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손호석
벌초란 조상묘의 너무 자란 풀을 베어서 정리하는 풍속을 말하는데
보통 1년에 봄과 가을에 한 번씩 진행한다.
시기는 봄에는 한식인 4월 5일 전후, 가을에는 추석이 되기 전 무렵이다.
벌초는 묘에 자란 잡풀을 베고 주변을 단정하게 정리하는 행위로
예전에는 낫으로 하느라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예초기로 하기에 훨씬 쉬워졌다.
벌초 대상은 촌수로 8촌 내, 직계 조상의 묘가 일반적인데
그러나 요즘은 고향을 벗어나 서로 멀리살고 왕래가 멀어지면서
4촌을 넘어 6촌이상 친척분들이 동시에 다 같이 모여서 벌초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후손 숫자들이나 이것저것 생각해보면 지금에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결국은 참여하는 사람, 비참여 사람의 마음이 서로 다르고
참여를 하지 않는 사람은 10만원씩 벌금을 메기는 것도 애매하고...
6년전에 쓴 ”사촌“이라는 글이 있는데
“ 고향 문경군 영순면에 집안 종손인 사촌형이 있다.
내가 풍양에서 상주로 이사를 했는데 이사 후에도 얼굴 한번 비추지 않기에
그냥 바빠서 그랬겠지하고 그리 넘겼지.
설날에 같이 차례를 지내고 친척들과 함께 선산을 둘러보는데
남은 묘자리가 얼마 없는지라 딱 한곳 남은 넓은 자리 이곳에
후손들을 화장을 해서 묘를 쓰는 자리를 미리 마련하자는 뜻을
삼촌과 함께 종손인 사촌형께 제안했더니 안된단다.
왜 안되냐고 되물었더니 그냥 무조건 안된단다. 하도 기가 막혀서...
이 이후로 사촌과 같이 지내던 제사도 따로 지내고 서로 멀리하게 되었다.”
그 이후 우리 문중에는 벌초라는 것은 따로 모임없이 사촌형이
고향마을에 사시는 삼촌께 부탁드려 집안 행사에 쓰려고 모아놓은 "회비통장" 돈에서
일부를 벌초 수고비를 드리면서 6년간 해결한 모양인데
올해부터 삼촌께서 나이를 먹어 이제는 힘이 들어 못한다고 하시니 사촌형이
모든 친적에게 벌초를 한다고 통보를 하면서 불참석자는 10만원씩 벌금을 메긴다는데 ...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번 벌초 모임에 참석하여
“ 우리 집안도 큰집 작은집 삼촌 단위로 가구를 나누어 보니 총 4가구가 되고
이제 세상이 달라 졌으니 이에 힘들고 복잡하게 다 모여서 벌초를 하지말고
앞으로는 벌초를 해야할 묘소를 4개로 나누어 미리 벌초 당담구역을 정해 두었다가
각자 알아서 자기들끼리 그 벌초를 하도록 맡기자”고 제안했다.
환갑이 지난 지금에 와서
여럿 사람이 모여서 함께 일하는 것이 싫어지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다 제시간에 모이기가 힘이 들 뿐만 아니라 사는게 다들 바빠서 불참석자도 많고
다 모인다고 한들 행동에서 남에 대한 배려는 없고 자기 유리한 권리만 주장하다 보면
서로 마음이 상하니 벌초도 각자 알아서 스스로 하는 것이 더 편할 뿐이다.