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대전천과 유등천 갑천을 경유하는 대전일보 주최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수기로 응모하여 대상을 수상했었읍니다.
대 회 참 가 기-
30km. 김 관순
넷, 세,둘, 열 부터 거꾸로 센 숫자의 함성이 하나가 되자 꽝! 웅장한 대포소리가 우리의출발을 알린다. 자, 이제 3시간여의 긴 여정이 시작된다. 나와같이 30km를 달릴 주자들이 1,000명은 되는듯싶다. 세련된 복장에 여유있는 모습들이 마라톤 고수들 같다.
부디 아무일 없이 완주해야 할 텐데..안해본것에 대한 걱정과 부상에대한 두려움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레임으로 간밤은 온통 하얗게 새웠다. 마라톤에 입문한지 불과 6개월 10km 대회 3회 참가의 실력으로 지나친 무리는 아닐까 하는 걱정에 중간에 힘들면 쓸 요량으로 배번표에 택시비도 꽂아 뒀다.
충무체육관을 빠져나와 문창교에 이르러 진행요원들의 안내로 급한 경사길을 통해 우리 대오는 대전천변도로로 들어섰다. 대전천은 만인산과 비파산 사이에서 발원하여 산내, 석교동을 지나 식장산에서 흘러온 대동천과 만나고 도심을 통과한후 갑천과 만나는 대전의 3대 하천중 하나이다. 대전은 대전천을 중심으로 탄생되고 발전해왔다. 대전천을 사이에두고 목척리와 으능정이로 나위어 시작되면서 오늘에 이르러 시민들의 추억이 많이 서린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발에 따른 오염으로 생명이 살 수 없었는데 그간 하수관거 분리로 오염원 차단과 정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에 지금은 많이 정화되어 물고기가 살고 새들이 모여드는 살아있는 하천으로 변하고 있다.
맑고 쾌적한 날씨지만 덥게 느껴진다. 복개를 해서 흉물스럽게 변한 목척교밑을 지나는 기분이 음습하다. 하천을 복개하면 땅을 거져 얻는 줄 알았던, 세계적으로도 드문 이런 일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확인하고있다. 햇볕이 들지 않으니 광합성을 못해 식물이 살 수 없고 먹이 사슬이 차례로 무너진다. 하천은 도시의 풍광뿐만 아니라 습도를 조절하고 대기온도에 영향을 끼친다. 이제라도 하천의 소중함을 깨닫고 보존하려는 인식이 늘고있으니 다행한일이다. 우리가 달리고 있는 천변도로도 영구 철거하고 물길을 유선형으로 바꾸며 주변에 갈대, 갯버들 물억쇠등 수생식물의 군락지를 만드는등 생태복원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니 참 반가운 일이다.
현암교를 지나니 천변에 노란 유채꽃이 가득차 화사하기 그지없다. 보다 즐거운 요량으로 선글라스를 벗어들고 노란색을 눈속에 그윽 담는다. 앞에는 5km표시와 함께 10km주자의 반환을 알리고있다. 나는10km를 신청했었다. 내가줄곳 살아 왔던 고향 하천을 오래도록 밟아 보고 싶고,내려다만 봤던 하천에서 올려본 대전의 모습도 궁금하였으며 이러면 내 고장과 더 친해질까? 하는 욕심에서 30km로 변경하었다.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다. 땀흘린 만큼의 결과를 보여준다. 아직가지는 무리가 없으나 16km이상 훈련한적이 없는데 완주 할 수 있을런지 걱정이 된다. 6개월전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시작한 운동인데 76kg에서 71kg으로 조절되었고 정신적 만족감도 대단하다. 또한 생활의 리듬을 지킬수 있으며 쉽게 할 수 있고 비용도 적게들고 여러모로 참 좋은 운동이다.
우리 대오는 어느새 삼천동을 지나 유등천으로 들어서고 있다. 버드내라는 우리 이름이 더 정겨운 유등천, 금산 진산의 청동리 산록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정생천과 합류한후 복수 유천동 등을 지나 삼천동에서 대전천과 만난 후 갑천과 만난다. 여기부터 하천 좌, 우에 보행자 도로가 설치돼 있고 널따란 잔디밭이 있어 걷고 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천이 주는 고마움을 새삼느끼는 구간이다. 수량이 적고 유속이 느리다 보니 내 중간에 풀들이 자라있고 물위로 뛰어오르는 고기도 자주 눈에 띈다. 해오라기 댓마리가 푸득이면서 날아오르고 둑 버드나무도 푸릇한 기운이 역력하다. 대전 산업의 한 축이 있던 대전피혁자리엔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모습에 감회가 새롭다. 하천에서 올려다 보면 어제와 오늘의 대전을 같이보는 모습이다.
급수대에서 응원하는 학생들이 종이컵에 담아준 물로 힘을 얻고...같이 달리고 있는 우리 주주클럽의 박두용팀장 표정을 보니 지친 기색없이 여유있는 표정이다. 휴일이다보니 천변에서 축구도하고 가족단위로 소풍나와 있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복수교를 건너 15km지점을 1 시간 20분에 지났다. 걷거나 앉아있는 주자가 늘어나기 시작하고 나도 다리가 아파온다. 뒤에서 커플인듯 늘신한 남녀 한 쌍이 추월해 나간다. 완주가 목표라고 말하지만 추월당하는 기분이 유쾌하진 않다.
옛 서부경찰서 앞을 지나고 있다. 6.25전쟁시 퇴각하는 유엔군의 후방을 엄호하던 경찰이 저 건물 옥상에서 많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철거를 앞두고 있으니 세월의 무상함이 이런가. 하천을 가로 지르는 고무댐이 설치되어 있는데 돌무더기로 새로이 설취할 예정이란다. 어도가 생겨 고기의 이동도 자유롭고 보기도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속놀이로 유명해진 버드내 보싸움 놀이의 그 돌보가 복원된다는 뜻일 게다.하천 양옆으로 건자재, 고철, 야적장등이 산재된 풍경이 끝나고 아파트 숲이 나타난다. 가끔씩 느껴지던 왼무릎의 통증이 심해진다.허리도 느낌이 좋지않아 앉아 쉴까하다 강행하기로 고쳐먹었다. 무척이나 망설이다 결심한 일인데 장거리는 여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자위하면서...
수정아파트 앞에 이르니 갑천이 나타난다. 대둔산과 계룡산에서 흘러온 갑천은 여기서 대전의 하천들과 만나 금강으로 흘러간다. 여기에 이르는 동안 양안의 풍부한 녹지를 지난 이유로 다양한 수서생물이 서식하고 텃새, 철새가 찾아드는 생태, 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천혜의 하천이다. 반환점을 돌아오니 20km표시가 나온다. 1시간 50분 경과 ,이대로 가면 2시간 30분대의 좋은 기록이 예상된다. 낮은 다리를 건너니 응원나온 우리클럽 회원들이 하이파이브하며 힘을 돋와준다. 이제남은거리는 8km롤러를 탄 진행요원이 내 자세가 불안한듯 스프레이를 뿌려준다.
호남선 철교 옆 하상도로 건널목엔 우리들 새새로 차를 통과시키지만 어쩔수없이 차가 많이 막혀있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훈련도 없이 장거리를 택한 자신이 원망스럽고 다리부상이 심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으로 마음은 초조하고 어째야 하나 하는 갈등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걷는 주자들이 많아졌고 "힘 내세요"하는 인사를 건네며 앞서 나간다. 묘한 것은 내 인사에 외려 내가 힘이 생긴다. 아까 지나온 중앙데파트가 아랫도리를 드러내면서 어두운 속을 내놓고 있다. 터널이나 동굴과는 다른 느낌이다.
남은거리 5km 2시간 15분 경과, 이제까지 달려온 거리보다 더 멀게 느껴진는 저 5km. 절룩이면서 뛴 탓에 오른발도 통증이 온다. 한주자가 주저앉아 일그러진 얼굴로 허벅지를 두드리고 롤러탄 봉사자가 스프레이를 뿌려주고있다. 긴시간 같이해서 인가 멈춰 도와 주고싶은 생각에 뒤를 돌아본다. 안동시장이 보인다. 대전에서 제법컸던 장으로3.1만세 운동이 대전에서 처음열렸던 유서깊은 장소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시장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것 같다.얼마전 tv에 소개됐던 1,000원짜리 백반집은 지금도 있는지가 궁금해지는걸보니 배가 고픈 모양이다. 대전천변 도로를 벗어나 문창교에서 하천위로 올라온다. 이제 약 500m 남은 듯 싶다.진행요원들과 시민들이 박수를 쳐주고 응원하며 장난삼아 같이 뛰는 흉내를 하는 아주머니도 있고..정겨운 모습에 손 흔들며 답해준다.
충무체육관, 우리학교 다닌때는 참 많이도 불려 왔었다. 체육대회, 교련실기대회 또는 관중이 필요한 관제 행사에 불러다 앉히는게 학생이었는데 여기를 체력과 정신력의 결집체라는 마라톤으로 다시찾게 되다니.... 계획한 대로의 2시간 37준 긴 여정이 끝나가나 보다. 마지막 1명, 1초라도 단축할 요량으로 다들 있는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긴 시간 대전과 얽힌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이었고 생태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체험한 시간이었다..
뜻 깊은 대회를 대전일보사와 봉사자, 경찰 시민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04년 4월 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