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은 몸의 안일까, 바깥일까?
해부학적으로 보아 위 내부나 장 내부는 어디까지나 몸 바깥이다. 사람은 피부와 감각 기관을 통해 외계와 접할 뿐만 아니라, 소화관 내강의 점막을 통해서도 외계와 접하고 있다. 위와 장은 안과 밖이 만나는 장소이며, 자기와 비자기가 충돌하고 타협하는 장소이다. 합종과 연횡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자기와 자기 아닌 것이 만나서 새로운 자기를 만들어 가는 실험장이다. 특히 대장은 인간의 몸과 외계가 낮은 울타리를 치고 공존의 틀을 만들고 있는 장소다. 여기가 바로 "적과의 동침"이라는 간통의 현장이다.
이 공존의 틀이 유연성을 잃을 때, 우리 몸은 병들게 된다.
결국 유동적인 안과 밖의 균형을 어떻게 잘 유지하느냐가 건강의 핵심이다. 이런 의미에서 병이 없다는 것 자체가 곧 병이다. 실제로 무균 사육된 동물의 경우 면역계 발달이 두드러지게 저해되고, 면역 글로불린의 농도도 낮다. 그뿐만 아니라 소화관의 해부학적 구조도 박테리아가 없으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무균 사육된 동물의 경우, 소화관 벽의 점막층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다.
바깥과 관계함으로써 내가 만들어지고, 그 안과 밖의 유동적 균형 속에 있을 때만 내가 존재할 수 있다.
-조용현 <상생의 철학>, 동녘 간 중에서-
첫댓글 물론 상생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무조건 상생으로만 가야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