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2010년 봄호

[또다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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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시

허난설헌(許蘭雪軒) 봄비(春雨)

김민자의 붓 끝으로 읽는 시 강은교, 「봄 無事」

시에 시

김드보라 서랍 속 내 뱀은 어디로 갔을까 외 1편

박성현 구멍 외 1편

박찬세 해바라기 외 1편

양현근 붉은 상서(上書) 외 1편

오대교 고해(苦海) 외 1편

이선욱 산장의 태양은 빛나고 외 1편

정 원 허공에 길을 놓다 3 외 1편

주하림 네덜란드식 애인 외 1편

김민서 꽃이 전하는 말 외 1편

신영연 어린 골목 외 1편

이종섶 천수만 외 1편

이주언 오랜 밥상 외 1편

유순예 보름달 외 1편

장현숙 새벽에 일어난 일 외 1편

현택훈 귀환병 이야기 외 1편

강경보 홍련암 길 외 1편

김지희 광화문 연가 외 1편

양해열 내 길을 읽다 외 1편

배정희 밥그릇 외 1편

김병호 꽃구경 외 1편

김승기 사과 외 1편

오 은 지구를 지켜라 외 1편

장석원 한낮의 닥터 멜랑콜리 외 1편

한영숙 남항진 가는 길 외 1편

이창수 동막동 외 1편

정 영 누군가, 혀 외 1편

고희림 서기(書記) 외 1편

유홍준 케르베로스 외 1편

이덕규 풍산은 어디인가 외 1편

이재훈 칸다하르(Kandahar)의 병사 외 1편

박규리 아무리 아득해 보여도 외 1편

김왕노 나의 꽃들 외 1편

이중기 영천사람 주석봉 외 1편

조성국 꾀 외 1편

장석남 하문(下問)·1 외 1편

나호열 예감 외 1편

박영희 정규직 비정규직 외 1편

장종권 그녀의 코 외 1편

박종해 술 병 마개 외 1편

김혜순 선인장 외 1편

허형만 대한(大寒) 외 1편

홍희표 이 빠진 시계를 위한 에피타프 외 1편

시에 산문연재

양문규 如如山房에서 보내는 편지 5

엄동설한에 꿩을 생각하다

시에 시인

마경덕 한때 적막이란 말에 집중한 적이 있다 외 4편

박선경 인식의 한계를 통찰하는 힘

시에 시인 탐구

공광규 아카시아꽃 피면 외 9편

시인 연보

시인의 자작 시론─양생(養生)의 시학

시에 시창작론 ― 10

강희안 새롭게 쓰는 시창작 강의

6. 언어유희로서의 펀(pun) 1) 펀의 개념 2) 펀의 유형

시에 신인상 ― 시

김기화 당선소감

아메바의 춤 외 2편

변영희 당선소감

그날의 기록 외 2편

김혜경 당선소감

녹슨 방 외 2편

신인상 심사평

시에 신인상 ― 수필

양효숙 당선소감

할매

윤경희 당선소감

비오는 날엔 해바라기를 본다

신인상 심사평

시에 신인상 ― 소설

정유제 당선소감

심출가(心出家)

신인상 심사평

시에 신인상 ― 평론

김효은 당선소감

공명(共鳴)하는 생명의 노래

신인상 심사평

시에 추억에세이

이경자 봄날의 뜨는 기운을 누르다

시에 소설

최서윤 신발

시에 에세이

유영갑 어떤 생일

임길순 봄이 밖에서 오는 줄 알았다

우대식 마산리에서 쓰는 겨울 편지

신용목 가끔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을 한다

정진희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김봉식 오이도

서 한 섬에 살다

시에 자작시집 엿보기

이영희 그리움이 그리움을 낳은 바다의 허기

 ―『바다 허벅지를 만지다』(시선, 2009)

김지녀 내 시소의 저쪽엔 누가 앉아 있을까

―『시소의 감정』(민음사, 2009)

박형권 멀미에서 멀미로

―『우두커니』(실천문학, 2009)

강경호 고지식의 노래

―『휘파람을 부는 개』(시와사람, 2009)

김소연 다행한 일들

―『눈물이라는 뼈』(문학과지성사, 2009)

전기철 작은 새, 나의 작은 새여

―『로깡땡의 일기』(황금알, 2009)

2010년 상반기, 시에 신인(隨筆) 양효숙 |sie 신인      <신인상 당선소감>    따뜻한 글    29―36―43이라는 숫자로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건져 올린다. 스물아홉에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고, 서른여섯에 늦은 결혼을 했으며, 마흔셋에 등단을 한다. 스스로 대기만성형이라고 생각하며 늦음과 느림에 대한 성찰을 한다.    사람들은 내게 따뜻한 글을 써달라고 한다. 그리고 내 글이 따뜻하다는 말을 잊지 않고 해준다.    신인상 당선 소식은 결혼기념일 선물이기도 했다.    행복한 느낌들이 차오를 때마다 항아리인양 품어서 더욱 깊은 맛을 내보려한다.    글맛을 숙성시키기 위해 오래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쓰고 지우는 일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따뜻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이 있는 글이면 좋겠다.    고마운 얼굴들이 많이 떠오른다.    배려쟁이 남편과 귀염둥이 상윤이는 내 글쓰기의 활력소로 언제나 남을 듯싶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축하해주는 관호와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한없이 고맙다. 의정부문인협회 선생님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경험하면서 따뜻한 글을 써가려 한다. 그런 기회를 선물로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    <신인상 당선작 / 수필 >   할매    나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이 나에게는 나이를 먹지 말란다. 차라리 나이 대신에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먹지 말라고 주문하면 좋겠다. 여섯 살과 마흔하고도 한 살이라는 숫자의 차이를 알까. 나이를 먹지 말라는 이유가 궁금했다. 엄마와 결혼하고 싶단다. 긴장감을 풀어주는 아들의 프러포즈에 그만 달콤하게 녹아든다.    치킨을 사줄 수밖에 없다. 엄마의 엄마인 사람이 누군지를 알려줬다. 외할머니와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이다음에 엄마도 할머니가 된다고 했다. ‘엄마가 할머니 되면 죽잖아! 그럼 슬프잖아’ 말한다. 엄마의 부재와 죽음이 뭔지 알까 싶다. 할머니의 죽음을 그린 동화책을 읽어줬더니 슬프다고 하면서도 자꾸만 읽어달란다.    나이 든 여자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정작 할머니에게 할머니라고 부르면 늙은 언니로 불러주길 바란다. 할머니가 더 늙으면 할미나 할매가 될까 싶다. 할머니라고 표준어로 말하면 도시 할머니의 화장품 냄새가 난다. 세련된 할머니보다는 화장기 없는 주름진 얼굴로 경로석을 차지하는 할매가 나는 정겹다. 주름으로 웃는 할매의 얼굴이 인상에 남는다. 주름살을 없애버린 할머니에게 주름살을 심어놓고 세월처럼 도망칠 때도 있다.    나의 할매는 아흔 넘어까지 살았다. 할매를 생각하면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전래동화 몇 편이 숨어 있는 느낌이다. 이 세상보다는 저 세상에 가까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강을 끼고 살던 할매가 아기처럼 누워서 떠먹여주는 밥을 받아먹으면서도 시어머니 역할을 한다. 맛이 없으면 숟가락을 밀쳐내고 삐치는 할매를 살살 달래야 했다. 인기척이 없는 할매방의 고요를 스스로 적막강산이라고 부르짖었다. 때가 되면 학교 갔던 손자들이 할매방에 파고 들어 양푼에 밥을 비벼서 먹던 들기름 냄새도 사라졌다. 마실 다니기 좋아하던 할매 친구들은 저세상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엄마는 흙집 문고리에 숟가락을 걸쳐두고 밭일을 하다가도 끼니때가 되면 돌아와야 했다. 여느 때처럼 집에 들어서는데 할매방 문이 열려 있다. 아랫목에 누워만 있던 할매가 엄마의 나들이옷을 꺼내 입고 윗목에 앉아 있다. 스타킹까지 신고 앉아서 엄마를 반긴다. 저승사자 대하듯이 밀쳐내는 할매의 힘에 나가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천사처럼 붙들리기도 했다. 어떻게 나들이옷을 꺼냈는지보다는 왜 그랬는지가 더 궁금했다. 아마 저승길을 예쁘게 차려입고 가고 싶었나보다. 숱이 없는 흰머리카락에 새끼를 꼬듯 붉은 헝겊을 넣어 비녀를 꽂은 할매에게 엄마가 가위를 들고 다가섰다. 엉킨 머리카락을 풀면서 얽힌 인연의 고리를 자르기로 했다. 저승에 가져갈 것이 머리밖에 없다고 고집 피우던 할매 머리카락이 가위질 몇 번에 정리된다. 마치 탯줄이 잘리는 의식처럼 파고든다.    지리산 산동네에서 태어나 여자가 되고 에미로 살다가 그곳에 묻힌 할매다. 바느질 솜씨가 좋았던 할매의 고왔던 한때를 기억하는 이들도 몇 되지 않는다. 곡식을 햇볕에 내어 말리는 맷방석을 만들고 지푸라기로 새끼를 꼬아서 망태를 만들기도 했다. 밥을 짓는 부엌일보다는 소꼴을 망태자루 한가득 베어 나르는 일을 좋아했다. 뜰방에 앉아 손녀가 뜯어온 쑥을 고르며 해맑게 웃었다. 이빨 없는 웃음소리를 소금 양치질로 맑게 헹궈냈었다.    서울에 있는 치과에서 일하다가 할매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짚단 위에 두 손을 모으고 누운 할매의 주검을 보았다. 문밖출입이 자유롭지 못해도 동구 밖까지 나와서 손을 흔들었던 그 손에는 검버섯이 짙게 피어 있다. 동구 밖 할매의 자리에 서서 작별인사를 했었다. 이제는 밥을 먹고 밥을 먹지 않았다고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항상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우리 앞에서 배를 주무르면서 뱃속에 뭔가 숨어 있다고 말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오래도록 짚단 위에 뉘인 작은 몸집의 할매가 무서웠다. 생명이 있는 대상은 따스하고 무섭지 않다. 고모들이 할매 입으라고 사다 주는 빨간 내복을 독차지해서 입었고, 할매 입이 궁금할 때 꺼내 먹으라고 사다 준 사탕도 내 차지였다. 다른 사람들은 귀가 어두운 할매에게 소리쳐 말했지만 나는 소리치지 않았다.    그런 할매와의 인연으로라도 무섬증을 없애야했다. 할매 장례식 날 동네 아주머니들은 마실와서 요리하듯이 음식 준비를 했다. 농사일을 서로 품앗이하듯이 장례식을 받아들이고 도왔다. 슬픔보다는 기쁨이 마당 가득 찾아 들었다. 할매에게 마지막 친절을 베푸는 연회같다. 문고리에 꽂았던 숟가락을 빼내어 밥을 먹는다. 할매는 따스한 아랫목을 독차지하고 사시더니 따뜻한 계절에 떠났다. 낡은 집에 밤새도록 불을 켜놓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모깃불 피워놓고 이쪽저쪽에서 웃고 술에 취하고 떠들다가 잠이 들었다. 어둠에 잠겨 있던 할매의 관 옆에서 자다가 무서운 꿈에 시달렸다. 죽은 할매가 정을 떼고 가려는지 무섬증을 줬다.    할매의 꽃상여가 요골 도라지밭을 향해 떠났다. 수의를 벗고 빨간 내복으로 갈아입은 할매가 웃는다. 내 웃음소리는 할매 웃음소리를 닮아 있다. 할매처럼 웃는다고 막내고모가 호탕하게 웃는 흉내를 낸다.    제대로 된 동화책 한 권 없던 집에서 할매는 이야기를 만들어 재미있게 들려줬었다. 장독대의 오래된 옹기와 항아리에선 구렁이가 한을 풀러 나온다. 빨랫줄로 묶여 있는 장독대 옆 감나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다가 나무가 된 모양이다. 그 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연정을 느꼈다. 감을 떨어뜨려서 장난을 걸어오는 감나무 그늘에서 시린 가을 하늘을 올려다봤다.    홍시를 오물오물 이유식처럼 먹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던 할매였다. 할매와 함께 태어나고 무르익고 늙어간 이야기들을 아이 베갯머리에서 챙기고 들춰낸다. 이야기를 먹고 자라는 아들이 단잠에 빠져들면 할매가 무섬증을 하나둘 거둬갔다.    어느새 엄마에게서도 할매 냄새가 난다. 할매 옷을 다 태우지 못하고 주섬주섬 걸쳐 입고 살더니 할매를 닮아간다. 나는 엄마 옷을 입고 엄마는 할매 옷을 입고 그렇게 옷을 갈아입다가 몸집을 떠나는구나.

[호호북]

김기홍(또다른나)선생님! 감사드려요^^ 설 전에 책이 나왔는데 2월 문협월례회때 나눠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시에/시에 문학회 cafe.daum.net/sieriver 가 있습니다.

[푸름하나]

사진이 영판 잘 나왔구만(실물보다 쪼금 못하지만서도....) 하여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구례 어디쯤 산수유 환한 마을이 삼삼하게 그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