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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60 - 게임의 법칙 1
S#1. 운동장 / 낮
중희 입을 앙다물고 눈을 부릅뜨고 전면을 향해 기를 모으고 있다. 두 손을 힘 주어 끌어올려 터뜨리는 소리... 이야아....!!
동시에 시작되는 3.3.7박수. 중희의 능숙한 응원동작에 따라서 앞에 앉은 십여명의 학생들이 응원박수를 치고 있다.
이제 보이는 운동장에서는 전자과와 전산과의 축구 시합이 한창이다.
전자과 팀에는 정태와 민재의 모습이 보이고.. 전산과에는 규한의 모습이 보인다. 공을 몰고 달리고 뺏기고 패스하는 치열한 공방전.
한쪽에 임시로 가져다놓은 칠판에는 전자과 : 전산과 2 : 2 라고 쓰여있다.
// 전산과 진영. 규한의 앞으로 패스되는 공.
규한 공을 향해 달려가 막 받으려는 순간, 잽싸게 치고 들어와 공을 가로채는 정태.
규한, 열이 받아 다시 뺏으려는데 정태가 공을 뒤로 돌리며 다른 쪽으로 패스를 한다.
민재가 달려오며 공을 받아, 골대를 향하여 몰고 간다.
공격수들과 방어수들이 공을 향해 몰려들고, 규한도 방어를 하러 달려가다가 문득 옆을 본다. 정태도 공을 따라 규한의 옆을 달리고 있다.
규한, 의도적으로 정태를 거칠게 막으며 달리다가 보면.
민재가 수비를 제치고 슛을 한 공이 아깝게 골대를 빗나간다. 응원석에서 터지는 아쉬운 탄성.
규한, 좋아서 손을 마주치다가 문득 돌아보면
정태는 민재를 비롯한 같은 팀들과 서로 손을 부딪히거나 어깨를 두들겨주며 격려를 하고 있다.
// 중희를 비롯한 전자과의 응원. 그에 못지 않은 저쪽의 전산과 응원팀들.
// 선수들이 공을 몰고 전산과 골대쪽으로 몰려가는 뒤에 서있는 심판. 시계를 들여다본다.
호루라기를 입에 물며 공을 쳐다보다가 그리로 달려간다.
난전 중에 전자과의 한 학생이 공을 빼내 비어있는 전자과의 골대를 향해 달려간다.
민재를 비롯한 전자과의 선수들이 공을 쫓아 달려간다. 응원의 함성 소리가 높아지고.
규한, 비어있는 한쪽으로 달려나가는데 공을 가지고 있던 전산과 학생이 규한에게 패스를 해준다.
공을 잡고 달리는 규한. 뒤에서 따라 붙는 정태. 간격이 좁혀진다. 민재와 다른 전자과 학생이 그들에게로 달려오고 있다.
정태가 규한의 공을 노리며 달라붙는 순간, 규한이 정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격한다.
정태 헉 해서 균형을 잃고 넘어져 버리는데, 규한이 공을 패스한다.
골대 근처에 있던 전산과 학생이 받아서 슛. 골인을 시킨다.
순간 심판이 휘슬을 울린다. 전산과 응원석에서 오르는 함성.
골인을 시킨 학생과 규한이 동료들의 거친 축하를 받고 있다.
정태, 옆구리를 움켜쥔 채 거친 숨을 내쉬며 일어서고 있다. 옷의 흙을 털어내는데....
민재가 옆으로 다가오며.
민재 : 아까 반칙 아니었냐? 너 다친 거 아냐?
정태, 말없이 옆구리를 만지며 규한 쪽을 본다. 규한은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S#2. 운동장 스탠드 일각
전산과대 전자과 3 ; 2라고 쓰여진 칠판을 누군가가 수거해서 들고간다.
응원단이 떠난 자리. 정적이 감돌고 있는데.
정태와 민재가 스탠드에 놓아두었던 점퍼를 챙겨입고 있다.
규한 : (E) 물 마실래?
돌아보면, 규한이 생수통을 들고 다가서고 있다.
정태, 말없이 생수통을 받아들어 마신다.
규한 : 이번 시합말야. 아주 드라마틱한 역전극이었어. 그렇지?
정태 : (보다가 그냥 웃는)
민재 : 아까 설마 고의는 아니었겠지?
규한 : 뭐? 정태를 넘어뜨린 거?
민재 : 넘어뜨렸다.. 그건 고의였다는 말 같은데.
규한 : 나두 도박이었다구. 걸리면 한점 먹는거고. 안 걸리면 한점 따는거구. 순간 판단이었다구 할까.
(민재를 툭 치더니) 너무 기분나쁘게 생각하지 마. 승부잖아. 승부. (정태에게) 그 물 너 가져. 먼저 간다.
규한, 기분 좋은 듯 가고 있다. 민재 어이없어 보다가 정태를 돌아본다.
민재 : 쟤 지원이랑 같은 랩이라구 했지?
정태 : 어.
민재 : 어디서 저런 놈이 들어온거야?
정태 : (멀뚱이 생각하다가 문득 물병을 건네며) 마실래?
S#3. 식당 건물 외경 / 낮
박교수 : (E) 500만원이라구요? 그 돈을 누구한테 준다구요? 어떻게요?
S#4. 교수식당
처장과 이교수 박교수 서교수 등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으며...
처장 : 그게 문제라는 거 아니에요. 그 분 말씀으로는 연구하는 애들에게 필요한 걸 사줬으면 좋겠다..이러시는데..
박교수 : 그러니까 연구하는 애들이 하나둘이 아닌데.. 그 중에 누구한테 줄거냐구요. 가만있어봐. 500만원이라고 했죠....
근데 그걸 누가 줬다구요?
서교수 : 나중에 끼어들어서 사람 말 두 번씩 시키구 그러네. 우리 학교 쪽문 뒤에서 도장을 파주던 할아버지 알지?
박교수 : 알지. 나도 거기서 도장 하나 팠는데.
서교수 : 그 분이 이번에 서울로 이사를 가신대요. 그런데 그동안 오랜세월 카이스트 학생들 이름 파주면서 돈을 벌었는데
뭔가 학생들을 위한 일을 해주고 싶다...이래서 기부하신 돈이라는 거야.
박교수 : 이야. 멋쟁이시네. 감동적이야..
처장 : 500만원이라면 그 할아버지한테는 아주 큰 돈 아닙니까. 그렇게 소중한 돈을 받았는데.. 이걸 어떻게 써야 되나...
이게 오늘 회의에서 고민거리였다는 거지요.
이교수 : (잠자코 밥을 먹다가) 그분이 돈을 주실 때 좀 더 자세한 희망이 있으셨다면서요. 이왕이면 학교 내에서 가장 창의적인 랩에게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든가요?
처장 : 그래요. 돈이 적어서 미안하다.. 그러시면서 나눠줄 수도 없는 돈이니까. 어느 한 랩을 정해서 그 랩에 있는 애들이 필요한 걸
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러셨다지요.
서교수 : 컴퓨터 추첨이라도 해야되겠는데요.
이교수 : 논문을 가장 많이 낸 랩을 정하면 어때요. 연구성적을 계산해봐도 좋구요.
박교수 : 아이구 정말 창의적이지 못한 말씀들만 하시네. 말씀 못 들었어요? 창의적인 랩에 줘라. 그러셨대매요?
그럼 그 랩을 선정하는 것도 창의적으로 해야죠. 안그래요?
처장 : 박교수가 뭔가 또 생각이 돌아가시는 모양인데.
박교수 : (벌써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제가 할게요. 기가 막힌 방법으루. 예? 제가 할 수 있대니까요. 할까요? 시작해도 되요? 예? 예?
다른 교수들 말문이 막혀서 흥분한 박교수를 보고 있다.
S#6. 전자과 복도
만수가 급하게 뛰어오고 있다. 손에는 공고문 하나를 슬쩍 떼낸 것을 들고 있다. 그 위로.
만수 : (E) 얘기 들으셨어요? 못 들었죠?
S#7. 학교내 어느 로비 / 낮
학생들 십여명이 둘러서서 게시판에 붙여진 공고문을 보고 있는데 그 위로 계속.
만수 : (E) 카이스트 십관 돌파. 예? 이거야말로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겁니다. 상금 오백만원!
S#8. 도서관 컴퓨터 일각
아이들이 컴퓨터에 뜬 공지를 읽어보고 있다. 그 위로 계속.
만수 : (E) 2등도 없고, 3등도 없고. 오로지 일등만 있댑니다. 그 일등한 랩한테 500만원을 기냥 준대요. 니들 맘대로 써라.
그 랩에서 필요한 거 사라.
S#9. 이교수 랩 / 낮
명환과 중희, 정태가 듣는데 만수가 흥분해서 공지포스터를 흔들어보이며 떠들고 있다.
만수 : 그러니까 이 말은 다시 말해서 우리가 그 500만원만 가져오면 그걸로 우리 랩의 덜컹거리는 프린터도 새로 살 수도 있고.
또는 단합대회를 제주도로 다녀올 수도 있고, 그래도 돈이 남으면 삼박사일 내리 회식도 할 수 있고. 그리고..
명환 : 이리 줘봐.
만수 : 네네네.. (얼른 포스터를 넘겨준다. 옆에서 같이 보며) 이거 보세요. 여기 써있잖아요. 상금 500만원.
명환 : 이 포스터 어디서 뜯어온거야?
만수 : 예?
명환 : 이거 학교의 직인이 찍혀있는 건데 함부로 뜯어와두 되냐고.
만수 : 아아이구 참. 선배님. 제발 이 사태의 심각성을 좀 알아주십쇼. 우리 돈 500만원이 지금 저기 있대니까요.
중희 : 랩마다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만수 : 그렇죠. 대표로 두명씩 뛸 수 있구요. 두명. 여기 있네. 정만수. 그리고 여기 김정태.
문이 열리며 해성이 복사한 것을 한아름 들고 들어서며.
해성 : 복사 다 해왔는데요. 근데 이거 20부씩 해오는 거 맞죠?
명환 : (한숨을 쉬고 등을 돌리는)
정태 : 그거 유진산업 자료지?
해성 : 어. 맞어.
정태 : .... 그건 다섯부씩만 하는 거 아니었나? 교수님하고 기업에서 오신 분들만 보면 되는 건데...
해성 : (무겁게 들고 있는 복사뭉치를 다시 내려다본다)
S#10. 위성 센터 랩
경진이 작업을 하는 석우와 대희를 졸졸 따르며...
경진 : 그러니까 먼저 1차 예선을 합니다. 거기서 딱 열팀만 뽑아서 여덟 개의 관문을 돌파하는 2차전을 한다 이거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밀에 쌓인 3차전이 있다는데 거기에 대한 정보는 아직 얻어오지 못했습니다.
석우 : (경진을 치우며 일을 하며) 여덟 개의 관문이라니. 그게 뭔데.
경진 : 제가 슬쩍 캐내온 바에 따르면 일차예선에서 통과한 랩이 각자 관문을 만들어낸다..뭐 이런건가 보던데요.
대희 : 재밌겠는데.
경진 : 재미만 있는 게 아니죠. 여기 상금 오백만원. 이거면 우리는 쌩쌩한 디지털 오실로스코프와 건강한 스펙트럼 애널라이즈를
가질 수 있다 이겁니다요. 네
대희 : 그 돈이면 둘 다 수리할 순 있겠는데.. (석우의 눈치를 보는)
석우 : 펑션 제네레이터 갖구 와.
경진 : (쪼르르 달려가며) 전 사실 다른 데 신경 쓸 시간이 없습니다. 마는. 우리 랩을 위해서라면 그깐 며칠 완전히 희생할 수도 있다...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습죠 네. (가져다주며) 정말 고맙지 않나요? 저같은 후배가 이 랩에 들어오다니..
석우 : 그렇게 기특한 후배가 제네레이터와 오실로스코프도 구별 못하냐?
경진 : (자기가 가져온 것을 다시 보더니) 니가 왜 내 손에 있니. 그럼 다시.. (다시 달려가는)
석우 : 그래서 대회 기간 동안에는 랩에 못 나오고 거기서 놀겠다?
경진 : (돌아서며 슬픈 얼굴) 선배가 저를 좋아하는 거 세상 사람이 다 압니다. 그렇게 마음을 숨기지 않으셔도 된다고 보는데요.
석우 : (기가 차서) 뭐야?
경진 : 그냥 기쁜 얼굴로 고맙다 경진아. 너만 믿는다. 경진아. 이렇게 말해주면 안될까요.
대희 : (웃음 감추며 돌아서고)
석우 : (한숨쉬고 보다가) 며칠동안 몇 명이 나가야 된다고?
경진 : 대회기간은 사흘. 한팀에 두명. 다른 랩원은 뒤에서 얼마든지 도와줘도 된다. 이런데요.
석우 : 두명이면 너하고 또 누구?
경진 : 그야...
석우 : 민재?
경진 : 그렇..겠죠? 아무래도 이런 건 말단들이 나서야 되니까..
석우 : 민재 바쁜 거 알지?
경진 : 그래도 선배 말이라면 지가 안듣고 으쩌겠습니까.
석우 : (으이그..해서 보다가) 뭐해.
경진 : 갑니닷. (제네레이터를 들고 뛰어오는)
S#11. 기계과 랩
모니터에서 보여지는 기계과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그 위로.
자현 : 뭔 돌파요?
자현과 병석이 앉아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가... 뒤에 온 동현을 보며....
동현 : 십관돌파. 여덟 개의 방어벽을 돌파한다.. 뭐 이런거겠지.
자현 : 그런데요?
동현 : 너하구 병석이. 둘이 나가서 500만원 갖구 와.
병석 : 우리 둘이요?
동현 : 그럼 우리 랩에서 놀고 먹는 애들이 니들말고 또 있냐? 그렇게 알고 자세한 대회 규정 읽어놔. 공지 떠있으니까 찾아보라고.
동현 나가고.. 자현 어리둥절해있다가..
자현 : 지금 우리더러 뭐하래는 거냐?
병석 : 랩대항에 출전하래는거잖아.
자현 : 뭘루 싸우는데. 달리기? 장애물 경기같은 건가?
병석 : 넌 이때껏 뭐 들었어? 비켜봐. 공지 좀 보게. (밀어내는데)
자현 : 미치겠네. 자작 자동차 대회가 며칠 안남았는데. 근데 대체 몇 명하구 싸워야 되는건데?
S#12. 복도
남희와 지원이 걸어오고 있다.
남희 : 총 56개 팀이야.
지원 : 최종 신청한 결과에요?
남희 : 그래. 도대체 우리 교수님. 이 많은 인원을 데리고 뭘 어떻게 하시자는 건지..
지원 : 1차 예선 방법은 뭔데요.
남희 : 몰라. 나한테도 안 가르쳐주셔. 철저한 보안이 이 대회의 매력포인트래나.. 그래서 말인데..
지원 : 알겠어요. 나갈게요.
남희 : 정말? 그래 고맙다. 니가 나가주면 나야 안심이지. 근데 누구랑 같이 나갈건데. 아무나 찍어. 아무나 짝지워줄게.
S#13. 박교수 랩
규한이 박교수에게 말하고 있다.
규한 : 아무나 짝지워주셔두 됩니다. 뭐 사람 없으면 혼자 나가도 되구요.
박교수 : 그렇지 바로 그거야.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자신감에서 나온다 이거지. 난 해낼 수 있다. 난 생각해낼 수 있어..
이런 자신감.
마이클 : (옆에서 보다가) 나두 나가도 되요?
박교수 : 미안하다. 이건 랩대항이라서 대학원 이상 학생들루 제한해놓기루 했단다..그리고 마이클 넌 날 좀 도와줘야겠어.
도우미가 필요하다구 내가.
마이클 : 옛써.. 마이클 충성!
규한 : 그런데요. 교수님.
박교수 : 그래그래 말해봐. 자신감의 사나이. 우리 랩의 대표.
규한 : 1차 예선방법은 벌써 생각해놓으셨겠죠.
박교수 : 물론이지. 으하하하.
규한 : 뭔데요. 힌트라도 쫌..
박교수 : 말 못하지. 아무리 내 제자지만. 그건 대회날 아침 아홉시. 컴퓨터를 열면 볼 수 있고 알 수 있을거에요.
마이클. 가자. 비밀 작전회의 해야지.
마이클, 신이 나서 박교수를 따르고.
규한, 그런 박교수를 보는데 미소가 떠오르더니 한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S#14. 학교 도로(아침)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학생, 지나가는데 자전거 뒤에는 계란이 한판 조심스레 묶여있다.
박교수 : (E) 카이스트 십관 돌파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은 오후 3시 전자동 6층 옥상에 모여 주기 바란다. 모여서 뭘 하느냐?
그 옆을 지나가는 다른 학생 둘이 보인다. 그들은 아예 게란 한판을 조심스레 들고 오고 있다.
박교수 : (E) 바로 달걀 낙하 대회. 누가 달걀을 빠른 속도로 떨어뜨려 깨뜨리지 않는가.
이게 바로 1차 예선 과제이며 여기서 최고점수를 받은 열 개팀이 결선에 참가하게 된다.
S#15. 교내 매점
카운터 앞에 선 대여섯 명의 학생들. 맨 앞의 학생이 마지막 남은 계란을 사 간다.
아줌마,빈 계란통(?)을 들어 보이고. 실망한 아이들. 돌아서 나가는.
박교수 : (소리) 대회 규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떨어뜨려서 안 깨지면 된다. 둘째, 속도는 빠를수록 점수가 올라간다.
셋째, 삶으면 안된다. 쪄도 안되고. 오직 생계란 그 상태여야 한다.
S#16. 전자동 앞
박교수 : (E 계속) 넷째,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무제한. 다섯째, 낙하물 전체의 무게는 달걀을 포함. 300그램 미만이어야 한다.
예선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폼나게 걸려있고...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게 모여서 서로 얘기를 나누고 준비를 하고 웅성거리는 한쪽에.
미순이 아예 판을 벌리고 계란을 팔고 있다. 그 앞에는 아이들이 줄을 서서 계란을 사고 있다.
백곰이 대회장에 들어서는 아이들을 정리시키다가.. 미순에게로 온다.
미순 : 자자 거기 뒤에 줄 좀 서줘요. 그리고 계란이 모자라서 일인당 한줄씩 밖에는 못 파니까. 그렇게들 아시고...
앞의 아이들 웅성거리며 항의하고.
백곰 : 여기 정리가 필요하십니까? 도와드려요?
미순 : 보면 모르슈? 거기 애들 좀 뒤로 물러나게 해줘요. 이거 달걀이라고. 누구 한사람 이 위로 엎어지면 끝장이라구요.
백곰 : 똑같은 말을 좀 다르게 해보세요. 도와주시겠다니 대단히 고맙다라든가.. 좋은 말 많잖아요.
미순 : 지금 도와주러 온거에요. 넘의 장사 방해하러 온거에요.
하는데 앞의 학생이 기다리다가 짜증이 나서.
학생 : 아줌마. 달걀 안줘요?
미순 : 준다고. 줘. (한줄 내주려다가) 근데 지금 뭐라 그랬어? 아줌마? 학생 카이스트 학생 맞어? 나 이제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어?
S#17. 게스트 하우스 앞
경진, 계란 한 줄을 들고 털레털레 걸어온다.
그 앞에 휘잉하고 떨어지는 글라이더. 땅에 닿자마자 그 위에 실려있던 계란이 파삭 하고 깨진다.
경진, 위를 쳐다보면 게스트 하우스 옥상에 두 학생이 보인다. 뭔가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모습.
경진, 아까보단 급하게 걸어가는데 이제 그 앞에는 수소 풍선, 또는 에어쿠션 등이 계란을 담고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이번엔 게스트 하우스 옥상에 대 여섯 명의 학생이 모여 있다.
경진, 마음이 급해졌다. 달려가는.
S#18. 센터 관제실
민재가 기기들을 체크하고 있는데 급히 들어서는 경진.
경진 : 너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민재 : 뭘하다니. 보면 모르냐. 니가 해야될 걸 내가 해주고 있잖아.
경진 : 석우 선배 어디 갔어? 오늘까지 우리한테 이런 걸 시키면 어쩌자는 거야? 그 인간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민재 : 왜 또 흥분하고 그래. 비켜봐. 안보이잖아.
경진 : (더 막아서며) 지금 밖에는 학교 전체에 달걀이 날라다니구 있단말야. 지금 한가하게 인공위성 돌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구.
민재 : (어이없어서) 녹음기 어디갔어. 지금 그 말 녹음해서 석우 선배 들려줘야 되는데.
경진 : 시끄러 일루와봐. (민재를 끌어 한가운데의 테이블로 가며) 다시 한번 생각해봐. 우리 아이템 가지구 정말 자신있는거야?
민재 : 풍선 사왔어?
경진 : 물론이지. (주머니마다 뒤져서 풍선을 꺼내놓으며) 그래서 이 풍선으로 에어쿠션을 만들자. 너무 시시하잖아.
그리고 떨어지는 속도도 느리고.
민재 : 그러니까 추를 달자는 거잖아.
경진 : 아냐. 너무 단순해. 가만 있어봐. 빨리 떨어지면서 달걀이 안 깨지는 방법....그냥 내가 들고 뛰어내리면 어때.
민재 : 6층 옥상에서?
경진 : 그럼 내 다리는 부러지겠지만 달걀은 안 깨질 거 아냐.
민재 : 그건 안돼.
경진 : 고마워. 역시 내가 걱정되긴 하지?
민재 : 니가 들고 뛰어내린다구? 그럼 중량초과잖아.
경진 : (삐지는데)
민재, 풍선들을 들어 살펴보며 하나를 입에 대고 불어본다.
S#19. 이교수 랩
이교수와 아이들 모두 모여서 회의를 막 끝내는 중이다.
만수는 아까부터 안절부절하고 있는 중.
이교수 : 그럼 다음 주 프리젠테이션은 차질없이 준비되는 거겠지?
명환 : 지금 이대로라면 별 문제는 없을 거 같습니다.
이교수 : 좋아. 니들 다 수고 많이들 한 거 아는데 마지막까지 정신 바싹 차리고 해보자구.
아이들 : 예..
이교수 : (일어서려다가) 참 우리 랩에선 누가 나간다구?
만수 : (먼저 일어섰다가 다시 앉는)
이교수 : 그 카이스트 십관 돌파대회인지..그거.
명환 : 정태하고 해성이를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일년차들이니까 머리도 제일 잘 돌아갈 거 같구요.
이교수 : 그래? 랩 이름을 걸고 하는 거니까. 이왕 나간 거 최선을 다해봐.
정태 : 예.
만수 : (결국 벌떡 일어서며) 그런 뜻에서 이만 얘들을 보내줘야 될 거 같은데요. 다른 랩은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
우린 정말 너무 고고하다 못해 허무한 거 아닐까요. 진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교수님.
이교수 : ....정만수.
만수 : 예. (안절부절)
이교수 : 난 최선을 다하라고 했어. 오두방정을 떨라고 한 게 아니고.
만수 : ...예.
이교수 : 김정태. 이해성.
정태해성 : 예.
이교수 :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건물의 높이가 얼마나 되지?
정태 : 어.....
해성 : (정태만 본다)
정태 : 대충 짐작되는 높이는...
이교수 : 짐작이 아니고 정확한 높이 말이야. 너 공대생이잖아. 뭘 짐작해.
정태 : 도구 없이 측정해야 되는겁니까?
이교수 : 좋아. 도구를 하나 주지. 내가 기압계를 하나 주겠어. 이걸로 이 건물의 높이를 어떻게 측정할래.
정태 : (황당해졌다) 기압계요?
해성 : (재빨리 머리를 굴리고 있다) 그럼 고도차하고 기압의 공식을 계산한 다음에 ..음..
이교수 : 너무 느려. 우린 시간하고 싸우는 연구자들이야. (명환을 보며) 기압계가 있어. 그걸로 건물 높이를 어떻게 잴래.
명환 : ...어...옥상에서 기압계를 떨어뜨려서 그 시간을 재서...
이교수 : (자르고 중희에게)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
중희 : 기압계에 끈을 달아서 그걸 늘어뜨려서 재면 (우물쭈물)
이교수 :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
정태 : 건물 관리인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이 건물 높이가 얼마냐구요.
모두 어이없어 정태를 보는데. 정태는 자신만만하다.
이교수 : 기압계는 어쩌고.
정태 : 관리인에게 고맙다고 드리죠뭐.
이교수 : (비로소 빙그레 웃더니) 잘 생각했어. (일어선다)
아이들 : (아직 이해 안되는 채로 일어서는)
이교수 : 우리가 연구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냐. 수많은 방법들이 있다구. 그 중에 가장 효율적인 것을 찾는 게
우리 공과대 학문의 특성이지. (문으로 나가며) 그러니까 정만수. 멍청한 얼굴로 서있지말란 얘기야.
시간이 없다는 건 아무 핑계거리도 안돼.
만수, 얼른 표정 관리를 한다.
S#20. 캠퍼스 일각 / 낮
대욱이가 설계도 뭉치들을 한아름 들고 지민이와 뭔가 얘기를 나누며 오고 있는데.
만수 : 대욱아. 강대욱. 그 옆에 지민아.
대욱지민 : (돌아보면)
만수 : (노트북과 카메라, 유선랜, 등등을 들고 낑낑대며 오며) 니들 잘 만났다. 정말 타이밍 기가 막혔어.
대욱 : (경계하며) 왜요.
만수 : 너 혹시 연예계에 진출하고 싶은 생각없냐?
대욱 : 뭔 계요?
만수 : 지민이 너 스크립터 라는 말 들어봤냐?
지민 : 네에?
만수 : 일단 이거 들어봐. (들고 있던 거 하나씩 넘기고) 그리고.. 날 따라와.
만수 앞서서 휭하니 간다.
대욱 : 아니 잠깐만.. 선배. 선배님...
S#21. 전자동 건물 옥상 + 아래 / 낮
옥상과 아래에 모인 학생들 웅성거리고 있다.
// 옥상 아래
한쪽에서는 참가자들의 접수를 하고 있는 곳이 보이고 남희가 다른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참가자들의 접수를 받고 있다.
이쪽에서는 마이클과 다른 전산과 아이들이 낙하시간 측정 장치(레이저 포인트와 노트북으로 구성된)를 설치하고 있고.
이만치에는 미순과 진영을 비롯한 구경꾼들이 또 와글거리며 서 있고.
// 옥상 위.
이만치에는 서교수와 박교수가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옥상에 모이기 시작하는 참가자들의 스케치....그 위로 들리는 만수의 소리.
만수 : (E) 안녕하십니까. 6천 카이스트인 여러분. 여러분께서는 지금 카이스트 십관돌파대회 그 1차 예선전에 모여든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총 56개의 랩에서 각 두명씩, 112명의 참가자들이 현재 각자 준비해온 달걀 투하기의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십관 돌파 대회를 현장 생중계할 카이스트 인터넷 방송. 만수 비전!
옥상에서 참가자들을 찍어대는 만수의 모습. 그리고 그 뒤를 랜 케이블을 들고 따라 다니는 대욱의 불퉁한 모습.
지민이는 참가자에 대한 기록이 되어있는 서류를 넘기며 정신이 없어서 졸졸 따르고 있고.
만수, 카메라로 찍어대며 중계를 해나가다가 카메라를 자기 쪽으로 돌리며 카메라에 얼굴을 대고...
만수 : (계속) 인터넷 생중계의 새 장을 열어가는... 시대를 앞서 끌어가는 사나이.
저 정만수와 함께 이번 대회를 끝까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만수. 미련이 남아서 카메라에 대고 여러 표정을 지어보이는데. 대욱이 그 카메라를 밀치며.
대욱 : 이제 다 된 겁니까? 나 가두 되요? 내일까지 과제 끝내야 되요 나.
// 옥상에 설치된 저울을 보여주며...
만수 : (E) 참가자들이 가져온 달걀낙하기는 일단 여기서 총중량을 즉정하게 됩니다.
옥상에서 아래까지 낙하속도 측정 장치들을 스케치해주며...
만수 : (E) 그리고 순서에 따라 요기서 낙하기를 떨어뜨리는 겁니다.
떨어진 낙하기는 출발지점과 낙하지점에 설치된 두 개의 레이저 포인트를 지나게 되고.
지상에 설치된 노트북. 그 옆의 마이클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만수 : (E) 그 낙하속도는 여기 디지털로 신속 정확하게 측정 기록이 되게 되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1차 예선 대회를 준비한 것이
바로 전산과 아니겠습니까? 여러분께서는 10등까지의 순위가 기록되는 순위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실 수 있겠습니다.
노트북의 화면에 보이는 10위까지의 순위 차트.
대욱 : (E) 뭐해요. 대회 시작하는데.
지민 : (E) 저기 교수님 일어나셨어.
만수, 부랴부랴 카메라를 돌린다.
거기 박교수가 일어서다가 카메라를 발견하더니 카메라를 향하여 잠깐 포즈를 취해주고는 진행하는 학생에게.
박교수 : 시간 된 거 같은데 시작하지. 엉? (카메라를 향해) 이제 시작할 거에요. 금방.
학생은 시계를 보고는 그 뒤에 줄지어 있는 학생들을 향해.
진행 : 1번. XXXX 랩. 나와주세요. 저 뒤에 순서대로 미리 줄 좀 서주시죠.
1번 팀이 앞으로 나선다.
만수 : 아아네에.. 지금 이 순간 1차 예선 계란 낙하대회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1번 타자로 나선 학생은....
지민 : (옆에서 재빨리 서류를 넘겨 한곳을 가르켜 보인다)
만수 : 네에.. XXXX랩이군요.
낙하 준비를 하는 아이들 비춰지며.
만수 : (E) 참가번호 1번. XXXX랩. 낙하기는 XXXXX원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1번 참가학생들의 낙하기가 보여지고. 그 낙하기가 떨어지고.
옥상 밑에서는 그 낙하기를 보여주고..노트북의 모니터에는 낙하 속도가 체크되고.
마이클이 재빨리 달려가서 달걀이 깨졌는지 확인하고 무사한 달걀을 주위에 번쩍 들어보인다.
구경하던 이들이 박수를 쳐주고...
이어서 두세팀의 실패도 보여주고.
S#22. 옥상 위 일각
경진 목을 빼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아깝다는 듯이 혀를 찬다.
그 옆에서 민재가 에어쿠션의 장치를 손보고 있다가...
민재 : 지금 몇번 하는데.
경진 : 6번.
민재 : 우리가 35번이었지?
경진 : 근데 말야. 정말 우리 이걸루 될까? (민재가 만지는 에어쿠션을 걱정스레 본다)
민재 : 안되면 할 수 없구.
경진 : 그러지마라. 이왕 출전을 한 거 칼을 뺏으면 연필이라도 깍아야지. 넌 어째 그리 승부근성이 없냐.
민재 : 솔직해지라고 민경진. 넌 솔직히 이 기회에 놀아보자는 거잖아. 센터에만 박혀있자니까 좀이 쑤셨지?
경진 : 그래도 사람 욕심이 어디 그러냐? 진주단추를 주웠으면 그에 맞는 비단 옷이 필요하구. 비단 옷을 입으면 버스 못타구
자가용 타야되는 거구. 그 자가용 넣어놓을 차고가 있는 큰집도 필요하게 되구.. 그리고.. (한곳을 보며) 어서 와라. 김정태.
저만치서 정태와 해성이 오고 있다.
정태는 종이가방을 들고 있다.
정태 : 니들 나올줄 알았어.
해성 : 안녕..
경진 : 그 가방 안에 뭐 들어있어? 보여줘봐봐.
정태 : 지금 보여주면 베껴먹을 시간이라두 있냐. (하면서도 가방안에서 팩으로 만든 계란 낙하통을 꺼내 보여주는)
민재 : 이게 뭐야. 겨우 물팩을 만들어온거야?
해성 : 물팩이 아니구 젤팩이야.
경진 : 젤팩?
해성 : 팩 안에 젤을 넣었어. 점성이 더 강하니까 충격완화 기능이 좋을 거 같아서.. 그 안에다 계란을 넣을거야.
경진 : 그래? 어디 좀 들어봐. (받아 들고 무게를 가늠해보는데..)
규한 : (E) 무슨 젤을 썼는데?
규한과 지원이 다가오고 있다. 규한 역시 종이 가방을 들고 있다.
정태 : 어 지원아.
지원 : 안녕.
경진 : 하이구.. 고수들이 모여드는구만. 천하무림대회에 각파 고수들이 모여들고 있어.
규한 : (여전히 팩에만 관심이 있어서) 거기 무슨 젤을 넣었냐고.
해성 : 여기... (정태를 보며) 이거 무슨 젤이었지?
정태 : (대답하려는데) 어 이건..
민재 : (벌써부터 규한이 좀 못마땅하던 차다) 남의 무기를 알아보려면 자기 무기부터 보여주는 게 예의 아니냐.
규한 : (민재의 말을 씹고 지원에게) 보나마나 싸구려야. 걱정할 거 없어. (아이들에게) 그럼 수고들 해.
먼저 간다. 남은 아이들 어이없어 보다가 지원을 본다.
지원 : (한숨 쉬는 기분) 우리도 젤팩을 준비했거든. 비싼 젤을 구하느라고 좀 고생했어.
정태 : 그래? 근데 젤팩만 준비한거야?
지원 : 젤팩만이라니...
해성 : 저기 우린 거기에 장치가 더 있거든. 뭐냐하면.... (정태의 눈치를 본다) 미리 말해줘도 되지?
S#23. 기계과 랩
모니터 앞에 앉아서 기계과 시뮬레이션을 작동하고 있는 자현.
뭐가 제대로 안되는지 엉크러진 머리칼을 더 엉크러뜨리며 짜증을 내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동현.
동현 : 추자현. 너 여기서 뭐하고 있어?
자현 : 저요? 저야 보시다시피 시뮬레이션으루다가..
동현 : 예선대회 벌써 시작했잖아.
자현 : (어리둥절) 무슨 예선대회요?
동현 : (어처구니가 없어서) 내가 어제 말했지. 너하구 양병석. 이번 대회 나가서 상금 타오라구.
자현 : ...에구.. (그제야 생각났다 벌떡 일어나는) 그게 오늘이었습니까?
동현 : 계란 낙하대회 뭘루 준비한거야.
자현 : 저기 그게.. 에.. 지금 몇시죠? 대회 아직 안끝났죠?
동현 : 대회 아직 안끝났죠오?
자현 : 가시죠. 선배님.
동현 : 가긴 어딜 가.
자현 : 대회에 참가를 해야죠. (급히 벗어놓았던 점퍼를 들쳐입는)
동현 : 참가는 뭘루 해. 빈손 들고 가서 뭘 어쩌겠다는거야.
자현 : (동현을 끌고 나가며) 거야 가면서 생각하면 되잖습니까. 우리가 누굽니까. 기계과 아닙니까?
모든 기계를 인간처럼. 모든 인간을 기계처럼 활용할 수 있으며...(문으로 나가다 말고) 근데 대회장이 어디죠?
S#24. 대회장
진행되고 있는 계란 낙하 대회.
여러 참가자들의 스케치가 보여지고. 성공하는 재미있는 아이템도 보여지고..
디지털로 표시되는 낙하시간. (2초정도) 노트북 순위표에 1등으로 올라가고.
그때마다 터지는 탄성들....
//옥상 위.
남희 : 다음 17번. 전산과. XXXX랩.
규한과 지원이 앞으로 나온다. 지원은 심드렁한 상태이고. 규한은 자신있게 깡통을 꺼내든다.
깡통을 한번 쓰다듬어 보더니 그대로 낙하시킨다. 쿵 떨어지는 계란 깡통.
// 시간측정 노트북에 1.87초라고 뜬다.
노트북 주위에서 구경을 하던 이들이 우와 탄성을 낸다.
노트북을 카메라로 찍으며 떠들어대고 있는 만수.
만수 : 네에.. 새로운 1위가 기록되는 거 같군요. 전산과 XXXX랩의 구지원 이규한 조. 1.87이라는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물론 계란은 무사하겠죠?
// 아래에서는 마이클이 열린 깡통에서 무사한 계란을 꺼내 위로 들어보인다.
// 옥상 일각
헐레벌떡 동현과 함께 도착한 자현.
급하게 두리번거리며 아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각종 도구들을 구경한다.
동현 : 추자현.
자현 : 예 선배님. (여전히 둘레둘레)
동현 : 니 눈에도 보이지? 저 아이디어들.
자현 : 예. 잘 보입니다. 양쪽 눈 시력 1.5, 1.5거든요.
동현 : 가서 기권한다구 말하고 와. 엔진랩 개망신시키지 말고.
자현 : 그니까 생게란을 깨지지 않게 땅에 떨어뜨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동현 : 것두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자현 : 해보죠 뭐.
동현 : 뭐야?
자현 : (점퍼를 벗으며 운동화를 벗고 있다)
동현 : 너 뭐하냐.
자현 : 선배님 죄송하지만 양말 좀 벗어주시겠습니까?
동현 : (벙한데..)
// 낙하대
남희 : 25번. 엔진랩. 준비해주세요.
자현 : 갑니다. 가요.
자현은 양말에다 달걀을 쑤셔넣으며 달려온다. 그 뒤에서 맨발의 동현이 사람들 시선이 챙피해서 슬그머니 숨을데를 찾고.
자현은 부지런히 와서 양말에 쌓인 달걀을 옷에 둘둘 말고 있다.
남희 : 그게 다야?
자현 : 예. 준비 됐습니다.
남희 : 그냥 그대로 던질거야?
자현 : (당당하게) 예. 왜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루. 기계가 없으면 사람 힘으로 하는 겁니다.
남희 설레설레.
자현, 낙하대 앞으로 서더니 뭔가 기도를 하는 폼을 잡고는 두손을 높이 들어 힘껏 옷을 아래로 던진다.
근처의 사람들 일제히 아래를 내려다본다.
//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옷뭉치. 마이클이 달려나와 옷을 헤치고,
냄새가 날까 찡그리며 양말 속에서 달걀을 꺼낸다. 무사하다.
달걀을 높이 쳐들어보인다. 우와아 탄성.
// 시간 측정 노트북에 1.86이라는 시간이 표시된다. 그 뒤에서 보고 있던 규한의 얼굴이 굳는다.
순위표가 나타나는데 엔진랩이 1등으로 등재된다. 2등으로 밀려나는 전산과의 XXX랩.
만수 : (E) 이게 웬일입니까. 엔진랩의 최신낙하장치 양말낙하기가 1등으로 올라섰습니다. 네에.. 전산과 XXX랩이 2등으로 밀려나는군요.
지원 : (규한의 옆에 서서 모니터를 보며) 아주 비싼 젤이 양말 한짝에 밀린거네.
규한 : 이건 그냥 재수가 좋았던 거야. 신경 쓸 필요없어.
지원 : 그냥 재수가 좋았던 건 아닐걸. 저쪽은 현장 실습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이 있었던 거라고 보는데.
지원이 보고 있는 곳에 자현이 의기양양해서 동현에게 뭐라고 떠들어 대고 있다.
// //각각 던지는 사람들의 모습.
낙하하는 각종 아이템들. 시간 표시 1.84, 1.82, 1.79 등등등 규한의 순위가 한칸씩 착착 밀려난다.
민재의 에어 쿠션도 7등 정도로 올라가고.
규한, 여유가 사라지고 점점 긴장하는 얼굴. 납득하지 못하는 얼굴이 된다.
규한의 순위 9등까지 밀려난 모니터 보여지고.
//정태와 해성이 제일 앞에 서있다. 젤을 넣은 팩의 옆에 로켓 모터가 달려 있고 로켓의 앞에 젓가락 구조물이 토목구조물처럼 붙어 있다.
만수 : (소리) 예. 56개 참가팀 중 마지막 팀. 전자과 지능 제어랩의 김정태, 이해성 조의 계란 낙하가 있겠습니다.
저 앞에 특이한 모양의 젓가락 구조물이 있네요.
남희 : 56번. 준비해 주세요.
해성 : 예. 준비됐습니다.
해성, 실(또는 철사)를 땅바닥까지 주루루 내린다. (이건 기차 레일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 웅성거리며 한 둘씩 가까이 모여서 구경하는. 규한과 지원도 가까이 온다.
만수 : (소리) 어, 실(철사)은 뭘까요? 김정태,이해성조 상당히 특이한 준비를 해 온 모양입니다.
남희 : 낙하해 주세요.
정태, 연료 모터에 점화를 한다. 잠시 타 들어가다가....... 쉬우웅...레일을 타고 로켓이 발사되듯이 아래로 힘차게 내리꽂히는 팩.
(이건 낙하가 아니라 말 그대로 발사입니다.)
아이들의 함성, 크게 울리고.
가능하면 여러 각도에서 찍은 낙하 장면들 보이고.
팩, 땅과 충돌하면서 앞에 붙인 젓가락 구조물이 다 박살이 나 버린다.
만수 : (소리) 아, 로켓입니다. 로켓. 그 앞의 젓가락 구조물이 깨지면서 계란이 받을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자동차 범퍼같은 역할을 하는군요. 아, 그렇지만 과연 계란은 무사할 것인가?
마이클, 달려가 안의 계란을 확인한다.
옥상 위의 사람들, 잠시 긴장하고. 마이클, 손을 들어 오케이 사인을 한다.
터지는 박수. 환호. 시간 측정 노트북엔 0.78초라고 뜬다. 더 커지는 환호.
해성, 그런 사람들의 환호가 낯설지만 기분이 좋다.
경진과 민재, 정태의 등을 두드려 주기도 하고.
만수 : (소리) 시간 0.78초. 압도적인 시간차로 다른 팀을 누르고 1차 예선을 통과한 김정태,이해성 선수.
그리고 예선을 통과한 열 개의 팀. 잠시 후 5시부터 전자동 102강의실에서 2차 예선 설명회가 있겠습니다.
규한도 그 앞에서 축하의 악수를 건네다가 슬쩍 빠져 나가 순위표를 본다.
1등. 김정태,이해성 .....10등 이규한,구지원.
지원 : 수고했어. 어쨌든 예선은 통과했잖아.
규한 : 그렇지. (밝게) 너도 수고했어. 예선 탈락할까 봐 간 많이 졸였지? 걱정할거 없어. 이건 예선이니까 10등안에만 들면 되는거였잖아.
생각했던대로 된거야. 안그래?
지원 : (물끄러미 규한을 보며) 이규한.
규한 : 뭐. 왜.
지원 : 지나치게 자신감을 내보이는 건 말야. 사실은 초조해 죽겠다는 걸로 보여.
규한 : 뭐?
지원, 규한을 놔두고 저쪽으로 간다.
경진에게 축하의 매를 맞고 있던 정태가 지원을 보더니 활짝 웃는다. 그런 둘을 보는 규한. 그 위로.
박교수 : (E) 지금 나눠주는 봉투는 나중에 비밀스런 장소에 가서 뜯어보도록 하세요.
S#25. 강의실
박교수. 강단에 서있고. 20명의 학생들이 팀별로 앉아서 남희가 나눠주는 봉투를 하나씩 받고 있다.
박교수 : (아주 신이 나서) 각 팀이 하나씩 받아든 그 봉투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느냐. 나두 몰라요. 이건 수학과의 김대현 교수님께서
방금 전에 따끈하게 전달해주신 거니까. (한쪽을 돌아보며) 이 안에 뭐가 든 건지 약간 힌트 좀 주심 안될까요?
처장 : (한쪽에 서 있다가) 여러분이 받은 열 개의 봉투 안에는 열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는 암호문이 들어있어요.
아이들 웅성대는..
처장 : 열 개의 조각을 다 찾아서 그 전체의 암호문을 가장 먼저 해독한 팀이 우승자가 되는 거겠지요.
박교수 : 이해가 됐어요? 여기 보면 열 개의 각기 다른 랩에 출전자들이 앉아있는데. 여러분들은 각자의 랩에다가 각자의 전공을
최대한 살려서 그 한조각의 암호문을 지켜야 되는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아홉 개의 랩에 설치된 방어벽을 뚫고 그 나머지
조각을 찾아야되는 거죠. 그러니까 열 개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두 번째 예선. 그리고 암호문 해독이 마지막 결선이 되는
셈이지. 어때. 재밌죠? (처장에게) 대회 자체가 창의 그 자체 아닙니까? 이 대회를 진행하는 교수한테는 뭐 주는 거 없나요?
S#26. 이교수 랩 / 밤
명환을 비롯한 랩 아이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있다. (만수 제외)
명환이 봉투 안에서 종이를 꺼낸다. 종이에는 한쪽이 트인 사각형 안에 점 두 개의 그림이 단순하게 그려져 있다.
중희가 심각하게 그 종이를 가져가 본다. 그들의 모습 위로..
박교수 : (E) 방어벽 설치 시간은 지금 이 순간부터 내일 오후 두시까지.
그래서 그 시각부터 딱 24시간 안에 나머지 암호문을 찾아내야 되는 겁니다.
S#27. 박교수 / 밤
남희와 지원, 규한, 마이클들이 암호문을 돌려보고 있다.
그들이 보는 종이에는 비슷하지만 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그 위로 계속.
박교수 : (E) 그렇게 해서 각 팀이 설치한 열개의 관문을 뚫고 그 암호문을 모두 모아 가장 먼저 해독한 팀이 우승자가 된다 이 얘긴데..
자 어때. 이렇게 되면 단순히 상금의 문제가 아니라 각 랩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
남희 : (한숨을 쉬며 종이를 지원에게 넘겨준다) 어차피 이거 하나 가지고는 암호의 원리같은 건 짐작도 못하겠네. 그러니까 뭐야.
우리가 내일 오후 2시까지 이 암호문을 지킬 방어벽을 우리 랩의 자존심을 걸구 만들어내야 된다는 거야?
규한 : 오래 생각할 거 없이 목표는 간단해요. 첫째, 우리 랩에 숨긴 암호문은 절대 아무도 보지 못하게 한다.
둘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랩의 정보를 미리 얻어온다.
지원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규한 : 그렇지 그게 승부라는 거야. 승부라는 게 뭐야. 이기냐 지냐. 그걸 가리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기자 이거지. 그래서 마이클.
마이클 : 왜.
규한 : 넌 지금 박교수님의 조수로 일하고 있잖아.
마이클 : 그래서?
규한 : 그 지위를 이용해서 각 랩을 한번 돌아봐. 박교수님이 알아보랬다구 하고 슬쩍...
남희 : 이규한.
규한 : 왜요.
남희 : 너 지금 농담하는 거지.
규한 : (웃기만) 곤란하네. 그렇게 물어보면 진담이라고 대답할 수도 없고.
지원 : (무시하고 남희에게) 우린 전산과니까 프로그램을 이용한 방법이면 좋겠는데요.
규한 : 프로그램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지원이 넌 더 중요한 걸 해줬으면 좋겠는데.
지원 : (언짢아서 보는)
규한 : 너 전자과의 김정태하구 친하다며. 오늘 밤에 한번 만나봐라.
지원 : 만나서.
규한 : 야야 그냥 힌트만 알아오란 말야. 대충 어떤 원리를 이용할 것인지. 아주 약간의 힌트만이라도 먼저 알면..
지원 : (다시 남희에게) 우리 튜링테스트를 해보는 게 어때요.
남희 : 그래...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그거면 우리 전산과의 이미지에도 어울리고..
규한 : 구지원 지금 나하고 대화중이었잖아.
지원 : (규한에게) 나는 말루 대화하는 사람이야. 말같지 않은 말로는 대화 못해.
규한, 보다가 허허 웃는다. 마이클 둘의 눈치를 보다가 남희와 시선이 마주친다. 한편끼리 이러니 큰일났다는 심정.
S#28. 센터 랩 / 밤
민재가 들어서는데, 대희와 함께 종이에 이리저리 설계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던 경진이 민재를 보더니 후다닥 종이를 덮는다.
민재 : 뭐야.
경진 : 너 저어리루 가.
민재 : 뭐?
경진 : 이리 가까이 오구 싶으면 맹세해.
민재 : 뭐얼.
경진 : 너 정태한테 우리 방어벽에 대해서 절대 죽어도 가르쳐주지 않겠다고. 아니지 맹세가지군 안돼.
넌 너무 맘이 약해서 정태가 몇마디 유도심문을 하면 그대루 넘어갈거란 말야.
민재 : (어이없어서) 알았다. 그럼 나 먼저 갈테니 수고해라. 대희선배 저 먼저 가요. (돌아서려는데)
대희 : (웃으며) 일루 와. 안그래도 오늘 밤 안으로 이거 설치하려면 사람이 필요하다구.
민재 : 아이템을 잡았어요?
대희 : 경진이나 나나 물리과니까 그쪽으로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야.
경진 : 좋아. 이민재 붙여줄테니까 조건이 있어.
민재 : 정말 착한 사람 성질내게 만드네. 조건이라니.
경진 : (금새 다정하게) 있잖아. 너 오늘 밤에 집에 가면 정태 만날 거지? 만나서 딱 하나만 물어봐. 너 지금까지 무슨 작업하다 왔니?
하구. 응?
민재 : (돌아서 문으로 가는척하다가 옆에 놓인 얇은 저널 정도를 들어 경진에게 휙 던진다. 세지는 않게)
경진 : (두손으로 잽싸게 받아들며) 나이스캣치! (웃는)
S#29. 캠퍼스 길 / 밤
정태가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보면 저만치서 걸어가고 있는 지원.
정태 자전거를 돌려서 지원의 앞으로 간다.
지원, 그제야 정태를 보고 서는.
정태 : (자전거를 세워 내리며) 기숙사 들어가는 거야?
지원 : 응. 넌 다시 랩으로 가는 모양이네.
정태 : 어. 오늘 밤에 그 방어벽인지 뭔지를 설치해놓을거거든.
지원 : 그래. 하여간 우리 교수님 덕분에 학교가 온통 시끄러워진 거 같네.
정태 : 재밌잖아. 우리 명환 선배만 해두 귀찮아 죽겠다면서두 제일 재밌어하구 있거든. (하다가 보면)
지원, 정태의 자전거 뒤에 실린 것을 보고 있다. 정태의 자전거 뒤에는 스피커 두 개가 실려져 있다.
정태 : (싱긋 웃더니) 이거 오늘 밤에 설치할 방어벽의 일부야. 아무래도 우린 전자과니까 전자제품들을 이용해서..
지원 : 그만 해. (웃는) 나 지금 너하구 적이야.
정태 : 그러니까 아무거나 물어봐. 너한테 잘 보일 찬스다..하구 아무거나 다 대답해줄지도 모르잖아.
지원 : (웃더니 정태를 지나쳐 걸어가며) 먼저 갈게. 내일 보자.
정태 : 기숙사 앞까지 바래다 줄까?
지원 : 됐어.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돌아본다) 저기...
정태 : 뭐.
지원 : 우린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할거야.
정태 : (보는)
지원 : (웃더니) 전자제품과 스피커의 힌트만큼 알려주는거야. 그럼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지? ...수고해.
지원 먼저 걸어간다. 보고 서있는 정태. 혼자 웃는다.
S#30. 전산동 주차장 앞 / 아침
주차되어지는 박교수의 차. 차에서 내리며 맑은 하늘을 본다. 그 위로.
만수 : (E) 카이스트 학우 여러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기분 좋은 4월의 기분좋은 오늘. 카이스트인의 지혜와 실력을 겨루는
팔관돌파 대회. 그 2차 결전이 바로 오늘 오후 두시부터 펼쳐집니다.
자막 대회 시작 4시간 전.
S#31. 전자과 복도 / 낮
이제는 대욱이가 카메라를 잡고 있고. 지민이가 여전히 그 옆에서 보조 하고 있고.
만수가 카메라를 향해서.
만수 : 앞서가는 인터넷 방송, 만수비전에서는 대회가 시작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각 랩의 방어벽에 대한 정보를 취재 중계해 드릴
예정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대회에 관심이 있는 모든 학우여러분과 정만수에게 관심이 있는 모든 여성분들은 계속 채널을
고정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웃는 얼굴을 유지하다가) 캇. 지민아. 너 일루 와서 마이크 잡어.
지민 : 왜요.
만수 : 여기는 니가 앞장 서. 난 뒤에서 밀어줄게. 쫌 멀리 떨어져서...
S#32. 전자 2호관 학부 실험실
중희, 안의 중문에 뭔가 잠금장치를 하고 있다. 명환과 정태는 근처에 스피커를 달고 있고.
해성은 전선줄을 나르다가 돌아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해성, 멀뚱이 카메라를 보다가 옆에 있던 중희를 잡아당긴다.
중희 카메라를 보자마자 얼른 들고 있던 것을 등 뒤로 감추며.
중희 : 니들 뭐야. 뭐하는 거야?
대욱이 카메라를 비추고 있고. 그 옆에 지민이 어정쩡하게 마이크를 들고 있다가..
지민 : 아니 저기 정태오빠한테 뭐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정태 : (보며) 니들 그거 웬 카메라냐.
대욱 : 암것도 아닙니다. 그냥 하던 거 계속하세요.
명환, 잠자코 문으로 가더니 활짝 열어젖힌다.
바로 문 밖에서 안의 동정을 살피고 있던 만수가 엄마야. 놀란다.
명환 : 너 어느 랩 소속에 뭐하는 놈이야. 당장 저거 집어치구 들어와서 일 거들지 못하겠어?
만수 : 대욱아 여기 찍어라.
명환 : 뭐야?
대욱 : (명환과 만수를 카메라로 잡는)
만수 : (카메라를 향해) 여러분의 만수비전은 이러한 언론탄압에 맞서서 꿋꿋하게 취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 정만수. 그리고 카메라맨 강대욱..
대욱 : (얼른 카메라를 돌려 자기 얼굴을 찍는다)
만수 : 그리고 우리의 어나운서..
명환, 그새 옆으로 온 중희와 함께 만수를 밖으로 밀어낸다. 그 위로 자막 전자과 지능제어랩.
S#33. 전산실
남희와 지원, 규한, 전산실 컴퓨터에서 작업 중이다. 차례로 착착착착 채팅 화면이 뜨고 각자 부지런히 뭔가를 입력하고 있다.
만수 : (소리) 전산과 XXXX랩의 방어벽은 전산과답게 전산으로 만들어지는 듯 합니다. 만수비전이 계속 체크를 해봤지만
컴퓨터 작업을 하는 랩원들과 컴퓨터 밖에는 보이지가 않는군요. 남희 선배... 남희씨... 마이 남희이..
남희 : (할수없이 카메라를 향해 눈을 흘긴다)
만수 : (E) 어떤 방어벽인지 힌트 하나만. 네?
남희 : 우리 방어벽은 뭐 비밀이랄 것도 없어요. 간단한 튜링테스트인데요. (지원을 돌아보며) 이 정도는 미리 말해줘도 되겟지뭐.
지원 : 그러세요.
규한 : (못마땅해서 보고 있고)
남희 : 여기 일곱 대의 컴퓨터가 있는데요. 이 중에서 여섯 대는 인공지능으로 대답을 하게 되있고. 딱 한 대만 사람이 다른 곳에서
채팅을 받아주는 거에요. 참가자에겐 딱 다섯 번의 질문기회를 줄건데. 그 다섯 번의 질문을 통해서 컴퓨터가 아닌 사람을
찾아내야 되는거죠. 그래야 암호문을 전달받을 수가 있게 되요.
자막 전산과 XXXX랩.
S#34. 무향실
유리 섬유의 흡음벽이 사이버틱하게 설치된 무향실. 그 한편에 칸막이가 있고 칸막이 사이에 마이크로 폰과 노트북이 연결되어 있다.
한 학생이 마이크로폰에 대고 소리를 질러 본다. 사운드 레벨 미터에 소리 크기가 디지털로 표시 되고.
노트북 화면엔 [꽝! 목소리 작은 자 천하를 호령할 수 없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지민 : (E) 여기는 무향실입니다. 이곳의 방어벽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쉽지 않은 거 같애요.
참가자들은 이 안에서 소리를 질러서 118 데시벨을 넘겨야 된대요. 그래야 암호문이 나타난다는데요.
자막 기계과 ***랩.
S#35. 방폭 후드(화학과 5층)
화학과 한 학생의 얼굴이 잡혀지면서.
학생 : 우리 화학과의 방어벽은 좀 위험하니까 미리 설명을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방폭 후드 내부 스케치. 커다란 상자 안에 유리로 된 문이 있다. [DANGER EXPLOSIVES]라는 경고문도 보이고.
그 안엔 고정된 플라스크에 드라이아이스와 에테르가 섞여 있다. 드라이아이스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
학생 : (E 계속) 여기 보이는 플라스크 안에는 드라이아이스와 에테르가 섞여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암호문이 들어있죠.
그러니까 드라이아이스를 모두 승화시켜야 암호문을 볼 수 있는 건데요. 절대로 갑자기 가열시키지는 말아야 됩니다.
만수 : (E) 왜요. 그럼 어떻게 되는데요?
학생 : (E) 그럼 이렇게 되죠.
쾅! 하고 폭발하는 드라이아이스와 에테르.
자막 화학과 ***랩.
S#36. 공장동
투명한 원통 안에 들어간 탁구공. 그 안에 들어있는 암호문. 원통은 위를 향해 20도 정도 세워져 있다.
원통의 직경은 사람 손이 들어가기 어려운 정도. 길이는 1미터.
만수 : (소리) 원통안에 탁구공이 보이십니까? 이 원통은 밑바닥이 강력 본드로 고착되있댑니다. 바로 이 탁구공 안에 암호문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손을 넣을 수는 없다. 물론 발을 넣을 수도 없다. 제한 시간 30분. 그 시간 내에 탁구공을 꺼내라.
자막 :
S#37. 수영장
자현, 수상자전거를 타고 물 위를 달리고 있다. 물 위로 떠오르는 병석. 자현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기둥 근처에 있던 동현, ROV를 조작해서 물 아래로 내려보낸다.
자현, 옷을 입은 채로 자전거 위에서 그대로 물 속으로 뛰어내린다. 그 위로..
만수 : (E) 기계과 엔진랩의 방어벽은 수영장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과연 기계과답게 기계같은 기계들이 보이고 있군요.
도대체 어떤 방어벽인가...
// 수중 촬영으로..물 속에는 네 개의 실린더로 구성된 공압 잠금장치가 보인다. 0, 1진법의 버튼 여덟 개도 보이고.
수중 로봇과 자현은 잠금 장치 앞에서 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각종 기능을 보여주는 수중 로봇.
만수 : (E) 물론 이 곳에서도 시합이 시작되기 전에는 그 방어벽의 실체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마 아무 생각없이 말해줄 사람이 있을 거 같은데.. 한번 시도해보죠.
// 수영장 기둥 근처에 선 자현, 물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카메라를 향해서 어색하게 열심히 웃어가며..
자현 : 암호문은 저 물 속에 있는데요. 그게 네 개의 실린더로 구성된 공압잠금장치 속에 있거든요. 이걸 열려면 버튼 여덟 개로 된
자물쇠를 열어야 된다 이겁니다. 그 자물쇠가 또 물 속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암호를 꺼내고 싶으면 누군가 물 속에 들어가서
여덟 개의 버튼을 조작해서 자물쇠를 열어야 되는데. 물속에서 그게 쉽지 않을걸요. 산소마스크는 못 쓰니까요. 에.. 그리고 또...
하는데 동현이 달려와서 자현을 잡아 끌어가며.
동현 : 너 지금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자현 : (끌려가며) 인터뷰 중인데요. 아이구 아퍼요. (하면서 아직 따라오는 카메라를 보더니) 아참 이 수영장 어딘가에 열쇠의 힌트가
있는데요. 그건..
동현, 할수없이 자현을 그대로 물 속에 밀어넣어 버린다.
그리고는 그제야 카메라를 의식하더니 아주 어색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뭔가를 말하려다가 단념하고 돌아서 가버린다.
S#38. 물리과 레이저실
카메라에 레이저실의 입구문이 비춰지고 있다.
슬쩍 카메라를 돌리면 만수가 카메라를 보면서 말하고 있다.
만수 : 위성 센터의 민경진, 이민재 조는 헬륨네온 레이저와 엔디와이브 이오포 레이저를 이용한 방어벽을 구축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 니다. 직접 그 현장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시 카메라가 문을 향하고 만수가 살그머니 문을 여는 모습. 살그머니 들어가는 카메라에 잡히는 모습.
경진, 민재와 학생들 몇 명, 벽에 조각 거울을 붙이고 있다. 그 옆에 흩어진 거울 조각들. 한 학생은 녹색 레이저를 조작하고 있다.
시험 삼아 레이저를 켜 보면 쭈욱 뻗어 나가는 녹색 레이저빔이 보인다.
오케이 사인을 보내던 경진이 카메라를 발견한다.
경진 : 뭐야. 저거. 왜 문 안 잠궜어?
경진과 민재가 재빨리 카메라를 향해 달려온다.
민재 : 아이참. 형. 우린 공개안한다구 했잖아.
카메라가 마구 흔들리다가 민재가 아예 뭔가로 카메라를 막아버리는 화면이 이어지면서 그 위로.
만수 : (E) 레이저지? 저거 설치하는 거 레이저 맞지?
대욱 : (E) 어어 형. 렌즈 만지지 마. 이거 빌린거래.
경진 : (E) 민재야 그 카메라 부셔버려.
등등의 소리가 어지럽게 섞인다. 그 위로 자막 위성센터 랩.
S#39. 운동장
나란히 놓인 열 대의 볼펜 로켓 발사대가 보여지고. 그 옆에서 준비를 하는 항공과 학생들이 보인다.
만수 : (E) 항공과에서 준비한 방어벽은 과아연 항공과답게 로켓입니다.
지민 : (E) 이 로켓들은 2차 결선이 시작되는 정각 두시에 열대가 동시에 발사됩니다.
참가자들은 각 로켓의 사양과 화약의 양, 발사각도, 풍향. 풍속 등의 데이터를 받게 되는데요.
만수 : (E) 그 데이터를 가지고 35만편 카이스트 어딘가에 떨어졌을 로켓을 찾아내야 된다 이겁니다.
왜냐. 암호문은 바로 그 로켓 안에 들어있으니까요.
학생 중의 하나가 시계를 본다. 자막 항공과 XXXX랩.
S#40. 강의실
박교수와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있다. 박교수가 돌아보는 곳. 아이들도 모두 그곳을 본다.
거기 강의실 중앙벽에 걸린 디지털 시계가 1시 59분을 넘어가고있다. 시간이 채칵거리며 지나가고..
박교수 : (참가자들을 둘러보며) 자아 드디어 시합시간이 다 되가구 있어요. 오늘 정각 두시부터 내일 정각 오후 두시까지.
만약 그 전에 모든 암호문을 찾아내서 해독하는 팀이 있다면 시합은 자동적으로 종료되는 거 알죠? 만약 내일 두시가 되도
아무도 암호문을 풀어내지 못했다. 그럴 경우에는 가장 많은 암호문을 찾아낸 팀으로 우승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데..
에.. 에이 그럼 너무 시시하잖아. 그러니까 여러분 중에 반드시 완성된 정답을 찾아오는 팀이 있기를 전 빌고 또 빌거야.
자아.. 그럼.. (시계를 본다)
시계는 드디어 2시를 가르킨다.
박교수 : 오케이. 모두 출전해주세요!
아이들 괜히 급해져서 우루루 몰려나간다.
민재와 정태. 서로 마주치자 어깨를 두들겨주며 헤어지고.
자현이는 해성이에게 다가서며.
자현 : 해성아 나 누군지 알지. 너의 둘도 없는 룸메이트. 중간에 내가 불쌍해보이면...알지? 너만 믿는다..
해성... 잘 모르겠는 얼굴인데.. 자현 부지런히 나가버린다.
경진과 헤어지던 지원이 문득 돌아본다.
정태가 문가로 나가려다가 지원을 보더니 격려의 손짓을 보낸다.
지원 웃는데 규한이 그 옆으로 다가오며.
규한 : 구지원. 잊고 있는 건 아니지? 지금 니 파트너는 나라구.
앞쪽의 박교수. 혼자서 좋아서 서성거리며 핸드폰전화를 하고 있다.
박교수 : 남희양. 미안하지만 오늘 세미나는 내일 저녁으로 미루면 안될까. 나 있지. 지금 너무 흥분되서 다른 건 아무것두 생각나지
않거등. 뭐? 지금 내가 뭐하구 있냐고? 지금 두시 넘었잖아. 시합은 벌써 시작했어. ...뭐? 이 방 시계는 빠르다구? 얼마나?
(하며 시계쪽을 돌아보는데)
S#41. 운동장
로켓 발사대 근처. 누군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가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주리리 놓여져 있던 로켓들이 차례로 하나씩 발사된다. 팍..팍..팍...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로켓들. 그 위로.
만수 : (E) 네에 드디어 시합이 시작됐습니다. 여러분. 계속 만수비전에 채널 고정.. 아시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