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안개 수목원 출사 후기
오늘은 과천 복사모 사진카페 회원님들과 물향기 수목원으로 출사 가는 날이다.
카페에 가입하여 몇 개월이 지났는데, 회원님들을 한 번도 뵌 일이 없다.
처음 뵙는 분들이기에 어떤 분들일까 하는 설레임이 앞선다.
카페 공지에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겨 9시까지 과천정부청사역으로 나오라 했으니,
아내가 준비한 방울토마토를 카메라백에 넣고 집을 나섰다.
9시를 10여분 남겨놓고 정부청사역에 도착했는데 카메라백을 멘 분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 일찍 왔나?
가끔 등산백을 메고 있는 분들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사진하시는 분은 아닌 것 같고.....
시간이지나 약속시간 9시가 다 됐는데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지하철 승강장까지 내려가 보아도, 다시 올라와 이곳저곳 구석까지 찾아봐도 아무도 없다.
바람맞은 사람처럼 휭 ~ 한 만남의 광장에서 어이를 상실한 내 모습 ... 이럴 수가.....!!
앗 차 내가 약속장소를 잘못알고 왔나?
부랴부랴 스마트폰을 꺼내 복사모카페의 공지사항을 다시 확인했다.
분명히 크게 돋보이는 빨간 글씨로 9시에 정부청사역 만남의광장에서 라고 적혀 있었다.
날짜를 잘못 알았나?
그러나 4월 29일 날짜도 맞고 .... ?
2016년, 년도 도 분명 맞는데 .... ?
혹시 갑자기 일정이 취소 됐나 ?
취소 됐다면 전화번호를 모르니 연락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탈한 심정으로 계단을 오르려 하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 여보세요. 혹시 남태령님 이신가요?" 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남태령이란 이름은 카페 가입 시 사용한 닉네임인데, 이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카페 회원님들 밖에 없다.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생각해보니 지난번 강화도 출사 공지(취소됐지만)가 올라 왔을 때 참석 의사와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그것을 메모해 두셨구나 하는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 네 전데요" 하고 대답했다. 이어서 들려오는 소리
" 저 사진반 선생인데요, 지금 어디세요?"
" 정부청사역인데 아무도 안 오셨는데요."
" 왜 거기 계세요? 여기 과천역에 모두 모여 있는데 남태령님만 안 오셨어요." 헉 ~ 이럴 수가 !
" 정부청사역에서 모이기로 하지 않았나요?"
" 아니에요. 과천역이에요. 여기서 그쪽 방향으로 가니까 저희들이 승차하면 바로 연락드릴 테니 그 열차 타세요."
황당한 상황 ....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나만 잘못알고 있었다는 애기가 아닌가.
동서남북 분간이 잘 안 된다.
모임장소는 정부청사역이고, 모두다 과천역에 모이셨고, 나 혼자만 엉뚱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홀란스럽다.
갑자기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정상적인 사고 능력으로는 상황 파악이 안 된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공지사항을 확인했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부릅뜨고, 다시 봐도 이천십육년 사월 이십구일 아홉시 정부청사역이 틀림없이 맞다.
혹시 선생님들께서 집단 체면에 걸리신 것은 아닌지?
묘한 일이다. 암튼
나는 지금 과천정부청사역을 과천역으로 인지하고 계신 분들과 출사를 가려 하고있다.
열차가 도착하고 처음으로 카페 선생님들을 뵐 수가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뵙는 분들이며, 내가 살고 있는 과천에 이웃하고 계신 분들이다.
한 분 한분 인사를 드리며 눈 사진을 찍어 마음속에 각인한다.
모두다 연세가 지긋해 보였으며,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 선생님들의 모습이 유난히 정겨웠다.
격동의 한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이다.
횐 머리에 많은 세월이 스쳐간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세상사는 이치를 깨 닳게 하는 지식의 보고 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내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 선생님들이 정부청사역을 과천역으로 인지하고 계시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한데, 오히려 나를 유심히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모임장소도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는 사람의 마모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측은해 하는 눈빛 .....
하~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공지사항의 약속장소를 사진반 선생님께 따져 묻듯 확인시켜 드렸다.
잘못 하면 내가 바보 될 것 같은 억울한 생각에 ... ㅋㅋ
선생님 왈
" 아~ 잘못 기재돼있네요. 그래도 우리들은 늘 과천역에서 만나기 때문에 그곳에서 모인 거에요."
공지사항과는 관계없이 관습적 소통방식이다. 그 것도 완벽한.... ㅎ
광명 수목원은 가봤어도 물안개 수목원은 처음 들어보는 곳이다.
자연 생태보전을 목적으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넓은 수목원에 유독 유치원생들이 많이 눈에 띈다.
콩크리트 문명속의 우리 어린이들에겐 저러한 자연교육이 필요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출사라기 보단 순수로 돌아가 힐링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매캐한 도시를 떠나 신선들이 노니는 곳을 거니는 기분이다.
선생님들과 시원한 그늘 밑에서 가지고온 간식도 먹고, 정담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냉면집에서 마시는 막걸리가 일품이었다.
다 똑같은 막걸리인데 마시는 환경과 동석한 대상에 따라 그 맛이 천양지차 다르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적절한 일정에서 선생님들의 혜안(慧眼)을 엿볼 수 있었다.
선생님들과의 첫 만남을 오래도록 기억 하고픈 마음을 담아 후기를 남긴다.
2016년 4월 29일 과천인 갈 산
첫댓글 첫 만남 오래 오래 기억해요.
계수나무님! 만나 뵙게돼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
한참을 읽었습니다 글에서 남태령님의 하루 보내심 마음이 다 들어 있군요 못만났으면 저도 혼날 뻔했어요 공지 란에 글 올린 사람이 저거든요 ㅎㅎㅎㅎㅎ 다음부터는 공지 란에 쓴데로 오시면 됩니다 ...... 잘 봤습니다
그날 저도 좀 황당했지만 선생님들 만나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
저도 또 한참을 혼자 웃었습니다.
남태령님 전화번호가 없었으면
서로가 어떻게 되었을까? 에휴~~
울 님들과 황당 첫 만남을 멋지게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그날 처음 뵈었는데, 선생님들의 사진에대한 많은 열정에 놀랐습니다.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
나무잎이 마치 미역 같은 색으로 표현이 됐네요 어떻게 저런색감이 나올까 ? 궁금 하네요
ㅎㅎ 아무 생각없이 찍은 건데요. ㅎㅎㅎ
집에 와보니 색감이 괜찮아 보여서 그냥 올렸습니다. ^^
생각해보니 제가 잘못갔었네요. 늘 모이는곳이라 생각없이 갔었는데 ㅎㅎㅎ
웃음만 나오네요. 그건 그렇고 피사체를 보시는 눈이 대단하시네요. 빛을 받는것과 받지 못하는것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네요.
하~ 선생님께서 과찮의 말씀을 해 주셨네요.
특별히 의도하고 찍은것이 아니라 뭐라 드릴 말씀이 ..... ㅎ
선생님! 만나뵙게돼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고맙습니다. ^^
후기 잘 읽었습니다. 서운하셨겠네요.^^
저도 청사역으로 갔다가 한상현씨 만나 선생님께 전화 드리고 둘이 출발했습니다.
좋은 사진 잘봤습니다.
서운 하긴요. 지나고 보니 재미있었던 일화라서 쓰게 됐습니다.
지루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셨네요.
앞으론 자주 뵙겠습니다. ^^
기대했던 첫 만남이 얼마나 황당했으면 촬영후기를 솔직담백하게 쓰셨을까.
남태령(권오헌)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를 하며...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만남장소는 전 수업시간에 공지하였고 한번 뇌리에 각인된 장소라 누구한사람 청사역이란
글자를 그냥 스치고 말았네요.
오랜 관습이 이런 상황을...ㅋㅋㅋ
남태령이란 사람보다는 철학이 담긴 사진이미지로 먼저 인사하셔서 더 궁금하였는데~
만나뵈여 반가웠습니다.
솔바람 선생님! 그날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사진을 통해서 새로운 삶을 가꾸워 가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 중심에 솔바람 선생님이 계시고, 솔바람 선생님께서 펼쳐놓은 새로운 세상을 볼수 있었습니다.
인생을 열심히 살기보단 향유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날 선생님들과 함께할수 있도록 배려 해주시고, 어색함을 없애려 애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늘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남태령님의 후기 잘 봤습니다
그날의 황당함의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철학적인 좋은글과 재미난 이야기 꺼리며
사진도 잘 찍으시고
다재 다능 하신분이네요
다음에 또 뵙기를--
에고~ 취미삼아 찍는 사진인데 과한 칭찬을 해 주시네요.
만나 뵙게 돼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앞으론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평안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이제야 후기를 보았네요.
저도 과천 청사역으로 갔었는데 분명히 까페 공지사항은 청사역이고 다시 메세지는 과천역이라고 해서 .... 마침 안시영씨를 만나서 그냥 둘이 갔지만 웃을수 밖에 없는 일이었어요.
선생님과 반장님은 반성 하셔야겠어요. 목소리를 합해 주셔야겠네요.
처음오신 권선생님께 죄송 스럽네요.
죄송 하긴요. 첫 만남이 인상적이서 즐거운 마음으로 후기를 썼습니다. ㅎ
암튼 뵙게돼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제 주변에 저와 취미를 공유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는것이 정말 기쁩니다.
첫 만남에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남태령 이제 자주 뵙고 좋은 시간을 갖도록 하시지요.
@선암골(한상현) 그럼요. ^^ 고맙습니다.
평안한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