을 둘레둘레 살펴보다가,
저만치서 열심히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완을 발견한다.
어쩐지 안심이 되는 여경. 어색한 표정으로 완에게 다가간다.
여경 : (큼큼 어색하게 기척을 낸다)
완 : (돌아보지도 않고 열심히 팔굽혀펴기만 한다)
여경 : (어색하게) 잘....주무셨어요?
완 : (돌아보지도 않고 퉁명) 니 눈에 내가 잘 주무신 거 같아 보이냐?
여경 : (완의 퉁명함에 민망해져서) 글쎄... 아침부터 말투가 까칠한 게 잘 주무신 거 같아 보이진 않네요.
근데 생각보다 부지런하시네요? 벌써 아침 운동중이세요?
완 : (또 퉁명) 니 눈엔 이게 아침 운동으로 보이냐?
여경 : (결국 터지는) 사람이 왜 그래요 진짜!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고와야지, 그쪽이 잠 못 잔 게 내 탓이에요!
완 : (그제서야 돌아보며 버럭) 당연하지!
여경 : (기막힘) 내가 뭘 어쨌는데요!
완 : (분노) 정말 모르겠어?
여경 : (당당) 정말 모르겠는데요?
완 : (답답) 너는 어떻게 된 여자가 술을 먹고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하다가 멈칫) 그러니까, 그 뭐냐,
(차마 다음 말은 입에 못 올리고 입만 뻐끔뻐끔)
여경 : (같이 입 뻐끔거리며 대답 기다리는)
완 : (그런 여경을 보며 말할까 말까 갈등하다가) 아우, 관두자! 관둬! 너 같은 애가 피 끓는 열혈남아의 고통을 어찌 알겠냐?
(다시 팔굽혀펴기) 허!
코웃음 치며 돌아서던 여경, 폐가 근처에 쳐 박혀 있는 망가진 자전거 한 대를 발견한다.
여경 : (표정 환해지며) 어? 자전거다! (달려가 낑낑대며 자전거를 꺼내려고 안간힘)
완 : 그건 갖다 뭐에 쓰게?
여경 : (자전거 꺼내 세우며) 이거라두 타고 경성으로 돌아가야죠.
완 : (허! 기막힌) 그 고물을 타고 경성까지 가겠다고?
여경 : (자전거 여기저기 털어내며) 걸어가는 것 보다는 낫잖아요. 저는 한시라도 빨리 경성에 돌아가야 합니다.
어머니가 걱정하고 계실거예요. (자전거에 타려다가) 안가요?
완 : 안 가냐? 못 가지? 어제 하루 종일 운전했지, 빗속에서 차 밀었지, 밤엔 추위와 배고픔에 떨었지,
아침엔 원초적 본능과 싸우느라, (하다가 멈칫하고는) 어쨌든!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으니까,
가고 싶은 너나 많이 가세요.
여경 : 나 혼자 가라구요?
완 : 지금 나더러 자전거 운전까지 하란 소리야? 똘똘한 신여성이 뭐 가치관이 그르냐 너는? 힘든 일은 무조건 남자가 해야 되냐?
여경 : 그게 아니라 교대로 번갈아가며, (하다가 관두고) 아닙니다. 혼자 가겠습니다. 그럼... 몸 조심 하십시오.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자전거에 오르는 여경. 자전거가 높다. 페달까지 발이 잘 안 닿는다.
어찌어찌 페달을 밟아보는데 꿈쩍을 안한다.
용을 쓰다가 어떤 느낌에 뒤를 돌아보면, 턱하니 뒷좌석에 앉아있는 완.
여경 : 뭐하는 거예요 지금?
완 : (피식 웃으며) 아침에 민가에 내려가 집에 연락하고 왔거든요? 사람 시켜 기름 보내준다고 했으니까,
짧은 다리로 용쓰지 말고 조신이 앉아 기다리세요, 마자씨.
여경 : (노려보는데)
완 : (자전거 앞으로 와서 여경을 잡아 내리더니 운전석에 앉고는, 타라고 턱짓) 넋 놓고 앉아 기다리면 뭐하냐.
바람이나 쐬고 오자.
여경 : (새침하게 고개 돌리며) 됐습니다.
완 : 동네 사람들 말 들어보니까, 여기 승질 드러운 멧돼지가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한다던데, 혼자 계시던가요, 그럼. (가려는데)
여경 : ! (얼른 달려와 뒷좌석에 앉고는 완의 와이셔츠 자락을 잡는다)
완 : 꽉 잡아 꽉. 넘어지면 책임 못 진다.
여경 : (완의 와이셔츠 자락을 좀 더 세게 잡는다)
완 : 얘가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하더니 여경의 손을 하나씩 착착 자신의 허리에 올려놓으며)
이렇게, 이렇게, 잡으라고. 이렇게!
여경 : !!! (얼굴 붉어진다)
완 : (씨익 웃고는 자전거 출발시킨다)
S#5. 풍경 좋은 야외 일각 (낮)
여경을 태운 완의 자전거가 여름의 신록 사이를 달리고 있다. 바람을 맞으며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의 표정.
어느 순간 슬쩍 앞좌석의 완을 바라보는 여경. 환하게 웃고 있는 완의 옆모습을 보며 여경, 기분 좋은 설레임에서.
S#6. 국밥집 (낮)
해장국을 먹으며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있는 징한 지라시팀!
세기 : (먹다가 퍼뜩) 근데 설마 두 사람....진짜로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겠지?
왕,탁 : (헉!해서 동작 멈추고는 세기를 바라보는)
일동 : (잠시 그대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에이이이.....설마.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하하하 웃으며 국밥을 먹는 세 사람.
왕골 : ! (고개 번뜩 들며) 가만, 근데 완이 이 자식은 어디 가서 아직 안 돌아와. 명빈관에도 없었잖아.
탁구 : ! (고개 번뜩 들며) 그러게. 지금쯤이면 ‘해방된 조선에서 다시 만나자, 마자!’ 어쩌고 하는 이별 멘트 날리고 와서는,
늘어지게 낮잠 자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세기 : (고개 번뜩 들며) 그건 설마 아직까지 함께 있다는 얘기?
왕골 : 그럼 얘기가 어떻게 되는 거야 이게? 내기는 성공인건가? 실패인건가?
세기 : ! (뭔가를 퍼뜩 떠올리며) 잠깐! 이 내기의 완벽한 성공은, 사랑이 아니야. 다들 잊었어?
왕,탁 : ? (보는 위로)
S#7. 경성사교 클럽 (회상/1부 75씬의)
완 : (손가락 하나 들고 좌우로 흔들며 잘난체) 으음으음. 진정한 선수라면 상대의 가치관, 인생관까지 변화시킬 수 있어야지.
그래야 진정한 고수지.
왕골 : (허! 웃으며) 넌 가능하단 얘기?
완 : 오브 코즈! 경성에서 가장 촌스런 여자를 데려다 놔봐. 당장에 차송주 같은 모던 걸로 바꿔놓을 테니까.
S#8. 국밥집 (현재/낮)
왕,탁 : !!! (그러고 보니 그렇다!!)
세기 : 그러니까, 완벽한 내기의 성공은 바로 이런 시츄에이션!
S#9. VIP룸 (상상)
두둥! 화끈한 모던 걸로 변신한 여경이, 완의 어깨 위에 팔 하나를 흐느적 올리고는 S라인 자세로 서있는 모습!
그런 두 사람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도는 카메라.
어느 순간 카메라 쪽을 찌릿! 째려보는 여경. 카메라 그 눈빛에 쫄아서 흠칫! 돌기를 멈추면.
여경 : (카메라를 째려보며) 좋은 말로 할 때 꺼지십시오.
S#10. 국밥집 (현재/ 낮)
왕,탁 : !!!! (헉!)
세기 : 그리고, 내기의 실패는 바로 이런 시츄에이션!
S#11. 대형 태극기 앞 (상상)
흰 저고리 검정치마의 유관순 누나 같은 여경과,
검정 두루마기에 둥근 안경을 쓴 백범 김구 선생님 같은 완이가 비장한 모습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완 : (비장하게) 십 분. 십 분이면 충분해. 십 분이면 총독부 건물을 폭발시킬 수 있다니까.
여경 : (도시락 통을 넘겨준다)
완 : (품에 품는다)
S#12. 국밥집 (현재/ 낮)
왕,탁 : !!!! (더 헉!!!)
세기 : (완전 기운을 되찾고 테이블을 탕! 치며) 따라서! N양 모던 껄 만들기! 이 과제를 수행해야 만이 진정한 내기의 성공으로
인정된다는 얘기지!
왕,탁 : (그렇군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고)
세기 : 하하하하! 그럼 난 아직 옷 안 벗어도 되는 거지? (하고는 손 번쩍 들더니) 이모! 여기, 국밥 한 그릇 더!
(의기양양해지는데서)
S#13. 풍경 좋은 야외 (낮)
완의 차가 달리고 있다.
S#14. 달리는 완의 차 안 (낮)
운전하고 있는 완. 문득 옆 좌석을 돌아보면
지친 듯 잠들어 있는 여경의 얼굴 위로 햇빛이 쏟아지고 있다. 자면서 약간 찡그리는 여경.
완 : ... (보다가 가만히 한 손을 여경의 얼굴 위로 올려 햇빛을 가려준다)
여경 : ... (편안하게 잠든다)
완 : ... (그대로 운전하며 흐믓해서 씨익 웃는다)
S#15. 명빈관 마당 (낮)
외출을 마치고 돌아오는 송주를 발견한 영랑이가 쪼로로 달려온다.
영랑 : 미용실 다녀오세요?
송주 : (방으로 향하며) 응.
영랑 : (재밌어서 이르듯) 언니, 완이 오라버니 어제 외박했어요.
송주 : (대수롭지 않게) 그래?
영랑 : 어머, 언니는 여경언니랑 완이 오라버니가 어떻게 됐을 지 안 궁금해요?
송주 : 여경씨랑 완이가 왜.
영랑 : (놀랍다는 듯) 세상에, 언니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아.
송주 : (?) 내가 뭘 알아야 되는데?
영랑 : 어제, 완이 오라버니랑, 총독부 이수현 나으리랑, 조마자 언니를 사이에 두고 기싸움을 펼쳤다는 소문,
미용실에서 못 들으셨어요?
송주 : (그제서야 멈추며) 누가....누구랑 뭘 해?
영랑 : 기싸움이요. 기싸움. 연적끼리 벌이는 신경전이요.
송주 : (약간 민감해져서) 연적....이라니?
영랑 :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요, (신나게 떠들 기세되는데서)
S#16. 송주의 방 (낮)
들어오는 송주. 보료 위에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모습 위로,
수현 : (E) 십년 전...한 남자가 살해됐습니다.
S#17. 명빈관 앞 (회상/ 5부 67씬의)
쏟아지는 빗속에 서있는 송주와 수현.
수현 : 피해자는 머리에 둔기를 맞아 살해된 채 다음날 아침, 강가에서 발견됐죠.
송주 : (애써 여유 있게 피식) 추리 소설 이야긴가요? 범인은 누구인가 하는?
수현 : 읽는 재미를 위해, 힌트를 하나 드릴까요?
S#18. 명빈관 방 (회상/ 2부 19씬의)
곱게 단장한 어린 송주, 슬픈 표정을 감추며 방으로 들어선다.
술을 마시다가 비열하고 끈적끈적한 눈으로 송주를 바라보는 친일파 지주.
수현 : (E) 피해자는 막강한 권력을 소유했던 친일파 지주로, 살해되던 날 밤 명빈관에서 묵었습니다.
어린송주 : (소름끼치는 기분을 애써 감추며 다소곳이 절을 올리며) 차연홍입니다. 나으리를 모시게 되어...
절을 끝마치기도 전에 송주의 팔을 거칠게 확 끌어당기는 지주. 송주 비명을 지른다.
S#19. 송주의 방 (낮/ 현재)
생각에 잠긴 송주의 얼굴 위로, 어린 송주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이어진다.
그 처참한 비명소리를 떠올리는 송주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보료를 움켜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서 이어지는,
S#20. 송주의 어린 시절 편집 영상 (회상)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어린 송주를 바라보고 있는 지주.
-경멸과 분노가 뒤섞인 싸늘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어린 송주,
-지주의 얼굴을 향해 화병을 치켜들어 지주를 살해하던 어린 송주.
-지주의 시체를 다리 밑으로 떨어뜨리는 어린 송주의 얼굴에서 스틸.
수현 : (E) 그리고...같은 날 밤, 명빈관의 동기었던 소녀 한 명이 실종됐습니다.
S#21. 명빈관 앞 (회상/ 5부 67씬의)
송주 : (표정 굳고)
수현 : (읽듯이 보며) 실종된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요. 그리고 지금....어디에 있을까요.
송주 : (표정 흔들리는데)
수현 : 차송주씨. 십년 전, 러시아에서 무엇을 배우고 돌아왔습니까?
표정 싸늘하게 굳는 송주의 모습 위로, 우르르 쾅! 번개와 천둥소리!
S#22. 송주의 방 (낮/ 현재)
흔들리는 표정의 송주. 수현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겠다.
혼란스러움으로 더욱 표정이 복잡해지는데, 노크소리.
순간 불에라도 덴 듯이 퍼뜩! 놀라 문 쪽을 돌아보는 송주.
근덕 : (들어오며) 뭘 그렇게 놀라?
송주 : (이내 표정 지우고) 무슨 일이야.
근덕 : (주변의 기색을 살피고는 작게) 어제 그 자가 뭐래.
송주 : (뭔가 생각해보는 표정) 십년 전 러시아에서 뭘 배우고 왔냐고 묻더군.
(* 이하 송주의 대사는 모두, 혼자 머릿속으로 뭔가 추리를 해보는 표정으로)
근덕 : ! (긴장)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
송주 : 러시아는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고 잡아뗐지.
근덕 : (바싹 긴장) 그랬더니.
송주 : 아....그렇습니까? 잘 알겠습니다....
근덕 : (벙...해서) 아, 그렇습니까....잘 알겠습니다....? 그게 전부야?
송주 : 그리곤 피식 웃더니 가더군.
근덕 : (안심하며) 어쨌든 다행이군. 일이 커지지 않아서.
송주 : (뭔가 미심쩍고, 찜찜한 기분)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 사람?
근덕 : 뭐가.
송주 : 거의 협박수준으로 압박해오다가, 모른다는 말 한 마디에 그렇게 싱겁게 물러나다니....
근덕 : 조심해라, 알지만 덮어주겠다, 아니겠어?
송주 : 그렇다면 꽤나 쎈 폭발력을 지닌 생색이군. 뭣 때문에 덮어주는 거지?
근덕 : 협박과 생색을 미끼로 차송주의 마음을 뺏으려는 게 아닐까?
(농담처럼 피식) 결국 총독부의 냉혈한도 차송주의 미모에 넘어간 건가?
송주 : 그런 게 아니야. 뭔가 머릿속으로 다 계산하고 온 듯한 느낌이었어. 게다가 어젠 여경씨까지 만나러 왔다는 소문이야.
여경씨를 취조한 사람도, 이강구가 아니라 그 사람이었던 모양이야.
근덕 : (보며) ....
송주 : 나한테 원하는 게 뭐였을까. 어떤 대답을 원했을까. 아니, 원하는 대답이 있기나 했을까?
근덕 : (보며) ....
송주 : 냄새가 나. 뭔가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들린다구...뭘까 그게...
근덕 : ... (보다가) 어쨌든, 앞으로 경계하고 조심하는 게 좋겠어. 저번 종로서일도 그렇고, 이강구일도 그렇고,
그동안 너무 경거망동했어.
송주 : .... (계속 머릿속으로 뭔가를 생각하고)
근덕 : ..., (살피듯 보는데서)
S#23. 해화당 근처 거리 + 완의 차 안 (밤)
완의 차가 와서 멈춰 선다. (*서점문은 닫혀있다)
완, 옆을 돌아보면 여전히 곯아떨어져서 잠들어 있는 여경.
완, 잠시 그대로 여경을 보는데 어떤 느낌에 부스스 눈을 뜨는 여경. 주변을 둘러보면 경성거리, 화들짝 놀라 완을 보며,
여경 : 도, 도착했으면 깨우시지 않구....
완 : 너는 무슨 애가, 남자 앞에서 그렇게 잠을 잘 자냐? 코까지 골면서.
여경 : (헉!해서 얼른 손으로 코를 가리고는) 코...골았어요?
완 : (짐짓 질렸다는 듯 거짓말로 놀리는) 코뿐이겠냐? 어젯밤에 너 땜에 내가, 잠 못 잔 걸 생각하면 진짜,
여경 : 도대체 어젯밤에 내가 뭘 어쨌는데요?
완 : (여경 흉내) 안 가르쳐줍니다!
여경 : ! (찜찜하다) 설마... 수...술주정 했어요?
완 : 안 가르쳐주겠습니다!
여경 : .....(뭔가 찜찜하고 챙피한 기분으로 시무룩해져서는) 어쨌든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문을 열고 가는데)
완 : ... (웃으며 보고 있다가) 나여경.
여경 : !!! (순간 확 돌아본다) (*조마자가 아닌 나여경!)
완 : 다른 남자들 앞에서는 마시지 마.
여경 : (의미를 몰라) 네?
완 : 다른 남자들 앞에서는 술 마시지 말라구.
여경 : ....?
완, 웃으며 차를 출발 시킨다. 완의 차를 멍....하니 바라보며 서있는 여경.
언제부터인지 한 편에서 그런 완과 여경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 수현이다.
수현 : ... (완과 여경을 바라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
S#24. 여경의 집 앞 (밤)
완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며 걸어오는 여경인데,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서있는 최학희를 발견한다.
여경 : (울컥해서) 어머니!
최학희 : (딸이 무사한 것을 보고 심장이 내려앉으며) 아이구, 여경아! (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괜찮아? 괜찮은 거야 너?
고문 받거나 그런 건 아니구?
여경 : 그런 거 아니예요 어머니,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최학희 : 그러면 됐다, 아무 일 없었으면 됐어.
여경 : (어머니 안색 살피며) 저 때문에 한숨도 못 주무셨죠.
최학희 : 잠 좀 못 자면 어떠니. 니가 이렇게 무사히 돌아왔는데. (눈가 붉어지며) 종로서루 어디루 미친 듯이 뛰어다녔는데,
아무데두 니가 없잖아. 어디 이상한 데루 끌려가 잘못 된 줄 알구 심장이 녹아내리는 줄 알았어어어....
여경 : (너무나 죄스러워져서 눈가 그렁해지며) 죄송해요 어머니... 다시는 안 그럴께요...
S#25. 명빈관 일각 (밤)
세수를 마친 뒤인지, 목에 수건을 걸고 앉아 달을 바라보고 있는 완. 그 모습 위로 떠오르는,
(F.C)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모습. (6부 5씬의)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생기는 완, 문득 어떤 느낌에 돌아보면
언제 왔는지 옆에 앉아 그런 완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송주.
완 : (흠칫 당황!)
송주 : (빤히 쳐다보며) 어머, 이제 막 첫사랑을 시작한, 청소년스러운 미소네?
완 : 청소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퉁명스럽게) 뭐야, 할 말 있어?
송주 : 오오, 애인 생겼다 이거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완 : (말을 말자는 듯) 간다. (일어나려는데)
송주 : (잡아 앉히며) 왜, 애인 생각하는데 방해 돼?
완 : 애인 생각은 무슨! 달을 보며 시상을 좀 떠올려보고 있었다, 됐냐? 됐어?
송주 : 어머, 나도 방금 그대의 얼굴을 보며 시 하나 지었는데. 들어볼래?
완 : 됐다고 보는데?
송주 : (상관없이) 그대의 연인은 독립투사.
완 : (OL) (기막혀서) 누가 내 연인이 독립투사래.
송주 : 왜 이래, 어제 여경씨랑 외박했다면서.
완 : (알겠는, 이 갈며) 영랑이 이 자식을 그냥!
송주 : (상관없이 연결) 그대의 연인은 독립투사. 나의 그대는 변절자. 청춘은 언제나 봄. 조국은 아직도 겨울,
아! 해방된 조국에서 신나게 연애나 해봤으면!
완 : !!! (허걱해서) 설마 너, 그 시를 어디에 발표할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송주 : 지라시는 안 될까?
완 : 지라시를 너무 무시한다.
송주 : 배구씨한테 부탁하면 해줄 거 같은데.
완 : 탁구형도 보는 눈은 있거든?
송주 : 내기 할래?
완 : 아, 그 놈의 내기, 진짜! 내기로 재산 다 들어 먹을 거야?
송주 : (OL의 느낌으로 웃으며) 여경씨 좋아졌지.
완 : ! (인터발 없는 시간차 공격에 말문 막혀 보는)
송주 : (그 반응에, 웃으며) 대답 참 재밌게 하네.
완 : 재밌으면 됐다. 사실이 아니라 유감이지만. (가려는데)
송주 : (OL)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
완 : (멈추고 보며) 뭘.
송주 : 힘들고 위험해질 수도 있어. 자신 없으면 감정이 시작되기 전에 멈추는 게 좋아.
완 : 아, 글쎄 아니라잖아!
송주 : (상관없이) 세상엔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사랑도 있는 법이야. 각오할 자신 없으면, 내기에만 열중하고 딴 건 하지 마.
그게 좋아. (의미심장하게 웃어주고는 가고)
완 : ...? (보는데서)
S#26. 여경의 방 (밤)
최학희와 여경, 나란히 이불을 깔아놓고 누워있다.
가만히 일어나 어머니를 바라보는 여경. 뜬 눈으로 밤을 샌 최학희는 곤히 잠들어 있다.
송주 : (E) 조만간 두 번째 암살지령이 내려 올 거예요. 여경씨한테두 뭔가 지령이 전달 될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해두세요.
어머니를 보며 미안하고 걱정스럽고 안타까워지는 여경.
S#27. 수현의 하숙집 앞 (밤)
하숙집을 향해 걸어오는 수현. 어느 순간 멈칫 선다.
집 앞에 차 한 대가 서있다. 집사가 차문을 열어주면, 그 안에서 선우관이 내린다.
수현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선우관 : ... (애증이 섞인 연민으로 수현을 바라보며 서있다)
수현 : ... (그 눈빛 받아내지 못하고 대신 깊게 목례를 한다)
S#28. 수현의 하숙방 (밤)
수현과 선우관이 찻잔을 놓고 앉아있다.
수현 :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죄송합니다. 한 번쯤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려고,
선우관 : (말없이 준비해온 꽤 두툼한 봉투를 내민다)
수현 : ? (본다)
선우관 : 니 아버지 품삯이다. 그 해 수확한 걸 그대로 남겨둔 채... 소리 소문 없이 북간도로 떠나버려서,
진작 돌려주어야 할 것을 주지 못했다.
수현 : (울컥하는 심정 애써 누르고 있는 표정 위로)
선우관 : (E) 그간의 이자까지 챙겨 넣었으니, 니 아버지를 대신해서 받아두거라.
수현 : 저는... (애써 누르며) 받을 수가 없습니다. 어르신.
선우관 : 니 아버지의 정당한 노동의 댓가다. 너에게 주는 게 아니야.
수현 : ....
선우관 : 이걸루 우리 사이에 얽혀있던 질긴 인연, 그만 끊어내자.
수현 :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본다)
선우관 : 완이한테 들었다. 모진 고문 앞에 버텨낼 장사가 몇이나 되겠냐만은 이해는 되도, 아직 용서는 안 되겠더구나.
수현 : ! (완이 거짓말을 했음을 알겠고)
선우관 : 다 시대를 잘 못 만나 생긴 비극이라 생각하겠다. 어찌 보면 너도 피해자 일테지. 이제 서루 얼굴 볼 일 없을테니,
자책감 때문에 위악을 떨 필요 없다. 니 가슴에 상처내가면서 그렇게 살 필요 없어. (일어나고)
수현 : (함께 일어나며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선우관 : (연민으로 짠하게 보며) 못난 놈... (나가고)
수현 :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으로 멍...하니 서있다)
S#29. 수현의 하숙집 앞 (밤)
수현이 하숙집에서 나오는 선우관, 차에 오르려다 말고 잠시 돌아본다.
이내 차에 오르는 선우관.
늦은 퇴근을 하여 하숙집으로 향하던 코우지, 선우관의 차가 떠나는 장면을 목격한다.
어이없다는 듯 수현의 집을 쳐다보는 코우지.
코우지 : 새파랗게 젊은 놈이 뒷돈거래 까지... 깔끔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할 건 다 하는군.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맞은편 자신의 하숙집으로 들어간다.
S#30. 수현의 하숙방 (밤)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으로 멍...하니 서 있는 수현. 선우관이 두고 간 돈 봉투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 모습 위로,
(F.C) 수현에게 양행비를 건네주며 미소 짓던 선우관. (2부 13씬의)
수현,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다. 어느 순간, 돈 봉투를 움켜쥐는 수현, 뛰어 나간다.
S#31. 수현의 하숙집 앞 근처 거리 (밤)
뛰어 오는 수현, 주변을 둘러보며 선우관의 차를 찾는다. 이미 선우관의 차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 멈춰서는 수현. 가슴이 먹먹해진다.
S#32. 코우지의 하숙집 앞 (밤)
앞씬의 감정 이어 걸어오고 있는 수현.
코우지 : (E)(짜증 섞인 말투) 무슨 일이야. 이 밤중에.
들리는 소리에 수현, 반사적으로 몸을 숨긴다.
코우지의 하숙집 앞, 불려 나온 듯 대문을 열고 선 코우지와 코우지를 향해 서있는 남자의 뒷 모습. 강구다!
강구 : (의미심장한 미소로) 나으리....저랑 같이 사냥 한 번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코우지 : (흠칫) 사냥이라니.
강구 :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 뛰는, 하룻강아지를 함께 잡아보자는 말씀입니다.
코우지 : ....(보고)
강구 : (비열하게 웃어 보인다)
수현 : (들으며 담담한 표정) .... (F.O)
S#33. 종로서 (이른 아침)
막 출근한 김순사, 자신의 자리로 가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책상 위를 마른 걸레로 닦기 시작하는데,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헉! 놀라 돌아보는 김순사. 불길한 느낌으로 후다닥 밖으로 나가본다.
S#34. 종로서 일각 (이른 아침)
안에서 후다닥 뛰어나오는 김순사. 저만치 떨어져있는 물체를 발견한다.
주워서 보면, 돌멩이 묶여진 편지와 예의 그 ‘七必殺’글자!
김순사 : ....! (하얗게 질리는데서)
S#35. 총독부 보안과 복도 (낮)
긴급 대책 회의를 위해 긴장된 표정으로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는 수현과 코우지.
수현 : (E) 이번 살인예고장은 저번과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S#36. 총독부 회의실 정도 (낮)
두 번째 살인예고장에 대한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마모루, 수현, 코우지.
테이블 위에는 두 번째 ‘칠필살’ 예고장과 애물단의 편지가 놓여있고, 브리핑을 하고 있는 수현.
수현 : (편지를 들어보이며) 첨부된 편지를 통해, 그들의 정체가 신생 비밀 결사 조직인 ‘애물단’이라는 사실과,
첫 번 째 피해자 민환식의 암살 이유를 명시했으며, 또한 다음 대상자에 대한 암시를 주고 있습니다.
마모루 : 애물단이라.... 말 그대로 대 일본 제국의 애물단지군. (하고는) 민환식의 암살 이유는?
수현 : 그들의 말을 빌자면, 일제의 밀정이었답니다.
마모루 : 두 번째 암살 대상자는?
수현 : 일본제국으로부터 작위를 수여받은 친일 조선인 고관대작들입니다.
마모루 : 향후 수사 방향은?
수현 :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피살 가능성이 있는 자들에게 사전에 위험을 통지하고 신변 보호에 들어가야,
코우지 : (OL) 제 생각은 다릅니다.
마모루 : (본다)
코우지 : 편지 자체가 수사 교란을 위한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불확실한 정보를 흘려 괜한 불안감을 조성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본 경찰에 대한 불신만 늘어날 것입니다.
마모루 : (수현을 보며) 어떤가.
수현 :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코우지 : ? (웬일인가 싶어 보고)
수현 : (코지를 보며) 말씀을 듣고 보니, 혼란과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비공개 수사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모루 : (두 사람을 보며) 간만에 의견일치군. (박수 짝 치며) 그럼, 빠른 시일 내에 범인을 색출해 내도록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게. 절대 두 번 째 희생자가 나와선 안 돼! 알겠나!
S#37. 총독부 회의실 앞 복도 (낮)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마모루, 수현, 코우지.
마모루에게 목례를 올리는 수현과 코우지. 끄덕이고는 과장실로 향하는 마모루.
코우지 : (비죽) 웬일인가? 잘난 후배님께서 내 의견에 동의를 다 해주고.
수현 : 처음부터 선배님과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코우지 : ? (보면)
수현 : 먼저 치고 올라오는 것보다, 의견에 동의해 드리는 편이 선배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것 같아 기다렸을 뿐입니다.
그럼... (목례를 올리고 가고)
코우지 : (이를 갈듯이 노려본다)
S#38. 보안과장실 (낮)
안으로 들어서다가 그대로 헉! 벽에 달라붙는 마모루.
언제 왔는지 마모루의 자리에 떡 하니 앉아 있는 사치코.
마모루 : 사....사치코, 심장 떨어지는 줄,
사치코 : (물론 모든 말을 잘라 먹는다) 내가 승진시켜 달랬던 그 청년은 어떻게 됐죠?
마모루 : 말했잖아. 승진은 승진 사유가 있어야,
사치코 : 오동나무 책상은 왜 안 들여 놓구 있어요.
마모루 : 말했잖아. 총독부관리임용은 시험을 거쳐야,
사치코 : (점점 얼굴 험악해져가며) 내 환영파티는요.
마모루 : 그것도 말했잖아. 살인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된 뒤에,
사치코 : (쾅! 일어나며) 한심한 남자! 도대체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군요! 우에다 가문의 데릴사위로서 부끄럽지 않아요?!
마모루 : !!! (기겁해서 주위를 둘레둘레 살피며) 그 데릴사위라는 말 좀 제발,
사치코 : 내 자서전을 발행할 출판사는, (아직 대사 남아있는데)
마모루 : (이제야 할 말이 생겨서 환해지며) 오오, 사치코! 그 문젠 해결했어! 내가 적당한 출판사를,
사치코 : (앞 대사 연결) 지라시로 해줘요.
마모루 : (맥이 빠진다)
사치코 : 치사한 남자. 그거 하나 해결 못하고, 결국은 내가 하게 만드는 군요. (하고는 책상 위에 초대장 뭉치를 탕! 내려놓는다)
총독각하 이하, 모든 분들께 한 장씩 나눠드리세요.
마모루 : (불길함에 머리카락이 쭈삣 서며) 그....그게 뭔데?
사치코 : 개필 파티 초대장이예요.
마모루 : 개필 파티라니?
사치코 : 무식한 남자. 자서전 집필의 시작을 알리는 개필! 개필 파티도 몰라요?
마모루 : !!! (불길함이 충만한 심정으로 서둘러 초대장을 열어보는)
(INS) 사치코의 사진과 싸인이 박힌 개필 초대장!
마모루 : !!!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데)
사치코 : 내 싸인이 있는 초대장만이 유효하니까 그렇게 말씀드리세요. (나간다)
사치코가 나가자 마자 주변을 둘레둘레 살피는 마모루, 누가 볼 새라 초대장 뭉치를 얼른 휴지통에 쑤셔 박는다.
휴지통에 박힌 사치코의 초대장, 의미심장하게 C.U 되는데서.
S#39. 지라시 사무실 안 (낮)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요지를 하나씩 물고 안으로 들어서던 탁구, 세기, 왕골.
탁구의 자리에 뒷모습으로 앉아있는 여자를 발견하고는 멈춰 선다.
세사람 : ? (마주봤다가)
탁구 : (조심스럽게) 누구.....
하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는 사치코!
헉! 놀라서 벽에 달라붙는 세 사람.
사치코 : 저질이야. 너무 후져. (사무실 여기저기를 지적하며) 이것도, 저것도! 저것도!
(마지막으로 탁구 일행 가리키며) 저것들도!
세사람 : (헉! 감당 안 된다!)
탁구 : 저기... 자서전은 아직 작가가 준비 안 된 관계로다가 다음 주에나,
사치코 : (사무실 집기들을 바라보며) 다 갈아치워요. 이런 데서 내 자서전이 나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탁구 : (애써 웃는 얼굴로) 저기 사모님, 저흰 그런 데다 투자할 돈이,
사치코 : 당신 얼굴도 갈아치워요.
탁구 : ....!!!! (상처받아서 조용히 뒤돌아 나가고)
왕골 : 사모님, 출판사 사무실은 다 거기서 거기,
사치코 : 가만, 내가 아까 얼굴 갈아치우란 말 안했던가?
왕골 : ...!!! (역시 상처 받아서 조용히 뒤돌아 나간다)
세기 : (따라 나가려는데)
사치코 : (와락 잡아챈다) 상태가 가장 양호하군요. 자서전 개필 파티를 열겠어요.
고관대작들에겐 내가 초대장을 보낼 테니, 출판계와 언론 쪽은 당신들이 알아서 책임지고 연락하도록 해요.
S#40. 지라시 사무실 앞 (낮)
상처받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탁구, 왕골이고. 기겁해서 도망치듯 후다다닥 계단을 내려오는 세기.
세기 : (달려와서) 뭐야, 저 여자. 왜 사람 말을 끝까지 안 들어?
왕골 : 너는 그래도 얼굴 갈아치우란 소린 안 들었잖아!
세기 : 나는 저 여자 감당 못해. 형이 저지른 일이니까 형이 수습해.
탁구 : (버럭) 아까 얼굴 갈아치우라는 소리 못 들었냐!
세기 : 어쨌든 저 여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야.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경성에 단 한 사람밖에 없어.
왕,탁 : !!! (보는데)
세기 : 개필 파티 전 까진 어떻게든 완이를 섭외해야 돼.
탁구 : 개필 파티라니?
세기 : (짜증) 아, 나도 몰라. 자서전 집필을 알리는 파티를 성대하게 열어달라잖아!
세사람 : (사무실 쪽을 노려보며) 이런, 개필!!!
S#41. 깔패디엠 (낮)
간만에 함께 모여 있는 완과 탁구, 세기, 왕골.
완 : 하하하하하! (유쾌하게 웃고 있다)
세사람 : (같이 하하하하! 웃어주며 비위 맞춰주고 있다)
완 : 그러니까 뭐야, 폐간을 막아주는 대신 우에다 사치코의 자서전을 대필해 주기로 했다?
탁구 : (웃으며 좋게 좋게) 응. 발간은 안 해도 돼. 그냥 일종의 쇼타임이라고 할까?
완 : 그래서, 대필 작가로 나를 강력 추천했고?
왕골 : (비위맞춰주며 좋게 좋게) 당연하지. 너는 우리 월간 지라시의 보석인데.
완 : 하하하하하하! 맙소사! 이런 영광이 있나.
세사람 : (따라서) 하하하하하!
완 : (순간 웃음기 싹 거두고 싸하게) 그런데 이걸 어쩌나? 하고 싶은 맘이 눈꼽 만큼도 안 생기는데?
탁구 : (!!!) 완아, 수렁에 빠진 인간 하나 구제해주는 셈치고,
완 : (OL) (싸하게) 나를 말도 안 되는 내기의 수렁에 빠뜨린 자들이 누구였지?
왕골 : 얌마, 그건 엄밀히 말해서 니 잘못도 커. 니가 술 먹고 큰소리만 안 쳤어도,
완 : (OL) 오케이. 그래서 내 잘 못 내가 인정하고, 열심히 내기에 임하고 있잖아.
그런데 날더러 지금 두 여자를 한꺼번에 상대하란 말이야? 그것도 폭탄들만? 나한테 너무 가혹한 거 아냐, 들?
세기 : (OL) 그 내기 말인데, (또 살살 승부근성 건드리는) 슬슬 종지부를 찍을 때가 온 거 같지 않아?
완 : (멈칫) 종지부를 찍다니?
세기 : 니가 내기에 성공할 때까지 천년만년 기다려줄 순 없단 얘기야. 기한을 정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 합리적인 거 아니겠어?
완 : 그런 얘긴 애초에 내기 조건에 없었잖아!
세기 : 어? 왜 발끈하실까? 왜? 자신 없어? 아니면 설마, 조마자씨랑 알콩달콩 만리장성을 쌓다보니, 진정 사랑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내기를 무한 반복하고 싶어졌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겠지?)
완 : (발끈해서) 만리장성 같은 소리하고 있네! 좋아, 정해. 언제까진지 기한을 정하자고!
세사람 : (미리 준비한 듯) 개.필.파.티!
완 : 개필....그게 뭔데?
세기 : 얼마 후에, 싸이코 여사의 자서선 집필을 알리는 개필 파티가 있어. 그 파티에 조마자씨를 모던걸로 변신시켜서 데려와.
탁구 : 실패 시에는 싸이코 여사의 자서전을 써야함과 동시에,
왕골 : 니 차는 바로 회사차로 탈바꿈하게 되는 거지.
세기 : 자신 없으면, 이쯤에서 털고 그냥 자서전 쓰시고.
완 : (벌떡 일어나더니) 선우 완 연애사전에, 중도포기란 말은 없어. (하고는 간다)
탁구 : (뒤에 대고 작게) 완아... 그 사전 갖다버려라. 뭐 제대로 있는 단어가 없냐.
세사람 : (킬킬킬 웃는다)
S#42. 해화당 (낮)
새로 들여온 책 묶음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고, 종류별로 정리하여 서가에 꽂고 있는 여경,
잠시 현기증이 생기는지 이마에 손을 올리고는 잠시 멈춘다.
여경 : 감기....걸렸나....? (코를 훌쩍여보는데 순간, 에취! 재채기)
여경의 재채기와 동시에 퍼뜩 떠오르는,
(F.C) 술을 먹고 노래를 부르던 여경 (5부 63씬)
여경 : ! (헉! 하는데, 다시 재채기)
(F.C) 나가려던 완의 와이셔츠 자락을 붙잡는 여경 (5부 63씬)
여경 : !!! (헉!!! 하는데, 다시 재채기)
(F.C) 여경을 품에 안아주던 완 (1부 엔딩)
여경 : !!!! (허걱!!!) 서....설마....(불길한 표정으로 고개 삐딱하게 돌아가며) 아니겠지...?
(어떻게든 웃어보려 애쓰며) 에이....설마 그럴 리가... (그래도 불길한) 아...안되겠다.
(이마를 짚어보고) 여, 열이 너무 많아. (허둥지둥 책들을 정리하며)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S#43. 해화당 서점 앞 (낮)
허둥지둥 안에서 나오는 여경, 문에 자물쇠를 채우는데,
허영화 : (E) 나여경씨?
여경 : ? (돌아보면)
허영화 : (사무적인 미소로) 나랑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여경 : 누구....
허영화 : (여전히 사무적인 미소) 나, 완이 엄마 되는 사람이에요.
여경 : ....! (보는데서)
S#44. 깔패디엠 (낮)
커피 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는 여경과 허영화.
허영화 : 왜 안 마셔요?
여경 : 양음료는 잘 안 마십니다. 속에서 잘 받지도 않고.
허영화 : (비웃듯 피식) 뼛속까지 조선인이군요.
여경 : (좀 언짢지만, 참으며) 근데....하실 말씀이라는게....
허영화 : (OL) 우리 완이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요?
여경 : (왜 묻지? 싶어서 봤다가) 잘 모릅니다.
허영화 :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알려줘야 될 것 같아서 온 거야. 아, 나보다 한참 어리니까 말 놔두 되지?
여경 : (싫다) ...
허영화 : (읽었지만 그대로 반말) 우리 완이, 지금은 저렇게 막 살아두 이제 곧 총독부에 들어가 야망을 펼칠 인재구,
장차 아버지 회사 물려받아 할 장남이야.
여경 : 말씀의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
허영화 : 아가씨가 우리 완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여경 : (어이없어서 본다)
허영화 : 듣자하니 아가씨, 야학이니 뭐니 꽤 위험한 활동들을 하면서, 경찰서를 제집 드나들 듯이 한다던데...
우리 완이랑 얽혀서 혹시라도 우리 완이 이력에 빨간줄이라도 생기면,
여경 : (OL) 야학은 위험한 활동이 아닙니다. 배움 자체가 위험이 되는 조국의 현실이 위험할 뿐이죠.
허영화 : (피식) 쬐끄만 아가씨가 겁대가리가 없군. 조국의 현실이 위험하다니. 내가 보기엔, 대일본제국의 은덕을 무시하고,
황실을 모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아가씨가 더 위험해 보이는데?
여경 : (기분 상한다) 말씀이 끝나셨으면, (일어나려는데)
허영화 : (OL) 아직 안 끝났어. 앉아. (여경 멈칫하면) 쬐끄만 게 성깔 있네? 완이가 데리고 놀기 재밌긴 하겠어.
여경 : ! (기막혀서) 외람된 말씀이지만, 부인께서는 예의 법도가,
허영화 : (OL) 우리 완이, 일본에 정혼자가 있어요.
여경 : (멈칫 본다)
허영화 : 그러니까, (보며 강조) 아가씨 데리구 노는 거 맞아요.
여경 : (모욕감으로 얼굴 굳는다)
S#45. 까패디엠 근처 거리 (낮)
모욕감과 불쾌감으로 잔뜩 굳은 표정의 여경이 걸어오고 있다.
허영화 : (E) 우리 완이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고는 다녀도, 절대 여자한테 정 주는 법이 없어.
아가씨가 상처받을 까봐 하는 얘기니까 새겨들어요.
허! 웃는 여경,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고, 분통이 터지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떠오르는,
(F.C) 자전거를 타며 환하게 웃던 완. (2부 6씬의)
여경 : .... (어쩐지 배신감이 드는 건 왜....?)
(* 그동안 완에 대해 무심했던 여경이,
오히려 허영화의 말로 인해 자신이 완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장면)
S#46. 해화당 근처 국밥집 (낮)
여경, 굳은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다.
수현, 먼발치서 그런 여경을 바라보고 있다. (2부 73씬과 같은 장소)
어쩐지 침울해보는 여경을 바라보며 왠지 좀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는 수현인데,
강구 : (수현의 앞에 와서 털썩 앉으며) 흥미와 관심이 지나치시군요.
수현 : (보고)
강구 : (여유만만) 이 정도면 나으리도 집착 아닙니까?
수현 : (강구의 여유가 재밌어서 피식 웃는) (*코우지와 연대를 형성했다 이거지?)
S#47. 여경의 방 (낮)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는 여경.
최학희 : (E) 여경아...
여경 : ....
최학희 : (문 열고 들어오며) 여경, (하다가 누워있는 여경을 보고는 의아해서) 얘, 너 왜 그러니?
(다가와 이불을 걷어내 보며) 어디가 아퍼?
여경 : (열로 얼굴 발그스름해진 채 콜록콜록 기침하며) 괜찮아요... 그때 비를 좀 맞았더니 감기가 올려나봐요....
최학희 : (이마의 열을 짚어보며) 어이구, 이런. 열이 펄펄 끓네. 안되겠다. 얼른 옷 갈아입어. 병원 가게. 응?
여경 : (누운 채로 콜록콜록)
강구 : (E) 정말 개인적인 관심입니까?
S#48. 해화당 근처 국밥집 (낮)
수현 : (피식 웃으며) 하고 싶은 말 바로 하지. 돌리지 말고.
강구 : (짐짓 손가락으로 이마를 긁으며) 하고 싶은 말이라기보다는, 좀 궁금해서 말입니다.
수현 : (대수롭지 않게) 궁금하다니. 뭐가.
강구 : 참 희안하게도 말입니다. 제가 가는 곳 마다 꼭 나으리가 나타나거든요. 나여경이를 연행할 때고 그렇고, 명빈관으로
차송주를 찾아갔을 때도 그렇고.... (관찰하듯 수현을 살피며) 한 발 앞서거나, 뒤서거나 할 뿐이지 꼭 나타나시드라구요?
수현 : (여유) 의문을 품었다면, 예상답안도 가지고 있을텐데 이미?
강구 : 글쎄요...그게 참 아리송하단 말씀입니다. 왠지 제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것도 같고,
용의자들을 비호해주는 것도 같고....
수현 : (웃으며) 그렇게 보였다니 유감이군.
강구 : (웃으며)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수현 : 불행히도 자네와 나의 수사방향이 같을 뿐이야.
강구 : (본다)
수현 : 강인호는 죽은 민환식에게 원한이 있었다, 강인호는 나여경의 야학제자다, 사건 당일, 용의자가 명빈관으로 도주했다,
그 시각 명빈관 기생 차송주는 자리를 비웠다..... 뭔가 좀 궁금해져서 말이야. 그때마다 한발 앞서거나 뒤서거나,
꼭 자네가 있더군.
강구 : (의심스러운 얼굴로 보며) 그럼....나으리의 생각도....
수현 : 살인 용의자 가능성만 놓고 봤을 때, 나여경 쪽보다는 차송주 쪽일 가능성이 더 커.
(일어나며) 나여경 감시는 오늘로 끝이네. (나가고)
강구 : ... (속을 모르겠고, 뒤 따라 나가는)
S#49. 해화당 근처 국밥집 앞 (낮)
강구 : (수현을 뒤따라가며) 저와 수사방향이 같다면, 왜 저를 도와주지 않는 겁니까!
수현 : 이미 협력자를 구했잖아.
강구 : (순간 멈칫 서고)
수현 : (멈추고 보며) 범 무서운지 모르고 날 뛰는 하룻강아지가 어떻게 감히 자네를 도울 수 있겠나. 안 그런가?
강구 : (할 말을 잃고)
수현 : (피식 웃으며 돌아서는데)
그 시선에 여경을 부축해서 나오는 최학희의 모습.
달려가 보는 수현. 가보려다가 최학희의 모습을 보고 움찔 멈추는 강구.
수현 : 무슨 일입니까?
최학희 : (수현의 신분 아직 모른다) 저기 우리 애가 열이 높아서 병원에 가려는데,
죄송하지만 택시를 좀 불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경 : 됐어요 어머니, (아픈 와중에도 수현을 노려보며) 그냥 제가 걸어가겠어요. (하고는 혼자 걸어가다가 휘청하는)
수현 : (반사적으로 부축)
여경 : (뿌리치며) 됐다니까요!
수현 : (최학희에게) 이 상태로는 못 걸어갑니다. 제가 택시를 잡아올테니까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하고는 큰길가로 달려간다)
최학희 : (딸을 부축하고 서서 땀에 젖은 머리카락 넘겨주며 걱정스럽고)
강구 : (아픈 여경을 보며) ....
S#50. 릿샤 (낮)
손님용 의자에 앉아 잡지를 넘겨보고 있는 완인데,
디자이너 : (E) 준비됐어요.
완 : (잡지를 탁 접고 보면)
디자이너 : (양손에 원피스 한 벌씩을 들고 나와 서서) 이번에 어렵게 구해 온 하꾸라이예요.
누가 먼저 찜해논 건데, 내가 완이씨니까 특별히 보여주는 거야.
완 : (고개 약간 삐딱하게 해서 신중하게 보는데)
디자이너 : 근데 참, 아가씨 사이즈가 어떻게 돼요?
완 : ! (멈칫)
그것까진 생각 못했다. 잠깐 몸을 틀어 뒤로 돌더니, 팔로 안는 시늉을 해보는 완.
낡은 폐가에서 안아본 감으로 치수를 어림잡고는 흡족한 미소로,
완 : 제일 작은 걸로.
S#51. 해화당 서점 앞 (낮)
완의 차가 도착한다. 차 안에서 멘트를 연습해보는 완. (*내기 핑계대고 여경에게 옷을 사주는 일이 기쁜)
완 : (상당히 거만한 말투로) 동물들도 때가 되면 털갈이라는 걸 하는데 말이야, 웬만하면 이제 흰 저고리 검정 치마 좀 그만 입지?
뭐 맘에 드는 멘트라고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준비해온 꽃다발과 옷봉투를 들고 서점을 향해 가는 완.
왠지 들뜬 기분인데, 문 닫혀있다. 김새는 완.
S#52. 병실 (낮)
링거주사를 꽂은 채 푹....잠들어 있는 여경이고.
침대 옆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수현.
S#53. 여경의 집 앞 (낮)
집안 쪽을 기웃거리고 있는 완. (* 옷 봉투와 꽃다발은 차에 뒀고)
최학희 : (걸어오다 발견하고) 어머...여긴 어쩐 일루....
완 : (움찔 돌아보고는) 아....안녕하세요?
최학희 : 잘 있었어요? 나한테 뭐 볼일 있어 왔어요?
완 : 아....그게요....(할 말을 찾다가) 근데 어디 다녀오시나 봐요?
최학희 : 아, 딸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좀...
완 : (!)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요?
최학희 : 아니, 큰 병은 아니구. 피로에 감기가 겹쳤다는데, 하루 쉬다 나가라네요. 옷 좀 챙겨가려구 잠깐 들른거에요.
완 : (!) 병원이 어딥니까? (에서)
S#54. 병실 (낮)
등을 돌린 채 잠이 들어있는 여경이고, 링거주사의 수액을 조절해주는 수현인데,
여경 : (돌아누운 채로 불쑥) 왜 총독부 직원이 되셨어요?
수현 : (멈칫 본다)
여경 : 저희 서점 손님 중에, 아주 인상 깊었던 손님이 한 분 계셨어요. 가난한 아이에게 책을 사주고,
책값 대신 흙 묻은 고구마를 받고, 그 나마 거스름돈이라며 아이에게 반을 나눠주던 그 손님 모습에 감동했었어요.
수현 : ....
여경 : 저런 사람이 조국을 위해 일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이 공평해질 텐데,
바위처럼 꿈쩍도 안 할 것만 같던 세상이 조금씩 변할 텐데....
수현 : ....
여경 : 제가 뭐하시는 분이냐 물었을 때, 알게 되면 실망하실 거라고 말씀하셨죠? 네. 실망했어요. 감동했던 만큼 실망했어요.
실망시키는 일인지 알면서 왜 그 일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했어요. 대일본제국의 경찰을 모욕한 죄로 잡아갈 건가요?
수현 : (피식 웃으며) 진실이 담긴 비난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여경 : 다행이네요....
수현 : (보며) ....
S#55. 병실 앞 (낮)
여경의 병실을 향해 빠르게 걸어오고 있는 완인데,
병실 문을 열고 안에서 나오는 수현. 마주치는 두 사람.
완 : (표정 굳어 내리지만, 무시하고 들어가려는데)
수현 : (OL) 진심이냐?
완 : (불쾌한 표정으로 돌아본다)
수현 : 니 여자라는 말은 믿어주지. 뭐, 니 여자야 경성에만도 수십이 넘을테니까.
내가 묻고 싶은 건, 저 아가씨에 대한 니 마음이 진심이냐는 거야.
완 : 주제 넘는다고 했지. (가려는데)
수현 : (OL) 내기라며.
완 : ! (멈칫 정지되는 위로)
수현 : (E) 술자리에서 심심풀이 안주 삼아 내 건, 내기였다며.
완 : (확 돌아본다)
수현 : (그 표정에 대답하듯 피식 웃으며) 잡지에 실린 기사 잘 읽었다. 뭐, 알고 싶지 않아도
워낙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일이기도 하고. (병실 쪽을 턱짓하며) 순진한 저 아가씨만 모르고 있는 일이지.
완 : ....
수현 : 천성이 맑고 순수한 아가씨 같은데, 죄책감 같은 거 안드냐?
완 : (노려보고)
수현 : 니 맘이 진심이라면 다행이지만, 만일 내기로 인한 거짓 감정이라면, 나한테 들키지 마라.
(보며 피식) 위증죄로 바로 구속시킬 테니까. (가고)
완 : (노려보는 표정)
S#56. 병실 (낮)
완이 들어온다. 침대 옆에 앉아 잠들어 있는 여경을 가만히....바라보는 완.
완, 아이처럼 잠들어 있는 여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수현의 말이 더욱 더 가슴에 걸린다.
열을 재보듯 여경의 이마 위에 손을 올려보는 완. 기척에 여경이 천천히 눈을 뜬다.
수현 : (E) 천성이 맑고 순수한 아가씨 같은데, 죄책감 같은 거 안드냐?
완, 여경의 맑은 눈을 보자 죄책감이 든다.
완, 이마에 올렸던 손을 천천히 내려 여경의 눈을 감긴다. 잠시 그대로 있는 완.... 어느 순간 일어나 나가버린다.
그제서야 눈을 뜨고 완을 바라보는 여경.
S#57. 명빈관 앞 거리 (밤)
왠지 굳은 표정으로 명빈관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완.
송주 : (E) 세상엔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사랑도 있는 법이야. 각오할 자신 없으면, 내기에만 열중하고 딴 건 하지 마. 그게 좋아.
S#58. 명빈관 마당 (밤)
앞씬의 감정 이어, 안으로 들어서는 완. 영랑, 그런 완을 발견하고,
영랑 : 오라버니, 어디 갔다 와요?
완 : (가는 채로 옷 봉투와 꽃다발을 영랑에게 내밀며) 너 입어라. (방으로 간다)
송주 : (나오다가 그런 완을 보며) ?
영랑 : (옷 봉투를 열어보고는 얼굴 환해져서) 어머, 이뻐라아!
송주, 영랑이 꺼내든 예쁜 원피스를 보다가, 완의 방 쪽을 바라보며, 뭔가 일이 있었구나싶고.
S#59. 완의 방 (밤)
가라앉은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 완. 거칠게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내려가다가,
완 : (베개 따위를 집어던지며) 왜 내 감정 가지구 지들이 해라 마라야!!!!
왜 화가 나는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화를 삭이며 서있는 완의 모습에서.
S#60. 여경의 병실 (밤)
침대 위에 무릎을 감싸 안고 앉아 있는 여경.
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완이 했던 것처럼 한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만.....히 가려본다.
여경 : (천천히 손을 내리고는) 무슨 의미지.....?
세워놓은 무릎 위에 얼굴을 옆으로 누이고는 완을 생각하는 여경의 모습에서 F.O
S#61. 해화당 서점 (아침)
서가 정리와 함께 개점 준비를 하고 있는 여경.
문득 손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는데, 문소리에 반사적으로 돌아본다.
완 : (들어오며) 안 보이다 보이니까 디게 반갑지?
여경 : (저도 모르게 웃는데)
근덕 : 왜 그러십니까?
여경 : ! (흠칫, 놀라 표정 추스르며) 아, 어서 오세요.
근덕 : (흐뭇한 미소) 저를 이렇게 반겨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여경 : (민망) 예...그런데 어쩐 일로?
근덕 : 아, 우리 영랑이 글 가르쳐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시죠. 감사의 의미로, (과자상자를 꺼내 내밀며 눈빛)
맛있는 과자가 있어서 한번 드셔보시라고 가져왔습니다.
여경 : ! (눈빛을 읽고, 웃으며)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근덕 : 그럼...앞으로도 우리 영랑이 잘 부탁드립니다. (사람 좋게 웃으며 나가고)
여경, 근덕이 나가고 나면 얼른 주변을 살펴보고는 과자상자를 열어본다.
상자 속에 감춰진 편지를 꺼내 읽는 여경의 모습 위로
근덕 : (E) 오늘 사냥이 시작됩니다. 12시. 깔패디엠.
여경 : (긴장된 표정)
세,왕 : (E) (놀라서) 뭐어? 내기를 포기해?
S#62. VIP룸 (낮)
홀 중앙에 <축! 우에다 사치코 여사의 자서전 개필 축하 파티> 플랭카드 걸려 있고.
사치코의 개필 파티 준비가 한창인 실내.
탁구는 테이블이며, 플랭카드, 술잔 등의 배치 등을 지시하고 있고.
한 쪽 테이블에 모여앉아 있는 세기, 왕골, 완.
완 : (담담하고 쿨하게) 몇 번을 물어봐 도대체.
왕골 : 선우완 연애사전에 포기란 없다며.
세기 : (좋아서 씨익 웃는 채로, 자극하지 말라고 왕골의 뒷통수를 팍! 치는)
완 : 있드라고. 찾아보니까. 포기! 조마자를 모던 걸로 만드는 일의 불가능성을 말함.
함부로 도전 시 사회적, 정치적으로 매장될 수 있음.
탁구 : (다가와서 앉으며) 사회적 정치적으로 매장을 당해?
완 : 다른 여자들이 안 붙잖아. 지겨워, 관두겠어. 다시 경성 황태자의 자리로 돌아오겠어. 하하하하! 이 자유! 좋잖아?
세사람 : (뭔가 이상해서) ....
완 : 아참, 차는 회사 앞에 세워놨고, 싸치코 여사 자서전은 (하다가 출입구로 들어서는 사치코를 발견하는) 마담!
(일어나서 출입문 쪽으로 가고)
세사람 : !!! (사치코를 발견하고는 겁에 질리는데)
완 : 굿 초이스! 오늘의 주인공답게 의상이 아주 고저스하군요.
사치코 : (흡족해서) 선우상의 의상도 만만치 않게 아방가르드하군요.
완 : 제게 에스코트 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사치코 : (한 손을 흐느적 내밀며) 기꺼이.
완, 사치코의 손을 잡고 테이블까지 안내하며 가벼운 농담과 웃음.
그런 두 사람을 비위 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탁구, 왕골, 세기.
탁구 : 가만 보면 완이 저 자식, 은근히 비위가 좋아.
왕골 : 내 말이.
세기 : 근데 둘이 은근히 잘 어울리지 않냐?
왕골 : 내 말이.
탁구 : 근데 완이 저 자식 얼굴이 왜 저렇게 쓸쓸해 보이냐?
세,왕 : 내 말이.
사치코와 농담을 하며 오바해서 웃고 있는 완의 얼굴에서.
S#63. 깔패디엠 (낮)
눈으로 누군가를 찾으며 들어서는 여경인데,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 수현을 발견하고 움찔한다.
얼른 피하듯 적당한 자리에 등을 보이며 앉는 여경.
수현 : (시선은 책에 두고, 커피를 마시며) 퇴원하셨습니까?
여경 : ! (봤구나. 등을 보인 채로) 했으니까 여기 있겠죠?
수현 : 몸은 좀 괜찮습니까?
여경 : 괜찮으니까 여기 있겠죠.
수현 : (피식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데)
여경 : (안되겠다 싶어, 수현의 앞으로 가서) 우연인가요?
수현 : 필연이었으면 좋겠습니까?
여경 : 감시 중인가요?
수현 :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독서 좀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안됩니까? 그러는 나여경씨야 말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송주 : (E) 저랑 약속이 있거든요.
수,여 : (소리에 돌아보고)
송주 : (다가와서) 두 분이 아는 사인줄은 미처 몰랐네요? (여경에게) 어떻게 아는 사이?
여경 : 감시자와 요주의 인물, 서점주인과 서점 손님 정도?
수현 : (웃으며) 두 분이야 말로 어떻게 아는 사인지 궁금하군요. 전혀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송주 : 제 친구의 연인이자, 우리 명빈관 막내 한글 선생님이세요. 의외로 통하는 면이 많아서 서로 친구가 됐어요. 대답이 됐나요?
수현 : 취조 받듯이 그렇게 대답하실 필요 없습니다.
송주 : 취조하듯이 물으시니까요. 그럼 이제 그만 가 봐도 되죠? (여경에게) 갈까요? (돌아서려는데)
수현 : (OL)(커피 마시며)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여경 : (발끈해서) 감시 나온 거 맞잖아요!
수현 : 불쾌했다면 죄송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모르게 직업병이 도져서요.
두 분 다 강인호 사건과 연관이 되어있기도 하고....
송주 : 오늘 밤 이 곳에서 사치코 여사님의 개필파티가 있는데, 입고 갈 옷이 마땅치가 않아서요.
쇼핑이나 좀 하자구 제가 여경씨를 불렀어요.
수현 : 개필파티라.... 재밌군요. 어떤 성격의 파팁니까?
송주 : 자서전 집필의 시작을 알리는 파티라나...뭐라나... 제가 뭘 알겠어요.
지라시 편집장님이 초대하면서 그렇다고 했으니, 그런가 보다 할 뿐이에요. 이제 가봐도 되나요?
수현 : (한 손을 내밀며 가시라는 시늉)
송주 : (여경을 데리고 돌아서는 순간 긴장하는 표정)
수현 : (읽듯이 보며) ...
S#64. 달리는 송주의 차 안 (낮)
근덕 운전하고 있고, 송주는 곰곰이 생각 중.
백미러로 그런 송주를 한번 힐끔 쳐다보는 근덕.
여경 : (생각 중에 말 걸어도 될까 싶어 조심스럽게) 저....
송주 : (그제서야 퍼뜩 깨어나며) 어머, 미안해요. 사람 불러놓고 내 생각만 했네요. (하고는 근덕에게) 사진.
근덕 : (고관대작1의 사진을 건넨다) 어렵게 구한 거야.
송주 : (여경에게 건네며) 오늘 사냥감이예요. 얼굴을 기억해두세요.
여경 : (사진을 보고) 제가 할 일은 뭐죠?
송주 : 간단하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예요. 시계가 10시 정각을 가리킬 때 이 사람한테 다가가, 지금 몇 시냐고 묻기만 하면 돼요.
여경 : (긴장된 표정으로 끄덕이는)
송주 : 시간을 물은 다음엔 재빨리 옆으로 빠지세요. 무슨 소린지 알겠죠? 시간을 묻고 나서는 반드시 옆으로 피하셔야 돼요.
여경 : 알겠습니다. 근데, 지금 바로 가는 건가요?
송주 : 으음으음. 사냥터에 가려면 사냥복은 필수죠.
여경 : 사냥복.....이라니요? (보는데서)
S#65. 릿샤 (낮)
거울 앞에 서있는 여경의 몸 위에 이 옷 저 옷을 대보고 있는 송주.
송주 : 여경씨는 심플하고 귀여운 스타일이 낫겠네요.
여경 : (어색해서) 저....이런 거 꼭 입어야 되나요?
송주 : (여전히 옷을 갖다 대보며) 우리가 가야 할 곳은 파티장이예요. 그 옷이 파티장에 적합하다고 볼 순 없잖아요?
여경 : (자신의 흰저고리 검정치마를 내려다본다)
송주 : 흐음....썩 마음에 드는 게 없네. (디자이너에게) 뭐 새로 들어온 거 없어요?
디자이너 : (손님용 의자에서 기다리고 있는 근덕에게 차를 내오며) 손님한테 딱 어울릴만한 게 하나 있었는데,
완이씨가 벌써 채갔잖아.
여경 : ....
송주 : (대충 알겠는, 재밌겠다는 표정 되며 근덕에게) 저기, 명빈관에 잠깐 들러서 어제 영랑이 그 옷 좀 도로 가져와야겠는데?
근덕 : (알아듣고) 이왕이면 일석이조를 만드시겠다?
여경 : ? (무슨 뜻인지 몰라서 보며)
송주 : 자, 옷은 해결 됐구, (거울 속의 여경을 보며) 흐음... 이제 머리를 좀 해결해 볼까요?
(웃고는 근덕에게) 화신백화점 미용실에 예약. (에서)
S#66. 종로경찰서 (밤)
안으로 들어서는 수현. 순사들을 모아놓고 수사에 대한 지시를 내리고 있는 강구.
강구 : 1차 살인은, 예고장이 도착한 뒤 6일후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용의선상에 있는
차송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암살대상 후보자들의 동태를 일분일초 단위로 파악해야 한다. 알겠나?
순사들 : 예!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고)
수현 : (벽에 삐딱하게 기대서서 보며 피식 웃는다) 복귀한 건가?
강구 : (돌아보고는) 덕분입니다.
수현 : 내 덕분이 아니지. (하는데)
코우지 : (한쪽에서 서류 따위를 넘겨보며 나오는) 애초에 조직의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던 건 이강구 순사부장이었네.
이제 수사의 방향을 틀었으니, 이 친구의 활약을 기대할 만하잖아. (강구 보며) 진행 상황은?
수현 : (자신을 제외시키는 그들이 우스워 피식)
강구 : 일단 강력한 용의자인 차송주의 행동선을 파악하라고 지시해뒀고, 강인호와 차송주와의 연결고리를 계속 조사중이며,
(하는데)
김순사 : (뭔가 통화를 끝내고 다가와서) 부장님.
이강구 : 무슨 일이야?
김순사 : 암살대상 후보자들 중 두 사람이 오늘 보안과장 사모님의 개필 파티에 초대되어 갔다고 합니다.
강구 : 개필 파티? 그게 뭐야.
수현 : (송주의 말을 떠올리는 표정)
김순사 : 보안과장님 사모님의 파티인 모양인데, 두 분 다 사모님의 초대장을 받고,
강구 : (OL) 차송주는.
김순사 : 역시 초대받아 갔답니다.
강구,코우지 : !!! (뭔가 육감)
코우지 : 파티 장소는?
수현 : (담담하게) 깔패디엠 지하 VIP룸입니다.
강,코 : !! (수현을 보는데서)
S#67. VIP룸 (밤)
고관대작이나 지식인, 재계 인사 등 고급 손님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고,
모던보이와 모던걸들이 (물론 지라시팀이 초대한 손님들) 삼삼오오 모여 잡담과 음주를 즐기고 있는 실내.
그 속에 모던 걸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완의 모습도 보이고.
파티라기엔 조악한 시설과 기대 이하의 손님들에 불만으로 화가 잔뜩 난 사치코! 수행원을 잡고 화풀이중이다.
사치코 : 이게 뭐야? 초대손님 수준이 왜 이렇게 저질이야? 내가 초대한 손님들은 왜 한 명도 안 오는 거냐구.
수행원 : 말씀 하신 손님들께 전화를 걸어봤는데, 모두들 다른 일정으로 나가셨답니다.
파티 초대장은 단 한 분도 받은 적도 없다는데요?
사치코 : 뭐야? 그럴 리가 있나. 나를 무시하는 거야 지금? (하는데)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서는 고관대작 1,2. 지배인 쟁반 위에 손님들의 초대장을 받쳐 들고 서서 사치코에게 목례.
사치코 손님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초대장을 집어 들면, 지배인 아웃되고.
고관1 : 우에다 사모님의 자서전 개필을 축하드립니다.
고관2 : 이런 귀한 자리에 불러주시니 영광입니다.
사치코 : (그제서야 다시 우아해지며) 이제야 내 자서전 개필 파티의 수준에 합당한 손님이 왔군요.
(손님들의 이름이 적힌 초대장을 보다가) 가만, 이건 내가 보낸 초대장이 아닌데?
고관1 : ? (보는데서)
S#68. 깔패디엠 앞 + 송주의 차 안 (밤)
도착하는 송주의 차.
운전석에서 먼저 내리는 근덕. 차문을 열어준다. 안에서 먼저 내리는 송주.
송주 : (차 안을 향해 웃어 보이며) 자, 긴장을 풀어요 모던 걸양. 틀림없이 오늘 파티에서 가장 이쁠테니까....
하며 손을 내민다.
차 안에서 구두를 신은 여경의 발이 내려진다. 이어 차 안에서 나오는 여경.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벽하게 변신한 귀여운 모던 걸의 모습! (*완이 여경에게 선물하려던 옷을 입고 있는)
흐믓하게 여경을 바라보는 송주와 근덕.
긴장된 표정으로 파티장 쪽을 바라보는 여경.
S#69. VIP룸 (밤)
여전히 초대장이 위조됐다며 길길이 날 뛰고 있는 사치코.
덕분에 음악도 끊기고, 분위기 싸아해진 파티장.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사치코를 바라보고 있는 손님들.
사치코 : (자신이 제작한 초대장을 꺼내 대조해보고 있는 중) 내 사인은 이렇게 천박하지 않아요.
종이도 우리 가문에서만 쓰는 특별 고급지를 썼구요. 이런 조악한 저질 종이랑은 차원이 다르다구우!
누구야 도대체. 누가 내 이름을 팔아서 이딴 저질 초대장을 배포 한 거야!
한 쪽 테이블에서 역시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는 지라시팀.
왕골 : 아, 저 아줌마 엔간히 좀 하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귀 따거 죽겠네.
탁구 : 완아. 니가 어떻게 진압 좀 해봐라. 저 아줌마 때문에, 여기 모인 손님들 전부 머리에 꽃 달게 생겼어어.
완 : (말없이 술만 마시고 있다)
세기 : 그래 완아. 니 주 종목이 뭐냐. 파티 분위기 좀 다시 화끈하게 띄워봐 임마.
세사람 : (애원하듯, 애교 떨듯 양 어깨를 사정없이 흔들며) 완아아아아아-----
완 : 아, 진짜!!! (지라시팀들 움찔하고) 나는 오늘 할 만큼 했어. 분위기를 띄우던, 날려버리던, 나머지는 니들이 알아서 해!
하고는 확 일어나서 출입문 쪽으로 가는데,
막 안으로 들어서는 여경과 송주!
완 : ....!!! (변신한 여경을 발견하고는 멍해지고)
여경 : .... (어색해서 고개 제대로 못 들고 수줍은)
하나 둘... 조마자의 변신을 발견하는 사람들.
순간 싸했던 파티 분위기가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하고,
경성 사교계의 디바 차송주의 등장과 새로운 모던 걸의 탄생을 환영하는
모던 보이들의 휘파람 소리와 환호소리로 뒤덮이기 시작한다.
완 : (여경이 입고 있는 옷을 보고 묻듯이 멍...하니 송주를 보면)
송주 : (그저 웃으며 어깨만 으쓱할 뿐)
모던걸의 변신한 모습을 보고 좌절하듯 자리에 털썩 늘어지는 지라시팀!
지라시 : (졌다는 듯이) 선우완....이 무서운 새끼.......
휘파람과 환호 소리를 들으며 어색하게 룸 안으로 한발 한발 걸어 들어가는 여경.
높은 구두가 익숙치 않아 휘청하는 순간, 완이 안듯이 해서 잡아준다.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모던 보이들의 환호 소리 더욱 커진다.
피식 웃으며 슬쩍 자리를 뜨는 송주.
S#70. 깔패디엠 (밤)
VIP룸에서 나온 송주,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는다.
송주 : (여급을 부른다) 미스, 다이아나? 커피 한 잔 부탁해도 될까? (*알리바이를 만드는 중이다)
여급 : 설탕 넣어 드려요?
송주 : 요만큼(손가락 한 마디)만. (하고는) 오늘 머리 스타일 좋은데?
여급 : (좋아서 웃고는 가고)
송주 : (시계를 확인해본다)
S#71. VIP룸 (밤)
여경의 변신 충격에 내기의 결과도 잊은 채, 여경을 둘러싸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는 탁구, 세기, 왕골이고.
여기저기서 변신한 여경을 힐끔거리는 모던보이들의 시선에 기분이 점점 상하는 완.
왕골 : 어쩜 패션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달라 보이세요?
여경 : 아 예....뭐....(세람의 말 귓등으로 들으며 눈으로 열심히 고관1의 모습을 찾고 있는)
세기 : 헤어스타일도 바뀌었잖아. 진짜 못 알아볼 뻔했어요.
여경 : ! (고관1을 찾은)
탁구 : 아니, 꾸미니까 이렇게 예쁜데, 왜 그동안 흰 저고리 흑치마를 고집하셨어요?
여경 : (그제서야 말소리가 귀에 들어오며) 네? (하는 순간)
여경의 팔을 잡아 일으켜 끌고 나가는 완.
여경 : (놀라서) 왜 그래요?
완 : (잡아끄는 채로) 나가자.
여경 : (팔 뿌리치며) 왜 이래요 진짜. 나가려면 혼자 나가세요. 저는 여기 있어야 돼요.
완 : (허! 기막혀서 웃으며)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왜 남자들이 휘파람 불어주니까 좋아?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알고 봤더니 파티체질이야?
여경 : 뭐라고 해도 좋은데! 오늘은 절대 내 옆에 오지 말아요. 알았어요? 절대 내 옆에 오지 말라구요!
(하고는 다시 지라시팀으로 간다)
완 : (기가 막히고 화나는)
S#72. 깔패디엠 (밤)
종로서 관용차가 멈춰 선다.
안에서 내리는 수현, 강구, 코우지. VIP룸 쪽으로 향하려다가, 까페 테이블에 앉아있는 송주를 발견하고 멈칫 선다.
왠 모던 보이 한 명과 담소를 나누며 웃고 있던 송주, 느껴지는 시선에 돌아보는.
송주 : 어머, 바쁘신 분들이 여긴 어쩐 일들이세요?
세사람 : (송주를 보는)
송주 : 아, 사치코 여사님 파티에 초대받으신 건가요?
수현 : 파티 장소는 여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송주 : 아, 보시다시피 이 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어요. (일어서며) 안 그래도, 일어서려던 참이었답니다.
(모던 보이에게) 얘기 즐거웠어요. (웃어주고는 들어가려다가 돌아보며) 안 들어가세요?
세사람 : (따라 들어간다)
송주 : (가며 피식 웃는 표정)
S#73. VIP룸 (밤)
모던 보이들에게 둘러싸여 음료를 마시고 있는 여경. 슬쩍 완이 쪽을 본다.
모던 걸들에게 둘러싸여 술을 마시고 있는 완.
여경,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돌아보면, 고관1이 여경을 보며 느물느물하게 웃고 있다.
여경, 소름끼치는 기분. 옆에 앉아 있는 모던 보이의 손목시계를 흘끔 들여다본다. 10시 3분 전!
여경,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관1을 향해 다가간다.
그 모습을 완이 보고 있다.
고관1 : (다가오는 여경을 아래위로 훑으며 느물느물하게 바라본다)
여경 : (고관대작에게) 실례지만 지금 몇 시죠?
고관1 : (피식 웃으며, 여경의 팔을 잡는) 몇 신지 알려주면 나하고 나가줄텐가?
여경 : ! (잡힌 팔을 보며 당황스럽지만, 애써 웃으며) 시간을 알려주시면요...
완 : (그런 여경을 노려본다)
고관1, 시선은 여경에게 둔 채, 피식 웃으며 양복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낸다.
달칵 회중시계의 뚜껑이 열리는 순간. 실내에 불이 나간다!
어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고관대작의 야광시계만 반짝인다!
탕탕탕! 총성이 울린다! 꺄아악 사람들의 비명소리!
S#74. VIP룸 계단 (밤)
계단을 내려오던 수현,송주,강구,코우지!
암전 속에서 들리는 총성과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총을 꺼내들며 후다다닥 VIP룸을 향해 달려간다!
송주, 잠시 바라보며 서 있다가, 피식 웃고는 따른다.
S#75. VIP룸 (밤)
어둠 속의 공간. 사람들의 비명소리.
수현의 일행이 들이닥친다. 어둠의 공간을 향해 각각의 방향으로 총을 겨누는 수현,강구,코우지.
수현 : (매서운) 모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
순간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실내에 환하게 불이 들어온다.
고관대작1이 총을 맞고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다. 가슴에는 칠필살이라는 예의 그 무명천이 표창과 함께 찍혀있다.
꺄아아악 비명을 질러대는 사람들. 그 중 압권은 당연 사치코다.
고관대작1 옆에 피투성이가 된 채 멍....하니 주저앉아있는 여경.
완 : !!! (여경을 보고는 하얗게 질려 달려간다) 나여경!
수현 : (완을 향해 총을 겨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
상관없이 달려가 멍...해있는 여경의 양팔을 잡고 흔들어보는 완.
완 : 괜찮아? 정신 차려! 정신 차려봐!!!
송주 : (표 안 나게 흔들리는 표정)
어떤 느낌에 여경의 양팔을 붙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완. 피가 흥건하다. 여경의 팔뚝을 스친 탄피 자국.
멍...하니 완을 바라보고 있는 여경을 얼른 등에 업는 완. 그대로 문을 향해 뛰어간다.
수현이 막아선다.
수현 : (완에게 총을 겨눈 채) 범인 검거를 위해 수사에 협조해주십시오.
완 : (낮지만 살벌하게) 비켜.
수현 : 범인은 이 안에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현장을 일탈하면 의심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완 : (터지며) 비켜! 비키란 말 안 들려!!!
코우지 : (완을 향해 총을 겨누며) 죽고 싶어!!!
강구 : (완을 향해 총을 겨누며 동시에) 반항하면 쏘겠다!!!
수현 : 나여경씨는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증언을,
완 : 비켜!!
수현 : (본다)
완 : (살벌하게 노려보며) 이 여자가 죽으면, 너도 죽어.
송주 : ! (보고)
지라시팀 : ! (본다)
수현, 완에게 총을 겨눈 채 완의 눈빛을 읽듯이 바라보고 있다. 완, 눈에 살기를 띄고 수현을 노려보고 있다.
송주, 그런 두 남자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띄고,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완,여경,송주,수현, 네 사람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